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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다음 질문들: <새로운 지구행성으로의 이주>

자료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진행
최은화 기자

©Jeong Hyoseop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전시 <새로운 지구행성으로의 이주>가 2021년 11월 24일부터 12월 5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기후변화, 환경파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 지구에서 더 이상 거주할 수 없게 된 인류가 다종다양한 존재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전시에 참여한 신재은, 박지수, 장은하, 나혜수, 임의그룹(정찬일·김승현), 강민희, 이윤재, 황선정 총 여덟 팀의 작가들은 새로운 영토에 도달하기 위한 여덟 가지 전술(Re/view, Re/form, Re/search, Re/create, Re/act, Re/animate, Re/discover, Re/wilding)을 각자의 작품을 통해 탐구하고 실천했다. 이들이 그리는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전시의 총괄기획자 조주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조주현 총괄기획자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포스트휴머니즘, 인류세, 환경 등의 문제를 관통하는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어떤 의도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는가?

조주현(조): 몇 년 전, 한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이며 환경문제가 대두됐을 때 한국 사회의 이른바 상류층들의 반응을 보며 전시 주제와 제목을 떠올리게 됐다. 유학파에, 고소득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자녀 세대가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끔찍해 유럽이나 미국 등 안전한 환경으로 이민을 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걸 보고 ‘그럼 능력과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만 이곳에 남아 나쁜 공기를 마시게 되는 건가?’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곧이어 터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에 따른 국가 간 봉쇄는 부유한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한국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우리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던 서구 선진국들의 시스템, 자본주의, 세계화가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음에 다들 큰 충격에 빠졌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하고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최: ‘새로운 지구행성으로의 이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영토를 발견하고자 한다. 이 영토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가?

조: 전시 제목은 다종다양한 종들(인간과 비인간 개체들)이 함께 거주하는 지구에 대한 은유다. 다른 종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선언이다. 즉 인간이 생태계의 주인으로 거주했던 행성이 아닌 모든 인종, 유기체와 기계, 사물 전부가 각각의 완전한 세계를 가지고 있고, 그 세계들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지구로서 새로운 정치와 가치관, 법, 윤리 등이 필요한 곳을 상상해보고자 했다.

 

 

신재은, ‘트윈즈’, 2021

 

 

최: 이번 전시에 앞서서 비슷한 주제의 전시를 몇 차례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일민미술관에서 진행된 <인류세 한국 × 브라질 2019~2021>(2021)에서도 큐레이터를 맡았었는데, 이번 전시와 연결고리가 있는가?

조: 인류세를 주제로 몇 번의 전시를 기획했었다. 2019년 브라질 작가들의 작업을 중심으로 선보였던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의 연장선상에서 <인류세 한국 × 브라질 2019~2021>을 진행했고, 이 전시들은 서구 중심 담론으로 발전되고 있는 ‘인류세’를 남아메리카 또는 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들의 역사나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해 대안적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시도였다.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 환경위기에 집중해 서구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인류세 담론은 모든 인류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실상 제국주의적 약탈로부터 이어진 자본주의의 주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따라서 인류세를 지역화, 토착화하고자 했던 이전 전시들은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한국이나 브라질의 드러나지 않던 인류세 현장을 시각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번 전시 <새로운 지구행성으로의 이주>는 다종적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작가와 연구자의 협업하에 구체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인류세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구체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최: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총 여덟 팀의 작가는 인류세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조: 참여작가 대부분이 1980~1990년대생이다. 이 청년세대 예술가들의 다종적 감각은 이전 세대와는 상당히 달랐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인간 대 자연’, ‘인간 대 동물’과 같은 대서사(grand narrative)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구체성에 주목했다. 특정 사태에 어떤 관계가 구축되고 있는지를 충실하게 조사하고, 이를 통해 사변적인 세계를 그리는 데에 관심을 기울였다. 동물, 식물, 유기체 등 비인간이 주체가 될 때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거나, 두 개념을 대립구도로 만들지 않고 관계에 있어서 어떤 대안적 이해와 서술이 가능한지를 모색하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최: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신재은의 ‘트윈즈(Twins)’를 볼 수 있었다. 인간과 돼지가 쌍둥이로 등장하는 이 영상 작업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유머러스하게, 하지만 묵직하게 뒤튼다.

