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카인드 오브 스톤’ ⓒKim Sejun
인터뷰 황동욱 × 최은화 기자
두 갈래로 나뉘어요
최은화(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서 제가 존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건축과 예술 작업도 하시고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계신데요. 작가님? 교수님? 소장님?
황동욱(황): 많이 벌어지는 일인데요. 제가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냥 소장이라고 불러주세요. (웃음)
최: 네, 소장님. (웃음) 소장님의 작업은 분야도 형식도 스펙트럼이 넓어요. 분야는 건축, 기술, 예술을 두루 포괄하고, 형식은 공간 단위의 작업부터 가상의 이미지나 영상 그리고 리서치까지 다채로워요. 그 시작이 궁금해요.
황: 2016년에 ‘빌딩랩’이라는 이름의 1인 사무실로 시작했어요. 꼭 지어지지 않더라도 실험적인 건축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목표로요. 그러다가 2017년에 ‘테크캡슐’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참여하게 됐어요. 서울시립대학교의 황지은 교수님, 스튜디오 이심전심의 전필준 소장님, 미디어 아티스트 현박 작가님, 로봇팔 엔지니어링 및 솔루션 회사 BAT 파트너스가 뭉쳤어요. 후에 그 이름 그대로 2018년에 회사를 창업했는데, 서울시립대학교의 교내 벤처로 시작했어요. 저는 테크캡슐에서 활동을 하다가 작년 말에 나오게 되었어요. 2019년부터 건축 작업이 아닌 예술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때도 지금처럼 여러 일을 하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큰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때를 기점으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을 이용해 뭔가를 만들고 실험하는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중요한 전환점이군요. 그때 어떤 프로젝트를 하셨어요?
황: ‘(언)내추럴 타일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예요. 흙이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표면이 보로노이 패턴으로 갈라지는데 그 패턴을 로봇팔을 이용해 제어하는 시도였어요.우선 로봇팔을 이용해 흙을 3D 프린팅하는 쌓는 시스템의 개발은 BAT 파트너스가 담당했고, 저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하나의 가설을 세웠어요. ‘흙을 특정한 방식으로 쌓으면 흙이 갈라지면서 의도한 패턴이 나타날 것이다’라고요. 보통 기술을 이용한 작업을 할 때 많은 경우 정밀한 제어 등을 통해 해당 기술이 얼마나 발전되어 있는지 보여주려고 해요. 저는 그보다 정밀한 기술을 사용하지만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고 제어와 자연스러움 사이의 일종의 충돌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흙으로 타일을 만들었어요. 타일의 자연스러운 갈라짐을 봐서는 로봇팔이나 정밀한 제어가 떠오르지 않을 거예요. 사람들이 제작 과정을 알고 난 후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하길 바랐어요.
최: 일반 건축 작업도 하시나요? 건축주가 있고 요구 사항과 제약 조건을 고려해서 설계를 하고 도면을 그려서 공간을 구축하는 그런 프로젝트요.
황: 네, 그럼요.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요. 인테리어 프로젝트인데, 거기에는 3D 프린팅이나 디지털패브리케이션이 직접적으로 접목되지는 않아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에요. 제가 사용하는 기술을 포함해서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함에 있어서 아직은 건축 작업보다는 예술 작업이 더 자유로운 부분이 있어요. 건축은 기능, 예산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마냥 쉽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건축 작업과 예술 작업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두 가지를 병행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언)내추럴 타일스’ ⓒHwang Dongwook
다른 지점들을 자세히 들여다봐요
최: 소장님 인스타그램에서 돌을 정말 많이 발견할 수 있었어요. 마그리트 그림, 길에서 주운 돌, 돌을 이용한 예술 작업 등 진짜 많더라고요. 왜 하필 돌인가요?
황: 시작은 돌보다는 3D 스캐닝이었어요. 사물을 3차원으로 정보화하는 기술인데, 일반적으로 계측이 필요한 곳에 많이 사용돼요. 그 기술을 써보고 싶었어요. 돌은 다 다르게 생겼고 유기적인 형태를 가졌으니까 돌을 스캔하면 질감이 얼마나 자세히 보일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으로 시작했어요.
최: 그게 언제부터인가요?
