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는 풍경: 『서울의 공원』

글
김목인, 박현성, 이재영 × 김예람
사진
박현성
자료제공
6699프레스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크고 작은 공원이 작년 7월부터 도시공원일몰제의 효력으로 인해 없어지고 있다. 너무 익숙했던 나머지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장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 그래픽 디자이너 이재영은 사진작가 박현성, 음악가 김목인과 함께 산문을 곁들인 사진집 『서울의 공원』을 발간했다. 공원과 계절, 그리고 그 안의 사람과 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붙잡아둔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았다.




 

인터뷰 김목인, 박현성, 이재영 × 김예람 기자 ​



김예람: 도시공원일몰제가 시행된다는 소식(「SPACE(공간)」 632호 참고)을 접하고 나서 『서울의 공원』을 기획했다고 들었다. 공원이 사라진다는 뉴스를 흘려보내지 않고 책으로 기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이재영: 2019년 초, 서울환경연합에서 공유한 웹사이트를 보았다. ‘2020년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라는 도시공원일몰제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때 서울의 수많은 공원이 없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관련 기사를 찾아 보니 정말 우리 피부에 와닿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도시공원일몰제 시행까지 일 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던 터라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박현성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작업을 제안했다.

박현성: 이전까지 개인적인 서사에 집중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중 하나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남겨진 엄마와 형을 기록한 사진인데, 가까이 있는 것에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마음과 그것을 잃고 난 후에 느끼는 아쉬움에 대하여 집중한 작업이었다. 빛나는 것은 언제나 순간이고 섬광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 작업을 시작한 이후 주변에 있었지만 관심받지 못하고 잊혀져 과거가 되어버리는 것들에 대해서 한 번 더 눈길을 주는 연습을 자주 했다. 그 찰나에 이재영에게 『서울의 공원』에 대한 기획을 들었고 함께 작업하게 됐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이 모여 우리 모두의 시간이 담겨 있는 장소를 촬영하는 일은 좁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확장된 시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소중한 작업이었다. 

 

김예람: 이번 작업은 오래된 목욕탕의 풍경을 담은 『서울의 목욕탕』(2018) 이후 두 번째 협업이다. 이번 협업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했는가?

박현성: 장소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봤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제도 시행의 영향 안에 있는 공원 116개를 모두 조사하고 사진으로 기록할 만한 곳을 분류했다. 블로그에 올라온 정보와 검색 포털이 제공하는 스트리트 뷰만으로는 공원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직접 이곳저곳 다니며 지면을 구성했다.

이재영: 일 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원 서른 곳 이상을 다녔다. 우리는 사계절의 공원과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 숲속 생명 등을 기록하고 싶었다. 작업을 시작한 2019년 10월 이후 전염병, 미세먼지, 기후 위기 등 다양한 상황들을 직면했고,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인해 한적해진 공원에서도 모두에게 공평한 계절을 선사하며 꽃을 피우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책에 담고 싶었다.

 

김예람: 자연만큼이나 그곳에 방문한 인물을 담은 사진이 꽤 많다. 공원 속에 있는 사람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현성: 이전 작업에서는 장소 특성상 피사체를 오롯이 드러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서울의 공원』에서는 중형 카메라를 통해 인물의 움직임을 자세히 담고 싶었다. 공원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공공장소이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공원을 향유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그들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실제로 연인과 산책하고, 친구와 공놀이를 하고, 가족과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인물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움직여 달라고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전문 모델이 아니기에 큰 촬영 장비 앞에서 긴장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사람들을 웃기거나 용기를 북돋아주는 데 에너지를 많이 썼다. 책에 실을 사진을 여러 차례 선별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기획보다 결과물의 볼륨이 많이 커진 것을 보면, 공원에 있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그래도 잘 이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재영: 『서울의 목욕탕』을 작업할 때에는 명함을 건네면서 정말 힘들게 촬영 동의를 구했는데, 공원에서 기록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그런 상황이 적어서 마음이 참 홀가분했다. 예상보다 촬영에 호의적인 사람이 많았다. 어쩌면 공원이라는 장소가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김예람: 공원의 계절을 촬영한 사진을 순차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겨울과 여름, 봄과 가을로 파트를 나누어 보여줬다. 이런 구성을 적용한 까닭이 궁금하다.

이재영: 봄부터 겨울까지 늘어놓는 방식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극명하게 다른 풍경을 지닌 계절과 비슷한 듯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계절을 따로 묶었다. 머릿속으로 책의 순서를 이렇게 정리해두었다가 김목인이 보내온 산문을 한 곳에 모아 배치하지 않고 겨울과 여름, 봄과 가을 사이에 두어 책의 흐름을 만들고 싶었다.

 

김예람: 원고의 방향은 어떻게 결정됐는가?

