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건축유산을 보호하고자 등록문화재(Listed Building) 제도를 운영하고, 대상의 등급은 중요도에 따라 1등급, 2*등급, 2등급 순으로 매겨진다. 최근 영국 요크에 등록문화재 1등급인 클리포드 타워가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대중에게 공개됐다. 이 작업을 맡은 휴 브로튼 아키텍츠(대표 휴 브로튼)는 그동안 역사적 건축물을 대상으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각각의 설계는 상황에 따라 복원하거나 삽입하거나 덧붙이는 등 유연한 태도를 취하며 기존 모습과 어우러졌다. 문화재에 건축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을 휴 브로튼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자.

클리포드 타워
휴 브로튼 휴 브로튼 아키텍츠 대표 × 한가람 기자
한가람(한): 휴 브로튼 아키텍츠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영국 건축유산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클리포드 타워(2022), 페인티드 홀(2019), 메이드스톤 박물관 이스트 윙(2012)에 주목하려 한다. 그중 가장 최근에 진행한 클리포드 타워부터 짚어보자. 이 프로젝트는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의 의뢰로 시작됐다. 탑의 역사적 가치와 프로젝트의 목적이 궁금하다.
휴 브로튼(브로튼): 클리포드 타워는 중세 시대의 요크 왕궁 중 현존하는 가장 큰 건물이다. 처음 이곳은 목재 탑이었다. 현재 모습은 13세기에 재건한 석탑이 원형이고, 내부 일부 공간은 17세기에 화재로 훼손됐다. 이 석탑은 잉글리시 헤리티지 관광지 중 상위 10위권 안에 들고 훌륭한 도시경관을 제공하지만, 열악한 시설 때문에 방문자에게 ‘기대 이하’란 평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시설을 개선하면서 방문객 경험을 보완하고 동시에 유적의 기존 구조를 세밀하게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 클리포드 타워는 등록문화재 1등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로 인한 제약 사항은 무엇이었나?
브로튼: 영국 내 잉글랜드의 문화재를 관장하는 히스토릭 잉글랜드(Historic England)는 클리포드 타워를 등록문화재 1등급으로 지정해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도록 했다. 따라서 리노베이션에 앞서 계획 허가와 예비 고대 기념물(Scheduled Ancient Monument)에 관한 동의를 받아야 현장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클리포드 타워는 기존 건물의 중요성과 제안 사항들이 불러오는 이점과 영향을 신중하게 조사받았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전 과정에서 탑에 끼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새로운 구조물을 통해 기념물에 대한 지적이고 물리적인 접근성을 높이도록 조율했다.
한: 클리포드 타워의 환경과 기능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구조물을 삽입했다. 이때 건축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었을 텐데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브로튼: 우리는 신축한 부분이 석벽과 시각적으로 대비되어 가벼워 보이길 원했다. 이를 위해 목재를 사용해 평지붕에 공중 다리를 매단 구조를 만들었다. 불규칙한 돌들과 달리 정교하게 가공된 목재는 기존 모습과 대조되며 석탑의 속성이 또렷하게 읽히도록 한다. 구조물은 콘크리트 온통 기초 위에 미송 집성목으로 네 개의 기둥을 세워 받쳤는데 무게가 균일하게 분산되어 유적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편, 지붕은 20세기 첫 분기에 설치한 외곽의 콘크리트 링 빔(고리형 보) 위에 얹고 탑의 외곽선에 맞춰 70cm 정도 올렸다. 평지붕 가장자리는 외벽보다 안으로 들어가 있어 틈 사이로 유적이 보인다.
시공 과정에서도 유산에 영향을 적게 끼치려 노력했다. 목재 및 철제 삽입물은 현장 밖에서 사전 제작 후 이동식 크레인을 이용해 위치에 맞춰 조립하고 쌓아 올렸다. 이는 구조물을 해체해 최소한의 영향으로 클리포드 타워를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클리포드 타워

The new timber structure of Clifford’s Tower
한: 탑의 본래 모습과 대비되는 구조물을 추가하는 한편, 기존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도 있었다.
브로튼: 모든 보존 및 보수 작업은 기존 모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수행됐다. 벽돌은 하나하나 세밀한 보존 작업을 거쳤고, 명판이나 반곡선 아치(ogee arch)와 같은 기념적 요소의 디테일은 전문 기술을 갖춘 석공과 보존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신중하게 보수하고 보존 처리했다. 탑 앞부분에 있는 예배당 지붕은 다시 덮어 빗물이 벽을 따라 건물 안으로 흘러들어 오는 것을 차단했고 염분 및 증발로 발생하는 석조 부식을 방지했다. 또한 예배당 회랑과 내부 마름돌을 습포제로 조심스럽게 청소하는 동시에 화살 구멍의 줄눈을 다시 칠하고 망루로 가는 계단의 발판을 수리했다. 1684년 화재로 인해 아직도 붉게 그을린 석조는 시간의 흔적을 선명하게 표출하려고 했다.
한: 결과적으로 클리포드 타워에서의 경험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나?
브로튼: 클리포드 타워 내부에는 수백 년 동안 접근이 불가했던 공간이 있다. 예를 들자면 왕궁 변소와 작은 탑이 있는 망루 계단이다. 숨겨진 공간들을 새로운 계단과 통로로 연결한 덕에 방문객은 탑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기존 계단의 양옆으로는 손잡이와 쉬는 공간의 수가 늘었고, 둔덕 아래에는 공용 공간을 확장해 점자 지도, 연대표 등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언덕에서 탑으로 올라가는 물리적 접근이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층마다 탑의 역사를 들려주는 해설을 제공해 지식에 대한 접근도 이전보다 향상됐다.


