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남궁선 (covered in SPACE No. 605)
건축자산, 보존과 활용
우리는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항상 역사문화유산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도시개발 중심의 시기를 지나면서 그동안 소홀하게 대했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구조물의 중요성에 대해 점점 더 인식하게 되었고,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는지 절감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건축사 김재철이 설계한 연세대학교 용재관(1957)은 2013년 1월 철거되었고, 2015년에는 100년이 넘은 배화여자고등학교 과학관이 철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구조물들은 한번 상실하게 되면 다시 원래대로 복구할 수 없다. 유서 깊고 풍부한 역사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이자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오늘과 미래를 위한 우리의 의무이다.
2000년대 이후, 한옥(서울, 전주) 등 지역의 오래된 건축자산을 창의적으로 재활용한 건축물이 지역의 관광자원이자 활성화의 거점이 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보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14년 6월 3일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한옥등건축자산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한옥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정책의 지속적인 추진과 근대건축자산의 무분별한 활용과 멸실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서 ‘건축자산’이란, 현재와 미래에 유효한 사회적, 경제적, 경관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한옥 등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거나 국가의 건축문화 진흥 및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고 있는 건축물, 공간환경, 기반시설을 말한다.(법 제2조)
이전까지 근현대건축물을 법적으로 보존하는 틀은 2001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의 등록문화재 제도가 유일했다.▼1 등록문화재는 기본적으로 50년이 지난 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건축자산은 조성 시기의 제한이 없어 지역사회에서 의미와 가치만 있다면 근현대건축물까지도 포함한다.▼2 ‘유산’이나 ‘자원’ 대신 ‘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3 원형보존보다는 가치 있는 부분을 보존하면서 적극적인 활용을 모색하는 능동적 개념이다.
법에서는 국가가 5년마다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을 수립해 관련 정책을 계획적으로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축자산의 대상은 기초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그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문기관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한옥정책에 국한된 ‘국가한옥센터’만 설치되어 있다.▼4 한편, 지자체 차원에서는 건축자산과 유사한 관리대상을 통합적으로 전담하는 부서가 필요하다. 한옥 및 건축자산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인 ‘한옥건축자산과’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에서조차도, 건축자산의 범주에 해당하는 미래유산, 역사도심 기본계획에 의한 ‘중점관리대상’ 등은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는 건축자산 전담 부서를 설치하여 건축자산 기초조사 및 목록 관리, 지원 등의 업무를 전담하고, 장기적으로는 역사유산, 건축자산, 미래유산 등 건축자산에 관한 업무를 하나의 부서로 통합하여 사업이 제각각 추진되거나 유산이 멸실되는 한계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5

건축자산의 지원 내용과 보존 방식
「한옥등건축자산법」은 건축자산의 박물관식 보존을 지양하고, 현대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활용’을 유도하는 지원법 성격이 강하다. 기본적으로는 막대한 양의 건축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하기 위해 공공의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는 건폐율, 건축선, 소방, 주차장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간접적 지원을 중심으로 한다. 한옥 신축 및 건축자산 개보수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지자체 여건에 따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개념적으로는 국가나 지자체의 직접적인 지원은 도로, 교통시설, 상하수도시설, 주차장 등 기반시설 정비와 역사건축물의 개보수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는 반면, 법률에서는 사업자 및 협의체 운영지원, 세금감면, 기술지원 등 다양한 지원 규정을 가지고 있다. 다만 조세감면 규정은 세금 관련 법적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는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옥등건축자산법」에서의 보존 방식은 규제나 강요가 아닌 소유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한옥등록제와 같이, 소유자가 직접 신청해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면, 철거 유예기간 등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건축규제 완화나 수선비 지원 등이 이루어진다.
