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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쌓고 벽으로 감싸기: 암사동주택

마이아카이브건축사사무소

글
김대현, 이해민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마이아카이브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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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6년 5월호 (통권 702호) 

 

 

 

외부 시선을 막아주는 새로운 경계

서울 저층 주거지 내에 위치한 구옥은 주변의 시선을 전혀 막아주지 못하는 구조였다. 1.5m 높이의 담장과 앞집 베란다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인해 마당에 면한 거실과 안방에는 항상 커튼이 쳐져 있었고, 마당은 잘 쓰이지 않은 채 35년이 흘렀다. 그 때문이었을까? 건축주는 첫 만남부터 밝고 답답하지 않은 집을 지어 달라고 누차 강조했다. 이웃집의 시선을 막아주는 동시에 실내에 있을 때 외부로 시선의 확장이 가능한 새로운 경계가 건축주와 이웃 모두에게 필요한 듯했다.

공사를 앞두고 우리는 건축주의 협조를 받아 인접한 이웃들의 집 안에서 대지를 볼 수 있는 창문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셸(shell)에 커다란 개구부들을 배치했다. 일례로 별채 벽체에서 이어지는 보는, 앞집 베란다의 시선을 차단하고 실내에서도 앞집 베란다가 보이지 않으면서 마당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높이로 결정됐다. 이 보는 서측 담장에 걸쳐진 형태이기도 하다. 서측 담장의 높이 또한 현장에서 형틀 목수가 작업을 하기 직전에 다양한 방향으로 도로를 걸어다니고 까치발도 들어보며, 담장 안쪽 마당과 집 내부가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개방감을 줄 수 있는 높이인 1.7m로 결정했다. 그렇게 보와 담장은 건축주와 인접한 이웃 모두에게 시선의 교차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새로운 경계가 되어주었다. 또한 보에 반사된 남향 빛이 앞집의 베란다로 유입되어 그동안 닫혀 있었던 이웃집의 베란다 창문이 열리고 베란다가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후기를 전해 들으며, 건축주와 이웃 모두 이전보다 더 유연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스의 안과 밖, 그리고 벽

구옥에서 함께 살던 아들, 딸은 어느새 각자의 가정을 이루었다. 딸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 해외로 이주했지만, 아이들의 방학이 되면 한국을 찾아 건축주 부부와 함께 생활해왔다. 딸 가족 다섯 명과 건축주 부부 두 명, 총 일곱 명이 함께 지내는 동안 각자의 생활 영역이 확보되는 환경이 필요했고, 이에 더해 건축주 부부 각자의 생활 패턴과 수면 리듬을 고려한 독립적인 공간이 요구됐다. 

가족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영역을 먼저 설정하고 아내, 남편, 그리고 방학 동안 거주하는 딸 가족의 영역으로 구분했다. 하나의 목재 박스는 하나의 영역을 담당한다. 1층의 목재 박스 두 개는 각각 아내와 남편의 영역, 2층 목재 박스는 딸의 가족을 위한 영역으로 배치됐다. 이렇게 수직적으로 쌓인 목재 박스들을 콘크리트 외벽으로 감싸 박스 안과 박스 바깥이라는 이중적인 내부 공간 구조를 형성했다. 박스 안은 침실, 화장실, 보조 주방, 옷방 등 가족 구성원 개인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구성하고, 박스 바깥은 거실, 서재 그리고 식사 공간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나누어 배치했다. 그리고 각 박스에는 내부로 향한 창을 두었다. 아내와 남편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실내 창을 통해 소통하며, 손자, 손녀는 2층의 내부 창을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1층 목재 박스 사이에는 대가족을 위한 벤치가 있고, 이는 내부 창을 통해 목재 박스 내부로 이어진다. 벤치의 높이에 맞춘 낮은 내부 창은 때때로 손자, 손녀의 놀이공간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내부 창을 문처럼 드나들며 박스 바깥인 거실과 박스 안인 할머니 방의 벤치를 오가며 모여든다.