황: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아트 앤 테크’를 주제로 하는 지원사업이 있었어요. 거기에 ‘21세기 학자의 돌’이라는 제목으로 작업계획을 제출했어요. 수석 혹은 문인석이라 불리는 돌을 21세기에 맞춰 기술적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거였죠. 기술을 이용해 무거운 돌을 들고 다니지 않고 수집하면 좋겠단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그 과정이 재미있어서 점점 더 돌에 진심이 된 것 같아요. 돌을 찾으러 설악산, 가파도, 양평을 돌아다니고 하나씩 채집했어요. 그 과정에서 돌 하나하나를 보면 똑같은 게 하나도 없어서 흥미로웠어요. 지금 사무실에 수집한 돌이 많이 쌓여 있어요. (웃음)
최: 돌을 스캐닝하고 프린팅하는 기술을 이용해서 다른 작가들, 건축가들과 협업도 많이 하시죠. 2018년 예술가 마이클 주의 조형물 ‘앱션셜리스’를 실체화하는 작업을 하셨는데 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황: 마이클 주는 철원의 화산석에 관심이 있었어요. 철원지역에서 수집한 일곱 개의 화산석을 합쳐서 새로운 암석을 만들고자 했죠. 다만 처음에 작가는 스티로폼이나 섬유강화플라스틱(FRP)을 이용한 조형물을 제작하는 업체를 찾았대요. 그러다 더 실감나는 돌을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찾다가 테크캡슐에 의뢰가 들어왔어요. 저희는 이왕 만들 거면 콘크리트로 만들어보자고, 건축가적인 생각으로 거꾸로 제안을 했고 그렇게 같이 작업을 하게 됐어요. 작가는 일곱 개의 돌이 다 다른 색깔과 패턴을 가지길 바랐어요. 저희는 돌이 조합되는 방식과 전체적인 형태를 컴퓨터에서 다양하게 만들어 작가와 협의를 했고, 최종적으로 제작과 설치를 진행했어요.
최: 최근에는 카인드 건축사사무소(「SPACE(공간)」 641호 참고), 김효영 건축사사무소(「SPACE」 642호 참고)와도 각각 작업을 진행하셨죠. 두 팀 모두 작년에 ‘오늘의 건축가’ 릴레이인터뷰로 뵈었던 분들이라 왠지 더 반갑네요.
황: 감사하게도 두 분이 제 전시를 보셨어요.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김우상 소장님이 최근에 공간 작업을 하실 때, 본인의 공간에 제 돌 작업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제안해주셨어요. 장소를 구체적으로 제안해주셨는데 철제 계단 아래에 들어가 계단의 마지막 단과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저는 예전에 스캐닝해둔 여러 돌들을 보면서 ‘이 돌이 좋을까 저 돌이 좋을까’ 고민했고, 결론적으로 결국 구로 철판으로 만든 계단의 마지막 단에 그냥 어디서 주워온 것 같은 돌이 하나 있는 상황을 만들게 된 거죠. 누군가 돌에 대해 궁금해하면 “사실 이건 주워 온 게 아니라 3D 프린팅한 돌이에요”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몰라도 상관 없지만요. (웃음) 김효영 소장님은 지붕 위에 있는 바위가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자연석을 이용하자면 위험하기도 하고 한계가 있으니 인공석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셨어요. 마찬가지로 스캐닝한 바위를 골라 3D 프리팅해서 제작하였고 겉에 드러나지 않는 H빔 구조물을 사용해 건물에 고정했어요.
최: 자연에서 채취한 돌, 3D 스캐닝한 돌의 정보, 소장님이 새롭게 디자인한 돌, 이 세 가지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황: 자연 상태의 돌, 정보 상태의 돌, 새롭게 만든 돌은 제겐 서로 연결된 것들이에요. 정보화와 정보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돌이 나오는거죠. 자연 상태의 돌을 3D 스캐닝을 통해 정보화 한 후 필요에 따라 어딘가를 잘라내고, 다듬기도 해요. 때때로 구조적 문제나 작업의 성격에 맞게 돌과 돌을 섞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바닷가에서 주워온 돌의 일부분과 산에서 주워온 돌의 일부분을 섞는 식이죠. 그런 후 프린팅의 재료는 주로 모래와 플라스틱를 사용해요.
