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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함과 집요함이 만드는 아름다움: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

사진
김경태(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
진행
박세미 기자
background

(상단이미지) SNU 스마일센터의 코퍼 데스크 ©ATELIER KHJ 

 

 

김현종(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 대표)이 만드는 오브제와 가구, 공간에는 어떤 명쾌함이 있다. 더불어 사고의 전환, 재료에 대한 연구와 실험, 마감과 디테일의 완성도 등에서 집요함도 있다. 건축의 기본이라 여기는 구조와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미학적 층위까지 끌어올리는 집요함이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의 작업을 남다르게 만든다. 구조와 재료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표현을 중심으로 오브제부터 건축까지 아우르는 그를 만나보았다.​

 

 

인터뷰 김현종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 대표 × 박세미 기자 사진 김경태(별도표기 외) 

 

 

박세미(박): 11년간 파리에서 건축 공부와 실무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2018년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를 설립했다. 11년이면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텐데, 귀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현종(김): 생활이 안정적이었던 것이 오히려 계기가 됐다.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났기 때문에 파리가 너무 편하고, 너무 좋고, 너무 볼 게 많고, 너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러한 안정감이 또 다른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나만의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파리와 한국의 사회문화적 차이를 급격하게 경험했을 것 같다.

김: 일단 한국에 들어와서 일의 진행 속도에 많이 놀랐다. 설계부터 시공 등 모든 과정의 속도가 프랑스에 비해 굉장히 빠르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 덕에 일련의 작업 과정을 금방 보고 익힐 수 있었고, 나 역시 이 속도를 누리고 있다. 또한 한국의 클라이언트들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더라. 처음에는 이러한 접근이 좀 낯설었지만, 이 역시 어떤 면에서는 합리적이다.

 

박: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아뜰리에다. 홈페이지에 나온 설명을 보면 작업의 범위와 하고자 하는 바를 꽤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무소명과 맥락이 닿아 있을까?

김: 일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가 페터 춤토르인데, 그의 사무소 이름이 ‘아뜰리에 춤토르’다. 나도 언젠가 내 이름을 건 회사를 만든다면 저렇게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리고 작업의 종류를 국한하고 싶지 않았다. 건축사사무소라고 하면 으레 짐작하는 건축만 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오브제, 가구, 인테리어, 건축, 도시 문화 등 조금 더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아이엠샵 ©ATELIER KHJ  

 

 

박: 첫 프로젝트인 아이엠샵(2018)의 클라이언트에게 원하는 공간 콘셉트를 레퍼런스 이미지가 아닌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 요구했고, ‘금이 간 백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들었다. 이 문장을 어떻게 공간으로 구현했는가?

김: 아이엠샵은 낡은 건물을 패션 매장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이었다. 세월의 흔적을 남기면서도 불필요한 것들은 최대한 걷어내 백자만의 깨끗한 본연의 모습을 나타내려고 했다. 백자라는 형태, 시각적인 측면보다는 그 항아리 안쪽이 갖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항아리 안에 손이나 얼굴을 넣었을 때 느껴지는 공간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저철분 사틴 유리를 사용해 빛은 들어오지만 매장 안에서는 밖의 실루엣만 보이도록 해 공간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벽은 흰색 계열의 페인트 칠을 하고 한쪽 벽면에는 거울을 두어 길고 좁은 공간이 더 확장되어 보이도록 했다. 이 공간 안에 있으면 약간 무중력상태처럼 느껴지도록 하고 싶었다.

 

 

무-경계​​ ©ATELIER KHJ

 

 

박: 전시 <바닥, 디디어 오르다>(아름지기재단, 2020)에서 선보인 ‘무-경계’는 바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김: ‘바닥’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는 조금 막막했다. 계속 바닥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며 살펴보니 진짜 본연의 바닥은 평평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위적으로 평평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면, 바닥은 원래 울퉁불퉁하고 다양한 굴곡과 형태를 가지고 있다. 능선이나 도로처럼 말이다. 계단 역시 바닥의 한 종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무-경계’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바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만드는 데 나무를 재료로 선택한 이유는 뒤틀리고 파이고 갈라지는 속성이 바닥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전시장과 대비시켜 그 형태를 부각하기 위해 홍송이라는 나무에 검은색 오일 스테인을 칠했다. 개념과 형태, 그리고 재료가 일관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토탈석재​ ©ATELIER KHJ

토탈석재​ ©ATELIER KHJ​ ​​

 

박: 토탈석재(2019)와 SNU 스마일센터(2020)의 경우 특히 재료의 물성을 다루는 방식에서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만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김: 토탈석재는 우리의 기존 거래처이기도 했다. 토탈석재가 판교에서 서울로 쇼룸을 옮기면서 회사가 보유한 모든 대리석들을 공간 안에서 보여주길 원했다. 대리석은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재료였는데, 굉장히 편안한 느낌의 재료로 사용되는 유럽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유독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재료로 인식되고, 그런 방식으로 주로 사용되다 보니 자칫 장식적이고 부담스러운 느낌을 주더라. 그런 느낌을 좀 희석하고 덜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토탈석재가 취급하는 모든 대리석들을 톤별로 나누는 작업을 했다. 샘플을 바닥에 쭉 깔아놓고 데이터화한 다음 포토샵으로 톤을 분류하여 정리하고 나니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 후에 400가지 정도 되는 대리석을 사람들이 구별할 수 있는 정도의 폭인 150mm로 재단해 벽을 따라 도열했다. 벽을 곡선으로 만든 이유도 최대한 많은 대리석들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설계했는데, 그중 지하의 피난구를 특별하게 디자인한 것도 특징이다.​

처음 현장에 갔을 때 그 안으로 빛이 떨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대리석을 사용해 푸른 수영장 느낌의공간을 만들었다. 대리석 색의 다양성도 보여줌과 동시에 물속 안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어떤 재료를 기존의 방식이 아닌 나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형태나 가공 방식으로 사용하고자 많은 연구와 시도를 하는 편이다. SNU 스마일센터에서도 많은 재료들이 색다른 방식으로 접목됐다. 벽에 인조가죽을 사용한다든지, 외부에 주로 쓰이는 유글라스를 내부에 활용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 예다. 특히 구리를 부식시켜 만든 안내데스크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인지 궁금해한다. 일반적으로 기능만 고려한 대기실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에 온 느낌을 줌으로써 병원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덜어주고 싶었다.

