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는 남궁교와 오현진이 이끄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들은 단 하나의 가구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부터 건축물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까지 크고 작은 스케일을 오가며 공간을 다루어왔으며, 다양한 주체와의 협업을 통해 작업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아르의 손이 닿는 범위가 넓고 다양한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 이들이 추구하는 공간의 특질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식물관 ph
인터뷰 오현진, 남궁교 아르 공동대표 × 박세미 기자
오현진(오): 건축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이시가미 준야 건축사무소에서 처음 실무를 접했다. 공부를 할 때는 건축과 실내건축을 분리해 배웠는데, 그곳에서는 공간을 보다 통합적이고 섬세하게 다뤘다. 이를테면 도시경관과 카펫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셈이었다. 전체와 부분을 생각하고 부분의 부분까지 디자인하면서 공간을 다루는 데 경계가 없음을 배웠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 공간 디자인을 경험하고 싶어 플랏엠(「SPACE(공간)」 633호 참고)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건축에 대한 갈증이 생겨 네임리스 건축에 들어갔다. 공간을 주제로 경계없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남궁교(남궁): 공예와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산업디자인과이긴 했지만 건축가가 강의하는 수업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건축에 대한 막연한 로망은 그때부터 있었다. 졸업 후 친구들과 작업실을 차려 가구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가구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우연한 계기로 건축사사무소 SAAI의 오픈데스크(사무소 내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도, 외부 활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에 지원했고,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공간과 건축에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인테리어라고 인식되던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플랏엠에 들어가고 싶었다. 플랏엠은 장식적인 인테리어가 아니라 ‘공간’ 자체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경험을 했고 즐겁게 일했다. 그러나 동시에 얼른 독립해서 시험대 위에 서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웃음)
KL빌딩
KL빌딩

KL빌딩 내부
오: KL빌딩 같은 경우 대지는 12평 4층짜리 규모의 건물이었다. 작은 규모였지만, 온전히 우리 둘이 공간 내외부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한 첫 프로젝트다. 계단 핸드레일부터 가구, 조명, 파사드 창호까지 디자인했다.
남궁: 손을 안 댄 곳이 없었다. 기존에 주택이었던 건물이어서 방마다 창호가 있고, 계단실에도 세로로 길게 찢어진 창호가 있었다. 창호의 소재와 비율에 따라 파사드뿐 아니라 실내의 분위기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내에서 아연도금 철판을 주되게 사용했는데, 이 인상이 외부에서도 느껴지기를 바랐다. 아연도금 철판으로 창호의 면과 비율을 조정하면서 설계했다.
오: 앤트러사이트 연희 또한 리모델링 프로젝트였고, 역시 내외부를 다 설계했다. 외부에서 내부로의 진입,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동선, 내부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논의한 프로젝트다. 옆의 스타벅스처럼 풍경은 안 보이고 사람들만 보이는 공간, 빈 자리를 애써 찾아 앉는 공간이 아니었으면 했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바라보는 평상이 있으면 좋겠다, 평상은 크고 넓어서 여유 있게 앉았다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궁: 도로를 면하고 있는 큰 창 너머로 육교, 가로수, 초등학교가 겹쳐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사람들이 집 같은 편안함을 찾아 이 공간에 오는 것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비일상적인 공간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어둡고 좁은 동선을 지나 2층에 올랐을 때 개방감과 파노라마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게 했다.

무신사 본사
남궁: 무신사 본사는 원래 한 예술전문대학의 극장이었다. 그래서 층고가 5m 정도로 높았다. 클라이언트는 복층을 원했지만, 우리가 머릿속에 그려보았을 때 복잡한 공간이 될 것 같았다. 200명 가까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개방감 있는 층고의 사무실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간감, 쾌적함에 중점을 두고 동선을 짰다. 나머지 소규모 회의실이나 작은 규모로 쪼개지는 공간들은 오히려 층고를 낮춰서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극적으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다. 모든 실의 층고를 다르게 계획했다.
오: 층고의 높낮이와 같이 고민되었던 부분이 명암이다. 사무실이 지하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동선에 따라 마감재 색이나 조명을 밝거나 어둡게 함으로써 극적인 분위기와 개방감을 주려고 했다. 700평 규모의 공간이지만 소재도 단순하게 사용했다. 반투명한 유리는 어둡거나 밝고, 높거나 낮은 극적인 공간에서 빛을 투과하는 벽체 역할을 한다. 단순하지만 빛과 재료의 물성이 잘 표현되었다.