한편, 건축자산과 관련된 국가지원 사업으로는 국토교통부 중심의 한옥공모전과 전문인력 양성 사업, 건축자산 연계형 도시재생 사업이 있다.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부처협력형 사업의 한 유형으로 포함되어 있으나 해당 부처가 국토교통부 주체인 관계로 실질적인 추가 예산지원 없이 진행됨으로써 건축자산에 특화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자체 지원사업은 주로 서울시, 전주시 등을 중심으로 하는 수선비 지원과 한옥신축 보조금 지원 사업이 있다. 근대건축물 대상의 개보수 지원사업 역시 대구 중구 등 일부 진행된 바 있으나 도시활력 증진 사업이나 도시재생 사업 등 국가 지원사업에 재원을 의존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한계가 있다.
정책 추진 현황과 성과
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2021년 6월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소유자가 직접 건축자산을 신청하여 인정받은 우수건축자산은 총 13건이며, 건축자산 진흥구역으로는 13곳이 지정되었다. 국내 최초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 화성시 매향리 쿠니사격장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이며, 건축자산 진흥구역도 13곳 중 9곳이 서울시에서 지정한 것이다. 이 법에 근거한 건축자산 정책과 소유자들의 자발적 참여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미미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 1호 우수건축자산인 체부동 성결교회는 서울시가 매입하여 건폐율, 건축선의 지정, 부설주차장 설치 규정 등의 완화를 받아 개보수를 거쳐 현재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SPACE(공간)」 605호 참고)로 활용 중이며, 2호인 대선제분 공장부지도 주차장 설치 규정 등의 완화를 받기 위해 우수건축자산으로 신청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매향리 쿠니사격장 역시 화성시가 추진하여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받았고, 지난해 9월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되었다.
향후 정책 추진 방향과 과제
「한옥등건축자산법」의 제정은 우리 건축자산의 보존가치를 국가에서 인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보존에 대한 강제규정이 아닌 지원을 통한 유도책으로서, 건축자산을 남기고 계속 사용할 것이냐의 선택은 여전히 소유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최근 인천 코스모40, 영등포 대선제분, 성수연방, 공공일호(구 샘터사옥) 등 민간이 직접 건축자산을 활용한 우수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선제분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건축자산 제도를 인지하여 우수건축자산으로 신청한 유일한 사례다. 나머지 사례들은 개보수 측면이나 수익창출 등 운영 측면에서 건축자산의 보존과 활용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다각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건축자산의 보존은 이처럼 민간의 자발적 활용을 통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들의 행보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건축유산의 역사적, 생활문화적 가치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 가치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 건축자산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보다 다양한 활동과 정책이 필요하다. 도시건축비엔날레나 오픈하우스와 같은 건축 관련 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시에 소유자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 지원책과 실효성 있는 재원 확보 방안의 모색, 부동산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 등이 요구된다. 세금감면이나 낮은 용적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용적이양제 추진, 운영과 개보수 등에 대한 융자지원, 조세감면 현실화 등이다. 건축자산은 대부분 저층으로 실제 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소중한 건축자산을 보존하기 위한 과제라 하겠다. (글 심경미, 진행 방유경 기자)

(위) 영등포 대선제분 ©김용관
(아래) 매향리 쿠니사격장 / 사진제공 건축공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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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미래유산’은 제도권 내에 있지 않은 시스템이다.
2 이러한 의미에서 건축자산은 문화재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관련 법과의 중복을 피하고 상충되지 않도록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지정 및 등록문화재는 건축자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3 유네스코에서는 유산을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현재 우리가 공유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승해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산’이 문화재와 같이 가치가 높은 대상의 원형보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개념이라면, ‘자산’은 장래의 잠재력을 고려하여 보존과 개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상을 의미한다. ‘자원’은 인간 생활 및 경제 생산에 이용되는 대상을 통틀어 이르는 개념이다.
4 이 규정(법 제20조)에 따른 법정기관으로 ‘건축공간연구원 국가한옥센터’가 지정되어 있다.
5 심경미·장민영·유제연, 「건축자산 관리와 활용을 위한 국가의 지원정책방안 연구」, 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9, 51~52쪽.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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