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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에서 과거와 미래의 일상을 떠올리다

글
이화연(SPACE 16기 학생기자)
자료제공
서울공예박물관
진행
최은화 기자

서울공예박물관 전경ⓒ이화연

 

 

왕실 공간에서 학교를 거쳐 박물관으로

2021년 7월,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에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인 서울공예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공예품과 공예 자료를 수집,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한국의 역사, 문화, 예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이에 걸맞게 서울공예박물관이 위치한 부지 또한 깊은 역사를 지녔다. 

그 시작은 1449년(세종 31)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8번째 아들 영응대군의 집이 이곳에 건립됐다.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컸던 걸까, 세종이 승하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이후 성종은 경사를 이어가길 바란다 하여 연경궁(延慶宮)으로 이곳을 명명하고 형인 월산대군에게 하사했다. 조선 시대 후기에는 고종이 순종의 혼례 절차를 위해 건립한 안동 별궁(안국동 별궁)의 터였다. 이처럼 조선 왕실의 일상이 담긴 장소였기에 서울공예박물관 건립을 위해 두 차례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당시의 배수로, 도자 편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1910년 이후로는 궁 환관들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1937년 친일파 민영휘의 아들 민대식이 불하받아 경성휘문소학교를 설립했다. 그것이 1944년 풍문여자고등학교로 개교했고 약 70년간 학교로 이용됐다. 2014년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하고, 2017년 학교를 자곡동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서울공예박물관이 조성됐다.

 

 

서울공예박물관 전경ⓒ이화연

 

 

새로운 기억을 담는 장소

현재 서울공예박물관이 들어선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은 조선 시대부터 왕실과 양반가에 고급 공예품을 제공하는 경공장들이 모여 있던 지역이었다. 이러한 장소성을 고려하여 서울시는 2014년 서울공예박물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6년 설계공모를 열었다. 서울시는 크게 세 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첫 번째는 주변 길과의 연결성, 두 번째는 기존 건축물의 적절한 유지와 개조, 세 번째는 박물관으로의 접근과 기능이다. 

이에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이용호), 송하엽(중앙대학교 교수), 천장환(경희대학교 교수)이 제출한 ‘크래프트 그라운드(Craft Ground)’가 당선됐다. 기존 학교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여 과거의 기억을 남기고, 마당과 빈 공간을 두어 새로운 시간이 덧대어지도록 한 이 설계안에 대해 당시 심사위원회는 “건축적 과시를 절제하고 근대의 흔적을 담아내려 노력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곳에 방문하면, 전면의 마당과 낮은 담으로 인해 율곡로와 윤보선로에서 박물관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또한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볼륨이 아닌, 여러 동의 건물(전시 1동, 전시 2동, 전시 3동, 교육동, 안내동, 관리동, 공예 별당)로 구성되어 마치 골목길을 따라가듯이 건물 사이 사이를 산책할 수 있다. 특히 교육동과 전시 1동 사잇길에 들어서면 작은 언덕과 400년 넘은 은행나무가 있는데 나무 아래에는 돌로 빚어진 의자와 이재순 작가의 작품 ‘화합’이 어우러져 오래된 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룬다. 박물관 자체가 공예가 되길 바라는 그 기획 의도에 맞아떨어진다. 그곳에 나무에 앉아 음악을 듣는 사람, 담소를 나누는 사람, 곧 우리의 일상이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아카이브실ⓒ이화연

 

 

전시와 아카이빙으로 경험하는 공예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크게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로 구분된다. 상설전시는 다시 ‘역사’와 ‘직물’이라는 키워드로 나뉘는데 그 중 직물 공예 전시 중 하나인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는 보자기를 통해 옛 선조들의 일상과 당시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자투리 직물들을 버리지 않고 이어 붙인 조각보에 모란, 불로초, 봉황 등 길상을 의미하는 문양들을 수 놓은 공예품들이 눈길을 끈다. 다만 공예품이 오래된 탓에 문양들이 닳기도 했고, 정교한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사용한 유리 덮개와 낮은 조도로 인해 도안의 형태를 명확히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공예박물관의 가치는 이를 보완하는 공예아카이브실에서 빛을 발한다. 아카이브실의 다목적 대형 서가 섹션에서는 장인들이 직접 그린 세밀하고 정교한 도안 스케치를 직접 볼 수 있다. 십장생, 모란 등의 자연물부터 도자기 도면과 도안까지 그 종류는 다채롭다. 

공예아카이브실 초입에는 책 『인간문화재』(1963)를 발간하여 ‘무형 문화재’ 개념을 정립한 언론인이자 민속 문화 연구자인 예용해(1929~1995)의 생애를 담은 기획 전시 <아임프롬코리아>가 진행 중이다. 유럽, 일본, 중국 등지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파악하고 사라져가는 무형문화재 연구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이다. 전시를 통해 공개된 그의 일기와 기록물을 살펴보면, 민속 문화를 향한 열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편, 당시 홀대를 당해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던 노고까지 생생하게 다가온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이러한 점이 “우리 공예에 관한 수많은 기억을 다루어야 할 아카이브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자 개관 첫 전시로 그의 기록을 선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 전시 외에도 다양한 개관전이 있다. 상설전시로는 <자연에서 공예로 – 장인, 공예의 전통을 만들다>,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공예, 근대의 문을 열다>, <공예, 시대를 비추다>, <자수, 꽃이 피다>가 있고 기획전시로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손끝으로 이어가는 서울의 공예>,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 <오브젝츠 9: 공예작품설치 프로젝트>, <크래프트 윈도우 #1. 공예오색>이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수집, 전시, 연구되고 있는 공예품들에는 오랜 시간을 거치며 쌓이고 변화해온 한국 미술사의 상징 체계들이 녹아있다. 앞으로의 우리 일상을 책임질 예술가와 디자이너 그리고 장인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가 되리라 기대한다. (글 이화연 월간 「SPACE(공간)」 16기 학생기자​)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전시 전경 / 자료제공_서울공예박물관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전시 전경 / 자료 제공_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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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
이화연은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국민대학교에서 회화과와 공간디자인학과를 복수 전공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문화디자인 랩에서 석사학위 재학 중이다. 문화예술교육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으며 한국 문화, 예술, 교육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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