무신사 본사

무신사 테라스
오: <시팅플랜> 같은 경우는 주제와 목적에 맞게 의자를 디자인했다. 앉아 있는 방식을 떠올렸을 때, 기대어 앉기도 하고 비스듬히 앉거나 눕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하는 등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앉는 모습을 생각했다. 차갑고 딱딱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지만 부드럽고 부유하는 이미지의 가구가 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앉는 방식과 좋아하는 재료들로 만든 작업이었다. <마침>에서는 김뉘연 · 전용완 작가의 사물, 안무, 음악을 위한 세 지침 중 사물을 위한 지침을 읽고 오브제를 만들었다. 책상과 의자라는 큰 틀은 있었지만 우리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김뉘연 · 전용완 작가가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었다. 작년에 참여했던 김뉘연 · 전용완의 전시 <방>에서는 서예, 가구, 음악에 대한 지침을 기록한 글,「방」이 있었고, 세 편의 지침 중 우리는 가구 ‘벽’ 지침에 따라 작품을 만들었다. 보통 프로젝트에서 목적과 기능에 따라 가구를 다루었다면 <마침> 과 <방> 작업은 작가의 글을 읽고 사물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경험이었다.
남궁: 모든 디자이너들이 그렇겠지만, 클라이언트에 맞춰가게 되는 부분이 있다. 물론 클라이언트와 호흡이 잘 맞을 때 더 좋은 작업이 나오기도 하지만, 순수한 우리 색깔로만 작업할 수 없다. 그런데 <마침>과 <방> 처럼
작가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는 주어진 조건과 한계가 거의 없이 작업하는 느낌이다. 이런 경우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작지만 소중한 프로젝트다.
박: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오설록 1979(2017), 오설록 신용산점(2017), 앤트러사이트 연희, 무신사 테라스(2019) 등 NOL이라는 이름으로 작업한 프로젝트들이 있다.
남궁: NOL은 말 그대로 이광호 작가와 우리 둘의 이름을 딴 프로젝트 그룹이다. 협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팀이다. 그런 점에서 식물관 PH(「SPACE」 640호 참고)처럼 여러 주체가 참여했더라도, 내부 전체 공간 디자인 및 시공이라는 분명하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NOL로 작업한 앤트러사이트 연희의 경우 이광호 작가와 아르의 역할을 딱 나눌 수 없다. 물론 서로 집중하는 영역이 있긴 하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쌓아 함께 공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서로가 ‘공간에서의 포괄적 탐구’라는 목표에 의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인 만큼 실험적인 자세로 프로젝트에 임하려고 한다.
오: 아르와 NOL의 작업 방식이 크게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르 단독으로 작업할 때 경험하는 것과 NOL로서 경험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협업을 통해 서로의 공간적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것 같다.

