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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건축] 지금 사용하는 건축재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

글
김예람 기자
사진
스티븐 키팅(별도표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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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이미지) ©Gramzio Kohler Research​

 

 

우리 모두는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부였고,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사이에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질문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환경을 위협하지는 않는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나아가 보다 풍요롭게 만든 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할까? 「SPACE(공간)」는 건축이 생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생애를 기후재난의 자리에서 질문해보고, 그에 따른 몇몇 시도들을 엿보고자 한다. 

 

 

STEP 1: 시공될 때

질문 1: 우리는 얼마나 깊고 넓게 땅을 파고 있을까?

질문 2: 지금 사용하는 건축재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질문 3: 도시 안에서 재료 생산부터 건설까지 가능한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몇몇 재료는 건축 공정에서 마치 대체불가능한 부분처럼 여겨지고 있다. 생산과 시공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콘크리트, 철, 알루미늄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 재료를 얻기 위해 원료를 채굴・가공하고 그것을 공사 현장으로 운반하는 데 상당한 탄소가 배출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건축단체인 아키텍처 2030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콘크리트와 철, 그리고 알루미늄이 내뿜는 탄소량이 지구의 연간 탄소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최근 기성 재료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지니면서 탄소 저감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재료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혼합 목구조 건물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접착성 적층목(GLT)과 집성 교차목(CLT)이 대표적인 사례다. 접착성 적층목은 여러 개의 나무판을 섬유 방향으로 접착하여 응력을 높인 합성목재이고, 집성 교차목은 나무판을 직각으로 교차하며 집성한 합성목재다. 집성 교차목은 다른 방향으로 포개며 만들어졌기 때문에 목재의 단점으로 꼽히는 뒤틀림과 균열이 적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습도 조절 능력이 뛰어나고 조립식 공법을 적용할 수 있어 철근콘크리트의 대체재로 이야기되고 있다.▼1 우수한 성능 때문에 여러 건축가가 집성 교차목을 건물에 사용하면서, 최근 「SPACE(공간)」에도 집성 교차목이 적용된 건축물이 몇 차례 게재됐다. 집성 교차목을 구축 재료 겸 콘크리트 거푸집으로 사용한 시게루 반 건축사사무소+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의 해슬리 햄릿(「SPACE」 646호 참고), 집성 교차목으로 한옥의 목구조를 보강하며 신축공사의 비중을 줄인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의 이천 만화재(「SPACE」 644호 참고), 격자 모양의 천장 구조를 일체형 부재가 아닌 집성 교차목으로 만든 소수건축사사무소의 N주택(「SPACE」 640호 참고)이 있었다.​

 

 

ⓒCorvin Oelschlaeger 

 

ⓒDavid Grandorge

 

 

