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9일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이하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이하 오설록 티하우스)이 문을 열었다. 최욱(원오원 아키텍스 대표)은 1930년대 지어진 한옥과 1960년대 지어진 양옥이 오랜 시간 품고 있던 건축적 유산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풍경을 만듦으로써 미래 세대에게 건네줄 공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에게 이번 프로젝트의 리노베이션 과정과 그 목적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 × 박세미 기자 사진 김인철. 원오원 팩토리
박세미(박):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오설록 티하우스를 북촌에 마련하면서, 원오원 아키텍스가 1930년대 지어진 한옥과 1960년대 지어진 양옥의 리노베이션을 맡았다. 장소 선정을 포함한 기획 단계부터 함께 했는가?
최욱(최): 처음에 아모레퍼시픽 측으로부터 한옥을 샀다는 연락을 받고 가보니 여러 채로 나누어져 있었고 규모도 너무 작았다. 아모레퍼시픽 부동산팀에서 기존의 한옥을 허물고 새로 짓자고 했지만,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나의 의견은 북촌이라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남겨져 온 이 건물의 유산과 풍경을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마음이 일치한 셈이다. 그런데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한옥 주변의 건물을 더 매입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인근 필지들을 확인하던 중에 예전부터 알고 있던 건물이 구입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땅을 반드시 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것이 현재 한옥 뒤에 위치한 양옥이다.
박: 이 프로젝트에서 리노베이션이 갖는 목적은 무엇인가?
최: 가회동은 서울의 배꼽에 해당한다. 서울에는 큰 궁이 두 개 있는데, 경복궁과 창덕궁이다. 서울 중심에서 경복궁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그 균형을 잡기 위해 창덕궁이 세워졌다. 그래서 서울은 사대문 안에 핵이 두 개 있는 태극 문양이다. 그 두 궁 사이에 가회동이 있다. 건물 옥상에서 보면 산과 사대문 안이 다 보인다. 핵심적인 장소다. 때문에 나는 필지의 위치 자체도 서울의 유산을 보여주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가회동은 한옥과 양옥이 공존하는 드문 지역이다. 이 두 유형을 함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잘 보존해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고 싶었다. 특히 한옥은 1930년대 지어졌으므로 벌써 90년이 흘렀다. 거의 100년의 역사다. 양옥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보존하여 만들어두면,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자산과 교훈이 되지 않겠나. 이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박: 한옥과 양옥의 본래 상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최: 현재 한옥의 모습을 보면 축대 위에 올라가 있다. 도로를 확장해 경사지에 소방도로를 만들면서 건물들이 많이 헐렸고, 그때 한옥도 많이 잘렸기 때문이다. 리노베이션 하기 전 당시 한옥 폭이 1.5~1.8m밖에 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한옥의 구조가 아니었고, 몇 채로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분식집, 옷 가게, 카페 등으로 쓰이면서 올바른 원형을 찾아보기 힘든 변형된 한옥이었다.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마당에 지붕을 씌워 실내로 사용했던 부분, 마당이 실내가 되면서 기단 아래 공간과 위의 공간이 혼합되어 경계가 없어진 부분, 내외부에 조적벽을 세워 실내로 쓰면서 기존 목구조 형태가 잘 보이지 않았던 부분 등을 어렵게 복원했다. 양옥은 1960년대에 성실하게 지어진 한국의 근대건축이다. 비록 건축가를 찾지는 못했지만, 훌륭한 건축물이었고, 건축물 길이만 30m가 되는 좋은 양옥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관리가 부실해 정리가 많이 필요했다.
박: 현재 도로변에서 보는 한옥과 양옥이 만드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두 필지는 레벨 차가 상당히 있고, 과거 사진을 보면 축대가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최: 전에는 축대 때문에 도로변에서 양옥이 보이질 않았다. 높이 6m쯤 되는 축대를 허문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축대 안쪽의 흙은 기존 양옥의 기반층이기 때문에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양옥에 마이크로파일을 박아 뜬구조로 고정하고 기둥과 기초를 연장하여 건물을 하향 증축하였다. 축대를 헐어 양옥의 숨겨져 있던 모습을 드러내고 두 공간을 연결하면서 만들어진 장면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풍경이 됐다. 본래 있던 것으로 동네에 기여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리노베이션의 기본이다.
