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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유사 기관들의 역할을 묻다

자료제공
서울도시건축전시관
background

좌담: 김태형(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 단장) X 임유경(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X 전봉희(좌장, 서울대학교 교수) X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도시건축박물관과 유사기관들의 움직임

전봉희(전): 지난 3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했다. 이를 계기로 도시∙건축박물관과 그 유사기관들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선구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각각 현대와 역사를 담당하면서 도시∙건축 콘텐츠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세종특별시에 건립 예정인 국립도시건축박물관 또한 근 10년 이상 논의되고 있으며, 색깔은 조금 다르지만 국토부에서 운영하는 국토발전전시관도 있다. 이렇게 도시∙건축 콘텐츠를 다루는 유사 기관들이 현재 어떤 일들을 수행하고 있는지 각자 소개해 달라.

 

정다영(정):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2011년부터 건축 부문 학예연구사가 영입되면서 건축 관련 연구와 전시를 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로는 매년 1, 2회 건축 전시가 정기적으로 열린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비정기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체 기획전보다 외부 제안으로 열린 전시들이 많았다. 2011년 이후 내부에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큐레이터뿐만 아니라 건축 전문 아키비스트를 채용하고 2013년에 미술연구센터가 개소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술연구센터의 아카이빙 사업에 큰 계기가 된 것이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과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다. 이후 전시와 연계하여 김종성, 이타미 준 아카이브 등을 구축했으며, 건축가가 아닌 연구자들의 자료를 모으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아카이브가 미술관에 건축의 장을 여는 앵커 역할을 한 셈이다. 최근에는 응용미술(공예, 디자인, 건축) 분과 활동의 일환으로 컬렉션과 아카이브 확보를 위한 외부 공론화도 함께하고 있다. 얼마 전 목천김정식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한 연구 세미나 <부산물은 나의 힘> 같은 활동이다. 이때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하여 최근 한국 건축계에 드러나는 아카이브의 역동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 서울역사박물관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시다시피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도시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번 연속 건축 분야에서 관장이 선출되면서 자연스럽게 건축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전시가 많이 열렸다. 또한 본관의 전시도 중요하지만 여덟 개의 분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인제가옥처럼 아예 유적을 대상으로 삼은 박물관부터 경희궁, 경교장, 청계천박물관, 한양도성박물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역시 역사적 관점의 건축 박물관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 현대와 역사 양쪽 끝을 담당하고 있다면, 국립 도시건축박물관은 전체를 포괄하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임유경(임):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의 직접적인 관련자는 아니지만,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가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건립 논의 초기부터 관여해왔던 입장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쳐 ‘행정중심복합도시 (가칭)도시건축박물관 건립계획 수립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도시건축 분야 박물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건립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2015년에 국립박물관단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도시건축박물관 건립이 더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국가건축정책위원회로부터 위탁 받아 도시건축박물관 콘텐츠 개발 및 전시 기획 연구를 진행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들도 어느 정도 구체화됐다. 전봉희 교수의 말처럼 콘텐츠에 있어서는 역사적인 부분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분야에 있어서도 이름이 도시건축박물관인 만큼 도시와 건축을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건립 주체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고 추후 운영주체는 국토부가 될 예정이다. 국토부와 행복청에서 도시건축박물관 건립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고, auri는 이에 맞춰 새건축사협의회와 함께 도시건축박물관 건립 및 전시구체화 용역이라는 연구를 시작한 단계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전시 콘텐츠와 공간계획 방향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전: 서울도시건축센터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어떤 동기로 건립된 것인가? 

 

김태형(김): 서울도시건축센터의 경우 돈의문박물관마을 사업을 진행하면서 본래 서울 성곽 발굴 가능성을 고려하여 남겨두었던 빈 공간에 우연히 계획하게 됐다. 선례가 없이 최초의 도시건축 박물관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박물관이 되기 위한 법적 근거들도 갖추기 어려웠다. ‘전국에 진흥원이 천 개에 이르는데 ‘건축’이라는 단어가 붙은 진흥원은 하나도 없다. 서울시가 최초의 선구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득하여 도시건축센터를 만들게 됐다. 처음 건축 학예연구사를 영입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웠다. 현재 센터에서는 도시건축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추후 도시건축정책대학원을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경우는 처음 서울역사박물관의 분관으로 계획하고 있었지만,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공간의 특성상 전통적인 전시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건축비엔날레의 부속시설로 운영하고자 도시공간개선단으로 넘어오게 됐다. 역시 도시이냐 건축이냐, 박물관이냐 갤러리냐의 문제에서 행정적인 복잡한 갈등 관계가 있었다. 영어 이름을 ‘Seoul Hall of Urbanism and Architecture‘이라고 지은 이유도 도시와 건축, 미술의 어느 한 영역에 속하지 않고 그것을 다 포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Hall’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용어를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도시건축전시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서울아카이브, 갤러리1 

