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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 있는 도시를 향하여: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글
최은화 기자
자료제공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지난 10월 31일, 올해로 3회를 맞이한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46일의 대장정을 마쳤다. 2017년 ‘공유도시’와 2019년 ‘집합도시’에 이어 2021년의 주제는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였다. 지상과 지하, 유산과 현대, 공예와 디지털, 자연과 인공, 안전과 위험이라는 상반된 개념 다섯 쌍을 교차시키며 도시를 만드는 복잡한 관계와 인류가 직면한 시대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했다. 비엔날레 폐막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총감독 도미니크 페로를 만나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대해, 그리고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Kim Yeram 

 

 

인터뷰 도미니크 페로 도미니크 페로 아키텍처 대표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선정된 2019년에만 해도 팬데믹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는 현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주제를 선정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는 전 지구적인 상황을 어떻게 고려했나?

도미니크 페로(페로):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부터 주제는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2019년 말, 나는 이번 비엔날레 주제의 큰 방향을 ‘크로스로드’로 설정했다. 곧이어 시작된 팬데믹을 거치면서 ‘회복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라는 부제를 달게 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회복력’의 중요성, ‘회복력 있는 도시’의 필요성에 대해 강제적으로 배울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의 공통된 상황에 주목했다.

 

최: 이번 비엔날레에서 ‘회복력’이 거듭 강조됐다. 당신이 생각하는 회복력은 무엇인가? 회복력이 있는 도시란 무엇인가?

페로: 회복력이라는 단어의 고유한 뜻을 살펴보면 어떤 큰 충격이나 사고를 경험한 후에 다시 딛고 일어서는 힘과 능력이다. 도시의 회복력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지진, 화재, 홍수 등이 일어난 이후에 다시 도시가 일어서는 것, 다시 만들어지는 것을 회복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회복력 있는 도시를 말할 때, 불행이나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대처 능력뿐만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도시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총동원해서 도시 구조가 어떻게 진화해야 하고, 어떻게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이민, 이동성 등 많고 또 다양하다. 예를 들어 서울은 많은 사람들이 집과 일터를 오가는 데에 오랜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크고 작은 도시의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예측하는 것들이 ‘회복력 있는 도시’의 개념에 포함된다. ​ 

 

주제전 ⓒ516 Studio 

 

최: 프랑스 파리에서 서울의 비엔날레를 준비했다. 서울과 파리, 두 도시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페로: 글로벌 파트너와의 소통에 새로울 것은 없었다. 나는 20여 년 전부터 서울에서 작업을 해왔고, 어떻게 보면 원거리 소통에 대한 훈련이 이미 되어 있는 상태였다. 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화상회의를 참 많이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정말 매일같이 얼굴을 맞댔다. 서울시, 큐레이터들, 참여 작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했기 때문에 이번 비엔날레가 가능했다고 본다.

 

최: 10월 31일로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막을 내렸는데 소회를 묻고 싶다.

페로: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이 있었다. 강력한 신호를 충분히 보낼 수 있을지,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말이다. 하지만 막상 온오프라인으로 개막을 하고 진행을 하다 보니 예상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서울을 넘어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비엔날레에 접근해왔다. 약 세 달간 진행되던 앞선 1, 2회 비엔날레보다 짧은 6주간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수는 제일 많다. 양적인 것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약 200개의 작품이 전시됐는데 그중 약 50개는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다. 이 작업들은 책임감 있게 정치적으로 도시에 개입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안과 솔루션을 제시한다.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건 시민들이 도시를 신뢰할 수 있게끔, 안전하게 이 도시에 살 수 있게끔 개입한다는 의미다. 이 작품들을 보면 아주 작은 요소들을 통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는 안락함이나 도시의 고유한 성질을 구현하고 있다.

 

 

현장프로젝트 ⓒMH photography
 

 

최: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시스템도 있다. 바로 시상이다. CSK아키텍츠+바틀렛건축학교+에이럽의 ‘산업혁명 기념관’을 포함하여 총 14점의 작품이 선정됐는데, 이러한 시상 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무엇인가?

