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기후재난과 건축] 우리는 얼마나 깊고 넓게 땅을 파고 있을까?

사진
이병아(별도표기 외)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상단 이미지) ⓒ김경태

​

 

우리 모두는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부였고,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사이에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질문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환경을 위협하지는 않는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나아가 보다 풍요롭게 만든 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할까? 「SPACE(공간)」는 건축이 생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생애를 기후재난의 자리에서 질문해보고, 그에 따른 몇몇 시도들을 엿보고자 한다. 

 

 

STEP 1: 시공될 때

질문 1: 우리는 얼마나 깊고 넓게 땅을 파고 있을까?

질문 2: 지금 사용하는 건축재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질문 3: 도시 안에서 재료 생산부터 건설까지 가능한가? 

 

 

 

 

인터뷰 태성호 한양대학교 교수, 현윤정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 김예람 기자 ​

 

 

김예람(김): 안정적인 건물 구조와 지하 공간 확보를 위해 이뤄지는 굴착 행위는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그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굴착 시 발생하는 탄소량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태성호(태): 불도저, 굴삭기, 롤러 등 대부분의 굴착 공사용 건설장비는 경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굴착 행위에 의한 탄소배출량은 공사 현장에 투입된 건설장비의 에너지 소비량을 통해 계산할 수 있다. 땅파기 공사에 사용된 건설장비의 에너지원별 소비량에 탄소배출원 단위를 곱하면 굴착 단계에서의 탄소배출량 산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법으로 굴착 공사 기간 중의 탄소배출량을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있지만 이를 면밀히 분석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 시설마다 요구하는 지하 공간의 깊이가 다를 것 같다. 지하 공간은 굴착 깊이에 따라 어떻게 구분되고, 토공사 시 각 영역마다 어떠한 환경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현윤정(현): 우리나라에는 지하 공간의 깊이를 구분하는 법적 기준은 없으나, 통상적으로 서울특별시 지하 공간 종합기본계획(2006)에서 정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이 계획에서는 지하 공간을 천심도(지하 0~5m), 저심도(지하 0~20m), 중심도(지하 20~40m), 대심도(지하 40m 이상 깊이)로 구분하고 있다. 천심도에는 주로 상하수도, 가스, 전선로 등의 생활 공급시설이 설치되고 저심도에는 지상과 연결되는 시설인 지하 주차장, 지하상가 및 지하보도 등이 지어진다. 중심도는 지하철, 지하도로 등의 도시교통망으로 이용되며, 대심도는 발전·송전 시설이나 정보 네트워크 시설 및 상업 저장소 같은 지원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얕은 단계에 해당하는 천심도와 저심도의 굴착은 토양의 생물다양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탄소저장량도 감소시킨다. 지하수위보다 깊은 심도에서 행해지는 지반 굴착은 지하수 유출과 그로 인한 지하수위 강하를 유발하는데, 그 결과 인접한 하천의 건천화나 도심 열섬현상이 악화될 수 있다. 대심도의 굴착은 취수 장애와 가뭄을 야기시켜 재난 대비 비상수원 확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김: 우리나라의 전과정평가는 건축물의 생애주기를 생산, 시공, 운영, 폐기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환경 위해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건물의 기초를 마련하는 굴착 행위는 어느 단계에 포함되며, 그에 따른 환경 영향은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태: 기초공사를 위한 굴착 행위는 건축물의 생애주기 중 시공 단계에 해당된다. 현재 건축물의 전 생애 주기 관점의 환경영향평가는 주로 준공 이후 건물 사용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사용량을 중심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공 과정과 그 안에 포함된 굴착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의 평가 수준은 매우 낮다. 이렇게 건물 사용 중심의 탄소배출량 평가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건물의 전 생애주기 동안 배출되는 탄소량의 상당 부분이 이 단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공을 비롯한 다른 단계에 대한 세심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Raimond Spekking

 

​ 

 

 