 

각 기관의 역할과 정체성

전: 그렇다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도시건축센터, 국립도시건축센터가 각각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상설전시를 중심으로 하느냐, 기획전시를 중심으로 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또한 전시의 강도와 맞물려서 연구와 아카이빙처럼 주력하려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전시와 연구, 아카이브 등의 활동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있느냐에 따라 박물관의 정체성이 달라질 것이다.

 

정: 얼마 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개관 심포지엄에 캐나다 건축센터(CCA)의 활동이 소개됐다. CCA는 건축 큐레이터인 나의 개인적인 롤모델이기도 하다. CCA의 조직과 프로그램들은 많은 영감을 준다. 하지만 사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근본적으로 미술기관이기 때문에 CCA처럼 될 수 없다. 또한 최근 동시대 환경 의제를 포괄하는 CCA의 전시 주제와 같은 이슈를 우리가 다루려면 치밀한 토대가 필요하다. 전시 또한 완전히 새로운 창조물이라기보다는 역사로부터 축적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카이브와 연구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동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카이빙 체계 또한 초기에 게티인스티튜트(Getty Research Institute)를 참조했지만 우리와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어떤 좋은 기관의 사례들을 참조할 수는 있지만, 결국 사업의 방향과 그에 따른 선택은 해당 주체가 하는 것이다.

일단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전체 컬렉션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0.01%도 안 된다는 것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 일년에 한두 번의 건축전시가 열리고 젊은건축가프로그램(YAP) 같은 파빌리온 프로젝트 때문에 외부에서는 미술관에서의 건축 위상이 높아졌다고 보지만, 실질적으로 미술관의 자산이 소장품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전시를 통해서 아카이브의 당위성을 공론화 해왔다. 이 구도에서 개인전은 좋은 방식이기도 하다. 건축가 전시를 하면 그에 따른 생산물들을 미술관으로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미술관에 들어오고 9년이 된 지금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건축계 스스로 내실을 쌓아가려면 미술관 하나만의 역할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건축 큐레이터 등 기획자들의 경험이 지식으로 축적되기 위해서 학교 교육이나 행정,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미술관뿐만 아니라 이러한 공부를 한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건축 전문 연구∙전시 기관이 생겨야 한다. 국립 도시건축박물관이나 서울도시건축센터/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이런 접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굳이 미술관이 수행했던 기존 전시의 형식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김: 그 부분에 동의한다. 우리 또한 처음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계획할 때 CCA를 롤모델로 삼았지만, 지금은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단 CCA는 민간기관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여건이 많이 다르다. 전통적인 미술관의 전시를 수행하기보다 공공시설로서 공공 프로젝트와 서울시의 정책 과제들을 가공해서 다양한 형태로 시민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흩어져있는 자료와 데이터들을 모으려고 한다. 시 부서들이 워낙 나누어져 있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에도 관할 영역이 다르다 보니 당장 서울로7017, 세운상가, 마포석유비축기지, 돈의문박물관마을과 같은 중요한 프로젝트 자료들이 모여 있지 않다. 이 자료들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도시건축전시관의 1차 목표다. 서울도시건축센터가 정책을 연구하고 학교와 연계되어 교육 프로그램들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시 정책과제들을 전시나 세미나를 통해 대중과 공유하고자 한다.

 

임: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2007년 개소할 때 첫 번째 수탁과제가 도시건축박물관이었다. 10여 년 전에 비해 현재는 도시∙건축 콘텐츠나 건축 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변했다고 느낀다. 아카이브로부터 전시가 생산되고 전시를 하면서 새로운 아카이브가 축적되기도 하는 선순환 구조나, 연구와 큐레이팅의 중요성이 정리되어가는 시점인 것 같다.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은 전시, 아카이브, 교육, 연구 기능을 모두 갖춘 기관으로 기획되었다. 요즘 건축 전시들이 많아지고 가운데 큐레이터에 의해 새로운 주제가 발굴되고, 연구되며, 이어 관련 콘텐츠가 생산되면서 이러한 것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 수장고로서 내지는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국립 도시건축박물관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그동안 쌓아온 연구와 자료도 도시건축박물관의 콘텐츠로 연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시∙건축 콘텐츠의 발굴과 축적

전: 결국 무엇은 수집하고, 무엇을 전시할 것인가에 대한 콘텐츠가 중요한 이슈다. 도시∙건축 이슈라는 큰 그림 안에 사람, 물건,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 조금 좁은 질문을 하자면 지난 번 건축운동 전시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 그 전에는 인물 중심이었는데, 인물이 아닌 전시로서 꽤 흥미로웠던 걸로 기억한다.

