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다함께차차茶 2021 - 차의 풍경〉가 통의동 보안1942에서 10월 1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최성우(보안1942 대표)는 전시 기간 중 보안1942 신관 4층의 차실 ‘몽재(夢齋)’를 공개했다. ‘꿈꾸는 집’, ‘어지러운 마음을 정화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차실은 김우상, 이대규(카인드건축 공동대표)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졌다. 그들을 만나 차를 마시고 계절을 감각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눠보았다.

인터뷰 최성우 보안1942 대표, 김우상, 이대규 카인드건축 공동대표 × 김예람 기자
김예람: 보안1942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점, 카페, 전시장, 스테이 등으로 사용 중인 건물에 차실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최성우: 보안1942는 여러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이 오픈 플랫폼은 주말에만 1,500명의 관람객이 찾아올 정도로 붐비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더 밀도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조금은 폐쇄적인 형태의 예약제 차실을 계획했다. 물론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차 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고, 차를 단순한 기호 음료가 아닌 하나의 미디어로 바라보고 있었다. 차를 통해서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우상: 매년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주관의 공예주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최성우가 전시 〈다함께차차茶 2021 ‐ 차의 풍경〉을 준비하면서 우리를 참여작가로 초대했다. 당시 차에 대한 관심이 막 생기기 시작했던 터이기도 했고, 건축가인 우리가 여러 공예가 사이에서 무슨 작업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전시를 준비하던 최성우가 한국적 차실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
김예람: 새로운 차실을 짓기 위해 활발히 쓰이지 않던 신관 4층의 테라스를 개조했다. 기존 공간의 용도와 문제점은 무엇이었는가?
최성우: 보안1942의 스테이에 머무는 투숙객을 위한 공용부엌이 4층에 위치했고 그 옆에 작은 테라스가 있었다. 강한 햇빛과 바람 때문에 공간 활용이 어려워 테라스 자리에 지금의 차실을 마련하게 됐다. 일종의 그늘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공간을 계획했고, 건축가와 많은 협의 끝에 블랙박스(black box) 형태를 만들었다.
김우상: 몽재의 위치를 결정하기 전, 최성우가 구관의 뒷마당과 신관의 테라스 중 어느 장소가 차실을 만들기에 더 적합한지 물었다. 구관은 세월의 흔적이 많이 묻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손을 대도 근사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매력이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반면 신관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공간이 있어 우리의 디자인이 더해질 여지가 있어 보였다. 신관 4층은 전시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는 관점에서도 좋은 위치였다. 구관에서 공예작품을 감상하고 브리지를 건너면서 끝나는 전시 동선을 신관의 최상층까지 끌어올려 보안1942의 구석구석을 경험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김예람: 몽재는 네 평 남짓한 규모의 차실이다. 작은 평면 안에서 할 수 있는 시도가 제한적이었을 것 같은데,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최성우: 오랫동안 차 문화가 이어져 세세한 관련 기록이 남아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차 문화와 차실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적인 차실을 만들기 위해 고증을 하는 것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한 우리스러운 차실을 디자인하는 편이 적절해 보였다.
김우상: 문헌과 기록이 공간을 구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설계 기준을 만들 때 큰 도움이 된다. 몽재를 설계할 때는 그런 바탕이 없어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생각한 차실은 한자리에 앉아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맛과 향을 경험하는 장소다. 몽재에서는 주변 풍경을 더하려고 했기 때문에 테이블의 크기와 높이가 감상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세심한 디테일을 찾아내기 위해 최성우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공간 중앙에 놓여진 3m 길이의 탄화목 테이블의 물성도 그중 하나다.

