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경계에 있는 집터의 풍경은 급격하게 변했다. 설계를 시작할 때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숨 가쁘게 요동칠지는 몰랐다. 오랜 세월 이웃했던 옆집도 사라지고, 담장도 쓰러졌다. 낮은 구릉은 깎여나갔고, 자연스럽던 골목길은 직선으로 넓어지고, 포장되었다. 이제 뒤편으론 커다란 건물의 공사가 한창이고, 집 앞의 논은 빈 공터로 휑하게 남겨졌다. 급작스러운 변화에도 아직 동네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방죽과 오래된 왕버들뿐이다. 어수선한 교외의 풍경에서 외롭게 남아 있는 오래된 것들과 관계를 맺고, 도심형 한옥과 같이 외부의 변화하는 환경에도 생활이 보호되는 장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집의 형상은 간결하지만, 품고 있는 마당은 오히려 다양하고 풍요로운 집을 계획했다. 생활공간인 본채는 ㄷ자형의 수평 공간으로, 게스트하우스인 별채는 ㅁ자형의 수직 공간이다. 길과 접하는 진입부의 주차장 볼륨은 높지 않은 담장과 이어져 분명하지만 답답하지 않은 경계를 만든다. 채와 담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나누고 마당을 통해 연결되는 집, 다양한 과정적 공간을 통해 삶의 장소들이 이어지는 깊이 있는 집, 보호받으면서도 때에 따라 자유롭게 확장되는 열린 집, 그리고 동네 어귀에 한결같은 왕버들처럼 오랜 세월 기억될 그런 집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형상은 간결하지만, 품고 있는 마당은 오히려 다양하고 풍요로운 집을 계획했다.
생활공간인 본채는 ㄷ자형의 수평 공간, 게스트하우스인 별채는 ㅁ자형의 수직 공간이다.
건축가는 채와 담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나누고 마당을 통해 연결되는 집, 다양한 과정적 공간을 통해 삶의 장소들이 이어지는 깊이 있는 집이 되기를 바랐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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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헌 + 모노건축사사무소
김정호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동
단독주택
787m2
236.44m2
258.63m2
지상 2층
2대
7.2m
30.04%
28.06%
철근콘크리트조
전벽돌, 이페목
석고보드 위 페인트
EN 구조사무소(기찬호)
(주)성도엔지니어링
(주)엔도종합건설
2016. 3. ~ 9.
2016. 10. ~ 2017. 12.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김용택)
도천 라일락집으로 서울시건축상 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2015)을 받는 등 완성도 높은 작품들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양평 펼친집, 호시담, 이인디자인 사옥, 판교 요/철동, 오륙도 가원 레스토랑, 동검리 주택단지, 제로원 디자인센터, 두물머리 주택 등이 있고, 『매스매티크 센티멘트』, 『도천 라일락집』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