 

정: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종이와 콘크리트 :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또한 인물이 주인공이 아닐 뿐, 그 시대의 증거물들을 모으려는, 즉 아카이브 확보가 목적 중 하나인 전시였다. 개인들이 가지고 있던 역사적 자료들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고, 그것들이 연구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공론화한 것이 그 전시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지금 우리 현실은 역설적으로 전시를 통해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는 구조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서구처럼 제도화된 기록 보관소로부터 전시가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를 통해 겨우 축적할 수 있는 부산물을 발견하거나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발생하는 문제는 그 부산물들이 갈 곳 없이 휘발된다는 것이다. 임유경 단장 말대로 국립 도시건축박물관이 그런 부산물들이 모이는 구심점이 되면 좋겠다. 건축 전시와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당위성은 예전보다 공감대가 형성된 편이지만, 어떻게 이를 실천할 것이냐의 실질적인 문제가 부상했다. 이후 전시를 어떻게 조직하느냐의 문제는 개별 기획자의 역랑과 전략에 따라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 무엇을 모아야 하는가, 누구의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시점이다. 연구소에서 몇몇 연구자와 건축사무소 자료를 협조 받아 아카이브를 구축한 바 있는데, 이러한 작업에는 늘 대상 인물 또는 사무소를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뒤따른다.그 때 그와 관련된 연구나 전시와 같은 성과들을 통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타당성을 얻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와 연구는 함께 고민되어야 하는 지점이다. 

 

김: 아카이브의 축적 형태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모형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외국에서도 건축 모형은 부피 문제로 아카이브에서 제외하는 추세다. 도시공간개선단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최초로 설계공모에 서 기존의 패널과 종이 제출물을 없애고,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 심사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 데이터를 모을 서버를 구축할 예정이다. 디지털 심사 방식의 시작으로 건축가들이 종이와 패널없이 더 자유롭고 새로운 방식으로 프리젠테이션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페이퍼를 포기하는 순간 아카이빙이 수월하고 공유도 쉬워진다. 이런 새로운 환경하에서 건축 전시 또한 다른 형태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 건축 전시에서 벗어나 훨씬 자유롭게 도시∙건축 콘텐츠가 움직일 필요가 있다.

 


대중과의 소통 과제

전: 또 하나의 이슈는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 전시에서 가장 친숙한 매체로는 역시 모형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국토발전전시관은 어린이도 다 가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전시 형태를 갖춘다. 그런 면에서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들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정: 일반적으로 모형이 직관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예컨대 최근에는 모형보다 영상을 더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봤던 모형을 또 봐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기반으로 한 공간 예술인 건축이 도전해 볼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각과 같은 예술과는 다르게 새로운 큐레이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대중과 소통을 위해서는 섬세하게 기획된 교육 프로그램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시만큼 중요한 것이 연계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시는 주로 한정된 장소에서 무언가를 고정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무리 관람객별 차별화 전략을 세워도 한계가 있지만, 대중에게 전달하는 사후 프로그램이 치밀하게 구성되면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전시와 별개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 건축 교육이 최근에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어린이 건축학교 같은 경우에는 하루 만에 신청이 매진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지 않은가. 기관 안에 건축 교육전문가가 있어서 전시 되었던 작품들을 전시장 외부에서도 사유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전: 전시가 그렇다면 도시건축비엔날레는 어떤가?

 

김: 우리도 어린이 건축 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재를 직접 만들거나 이토 도요 책을 번역하는 등 비엔날레와 연동하여 시민과의 접점을 찾고 있다.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공식적으로 4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았다. 비엔날레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전문성을 갖기 때문에 어렵다는 평도 많았다. 그러나 공공 예산으로 운영되는 일이다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도 확실히 있다. 그래서 전시를 다층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도시전, 주제전과 함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예를 들어 도시건축전시관 복도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인터랙티브 전시를 함께 마련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디지털 인터랙션 기술이 유지관리가 복잡하고 어려웠는데, 요즘은 굉장히 쉬워졌다. 그 사례로 최근 대표적인 도시건축관련전시관으로 언급되는 싱가포르어반 갤러리도 모형, 패널과 같은 아날로그한방식에서 미디어와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한 방식으로 전시의 기본방향을 바꾸었다. 또한 도시 콘텐츠가 많이 개입될수록 디지털 미디어 활용도가 높다.

