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SPACE(공간)」2022년 6월호(통권 655호)
솔직할 용기
매년 한 권 정도의 책을 쓰고 있다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사람들이 쓰기를 가장 어려워한다고 말한다. 요리, 가구, 무기, 의상, 건축 등 엄청난 것들을 만들어내면서, 왜? “글쓰기야말로 존재의 심층을 표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본래 면목이 드러날까 두려운 것”이라고 설명한다.▼1 글쓰기가 결국 스스로를 솔직하게 내보이는 행위라면 건축가에게 건축은 어떨까. 건축물이 주변 맥락뿐만 아니라 창조자인 건축가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글과 쓰는 사람의 거리가 각자 다르듯 건축과 건축가의 거리 역시 사람마다 다를 테다. 예를 들어 건축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자화상을 그리듯 건축을 한다는 김효영은 그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힌 경우다.
이번 호 프레임의 주인공인 김효영은 스스로의 영감과 건축을 묘사하는 데 그리 어려운 단어를 동원하지 않는다. 판타지(문경 복터진집), 덕지덕지 붙어 있는 사회의 욕망(압구정 근린생활시설), 퇴직자의 쓸쓸함(동해 폐쇄석장 리모델링), 섞이기 어려운 것 간의 화해(인제 스마트복합쉼터 리모델링)와 같은 표현들이 튀어나온다. 어렵지는 않지만 우리가 흔히 건축물에 다는 주석은 아니다. 이러한 자화상은 과도한 어휘를 병치하며 그려진다. 사진에서 보이는 김효영 건축의 첫인상은 때때로 너무나 적나라해서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할지 생각의 회로를 정지시킨다. 그다음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왜 이렇게까지?
이 지점이 바로 김효영이 노리는 순간이다. 그는 “이유와 목적, 취향과 자본, 시대와 환경 등” 건축을 생산하는 조건을 부정하고 싶지만,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강한 요구를 강조, 대비, 과장을 통해 극단으로 몰고 간다. 이러한 과도함은 ‘나 좀 봐주세요’라고 소리치는 목소리이며, 관계를 맺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가 건축 그 자체로 소통하고 싶어서 끄집어낸 건물(건축)의 요소가 과연 소통하고 있는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임동우가 말하듯 “그의 작업을 사진이나 도면으로 접했을 때 느꼈던 당혹스러움은 사실 현장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 그의 작업은 건축가가 창조해낸 언어가 아니라 맥락 안에서 건축가가 짚어낸 언어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김효영의 건축이 솔직하다고 말한다면 그 의미를, 소위 버내큘러한 요소의 차용과 병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의 평범한 욕망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용기라는 설명이 더 적합해 보인다.
김효영의 작업을 답사하며, 생경한 인상은 여전했지만,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왔다. 임동우의 관찰처럼 생각만큼 어색하지 않게 현실의 풍경에 섞여 있는 그의 건축을 우리 건축계에 희소한 다양성의 한 갈래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규모 민간 프로젝트를 주로 하던 김효영은, 이제 좀 더 큰 규모의 공공 프로젝트를 보여주기 시작한 참이다.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과는 다른 요구, 더 큰 규모에서 그의 작법이 머뭇거렸다면 미완의 서사가 되었겠지만, 김효영의 다양한 작업을 늘어놓고 탐구해보는 이번 프레임은 시의적절하다.
1 고미숙,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북드라망, 2019.
편집장 김정은

월간「SPACE(공간)」2022년 6월호(통권 655호) 목차
006 EDITORIAL
006 NEWS
020 PROJECT
루프탑 그린하우스 아그로토피아 ‐ 반 베르겐 콜파 아키텍츠 + 메타 아르히텍튀르뷔로
Rooftop Greenhouse Agrotopia ‒ Van Bergen Kolpa Architects + META architectuurbureau
028 PROJECT
니시지 프로젝트 ‐ 콤파스
NISHIJI PROJECT ‒ KOMPAS
038 PROJECT
투 트라이앵글 ‐ 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_ 김수영
Two Triangles ‒ architect-K_ Kim Soo-young
046 PROJECT
파노라믹 레지던스 ‐ 폴리오
Panoramic Residence ‒ Folio
054 FRAME
익숙한 것을 낯설게: 김효영건축사사무소
Making the Familiar Unfamiliar: KHYarchitects
056 FRAME: CRITIQUE
이것은 기와집이 아니다_ 임동우
This Is Not a Gi-wa House_ Yim Dongwoo
064 FRAME: PROJECT
문경 복터진집 Mungyeong Strike Fortune House
068 FRAME: PROJECT
압구정 근린생활시설 Apgujeong Neighbourhood Living Facility
072 FRAME: PROJECT
동해 폐쇄석장 리모델링 Donghae Crushed Stone Factory Remodeling
080 FRAME: PROJECT
인제 스마트복합쉼터 리모델링 Inje Rest Area Remodeling
088 FRAME: ESSAY
건축의 용기_ 김효영
The Courage of Architecture_ Kim Hyoyoung
092 REPORT
드로잉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다: 드로잉 매터_ 매트 페이지 × 박세미
Discovering the Boundless Possibilities of Drawing: Drawing Matter_ Matt Page × Park Semi
102 REPORT
도시 주거를 위한 다양성의 보고: 『동네에 답이 있다』_ 박기범 × 방유경
A Repository of Diversity for Urban Housing: The Answer Is in the Neighbourhood_ Park Kibum × Bang Yukyung
10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최선을 최대한_ 박희도 × 박지윤
Optimising the Highest_ Park Heedo × Park Jiyoun
112 SERIES: RE-VISIT SPACE 18
1967년 4월호, 건축가 박길룡 특집: 한국 1세대 건축가 연구의 출발점_ 김현섭
Special Feature on Architect Park Kilyong (April 1967): The Starting Point for Researching the First Generation of Korean Architects_ Hyon-Sob Kim
122 SPACE ACADEMIA
르 코르뷔지에,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마주한 작가: 선택과 배열, 생동감의 조성_ 남성택
Le Corbusier as Author Facing Up to the Ready-made objects: Selecting, Arranging, and Making Them ʻPalpitateʼ_ Nam Sungtaeg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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