조: 신재은은 먼저 사변적 성격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영상 작업을 진행했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비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블랙코미디처럼 연출했다. 대자연에 대한 은유인 ‘가이아’에 의해 돼지와 인간이 이란성 쌍둥이 형제로 태어났는데, 가이아의 편애를 받은 인간과 소외된 돼지가 서로 다른 성격으로 성장하면서 일방적으로 인간이 돼지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양상을 갖는 스토리다. 그러던 중 돼지에게 안구건조증이 악화되어 눈을 이식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데, 쌍둥이 형제인 인간의 눈만이 이식 가능하여 인간의 눈을 이식받기​ 위한 돼지의 작전이 서술되면서 시나리오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형제의 난’ 스토리인 것이다. 신화적 내러티브를 통해 인간이 사물처럼 여겼던 생명체에 대해 인간과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박지수, ‘헤르츠 스트래그마이트’, 2021

 

 

최: 황선정은 버섯과 균류에 주목한 ‘탄하무 프로젝트(Tanhamu Project)’를 선보였다. 버섯이라는 작은 스케일의 대상이 지구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조: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식물의 관점과 식물의 소통 체계를 예술과 기술의 영역으로 가져와 동시대 식물 읽기를 제안한 프로젝트다. 황선정은 미생물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식물들이 뿌리에 있는 곰팡이를 통해 서로 신호를 전달하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 시스템에 대해 리서치를 진행했다. 인공 ‘버섯’을 설치해 식물계의 소통에 개입했는데, 이 버섯 형태의 기계는 화분 안에서 벌어지는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압력 등의 변화를 데이터값으로 수집하고, 이 정보는 시각적·청각적 장치로 전환된다. 황선정은 인간이 지각하기 어려운 식물의 소통을 디지털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시청각화하면서 손쉽게 감각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최: 도시와 건축의 차원에서 인류세를 바라보는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박지수는 ‘헤르츠 스태래그마이트(Hz Stalagmite)’를 통해 소음 공해가 광주 땅에 서서히 각인되는 과정을 마치 동굴에서 자라는 석순처럼 표현했고, 나혜수는 ‘핀트먼트(Pintment)’에서 자유로운 호흡이 제한되는 극단적 상황에서의 건축을 상상했다.

조: 박지수는 “인간이 만든 문명이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는 느린 속도로 소음 공해로 전환되어 지구환경을 침해하고 있다”며 너무나도 미시적인 소음 주파수(헤르츠)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에 각인시켰다. 공항 군사 기지 안내음, 내방동 K 자동차 공장 기계음, 양동 재래시장 상인의 판촉음 등 광주 곳곳에서 장소 특정적 소음원을 수집하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입체 모델링을 했다. 나혜수는 공기의 질에 주목했다. 전치형(카이스트 교수)의 ‘호흡’과 조현정(카이스트 교수)의 ‘건축’ 강의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호흡이 중단된 경우 인간이 취할 행동과 건축을 상상했다. 비특정적 타인과 교류하는 위험성은 낮아지고, 비슷한 단위와 계급끼리 모여서 대형 공기 튜브 안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상황을 상상했다.

 

최: 작업들은 공통적으로, 저마다 특정한 상황을 가정하는 시나리오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부정적 상황을 더 극단으로 밀어붙이거나 혹은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며 나은 상황을 상상한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조: 이번 전시를 통해 결론적으로 제시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아티스트 듀오 ‘임의그룹’의 작업 ‘하트 오브 더 시티(Hearts of the City)’에서 잘 드러난다. ‘열쇠를 묻은 땅이 개발되어 길거리에 갇힌 사람’이라는 상황을 설정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가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생존과 생활, 진화와 도태의 문제에서 땅, 집, 주거, 환경으로의 연결점을 찾고자 했다. ‘남겨짐’은 진화 자체가 불가능한 도태된 상태라기보다는 진화를 원치 않아 자발적으로 도태했거나 진화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미래라는 네트워크와의 연결이 끊어져버린 고립된 상태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전시를 보면, 관객들은 그동안 인간이 정복했던 지구 행성에서 보이지도 드러나지도 않았던 존재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여기에 보이는 돼지의 눈동자이거나 땅속 뿌리곰팡이거나 인간 중에서도 집이 없는 노숙인이나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이다. 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새로운 지구 행성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임의그룹, ‘하트 오브 더 시티’,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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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조주현은 다학제적 인류세 커리큘럼과 탈식민주의 관점의 역사 되쓰기 작업에 관심을 두고 연극, 퍼포먼스, 포스트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관객 참여, 공동체, 아카이브 아트 분야에서 새로운 예술 형식을 모색한 전시기획을 해왔다. 일민미술관 학예실장,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MMCA 레지던시 프로그램 매니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참여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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