이 과제를 또 다르게 푸는 방법으로 도시건축 전시를 꼭 건축 전공 큐레이터가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내부 전문가들의 한계가 있다. 고정관념 없이 새로운 시각으로 도시와 건축을 엮은 전시들이 생긴다면 그런 부분이 대중들과 만나면서 건축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임: 도시건축 분야에서 국립 도시건축박물관에 바라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긴 호흡과 포괄적인 주제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도시건축박물관 건립을 준비하는 현 단계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올 것이냐,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도면과 모형 같은 전통적인 도시•건축 전시 외에 새로운 방식의 전시 방법을 요청 받고 있다. 시민들이 좀 더 쉽게 도시와 건축을 이해하고 박물관 자체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전시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미래

전: 오늘 도시건축박물관이 지니는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바람을 듣고 싶다. 사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꿈꾸면서 이루어낸 좋은 성과물이지 않나. 

 

김: 서울도시건축센터와 도시건축전시관 건립을 준비할 때 행복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모든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나, 건축계 최초로 이런 좋은 공간과 기회를 가지게 된 것으로 보람을 느낀다. 특정 한 협회가 운영하고 있지만, 건축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도시 건축 문화등 관련된 다양한 기관들이 이 공간을 활발하게 활용해주기를 바란다. auri와는 공동정책연구를 위한 MOU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언제나 모두에게 열려있다. 

여전히 일반 시민들은 건축이 제한적이고 특정 형태와 특정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 내부 공무원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도 서로 편견이 있고, 심지어 건축가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전통적인 건축이라는 틀 안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간을 계기로 건축이 시민과 만나고 그 외연이 확장됐으면 한다. 새 시대의, 새로운 건축을 위한 함께하는 플랫폼으로서 건축계가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를 바란다. 도시건축센터와 도시건축전시관의 시작은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이 열었지만, 앞으로의 결과는 건축인 여러분의 관심과 노력에 달려있다.

 

임: 시청, 덕수궁, 성공회성당 사이에 자리잡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위치가 너무 좋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의 도시건축 정책 홍보관의 역할을 하더라도 좋을 것 같다. 서울의 도시와 건축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 서울도시건축센터와 서울도시건축박물관. 건축이라는 이름을 단 기관이 두 개나 생겼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데 의외로 건축계에서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 관심을 돌릴 만한 적절한 장치를   개발해야 하는데 특정한 기관만의 힘으로는 힘들다. 미술이론가 사이먼 셰이크(Simon Sheikh)는 ‘전시로 사유하기, 사람들과 사유하기’라는 글에서 국가나 미술계 인사들이 창설한 예술기관의 역할이 “집합에서 집회(assembly)로”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작품과 자료를 수집하는 곳에서 공론장으로 거듭나는 것이 오늘날 기관의 책무가 되어가고 있다. 서울도시건축센터가 충분히 건축계의 공적인 집회 장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전통적인 방식의 전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더 노출하고 자발적인 집회의 판을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 점이 또한 국립 도시건축박물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전: 정리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인 소감을 이야기하겠다. 나는 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또 하나의 기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백지에 가깝고 빈 그릇과 같은, 장소로의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관으로서의 성격은 서울도시건축센터가 잘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스스로의 색깔을 내세우기 보단 많은 사람과 기관이 공유하는, 이런저런 이벤트가 매일같이 일어나는 빈 마당과 같은 장소로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 <진행_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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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태형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 공공건축가 제도 운영과 통합적인 도시공간정책 기획과 실현을 담당하는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건축가와 도시개발 전략 전문가로, 세종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도시건축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임유경
임유경은 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공학 석사 및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프랑스 국립고등파리벨빌건축대학에서 국가공인건축사학위(DPLG)를 취득하였다. 현재 공간문화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전봉희
전봉희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동 대학교 건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4년 하버드엔칭연구소 방문연구원, 2010~2011년 풀브라이트방문연구원(U.C. 버클리)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이며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다영
정다영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건축 부문 전시 기획과 연구를 맡고 있다. 시각문화를 매개로 한 건축의 다양한 확장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실천으로 동료들과 함께 정림건축문화재단의 〈CAW: 건축 큐레이팅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기획한 주요 전시로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2014),〈아키토피아의 실험〉(2015), 〈보이드〉(2016),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2017), 〈김중업 다이얼로그〉(2018) 등이 있다.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를 비롯해 여러 책을 다른 연구자와 함께 썼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해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전을 선보였다. 현재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로 디자인문화연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