김목인: 처음 글을 의뢰받았을 때는 무크지 정도의 작업으로 생각했는데, 사진 파일을 받고 나서 내가 과연 이 정도 퀄리티에 맞는 글을 쓸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사실 정확히 어떤 글을 써달라는 디렉팅도 없었다. (웃음) 처음에는 공원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한 회의를 글로 써야 하나 싶었는데, 그것보다는 공원에 관한 사람들의 막연한 이미지를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향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김예람: 공원에서 포착한 풍경 가운데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김목인: 첫 번째 글 ‘초여름, 녹야원’에서는 공원에서 발견하고 체험한 장면을 많이 활용했고, 두 번째 글 ‘늦가을, 숲 속 작사 모임’은 이재영, 박현성과 함께 답사하면서 본 풍경에 상상을 덧붙여 재구성했다. 책에 실릴 산문을 작성하기 위해 공원을 방문했을 때, 힘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짧은 충전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처럼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익숙하면서도 기이한 풍경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다. 그런 장면을 보고 있으니 마치 현실로부터 멀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산문에 등장하는 문화센터 수강생과의 에피소드가 그런 장면에서 착안됐다.

이재영: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목인이 쓴 노랫말의 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앨범 ‘콜라보 씨의 일일’(2017)에 수록된 ‘SNS’라는 트랙인데, 편집자이자 팬의 마음으로 어떻게 해서든 이 곡의 가사를 책에 넣고 싶었다. 그래서 노래가 끝날 즈음에 나오는 ‘오후의 한적한 공원과 영원할 것 같은 시간들’을 산문 속 화자가 발견한 노트 제목으로 몰래 숨겨두었다. 책이 발간된 지금까지도 그 가사를 살렸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웃음)

 

 


 


 

 

김예람: 평소에 쓰던 노랫말과 달리, 산문에는 음악이 붙지 않는다. 이러한 형식의 차이가 글을 쓰는 사람에게 어떠한 자유·제약으로 다가왔는가? 

김목인: 가사에는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배경으로 깔리는데 이것이 마치 상상의 대전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단어나 문장만 말해도 듣는 사람이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 대신 노랫말에서는 구구절절하게 내용을 써 내려갈 수 없다. 정말 그렇게 쓰고 싶다면 물론 쓸 수야 있지만, 노래는 3~4분 동안 들어야 하는 장르다. 한 시간 있다가 또 들을 수도 있는데 장황한 말을 늘어놓으면 사람들이 다시 듣고 싶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가사는 1절을 다 쓰고 나면 2절을 마저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데, 『서울의 공원』을 작업할 때는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글을 가볍게 시작하여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김예람: 글을 영어로도 번역하여 책에 실었다. 최근 서울, 베이징, 도쿄, 타이베이 간에 형성되고 있는 아트북 씬을 고려한 결정인가?

이재영: 이전에 『서울의 목욕탕』을 출간했을 때 이렇게 많은 해외 독자가 좋아해줄지 몰랐다. 지극히 한국적인 장소를 다뤘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이 책의 의미에 공감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혹시 서울의 공원을 다룬 이번 책도 해외 독자가 반가워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문 원고를 같이 실었다. 이 책이 지금 같은 팬데믹 상황 때문에 서울에 오고 싶어도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주었으면 한다.

 

김예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발병으로 인해 북페어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독자에게 가닿을 예정인가?

이재영: 이전처럼 북마켓이나 오프라인 토크 이벤트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모객하지 않아도 되는 전시의 형태나 예약제 이벤트 등을 고려하고 있다. 정말 좋은 기회로 사진 전문서점 이라선과 독립서점 땡스북스에서 전시를 열게 됐다. 이라선에서는 책에 실린 일부 사진과 글을 전시했고, 땡스북스에서는 엽서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좋은 마음을 가진 독자들이 책을 다각도로 접하고, 그 감상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를 바란다. 

 

김예람: 서울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재영: 아직 그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주변에서 시리즈는 적어도 삼부작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더라. (웃음) 언젠가 기록하고 싶은 무언가가 떠오르면 그때 시리즈가 완성되지 않을까? 서두르고 싶진 않다.

 

 

 

​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목인
김목인은 밴드 캐비넷 싱얼롱즈의 멤버로 음악을 시작해, 지금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악극 ‘집시의 테이블’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 잭 케루악의 『다르마 행려』(2015)를 옮긴 뒤로 글쓰기와 번역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발매한 음반으로는 ‘음악가 자신의 노래’(2011), ‘한 다발의 시선’(2013), ‘콜라보 씨의 일일’(2017), 쓴 책으로는 『직업으로서의 음악가』(2018), 『음악가 김목인의 걸어다니는 수첩』(2019)이 있다.
박현성
박현성은 누군가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잊히는 것들,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또 과거가 되어버리기 전에 온전히 발하는 그 형상들을 담아오고 있다. 사진집 『글로리어스』(2017)를 출간했으며 최근 『서울의 목욕탕』(2018),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2018)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재영
이재영은 6699프레스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출판을 지속해오고 있다. 2012년부터 긴 호흡으로 우리 사회 변방의 대상화된 소수자에 대한 취재가 아닌, 그들의 진실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다. 『뉴 노멀』(2020)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되었으며 『너의 뒤에서』(2019), 『서울의 목욕탕』(2018)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