집성 교차목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기성 건축재료를 대신할 만한 것들이 현재 연구 개발되거나 건설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매년 15억 톤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콘크리트는 산업·농업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공산품과 소비되지 않는 식품의 부산물(플라이 애쉬, 실리카 흄, 왕겨, 팜유, 사탕수수 등)을 소각하고 나면 미세한 가루가 만들어지는데, 이 분말이 물과 만나면 경화되어 콘크리트 정도의 강성을 지닌 재료가 된다.▼2 석유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원자재인 철광석은 평균적으로 1톤의 철로 제련될 때 탄소 1.83톤을 내뿜는다. 철보다 탄소를 더 많이 생산하는 셈이다. 이렇게 탄소 효율성이 낮은 철은 한 세기 이전부터 대나무로 교체될 뻔한 순간을 맞닥뜨렸다. 1914년, H. K. 초우(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교수)가 작은 지름의 대나무를 빔으로 사용해 콘크리트 구조를 보강하는 실험을 했고 1944년, H. E. 글렌(클렘슨대학교 교수)은 대나무 강화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기도 했다. 이후 몇 번의 시도가 더 있었으나, 대나무가 콘크리트의 수축과 팽창을 견디지 못해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수가 없었다.▼3 하지만 최근 더크 헤벨(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교수)의 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더크 헤벨은 대나무에서 추출한 섬유 가닥과 수성 수지를 8:2 비율로 섞은 다음, 혼합물을 원하는 모양과 두께의 틀에 눌러 구조 보강재를 만들어냈다. 당장 상용화하기에는 이르지만, 이 구조 보강재는 살아 있는 대나무보다 약 3배 높은 내구성과 습기·열팽창에 대한 응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4 조적재료를 전환하려는 시도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흙을 원료로 하는 점토벽돌은 환경에 큰 해를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료를 경화하기 위한 단계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재료 품질을 높이기 위해 햇빛건조보다는 불가마에 굽는 방식을 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점토벽돌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코르크 블록은 고온의 열 대신 압축과 화학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조적재료는 코르크 나무의 껍질을 응결시켜서 만들어지는데, 껍질을 계속 벗겨도 나무의 생존력에는 지장이 없어서 ‘무탄소 발생 재료’라고도 불린다. 2019년,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버크셔 건축 스튜디오가 코르크 블록으로 단층주택 ‘더 코르크 하우스’를 지은 이후, 이 재료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더 코르크 하우스의 건축가는 모르타르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블록이 서로 맞물리는 구조를 설계했는데, 덕분에 건물을 해체하여 재료를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얻었다.▼5 (글 김예람 기자)​

 

 

©Sustainable Construction, 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Carlina Tete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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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ina Tete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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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대체벽돌인 바이오 브릭은 유기 영양 생물의 화학반응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벽돌을 의미하는데, 그중 눈여겨볼 만한 사례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다. 딜론 랜달(케이프타운 대학교 교수)은 모래, 소변, 박테리아 그리고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를 분해하는 효소인 유레이스를 배합하여 벽돌을 만들었다. 각 요소가 섞이면 탄산칼슘 결정체가 만들어지는데 더 단단한 벽돌을 원한다면 박테리아가 주형에서 활동하는 시간을 늘리면 된다고 한다.▼6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교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연구진이 선보인 마이코트리(MycoTree)는 버섯 포자로 만든 파빌리온이다. 연구진은 포자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거푸집 안에 톱밥과 사탕수수를 넣은 후, 2주 동안 기다려 해면질 블록을 얻는 방식으로 구조체를 완성했다. 거푸집 모양만 달리하면 어떠한 형태의 블록이라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플라스틱의 특성과 유사해 보인다. 수십 개의 균사체 블록을 가지고 최대 2층 규모의 기하구조물을 지을 수 있는데, 현재 기술로 제작한 균사체 구조는 스펀지 같은 촉감의 단백질로 만들어져서 대기 변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야외에는 설치하기 어렵다고 한다.▼7

사실 기성 건축재료를 대체하려는 대안의 상당수가 즉시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후위기 속에서 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재료를 지금처럼 계속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할 일은 바로 물음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관성적으로 사용해온 재료와 기술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지 의심하면서 말이다. (글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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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태준, 보고서 ‘주요국 목재시장 동향 - 구조용 집성판(CLT)’, 대한건설정책연구원, 2021. 

2 우바니 오비나, ‘콘크리트를 대체할 재료’, 「스트럭트빌」, 2021. 

3 더크 헤벨, 펠릭스 하이젤, 알리레자 자바디안, ‘콘크리트 구조 적용을 위한 대나무 복합보강재’, 『아프리카 내 시멘트 및 콘크리트 기술 발전에 관한 국제 회의록』, 2013.

4 마커스 포어, ‘대나무 섬유는 철보다 강하고 저렴하다고, 더크 헤벨은 말한다’, 「디진」, 2015. 

5 리지 크룩, ‘재활용 가능한 집은 코르크 블록으로 지어졌다’, 「디진」, 2019. 

6 헬렌 스윙글러, ‘소변으로 배양한 바이오 브릭에 대한 질문들’, 「케이프타운 대학교 뉴스」, 2019. 

7 편집부, ‘균사체로 제작된 나뭇가지 모양의 구조’, 「체인지 랩」,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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