 

 

 

 

 

 

다른 재료를 비슷하게 맞추기

외장 목재의 폭은 기성 방킬라이 데크제 폭의 절반인 45mm로 사용했다. 특정 수치를 임의로 설정하면 그 숫자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재단 작업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재단 손실도 많이 발생한다. 90mm를 그대로 사용하면 더 경제적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목재를 벽에 부착하는 시공법과 연관해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폭 90mm의 목재를 시공하려면 변형에 대한 우려 때문에 피스로 벽에 부착하거나 (피스 모양을 보이지 않게 하려면 목심 작업을 추가적으로 해야 하며, 이것은 미감상 좋지 않다) 데크 클립이라는 부속을 사용해야 한다. 부속품 가격도 비싸고 옆면 홈파기 작업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착할 때 시공성이 떨어져 목수의 품이 상당히 많이 든다.

폭 45mm로 목재를 켜서 사용하니 눈에 익은 기성 자재 특유의 느낌을 낼 수 있었고, 실타카로 벽에 부착하면 되어 하루에 목수 한 명이 시공할 수 있는 면적도 기존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시공성이 크게 개선됐다. 노출콘크리트 거푸집 무늬에 사용된 송판 제재목 역시 동일한 폭 기준을 유지했다. 재료는 다르지만, 동일한 비례와 리듬을 통해 외장과 콘크리트 표면이 일관된 인상을 갖도록 의도했다.

박스 바깥 공간인 거실과 서재는 외벽에서 사용한 노출콘크리트 색상과 질감에 맞춰 벽과 바닥 재료를 선정해 실내임에도 마치 외부에 있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Images courtesy of my archive 

 

 

같은 재료를 다르게 붙이기

실내에 자리한 박스 안과 밖의 마감은 화이트오크 목재로 통일해 사용하되, 박스 공간 안쪽의 마감은 목재 사이에 간격이 없도록 밀착시켜 하나의 면처럼 보이도록 했고, 박스 공간 바깥쪽의 마감은 외장 방식 그대로 45mm 폭과 2mm 간격을 유지했다.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박스의 안과 밖을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내·외부를 가로지르는 2층 베란다에서 목재 박스는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된다. 이를 통해 내·외부의 경계를 허물어 내부와 외부로만 구분되었던 사용자의 경험과 환경을 재구성했다.​ 

 

 

 

 

 

 

 

 

월간 「SPACE(공간)」 702호(2026년 0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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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마이아카이브건축사사무소(김대현, 이해민)

위치

서울시 강동구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329m²

건축면적

144.45m²

연면적

149.64m²

규모

지상 2층

주차

1대

높이

6.7m

건폐율

43.91%

용적률

45.4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송판노출콘크리트, 방킬라이

내부마감

화이트오크 무늬목합판, 거친솔미장

구조설계

한길구조

시공

마이아카이브건축사사무소

설계기간

2023. 10. ~ 2024. 4.

시공기간

2024. 8. ~ 2025. 3.

건축주

배영희

조경

마이아카이브건축사사무소


김대현, 이해민
김대현과 이해민은 마이아카이브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다. 김대현은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졸업 후 매스스터디스에서 실무를 경험했으며 2019년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를 수상했다. 이해민은 한양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BCHO 파트너스에서 실무를 거쳤으며, 대한민국 건축사(KIRA)다. 마이아카이브건축사사무소는 흩어진 요소를 연결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건축이라는 인식 아래, 대지 조건, 프로그램, 사용자, 사회적 맥락처럼 본래는 서로 독립적이고 무질서하게 존재하는 요소들을 설계를 통해 엮어 이전에는 없던 질서와 의미를 생성한다. 내부와 외부, 존재와 비존재처럼 상반된 조건들을 배제하지 않고 공존시키며, 그 긴장 속에서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