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20인이 의기투합하여 『건축의 정석: 건축대학에서 무엇을 배울까』를 펴냈다.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수업에서 어떤 것들을 공부하는지 엿볼 수 있는 문답 형식의 책으로 건축의 기본적인 개념부터 미래 담론을 포괄하는 내용까지 이어진다. 마치 독자들이 학부생의 입장에서 수업을 듣듯이 건축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가이드한다. 책을 기획한 남수현 명지대학교 교수를 만나 그 계기와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건축의 정석: 건축대학에서 무엇을 배울까』표지
인터뷰 남수현 명지대학교 교수 × 이화연 객원기자
이화연: 『건축의 정석』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남수현: 동녘에서 출판된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를 감명 깊게 읽었어요. 저자인 매슈 프레더릭 교수님의 '101' 시리즈 중 하나인 『우리가 알아야 할 도시디자인 101』을 출판할 때 제가 번역에 참여했거든요. 아직 건축을 잘 모르는 입문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건축의 정석』을 기획하게 됐지요. 대신 101 시리즈가 디자인 이야기 위주라면, 저희가 출판한 책은 건축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제가 가르치는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어요. 첫 번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싶다는 학생들, 두 번째는 친환경 건축에 관심 있는 학생들,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셋 다 건축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건축대학에서, 특히 명지대학교에서 뭘 배우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이화연: 책의 목차가 질문이고 책의 내용은 그에 대한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문답 형식으로 구성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남수현: 학생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을 짚어서 쉽게 알려주고자 그런 형식을 취하게 됐어요.
이화연: 20명의 교수님들이 저자로 참여하셨는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책의 내용을 구성하셨는지 궁금해요.
남수현: 교수님들이 스무 분이나 계시니까 맡으신 수업들이 다양해요. 각 수업의 핵심만 요약해달라고 요청을 먼저 드렸고, 그 내용을 정리해보니 자연스럽게 흐름이 생겼어요. 초반에는 건축 수업들의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회의를 거듭하며 교수님들이 맡은 각각의 수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개념들을 정리하여 서술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어요. 그래서 책에 보시면 교수님들께서 답변하시는 페이지 상단에 수업 이름이 쓰여 있어요. 214~215쪽에는 저자인 교수님들의 정보와 담당하시는 수업을 한 번에 정리해 두어서 인덱스처럼 볼 수도 있어요.
이화연: 학교 홍보도 노린 책이라고 볼 수 있네요.
남수현: 학교에 좋은 교수님들과 좋은 수업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웃음)


이화연: 학생 작품의 이미지를 자료로 많이 사용하셨어요.
남수현: 건축설계 수업은 학생들의 작품을 보는 것으로 가장 현장감이 잘 전달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건축과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건축설계가 어떤 수업인지 미리 알 수 있도록 돕고 싶었죠. 학생들의 저작권을 위해서 전화로 일일이 확인하고 책도 보내줬어요. 그들의 이름과 관련 정보들을 정확히 확인하는 부분도 신경 썼지요. 책에 자신의 작품이 실린 학생들이 뿌듯해해요. 코로나 시기를 맞아 과제 전시나 졸업 전시를 온라인으로 하게 되면서 기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거든요. 그래서 몇몇 학생들은 열심히 하고 학점도 잘 받았는데 "왜 내 작품을 안 실어주셨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웃음) 학점과 관계없이 내용과 관계있는 것들만 선정한 거라고 타이르곤 했죠.
이화연: 학생들이 적극적이네요.
남수현: 요즘 학생들은 열심히 만든 자신의 작품을 미디어에 알리는 것에 익숙하고, 적극적이에요. 특히 스튜디오 수업에서 그런 학생들의 변화를 느껴요. 책에도 나오는 ‘베니스 워크숍’ 수업에서 이탈리아 교수님들이 학점을 주는 방식에서 착안해서 특별하게 학점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1:1로 거의 모든 학생들과 면담을 진행해요. 교수가 어떤 학점으로 학생을 평가했는지 이야기하면 학생은 그 결과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어요. 반론이 정당하면 학점 조정이 이뤄지죠. 예전에는 학생들이 울거나 얘기를 안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떻게 고쳐야 좋을지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더라고요. 이런 문화가 생긴 시기에 건축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을 만들게 되어서 학생들의 반응을 더욱 기대하고 있어요.


이화연: 책에 전통건축에 대한 내용이 많아요.
남수현: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에는 전통건축학과 과정이 별도로 있어요. 스튜디오 수업에서는 목조설계를 다루고, 자연스럽게 일반 건축학과, 공간디자인학과와 접점을 갖고 있죠. 문화재, 고건축, 동양건축 수업 등 관련 수업이 많이 개설돼 있어서 책에서도 많이 다루게 됐어요.
제가 진행하는 1학년 설계 스튜디오의 경우 16주 중 네 번은 답사를 가는데, 이 중에서도 전통 건축은 두세 개 정도 꼭 넣어요. 경복궁, 경희궁, 창덕궁처럼 기획과 표현에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고 보존이 잘된 곳, 그리고 이동이 용이한 곳을 주로 가요. 학생들이 어릴 적에 부모님과 놀러 왔을 때와 달리 건축을 만들 사람 입장에서 이곳을 보고 다른 시야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이화연: 스무 분이 책 제작에 참여한 만큼 다양한 의견이 오갔을 텐데요. 특히 어떤 주제에 대해서 활발한 논의가 있었나요?
남수현: 분량을 조절할 때 가장 의견이 분분했어요. 짧게 핵심만 간단하게 보여주자는 의견과 반대로 친절한 설명과 다양한 내용을 담자는 두 의견으로 나뉘었죠. 결국 건축 입문자에게 쉽게 읽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상희 편집자의 관점이 도움이 됐어요. 독자의 입장에서 보충이 필요한 내용들을 잘 짚어주셨거든요.
이화연: 책의 표지는 어떤 의도를 표현하고 있나요?
남수현: 복합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건축의 성격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책의 186쪽, 3층 규모의 작은 집을 짓는 데에 약 150장의 도면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자료 이미지이기도 해요. 건축의 구조, 설비, 토목 등의 정보가 겹쳐져 있죠. 다양한 분야가 모여 건축이 지어지는 것임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이화연: 비대면 수업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것 같아요. 앞으로의 건축 수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남수현: ‘플립 투 러닝(flip to learning)’이라는 방식이 있어요. 교수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미리 공부해온 것들을 토대로 토론하는 수업 방식이에요. 이론 수업에서는 특히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예요. 왜냐하면 이제는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를 1.5배속으로 들으며 학습한 세대들이거든요. 웬만한 이론적 지식들은 그렇게 습득할 수 있는 학생들인 거죠. 그런데 설계 수업은 원래부터 앞서 말한 플립 투 러닝 방식이었어요. 본인이 해온 작업을 비평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니까요. 점점 이런 방식이 심화되는 추세가 되지 않을까요? 다만, 우드록이나 아크릴로 만드는 물리적인 건축 모델들이 친환경적이지 않으니 디지털화될 것으로 생각해요. 저는 물리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학습하며 자랐어요. 하지만 이제는 3차원 모델을 가상 현실로 구현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는 기술이 있죠. 아마 거의 물리적인 모델의 수준으로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할 것 같아요. VR과 AR로 대체되는 거죠. 학생들과 각자의 작품 속을 같이 걸어 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거예요. 외국의 어떤 건축 회사에서는 평면도를 바닥에 투사해서 공간의 스케일을 느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스케일에 대한 감각을 빨리 익힐 수 있는 흥미로운 교육 환경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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