김: 중국은 ASGB(Assessment Standard for Green Building)라는 건축물 환경 평가표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체계 안에는 공사 과정에서의 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수자원 사용 및 굴토량 축소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과정평가 기준인 G-SEED(Green Standard for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보다 토공사 단계에서의 자원 절약과 유해물질 발생 축소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듯하다.​

태: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G-SEED는 토지 이용과 교통, 에너지와 환경오염, 재료와 자원, 물순환 관리, 건물 유지・관리, 생태환경, 실내환경, 설계 혁신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다. 건축물의 전과정평가는 그중 설계 혁신성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건축물 전과정평가 수행’이라는 세부 항목으로 존재하고, 여기에는 토공사를 포함한 건축 시공에 따른 환경영향도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세부 평가 항목에서는 필수 환경영향평가 요소인 탄소배출량 말고도 두 개의 환경영향 요소를 체크해야 하는데, 수자원이나 천연자원 사용 절감 같은 토양환경 요소를 특정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세먼지, 천연자원 절감, 생태독성 등에 대한 다양한 환경영향평가가 G-SEED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근지표환경 임계영역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토양환경을 보전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다양하고, 세심하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현: 2010년 초반부터 많은 전문가가 미국과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크리티컬 존 관측소(CZO)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근지표환경 임계영역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덕분에 토양의 기능이 토양 생성 과정, 식생과 대기, 지표수와 지하수의 상호작용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유럽에서는 토양 기능 보호를 위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할 때 지중·지반 환경뿐만 아니라 수자원,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에너지 자원 등도 검토한다. 작년에 수립된 우리나라의 제2차 토양보전기본계획(2020~2029)에도 토양 기능을 보전하는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오염 관리 위주의 1차 계획에서 더 나아가 토양의 수분 저장, 탄소 순환, 대기 및 수질 조절 같은 토양환경의 건강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기후재난이라는 상황 속에서 굴착 단계 중 발생하는 지반·대기 환경의 부하량을 낮추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제반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태: 굴착 공사에서의 에너지 소비량과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친환경 건설 장비의 도입이 필요하다. 연비가 낮으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굴착기, 휠로더가 상용화 단계에 있고, 기존 디젤 엔진 기반의 건설 중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소 엔진 지게차와 굴착기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탄소배출량뿐만 아니라 굴착 공사 중 발생하는 미세먼지, 생태환경 파괴 같은 문제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친환경 건설장비 개발과 도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연구기관에서는 친환경 건설장비를 공사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얼마나 유의미한 환경영향 저감 효과가 나타나는지 평가하고 분석해야 할 것이다. 

현: 우리는 기후위기와 함께 도심 내 대규모 지하 개발을 피하기 어려운 시대적 흐름 속에 놓여 있다. 때문에 입체적인 도시계획을 뒷받침하는 지하 공간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 지금의 환경영향평가는 지상을 위주로 검토하고 있어 토지환경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을 보완하려면 미국의 사례처럼 ‘토양(Earth)’이라는 별도 평가 항목을 만들어 지질구조 파악, 지반 안정성, 지하수 이용량 및 유출 등에 관한 요소를 평가에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지하 개발에 관한 사후 관리제도인 사후환경영향조사와 사후지하안전영향조사에 사용되는 지하수위 및 지반침하 데이터를 정확하게 계측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성호
태성호는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건축학부 교수다. 그는 건축재료 및 건축물의 전과정 평가 프로그램, BIM 기반의 친환경 건축물 최적설계 시스템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친환경건축기술연구소 소장, 지속가능 스마트시티 융합인재 양성 교육연구단 단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윤정
현윤정은 한국환경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과 서울특별시 물순환시민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서울특별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도심지역 대심도 지하 공간 개발의 지반환경영향 및 정책 제언』(2013), 『환경영향평가와 지하안전영향평가 연계방안 연구』(2016), 『근지표환경 임계영역의 환경적 중요성과 환경관리의 미래이슈』(2016), 『지중환경영향평가제도 도입 및 운영방안연구』(2016) 등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