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패션쇼 공간의 새로운 문법] 루이 비통: 이방인과 소유자, 그 간극

글
유인영
자료제공
루이 비통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루이 비통 2021 F/W 남성 패션쇼

- 날짜 2021. 1. 21.

- 장소 프랑스, 스위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

- 패션쇼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조쉬 존슨

- 세트 디자인 플레이랩

- 그래픽 디자인 마르코 파솔리니

- 아트 디렉션 및 리서치 리드 마푸즈 술탄, 클로이 술탄

 

 

 





 

 

이방인과 소유자, 그 간극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공간으로 표현한다면, 그곳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루이 비통의 2021 F/W 남성 패션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에세이 『마을의 이방인』(1953)을 차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스위스의 어느 마을에서 유일한 흑인으로 살아가며 겪은 좌절과 소외감을 담아낸 볼드윈의 글처럼, 패션쇼가 벌어지는 공간은 차갑고 분산되어 있다. 그 안에서 모델들은 마치 서로가 보이지 않는 듯 무관심한 표정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다가, 이내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는다. 스코틀랜드풍 체크무늬의 켄테 로브를 두른 아프리카인, 킬트를 입은 아시아인, 아프리카 전통 문양이 수놓인 슈트를 입은 유럽인. 이들은 자유로운 동선으로 3차원의 공간을 배회하며 끊임없이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비주얼을 선사한다.

이 모든 행위는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릴리 라이히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1929)을 오마주한 공간에서 일어난다. 오리지널의 천장은 바리솔 조명으로 치환됐고, 대리석 패널은 레고 블록처럼 해체됐으며, 공간은 가벽으로 둘러싸여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됐다. 흡사 건축 렌더링 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이 패션쇼의 무대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역사적 의미를 단번에 뒤엎었다. 그 명칭이 무색하게 사실상 백인 유럽 남성 건축가의 상징이었던 ‘국제양식’의 공간을 문화 간의 흡수와 교류가 일어나고, 다양성에 기반한 미스매치가 형성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파빌리온을 새로운 정의가 창조되는 무대로 차용함으로써 그것이 지녀온 의미를 변주한 것이다.

루이 비통 패션쇼의 공간은 이렇게 질문하는 듯하다. 문화에 대한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의복을 소유하는 사람이 바뀌면 그 옷의 물성과 역사, 그리고 문화의 소유권 또한 변하는가? 끊임없는 교류와 차용의 시대에 과연 이방인은 존재하는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공간은 결국 이방인들로 채워진다. 예술 아래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소유자’가 모호해진 대신, 그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2020년을 겪은 우리에게 더 이상 ‘노멀’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하다.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는 무엇을 입느냐에 따라 생기는 직업, 문화적 배경, 인종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선언한다. 바로 지금이 예술을 동경하는 아웃사이더와 지식의 영역을 점령한 인사이더가 융합할 수 있는 생태계, ‘뉴노멀’을 탐구할 기회라고 말이다.​ (글 유인영 / 진행 김예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인영
유인영은 시카고 예술대학교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과 사진을 중점으로 공부했다. 시카고 미술관 그래픽 디자인 부서 인턴을 거쳐 글로벌 B2B 에이전시 자이로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했다. 현재 출판 스튜디오 ‘에로시스’의 공동대표로 디자인·시각예술 지식 큐레이션 서비스 ‘제너럴리스트’를 운영하며 예술가들의 미출간 원고집 『매뉴스크립트』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