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엠 스튜디오는 중국 상하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사사무소로, 2000년도부터 크고 작은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구도심의 환경을 개선해오고 있다. 티엠 스튜디오의 대표 통 밍에게 낙후된 주거단지의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조경 프로젝트 ‘창리 가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통 밍 티엠 스튜디오 대표 × 김예람 기자

김예람(김): 그동안 제이-홈스퀘어(2019), 셰어-리빙 스페이스(2017), 항저우 종샨로 98번 빌딩(2008) 등 오래된 도심에 새로운 공공공간을 설계하는 지역재생 프로젝트를 여럿 해왔다. 이러한 성격의 작업을 진행할 때 건축가로서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접근하는가?
통 밍(통): 우리는 갑자기 떠오르는 건축적 발상에 기대어 작업하기보다는 대지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을 발굴하고 그것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손을 대기 전부터 대지가 공공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건축가가 당연히 지녀야 할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이전에 작업한 셰어-리빙 스페이스가 우리의 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같다. 이 프로젝트는 노후화된 건물의 사이사이를 재생하여 마을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주변 블록과의 연계를 도모하는 목적으로 계획했다. 우리는 지역에서 잘 활용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개선하고자 했다. 사무소 안에서는 ‘소규모 도심 침술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도심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맡을 때 결과물의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공간의 가치를 재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얼마 전 1990년대에 지어진 창우 주거단지의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창리 가든을 마무리했다. 창우 주거단지는 어떠한 배경으로 지어졌고, 재생사업에 착수할 당시 어떠한 도시·공간적 문제를 지니고 있었는가?
통: 1990년대에 완공된 창우 주거단지는 고밀도로 계획되어 생활 편의시설과 주차장이 부족한 곳이었다. 건물 사이에 폭이 좁은 녹지가 있었지만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 중이었고, 주민들이 여가활동을 하거나 모일 만한 공간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한 상하이시 당국은 2018년에 주거단지 외곽을 따라 조성된 불법노점상과 단지의 담벼락을 허물어, 주거단지의 공공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다. 철거 계획은 빠르게 진행되어 난마토우길의 동쪽에 위치한 상점들이 모두 사라졌고, 아주 길고 황량한 유휴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국은 또다시 무허가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견고한 담벼락을 둘렀는데, 이것이 보행자의 이동을 방해하면서 마치 공간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문제를 초래했다. 다행히 일년 뒤, 당국은 정책의 오류를 인정했고 우리를 이 공공 프로젝트의 디자인 팀으로 지명했다. 우리는 이곳에 주거단지와 보행로를 쉽게 넘나들 수 있는 ‘열린 울타리’를 만들어 주민들의 일상에 생기를 더하고 싶었다.
김: 클라이언트인 상하이시는 주거단지 주변을 어떠한 모습으로 정비하여 대지의 공공성을 회복하고자 했는가?
통: 사실 상하이시가 도심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운 것은 아니다. 당국은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재산권을 확인하여 세수와 시유지를 확충하고, 무허가 구조물을 철거하여 도심에 부족한 공공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비록 이 프로젝트가 큰 계획 아래에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긴 공공공간이 만들어지는 결과를 낳아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김: 티엠 스튜디오는 대로를 따라 굽어진 350m 길이, 8m 너비의 유휴 공간에 어떠한 콘셉트를 부여했는가? 그리고 그 콘셉트를 어떻게 물리적으로 구현했는가?
통: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쑤저우 지방의 전통 정원에 적용되는 개념을 차용했다. 오래전부터 쑤저우 지방은 정원을 설계할 때 상호의존성, 차용성, 합리성, 적절성을 중요한 요소로 여겨왔다. 이 네 가지 요소는 기존 환경에 새로운 것이 스며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데, 이것들이 앞으로의 커뮤니티 활동을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설계하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됐다. 덕분에 우리는 주민들의 피드백을 설계에 즉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 창리 가든에서는 지그재그 모양의 보도가 가장 먼저 만들어졌고 그것을 따라 나무, 시설물 등이 놓여졌다. 창리 가든은 주거 영역의 연장일 뿐만 아니라 작은 정원을 겸하는 가로의 확장이기도 하다. 대지의 두 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이 디자인은 장막으로 가로막힌 듯한 느낌을 경감시키면서 주거단지의 주민과 보행자가 함께 어울리는 도심의 중추적인 공간이 된다.
김: 선형의 대지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이었나?
통: 대지의 상황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자칫 사람들이 이 기다란 인터페이스를 단조롭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불확실한 대지 형태에서 흥미로운 설계안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지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실생활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배치했고 그곳에서 여러 풍경이 만들어지도록 각기 다른 정원을 덧붙였다.
김: 대지 곳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 휴게시설, 독서 공간 등은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배치했는가?
통: 대지의 여러 환경 조건과 지역주민의 의견, 그리고 중국 전통 정원의 개념이 시설의 위치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창리 가든은 주거단지의 커뮤니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경계여야 했고, 근처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다양한 유형의 공공공간을 제공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구멍이 뚫린 격자형 벽돌을 사용하여 물리적으로 공간을 구분하되, 서로의 환경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선형으로 나열했다. 그중 독서마당은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초등학교 근처에 두었고, 휴게 공간은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은 정류장 가까이에 배치했다. 무인택배 보관시설은 주민들이 출퇴근하면서 물건을 찾아갈 수 있도록 주거단지 입구에 놓았다. 이런 시설물 사이사이에는 정자, 벤치, 회랑을 놓아 프로그램 간의 연계성을 높이고자 했다.


©️Tian Fangfang

©️Tian Fangfang
김: 창리 가든은 보행환경뿐만 아니라 오래된 주거단지의 생활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이 프로젝트를 주변으로 확장하거나 다른 지역에 대입하는 논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통: 창리 가든이 완공된 이후, 이곳과 멀지 않은 지역에서 비슷한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클라이언트가 꽤 있다. 그들은 창리 가든을 주변으로 확장하여 이 프로젝트를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과 대지 상황을 많이 고려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 똑같이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곳에 놓아도 무방한 프로토타입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민과 소통하는 공공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레퍼런스로 삼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김: 중국에는 창우 주거단지처럼 1980~1990년대에 대규모로 지어진 주거시설이 많다고 들었다. 당시에 계획된 주거단지에서는 어떠한 문제가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는가? 그리고 건축가로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통: 중국은 급격히 산업화가 이뤄지는 시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밀도 주거단지를 대규모로 건설했다. 이렇게 지어진 주거단지는 태생적으로 공공공간과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대규모로 계획된 주거시설은 각 지역의 자치위원회가 만든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평면이 다양하지 못하고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내부지향적 구성을 띠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도시의 물리적 환경이 쇠락하는 것은 사회구조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축가로서 당연히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작은 규모의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도시문제를 개선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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