보안1942의 신관(왼쪽)과 구관(오른쪽) / 사진 제공 보안1942

차실 ‘몽재’의 복도

차실 ‘몽재’의 전실
김예람: 차실뿐만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과정을 설계할 때도 섬세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몽재로 진입하는 동선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 달라.
김우상: 엘리베이터를 타고 몽재가 위치한 4층에 올라온 순간, 신관의 다른 층에서는 느끼지 못한 분위기가 풍기기를 바랐다. 우선, 진입 동선의 일부를 천으로 가려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고 주변의 풍경을 조율했다.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이동하면 서촌의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전실을 만나고, 차실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는 디딤판을 밟고 자세를 낮춰야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은 어두운 공간에서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마지막 차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펼쳐진 북악산과 주변 한옥의 모습에 더 집중하게 된다.
최성우: 4층의 또 다른 공간도 리모델링하려고 했는데 예산 문제로 인해 완성하지 못했다. 반대편에 계획한 차실 ‘청풍’을 구현할 수 있었다면 몽재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웃음)
김예람: 공간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두운데, 특별한 의도가 숨어 있는가?
김우상: 차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검은 톤의 레이어를 중첩했다. 먹으로 염색한 천, 탄화목, 오일 스테인으로 마감된 합판 등이 주재료다. 최성우는 어두운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강한 이미지로 공간이 소비될까봐 걱정했지만, 결국 차실에 어울리는 단정한 공간을 위해서는 어두움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처음에는 몽재의 벽면을 탄화목으로 마감하는 방안을 떠올렸지만, 내부 공간을 채울 공예가들의 작품과 주변 풍경을 드러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단정한 표면의 합판으로 시공했다. 최성우: 만약 탄화목을 공간 전체에 사용했다면 공간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너무 비장한 태도로 차실을 대하는데, 공간까지 그렇게 힘을 주고 있으면 차에 대한 감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웃음)
김예람: 몽재 안에서 보이는 경치가 무척 아름답다. 주변을 바라보고 계절을 감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차의 큰 매력인데 어떠한 모습을, 무슨 방식으로 몽재에 들이고 싶었는지 듣고 싶다.
이대규: 차와 공예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가능한 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서촌의 다양한 모습 중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 기와와 북악산이 보이는 장면만 드러나도록 창을 내었다.
김우상: 인왕산 풍경을 담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지, 최성우가 하늘을 볼 수 있는 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고민 끝에 사선 천장을 네 조각으로 나눠, 날씨가 좋을 때 원하는 만큼 공간을 개방할 수 있도록 들창을 만들었다. 들창을 고정하는 대나무의 길이를 다양하게 하니 하늘의 풍경도 제각각 드러나 아날로그 분위기가 난다. 아직 몽재 안에서 한 계절만 경험했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이 계절을 제일 기대했다. 기온이 낮아질수록 물을 데우는 화로 주변으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코끝은 시리지만 온돌 덕분에 몸의 온기가 유지되니 차의 향과 맛이 더 좋게 느껴진다.
최성우: 몽재에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마치 한옥에 와 있는 듯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수평 방향으로 긴 창을 내다보거나 창문을 들어올려 여는 모습 때문에 한옥 같다는 인상을 주는 듯싶다. 설계 초반에는 테이블 하부를 뚫어서 신발을 신은 채 차를 마실 수 있는 방식을 원했는데 두 건축가가 지금처럼 다리를 넣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고 했다. 듣고 보니 테이블 아래에 다리를 넣으면, 몽재가 일본 선술집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일반적으로 차회가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되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허리를 벽에 기대고 발을 쭉 뻗으면 나름의 편안함을 즐길 수 있다.
김예람: 공간의 일부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기존 공간에서 어떠한 요소가 더해질 예정인가?
김우상: 몽재는 처음부터 완전한 실내 공간으로 계획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기와 맞닿을 수밖에 없다. 내부이지만 외부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몽재의 특성이지만, 사계절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바깥과의 단절이 필요한 순간이 생겨 창문 설계를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숯 화로도 준비중이다. 차를 우리는 물이 맛을 크게 좌우한다고 한다. 보통 정제된 물을 전기 화로로 데워 사용하지만, 몽재에서는 직접 숯으로 물을 데워 차를 내리고자 한다.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하려는, 차를 달이는 팽주(烹主)의 섬세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차를 내리는 팽주

수평창과 들창

외기와 접하는 몽재 / ⓒ김우상

밤 시간대의 몽재 / ⓒ김우상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