 

박: 재료를 다루는 방식뿐만 아니라 마감의 완성도에도 집착이 보인다. (웃음) 가수 씨엘의 집이자 작업실인 오피스 엘(2020)의 현관 계단을 보면 그 공이 느껴진다.

김: 지어진 지 45년 정도된 건물이었는데 구조적으로, 또 관리 측면에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구조 보강을 우선적으로 진행했고, 가장 큰 이슈였던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인접한 건물들 때문에 2층 테라스 공간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테라스 앞으로 벽을 두어 레이어를 하나 더 만들어줌으로써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개방감을 만들어주었다. 외부에는 사용 가능하면서 안정성이 있는 콘크리트 패널을 사용했다. 그리고 외부 현관과 건물 안쪽 현관으로 이어지는 곳에 화강석 계단을 만들어 안전한 공간으로 진입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화강석으로 된 디딤판 사이에 공기와 습기가 통할 수 있는 틈을 주고, 금속으로 난간을 제작했다. 공간이 어떤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조와 기능이 가장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 하고, 재료와 재료 간의 조화, 마감 등이 다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피스 엘 

 

오피스 엘

 

박: 클라이언트가 있는 프로젝트가 아닌 개인적인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빌딩 프로젝트’ 같은 작업들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김: 의뢰받는 작업이 아닌 나만의 생각을 표현할 수있는 작업이 필요했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일이 아닌 온전히 내가 하고 싶어서, 내 생각들을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은데, 취미로 건물을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웃음) 그래서 오브제나 가구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빌딩 프로젝트’는 건축의 기본적인 구조에서 시작하는 작업이다. 일례로 ‘빌딩 프로젝트’의 일환인 ‘유니온’(2018)은 전통한옥의 ‘공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인데, 구조적 역할을 하기 위해 개발된 독특한 결구 방식을 내 나름대로의 변형과 전복을 통해 만들었다. 다른 빌딩 시리즈 역시 ‘쌓기’라는 건축의 기본적 행위를 기반으로 여러 방식의 레이어를 표현하고 있다. 오브제를 다룰 때 구조적 실험을 거침없이 하는 편이다. 이렇게 한 작업들이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는데, 요즘 전시나 판매를 통해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빌딩 01 ©ATELIER KHJ​ ​​​​

 

유니온

 

박: 최근 완공된 프리젠트 퍼펙트(2021, 이하 PP)는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의 첫 건축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김: PP는 춘천시 동면에 위치한 오래된 건물을 수평으로 증축하고 리모델링한 작업이다. 산 중턱에 있는 대상지의 지형적 장점을 통해 주변의 풍부한 자연을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했다. 또한 레벨 차를 이용해 기존 건물 1층과 증축한 별동 2층을 연결하고, 소양강이 바라다보이는 서쪽으로 큰 창을 내고, 일몰 시 붉은 빛이 공간에 깊게 들어오도록 했다. 또 작은 규모다 보니 내부 공간을 조금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있도록 구조를 바깥으로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입면에서 구조가 드러나도록 했다. 다만 강원도의 기후 때문에 철골 빔을 마감해야 했는데, 기능적이면서도 카페의 분위기와 잘 맞는 목재를 사용했다. 또 창문이나 난간, 손잡이 등을 디자인하면서 카페의 전체적인 색깔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2018년에 시작했는데, 토지 사용이나 시공 등 난제들이 많아 완공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첫 건축 프로젝트인 만큼 애정이 담겼다.

 

박: 오브제부터 건축까지, 그간 해온 프로젝트들을 보면 구조와 기능이 이루는 미학적 성취를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가 이루고 싶은 성취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김: 체감상 1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지만, 벌써 회사를 설립한 지 4년이 됐다. 그만큼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고 부족한 부분도 많다. 구조와 재료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재료를 탐구하고, 기존의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가 가지는 재료에 대한 강점을 더욱 키워나가고 싶다. 또 디자인에서는 기능을 우선하면서도 형태적으로도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제 개인적인 취미보다는 일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빌딩 프로젝트 역시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다. 매년 한 번씩은 전시를 통해 대중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고 싶다.​​

 

 

프리젠트 퍼펙트

프리젠트 퍼펙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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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김현종은 프랑스 파리 건축학교의 건축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년간 실무 경력을 쌓았다. 11년 동안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2018년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를 개소했다. 도시 문화와 건축, 인테리어, 가구 그리고 예술 등 경계를 나누지 않고 여러 분야의 문화적 가치를 고민하며, 본질적이고 독창적인 프로세스로 접근하여 퀄리티 있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자 한다. 또한 재료와 물질에 대한 궁금증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을 통해 재해석하고, 연구로 얻은 결과물을 공간 또는 어떠한 형상에 적용하여 더 나은 방향을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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