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가리키는 장밋빛 미래, 도시계획가가 그리는 도시, 건축가가 건축의 터전으로 삼는 도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이들은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물론 국가적 비전부터 일상의 시선까지가 맞춤한 듯 포개지기는 어렵겠으나, 그 모든 위상의 열망과 필요가 모여 지금의 도시가 만들어지고 생동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번 「SPACE(공간)」 651호(2022년 2월호)를 좀 더 다양한 시점(視點/時點)과 스케일로 읽어볼 것을 권한다.
먼저 1960년대로 가보자. 식민지기를 끝내자마자 한국전쟁을 겪은 도시를 재건하며 그 틀을 만들던 시기다. 박정희 정권 아래 「도시계획법」(1962), 「건축법」(1962), 「공원법」(1967) 등이 제정되었지만, 기본적인 인프라 건설이 시급했고 난개발이 난무하던 때다. 박정현은 「SPACE」 11호(1967년 9월호)의 특집 ‘서울·1967’을 통해 건축, 도시계획, 저널리즘이 뒤엉켜 있던 당시를 조망한다(리-비지트 「SPACE」). 좌담 ‘다시, 도시설계의 현재를 묻다: 도시설계의 지식생산에 관하여’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도시를 정비하고 신도시를 개발하던 1980년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리포트). 박소현은 “「SPACE」204호(1984년 6월호) ‘도시설계 현황’ 특집에는 당시 대학원 석사 입학생이었던 내가 갖가지 색연필로 밑줄 그으며 읽었던 흔적이 탈색된 채 남아있었다”고 운을 떼었다. 한국 도시설계의 개척자들이 모여 여전히 낯선 분야였던 도시설계의 개념과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해외의 이론이나 사례에 의존해 설명하던 때로부터 40여 년이 흘렀다. 강범준, 김세훈, 김영철 등과 나눈 대화는 이제는 서울의 역사도심, 목동, 잠실, 분당, 판교, 송도 등 우리 사례의 공과를 정리하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 여건에 맞는 도시설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건축, 도시, 조경 분야에서 공감할 수 있는 도시설계의 공통 언어가 필요하다는 박소현의 문제의식은, 도시와 건축이 만나는 부분에 대한 건축가들의 언어와 구체적인 작업을 눈여겨보게 한다.
일례로 오헤제 건축의 이해든과 최재필은 “단순히 말로만 ‘도시와 이어진 건축을 만들자’, ‘마을과 이어진 건축을 하자’라고 하면 굉장히 추상적”이고, “그걸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아주 구체적인 작업들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부분들을 ‘사적인 공공성’이라고 이름 짓고 관찰하고”있다(릴레이 인터뷰: 오늘의 건축가).
이번 호 프레임의 주인공 정재헌 역시 이러한 구체적 고민을 이어가는 데 단서를 제공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판교, 파주 등의 신도시에 주택을 설계해온 그는, 삶의 방식이 다른 서구의 도시계획 언어를 한국에서 일반화하면 곤란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마당과 같은 외부 공간을 쓰는 방식, 집안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관습 등 우리 삶의 모습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해 속에서 지금의 도시를 보면, 밀도와 필지의 규모, 담장을 치거나 공지를 공유하는 방식 등, 지구단위계획과 같은 도시 스케일의 해법도 달리 보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건축 전문지의 일차적 관심사가 도시(계획)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SPACE」가 도시와 건축이 불화하는 경계에서 도시, 건축, 조경의 언어가 꾸준히 소통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장 김정은
바로잡습니다
「SPACE(공간)」 650호(2022년 1월호)에 게재된 프로젝트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건축가의 자료제공 누락으로 설계범위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 건축설계는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송하엽+천장환’이 조경설계는 ‘오피스박김(박윤진, 김정윤)’이 진행했음을 밝힙니다.


004 EDITORIAL
006 NEWS
022 PROJECT
브레이스 ‐ 라이프건축사사무소_ 임동우
Brace – LIFE architects_ Yim Dongwoo
030 PROJECT
서교근생 ‐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Seogyo Geunsaeng – aoa architects
038 PROJECT
동탄 야누스 ‐ 김동진 + 로디자인
Dongtan Janus – Kim Dongjin + L’EAU design
046 PROJECT
상하농원 수영장과 목욕장 ‐ 로담A.I
Sangha Farm Swimming Pool + Bath House – Rodemn A.I
054 FRAME
적확한 추상의 세계: 정재헌
A Precise World of Abstraction: Jeong Jaeheon
056 FRAME: INTERVIEW
집의 근본, 집의 변주_ 정재헌 × 김정은
The Foundations and Variations in a House_ Jeong Jaeheon × Kim Jeoungeun
062 FRAME: PROJECT
운중동 친구네집
My Friend’s House in Unjung-dong
066 FRAME: PROJECT
파주주택
Paju House
072 FRAME: PROJECT
디파이 사옥
DFY Head Office
078 FRAME: PROJECT
나무 호텔
Hotel Namu
086 FRAME: CRITIQUE
현대건축의 언어와 전통건축의 감각_ 이상헌
The Language of Modernism and the Sense of Tradition_ Lee Sanghun
092 LIFE
명쾌함과 집요함이 만드는 아름다움: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_ 김현종 × 박세미
The Beauty That Clarity and Persistence Make: ATELIER KHJ_ Kim Hyunjong × Park Semi
100 LIFE
과거가 미래에 건네줄 풍경: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_ 최욱 × 박세미
The Moment Where the Past is Handed Over to the Future: Sulwhasoo Bukchon Flagship Store + Osulloc Teahouse Bukchon_ Choi Wook × Park Semi
108 REPORT
다시, 도시설계의 현재를 묻다: 도시설계의 지식생산에 관하여_ 강범준, 김세훈, 김영철, 박소현
Again, Querying the Current Situation in Urban Design: On Knowledge Production in Urban Design_ Kang Bumjoon, Kim Saehoon, Kim Youngchul, Park Sohyun
118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조금씩 스미는_ 이해든, 최재필 × 최은화
Permeating Little by Little_ Lee Haedeun, Choi Jaepil × Choi Eunhwa
124 SERIES: RE-VISIT SPACE 14
건축, 도시, 잡지가 한 덩어리이던 시절의 흔적_ 박정현
Traces of a Time when Architecture, the City, and Magazines were Stacked in a Pile_ Park Junghyun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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