최: 돌 이야기만 1박 2일 동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돌을 다룬 지 이제 4년 정도 됐는데 처음과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황: 점점 물리적인 돌이 아닌,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 돌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제가 만드는 돌은 정보를 갖고 만들어내는 새로운 돌인데 꼭 그게 물리적일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돌을 표상하는 이미지나 영상 작업도 조금씩 해보고 있어요. 이 돌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혹은 경험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 제겐 재미있는 지점이에요. 어쨌든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물체를 제가 기록해서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낸 돌이기 때문에, 이 새로운 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그러나 또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거죠.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3D 스캐닝용 자연석 및 출력물 ⓒHwang Dongwook

‘앱션셜리스’ ⓒHwang Dongwook

‘21세기 학자의 돌’ ⓒLee Taxu
실재하지 않지만 분명한 질서를 마주해요
최: 소장님이 교수님일 때도 궁금해요. 학부와 대학원을 미국에서 나오신 다음 2011년부터 한국에서 강의하고 계신데, 본인이 받은 교육과 해야 하는 교육에 차이점이 있을 것 같아요.
황: 제가 미국에서 체감한 교육의 분위기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일단 네가 알아서 해봐, 그 다음에 내가 봐줄게’에 가까웠어요. 한국은 그보다는 ‘첫 단추를 제대로 껴야 돼. 시작부터 잘 해보자’ 하는 굉장히 친절한 태도가 있고요. 저는 제가 교육받은 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자유방임이랄까요. (웃음) 자유로운 게 아주 즐거운 순간이 와요. 스스로 해야 할 것을 결정하고, 그것에 대한 판단도 본인이 하고, 교수님과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그런 경험이 저는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있어요. 물론 저의 입장이 그렇다는 것이지 학생들도 동의하는지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네요. (웃음)
최: 강의 중에 제목은 ‘디지털미디어’인데 스카르파부터 을지로까지 새로운 현대적 장식, 이상한 디테일을 탐구하는 것도 있더라고요. 이 수업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기 위한 건 아닌가 봐요.
황: 요즘은 3D모델링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3D 프린팅으로 건축 모형을 만드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요. 제가 굳이 이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학생이 어쩌면 이미 익숙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룰 기회가 무척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과연 이 기술만 한 학기 내내 이야기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생각을 했고 실질적인 건축의 요소인 디테일과 기술적인 부분을 접목하게 됐어요. 요소와 요소, 부분과 부분이 만나는 순간은 공간의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것이고 또 설계자의 의도와 결정이 분명히 담긴 결과물이에요. 의도가 담긴 결정을 하는 것은 건축가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카르파부터 을지로까지 여러 디테일을 보며 그 뒤에 어떤 생각과 이유가 숨어 있는지 찾는 수업을 계획했죠. 학생들이 디테일에 대해 많이 연구하면서 저랑 토론을 했어요. 학기 말에는 본인이 스카르파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라는 가상의 디테일을 디자인해서 3D 프린팅으로 만들었고요.
최: 소장님이 생각하는 ‘디지털’의 반대말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최근에 한 콘텐츠에서 ‘중독’의 반대 개념을 사람마다 다르게 ‘연결’, ‘온전한 휴식’, ‘건강’ 등으로 짚는 걸 보고, 반대말을 통해서 어떠한 대상을 다시 바라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어쩌면 반대말을 통해서 소장님이 생각하는 디지털을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황: 디지털은 가상과 연결되어 있죠. 물론 디지털은 완전히 가상의 것이 아닌 정보 상태이지만 정보가 드러나는 방법이 손에 닿지 않는 방법 같아요. 그래서 디지털의 반대말은 ‘실재’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또 디지털은 그 안에 언제나 질서가 있어요. 보통 알고리즘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너무 복잡한 정보의 경우에도 무작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파악할 수 없을 뿐 알고리즘이 존재하죠. 그래서 ‘자연스러운’ 혹은 ‘무질서에 가까운’을 두 번째 반대말로 하고 싶어요. 현재 제 생각은 그런데, 아마 10년 후에는 또 바뀌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 작업을 이어가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요?
황: 저나 작업에 대해 간단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저는 설계합니다”, “저는 예술가입니다” 하면 명확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설계를 하는데 이런 기술을 좀 써보려고 해요”라든가 반대로 “이런 예술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건축가의 입장에서 하려고 합니다” 하면 이제 얘기가 복잡해지기 시작해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이 작업으로 나타낼 수 있는 상황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참 먼 일 같아요. (웃음)
황동욱은 2022년 4월호에서 오연주·정해욱 (미드데이 공동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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