파아프랩
오: 맞다. 다른 영역이지만 정말 긴밀하다. 어렵지만 현장 감각은 중요하다. 시공을 하면서 현장 상황에 따라 디자인이나 디테일이 바뀌기도 하는데, 그럴 때 현장에서 대처하는 것까지가 디자이너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느슨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컨트롤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가능한 한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하려고 한다.
남궁: 따로 시공팀을 두어 작업할 때는 시공을 멈출 수 없다는 게 제일 큰 어려움이다.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공사 기간에 끌려 다니느라 우리의 의도가 완전히 구현되지 못한다. 우리가 시공할 때는 클라이언트와 논의해서 시공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좀 더 깊게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시공팀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는 큰 틀의 시공은 맡기고, 가구와 조명 등 나머지 요소들은 우리가 다 맡아서 하려고 한다. 결국은 완성도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공장과 가구 제작자들이 소중하다.
박: 재료, 형태, 물성 등과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아르가 좋아하는 공간 언어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남궁: 그간의 프로젝트를 쭉 돌이켜보면 ‘빈 공간’, ‘여지의 공간’, ‘여유 공간’에 대해 공통적으로 고민해왔던 것 같다. 동선을 짜고 프로그램에 맞게 공간을 만들어나가면서, ‘어떻게 잘 비울까’에 대해 생각한다. 공간이 모두 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채워진 공간과 비워진 공간이 잘 어우러졌으면 한다.
오: 우리가 어떤 공간을 비워두면,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공간이 휑하니 식물이라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뚜렷한 기능이나 용도 없이 비워진 공간은 시각적으로도 여유를 만들고, 일시적인 프로그램과 활동을 수용할 수도 있다.
남궁: 반투명한 소재를 좋아하고 즐겨 쓰는데, 이는 빛과 재료, 풍경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그 맥락에서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테시마 아트 뮤지엄은 내게 원초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오: 나 역시 테시마 아트 뮤지엄에서 경험했던 감각이 생생하다. 고요함, 바람소리, 울림, 햇볕, 명암, 구름과 새, 흐릿한 벽체, 빛을 받으며 반짝거리는 소재들…. 온전히 공간과 자연을 그대로 느꼈다. 더불어 나오시마 섬에 위치한 지중 미술관 안에 클로드 모네의 ‘수련’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도 떠오른다.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르게 들어온 자연광이 몽글몽글한 대리석 바닥을 비춘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이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만나 발생시키는 오묘한 느낌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남궁교가 말했듯 빛과 재료의 물성, 풍경이 우리에겐 중요한 키워드다.

파아프랩
남궁: 아르는 현재 맹그로브 신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맹그로브 신설은 KLO, UOR, 아르, 이 세 팀이 KUA라는 이름으로 협업하는 프로젝트로, 기존 20층 규모의 비지니스 호텔을 3개 층의 공용 공간, 15개 층의 장기투숙, 2개 층의 단기 투숙 프로그램을 갖춘 공유 주거 공간으로 변경하는 프로젝트이다. 작년 9월부터 설계를 시작해 7월 초 오픈을 앞두고 있다. 전반적인 공간 시공은 전문 시공사에 맡기고 사입 가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를 직접 디자인 및 제작해서 납품을 진행할 예정이다. 빠듯한 예산 안에서 300개 이상의 룸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전체 공간을 비롯해 객실에 들어가는 가구 하나의 제작 비용까지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한 합리적인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공간 와디즈에서 여러 타입의 실 중 가장 기본이 되는 1인 컴포트룸을 팝업 전시 중이다. 또 NOL로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6월 12일부터 열릴 <놀이하는 사물: SWITCH THINGS UP>의 전시 공간 디자인을 작업 중이다. 외부 디자이너가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도 하고, 전시 공간 디자인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위상을 갖는 프로젝트라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
오: 좋은 기회들로 다양한 작업들을 해가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마다 자연 빛이든 인공 빛이든 빛을 잘 이용하고 싶다고 늘 고민하게 된다. 빛이 닿는 사물과 조명을 잘 다루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채워지고 비워지는 공간 사이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한남빌라

김뉘연·전용완, <마침>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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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진
오현진은 건축을 전공하고 2012년 플랏엠 디자인 사무실, 2014년 네임리스 건축사사무소를 거쳐 2016년부터 남궁교가 운영하던 그라브에 소속되었다. 2018년부터는 남궁교와 아르를 운영하고 있다.
남궁교
남궁교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2011년 플랏엠에 입사했다. 퇴사 후 2014년에 이병익과 그라브를 설립했다. 2018년부터는 오현진과 아르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