페로: 원래는 오스카나 칸느처럼 대상, 특별상 등을 차례로 수여하는 방식을 계획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비엔날레가 그렇듯이 심사위원단이 구성되고, 하나의 작품에 대상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실현할 수가 없었다. 학술위원들이 한국에 올 수가 없었고, 전시장에 직접 와서 작품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14개 작품을 노미네이트하는 형식으로 대체했다. 비엔날레가 외부로 열려서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작품들이 얼마나 퀄리티가 높고 또 다양성을 보여주는지를 드러내고 싶었다. 건축가들이 도시와 주변 환경에 쏟는 고민과 실천이 얼마나 강력하고 선언적인지, 대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서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등을 전하는 메시지가 될 거라 생각한다.

 

최: 이제까지 비엔날레는 아이디어와 경험을 교류하는 장으로서 의미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형식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팬데믹, 언콘택트, 뉴노멀 등의 세상에서 비엔날레는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페로: 이번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여러 가지를 실험해보는 탐색적인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비엔날레 전체 구성에서부터 많은 것들이 반강제적으로 비대면과 원격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모든 것이 원격으로 이뤄질 수는 없었다. 물류와 비용과 관련한 문제 때문에 현장에서 제작되어 설치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비엔날레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것들을 어떻게 재사용하고 재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가장 가시적인 예를 들자면, 설치 작품 중에 운송 문제로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엔날레뿐만 아니라 올림픽 등 국가적 규모의 이벤트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사안이다. 한 나라에서 큰 규모의 행사가 개최되면 대부분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만들어지고 다시 지역으로 돌아간다. 이게 바로 지속가능성이고 회복력이 아닐까? 

 

최: 앞서 언급한 비엔날레의 ‘유산’은 어떤 것들을 포괄하는가?

페로: 전시를 위해 설치한 작품부터 건축가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 진행했던 연구 조사, 참고했던 레퍼런스, 아이디어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과정 등이 모두 유산이다.

 

 

게스트시티전 ⓒMH photography
 

 

최: 서울에 관한 질문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센터(ECC) 프로젝트 이후 서울과 인연을 맺게 된 지도 20여 년이 됐다. 그동안 서울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그리고 이 도시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페로: 예전에는 새로운 것을 짓기 위해 기존의 것을 쉽게 없애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기존의 것을 보존해서 건축 문화의 한 요소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동네를 쓸어버리고 그 자리에 건물을 새로 올리곤 했는데 이제는 반대되는 태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한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는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재해석하려고 시도하고, 거기에 현대적인 건물을 덧붙이려는 움직임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했을 때 그 동네의 성격이나 역사가 규정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며 지역에 뿌리 내릴 수 있게 된다. 기존의 것을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것으로 개입하는 것, 그것이 어떻게 보면 도시 문화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소주제 다섯 가지 중에 하나가 ‘유산’과 ‘현대’였다. 이전에는 두 개념이 서로 대립되는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공존하는 세상이다.

 

최: 현재 작업하고 있는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를 포함하여 지하 공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지하 공간의 가능성과 힘은 무엇인가?

페로: 오늘날 도시의 모든 인프라가 지하에 있다. 상하수도 시설, 전력시설, 지하 주차장, 지하철 등이 모두 있다는 점에서 지하는 도시에 있어서 자원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엔지니어링이 지하 공간을 점유했다고도 볼 수 있다. 현대 도시는 바다에 유출된 기름 덩어리처럼 옆으로 마구 퍼져나가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렇게 계속해서 주변부로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고 자연을 보존할 때에 지하가 굉장히 큰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 된다. 지하의 활동을 높이고, 밀도를 높이고, 새로운 용도를 도입하자는 거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지하와 지상을 연계하고자 한다. 지하에 들어가서 살자는 게 아니다. 지하를 새롭게 바라볼 때 우리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도시전 ⓒ516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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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페로
도미니크 페로는 도미니크 페로 아키텍처의 대표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를린올림픽 벨로드롬과 수영장, 룩셈부르크 유럽 사법재판소 증축, 마드리드 올림픽 테니스 경기장, 비엔나 DC1 타워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센터(ECC)로 서울과 첫 인연을 맺었으며 이 프로젝트로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97년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미스 반 데어 로에 상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프랑스 건축 아카데미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2019년 10월부터는 리우데자네이루 세계 건축수도 프로젝트 지원을 위하여 UNESCO-UIA 공동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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