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바람을 살아내는 집: 아라오월 주택

리을도랑건축사사무소

글
김성률
사진
윤준환
자료제공
리을도랑건축사사무소
진행
김보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6년 7월호 (통권 704호)

 

 

 

 

제주는 지역성이 강한 곳이다. 건축에서 제주의 강한 지역성은 일반적으로 현무암의 활용에서 드러난다. 돌담은 벽체로 연장되고 가공된 석재는 콘크리트를 감싸는 외장재로 거듭난다. 공교롭게도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현무암은 애정이 아닌 애증의 대상이다. 대체로 건축주의 요구 사항에서도 습한 환경을 상징하는 현무암은 돌담 외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재료로 분류된다. 현무암은 흡수율이 높아 이끼가 잘 생기고 벌레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기에 쾌적한 주거 환경의 관점에서는 멀리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내륙의 시선에서는 현무암이 제주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로 보이겠지만 제주의 현실을 반영하는 지역성을 말하기 위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현명하다. 

 

제주는 해양성기후와 사방이 탁 트인 지형으로 인해 습도와 바람의 영향이 강한 곳이다. 이 습도와 바람은 건축에서 아주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아라오월 주택의 건축주가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마당을 요구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는 단순히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마당을 만드는 것을 넘어 바람을 활용하고자 했다. 지하층과 지상 2층 사이에 낮은 1층 정원을 두고 이곳으로 바람이 불면, 기화열이 발생하여 온도가 떨어진 공기가 중정으로 들어가 마당을 시원하게 한다.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평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단지 특별한 주택을 원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평범하지 않은 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고, 8개월간 건축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어느 날 건축주는 이렇게 말했다. “보통 집에서 방은 벽 쪽에 붙어 있는데 벽에서 떨어트려 내부 쪽으로 가져오면 어떨까요? 집 속에 방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되겠죠. 방과 방 사이가 거실이 되고 복도가 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이후 본격적인 설계는 시작되었다. 이 정도 생각이면 창의적인 주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라 판단했다. 

 

수많은 건축주의 요구 사항 중 큰 줄기가 된 세 가지 내용이 있다. 첫 번째는 직각의 동선이 아니었으면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삶을 살면서 집 곳곳에 여러 기억이 담겼으면 한다는 것, 세 번째는 커튼을 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직각이 아닌 둔각으로 이루어진 동선은 중정과 만나 순환형 구성으로 이어졌다. 현관에서는 지하층 운동실과 지상 1층의 주방, 지상 2층 복도로 동시에 접근이 가능하다. 순환형 동선은 다소 복잡하지만 집 안 곳곳으로 시선이 닿게 해준다.

 

 

 

​

 

 

그는 어린 시절 살던 제주집의 모든 구석구석에는 각 공간만의 추억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에 하나의 커다란 공간을 만들기보다, 고유한 용도를 가진 작은 공간을 여럿 두어 자녀들도 집안 곳곳에서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가기를 바랐다. 아라오월 주택에는 세 가지 마당이 존재한다. 벌레가 들어오지 않는 내부 같은 중정, 바람을 피해 내려 앉힌 거실 앞마당, 아궁이에 불붙여 닭백숙을 요리하는 주방 앞 마당. 이와 더불어 방으로 가는 복도에 놓인 책상과 서재, 다락방 같은 3층 방과 방 사이 작은 거실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자신만의 경험으로 기억되면서 ‘나의 집’이란 감정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은 외부에서 보일 염려로 커튼을 쳐야 하는 큰 창은 불필요하며, 원할 때마다 밖을 내다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대안은 가벽이었다. 창 앞 적당한 거리에 가벽을 두고 그사이에 나무가 자랄 수 있게 하여 벽으로 인한 답답함을 보완했다. 창을 가리는 가벽으로 인해 외부에서는 강한 폐쇄성을 보이지만, 단순한 조형으로 인해 개방적인 내부 구성을 예상하지 못할 거라 기대했다. 복잡한 내부 구성은 단순한 조형과는 상반되는 극명한 온도차의 내외부 경험을 만든다. 

 

아라오월 주택은 지역이 가진 기후 환경적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하여 현실적인 제주도의 지역성을 제안하고자 했고, 건축주의 특별한 요구를 직관적으로 풀어 공간과 형태에 그대로 새겼다. 그로 인해 생긴 강한 조형성은 어쩌면 아라오월 주택만의 개성이 되리라 짐작한다.

 

 

 

 

 

 

​

월간 「SPACE(공간)」 704호(2026년 0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계

리을도랑건축사사무소(김성률)

설계담당

배성용, 조정연

위치

제주도 제주시 아라동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726.45㎡

건축면적

142.96㎡

연면적

319.14㎡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주차

3대

높이

7.98m

건폐율

19.68%

용적률

43.93%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포세린타일

내부마감

플라스터 미장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제이에스이엔지

시공

(주)지에이유아키팩토리

설계기간

2019. 9. ~ 2021. 1.

시공기간

2021. 4. ~ 2022. 8.

건축주

고성주, 김지영


김성률
김성률은 2013년부터 리을도랑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의대학교와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시 〈혁명은 도시적으로〉(2020)의 초대작가로 주목받았으며, 부산국제건축제 기획·전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기존의 관념을 넘어선 새로운 관점으로 디자인을 시작하고 단순하고 명확한 언어와 형태로 건축의 의도를 전달하고자 한다. 건축은 언어와 의미를 가질 때 사회적 생명력을 가지며, 시적 감성을 끌어낼 때 예술로 승화된다는 생각으로 건축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