박: 한옥에는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가, 양옥에는 오설록 티하우스가 자리 잡았다. 한 회사지만 다른 두 브랜드의 공간을 어떻게 연결하고 분리했는가?
최: 브랜드 가치의 측면에서 볼 때 유산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설화수의 경우 한국의 아름다움과 미를 추구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옥에 공간을 계획했다. 강남에도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지만, 일반 건물이기 때문에 역사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한옥과 함께 양옥의 지하층과 1층 일부까지 설화수가 사용하고 있고, 두 건물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만 진입 동선을 다르게 계획했다. 오설록 티하우스의 경우 측면의 계단으로 집입하여 1층 정원을 통해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옥 마당으로 들어가서 중정을 통해 진입하게 했다.
박: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2012), 한양도성 전시안내센터(2016) 등 그간 한옥을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 하는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한옥을 리노베이션 할 때 어떤 부분들에 집중하는가?
최: 한옥의 가장 기본은 바닥과 천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자를 보면 바닥과 지붕만 있고 트여 있다. 한옥은 지붕 면, 천장 면이 파사드가 된다. 입면의 한지 창호는 기능의 일부일 뿐이다. 대청에서도 역시 천장이 입면이 된다. 때문에 한옥 리노베이션에 있어서 바닥과 천장은 남기고, 나머지는 기능에 의해 막거나 열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내부와 외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정원과 내부 공간이 구분되어 작동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훨씬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어린아이들이 마당을 가로질러 대청까지 바로 뛰어 올라가는 게 가능한 것이 우리나라 집이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내외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개념적인, 미학적인 한옥을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20년 동안 계속 해온 일이기도 하다.
박: 양옥에서는 어떤 점을 특징적으로 리노베이션 했는가?
최: 언덕에 위치한 양옥에서는 주변 한옥들과 산 풍경이 잘 보인다. 동네의 사계를 살펴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풍경과 색이 모두 다르다. 이를 잘 받아들이는 건축의 태도를 담으려고 했다. 정자의 형태적 아름다움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풍경을 본다. “풍경 좋다”라고 말하지 “정자 예쁘네”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양옥도 마찬가지로 주변 풍경을 가장 우선시해 설계했다. 기둥을 포함한 양옥의 기본 구조들을 잘 남겨두고, 벽을 포함한 다른 부분들은 흙을 재료로 썼다. 자연스러운 색을 가짐과 동시에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자연 풍경이 더 부드럽게 눈에 들어온다. 바닥 같은 경우에도 마이크로토핑이라는 강도가 센 시멘트와 테라조를 사용해 이음매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이렇게 재료 본연의 성격만 순수하게 가지도록 했다. 모든 것이 주변 풍경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건축은 수렴됐다. 으레 사람들이 디테일이 좋다거나 예쁘다고 평하지만, 내 의도는 거기에 있다기보다 건축이 배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박: 브랜드 가치 너머로 건축이 품은 가능성까지 함께 보여주는 공간인 것 같다.
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의 경우 협의 기간이 길다. 이 프로젝트도 총 3년이 걸렸다. 무엇을 남기고 어떤 건축적 태도를 지킬 것인지 설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내부 기능은 바뀔 수도 있지만, 건축물이 갖는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작은 한옥이지만 우리는 미래의 여러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마당과 내부에 비슷한 바닥재를 사용했다. 만약 내부 공간은 꽉 차 있고, 마당은 흙으로 나뉘어져 있다면, 미래에 다른 기능이 요구되었을 때, 내부와 마당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양옥도 마찬가지다. 인테리어는 다 뜯어내도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건물의 골격이 잘 살아있기 때문에 다시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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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건축대학교에서 건축설계 및 이론을 공부하였고 미국의 맥도웰 콜로니, 스페인의 발파라이소 파운데이션에서 펠로우십을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이탈리아 건축 매거진 「도무스」의 로컬 에디션인 「도무스 코리아」의 발행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