클리포드 타워
한: 때론 건축유산을 다루는 데 돌발상황도 발생한다고 들었다. 영국에 있는 구 왕립 해군대학교(Old Royal Naval College)의 페인티드 홀을 보전·복원할 때 지하에서 궁전 유적을 발견했다. 영국에서는 문화재나 사적 등이 발견되면 이후 어떤 절차를 밟는가?
브로튼: 공사 중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이 발견되면 그 주변으로 공사 작업이 중단되고 히스토릭 잉글랜드의 전문가와 고고학자가 중대성을 검토한다. 그다음 발굴, 보존, 대중 공개 등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는데, 이때 유적을 다시 땅에 묻거나 유물을 피해 공사 위치를 재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페인티드 홀 같은 경우 공사 중 지하에서 헨리 7세의 튜더 왕궁 유적이 발견됐다. 우리는 유적을 매우 조심스럽게 보존한 후 설계의 일부로 고려하여 방문자들이 다층적인 역사 현장을 감상하도록 했다.
한: 건축유산과 관련된 일엔 협업자도 상당한 기여를 한다. 특히 마틴 애슐리 아키텍츠와는 페인티드 홀, 클리포드 타워를 포함한 여러 작업을 함께 해왔다.
브로튼: 마틴 애슐리 아키텍츠는 보존 전문가로, 우리는 이들과 함께 미래 세대가 누릴 역사 공간을 최고 수준으로 지키도록 협력해왔다. 클리포드 타워에서 마틴 애슐리 아키텍츠는 앞서 언급했던 탑의 보존 작업을 담당했고, 페인티드 홀에서는 왕궁 유적을 측량하는 일을 담당했다.

페인티드 홀 ©James Brittain

페인티드 홀 ©James Brittain
한: 역사적 건축물을 다루는 건축적 태도를 구분하자면 앞서 살펴본 삽입과 복원도 있겠지만, 증축도 빼놓을 수가 없다. 메이드스톤 박물관 이스트 윙은 1858년에 16세기 영주의 주택을 개조한 박물관을 동쪽으로 수평 증축한 프로젝트다. 디자인 주안점은 무엇이었나?
브로튼: 메이드스톤 박물관 이스트 윙의 요구 사항은 건물 주 출입구를 마을 중심을 향해 바꾸고,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을 위한 교육 시설 및 상점을 만들고,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두어 편리한 동선 등을 계획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시설들을 수용하는 두 증축부는 금-구리 합금과 프레임이 없는 유리로 마감해 기존 건물과 대조를 이루며 더해졌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지열원 히트펌프와 태양광 패널을 활용, 탄소배출을 줄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적용하기도 했다.
한: 메이드스톤 박물관은 등록문화재 2등급으로 클리포드 타워보다 등급이 낮지만, 증축은 내부 개조보다 작업 범위가 넓어서 접근 방식도 달랐을 것 같다.
브로튼: 등록문화재의 보호 기준 차이는 히스토릭 잉글랜드에서 건물을 점검하고 합의를 통한 등급에 따라 정해진다. 메이드스톤 박물관이 클리포드 타워보다 등급이 낮아 리노베이션에 대한 제한은 덜 받았다. 대신 우리는 증축되는 설계안이 기존 건물의 높이,볼륨, 재료 등을 존중하는지 검증했다. 꼭 유산을 모방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 건물과 대비를 이뤄야 신구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다. 바로 이 전략이 메이드스톤 박물관 이스트 윙에서 택한 방향이다.
한: 등록문화재 제도 외에 영국이 건축유산을 보호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최근 영국의 건축유산 프로젝트들은 어떠한 경향을 띠는가?
브로튼: 영국에는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나 다수의 지역 시민사회 단체 등 역사적 건물에 관심을 둔 기관은 많지만, 법적 보호는 히스토릭 잉글랜드나 히스토릭 스코틀랜드(Historic Scotland), 혹은 웨일스의 카두(Cadw)를 비롯한 지역 당국의 보존팀이 관리한다. 보호 대상은 선사시대의 고고학 유적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건축까지 넓은 시기를 관통한다. 또한 기존 건축물의 특징은 보호받아도 용도에 대한 규정은 없다. 기차역, 사무실, 거주지, 폐허까지 대상이 매우 다양해 이 건물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자유롭다.
한: 이번 인터뷰는 건축유산을 주제로 했지만, 사실 휴 브로튼 아키텍츠는 남극 기지와 같은 극지방의 첨단 시설도 설계하고 있다. 한쪽은 과거, 다른 한쪽은 미래와 연관되어 있어 언뜻 두 분야의 교차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극단의 프로젝트를 오가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있는가?
브로튼: 두 건축 유형 모두 민감한 환경을 보호하는 데 지속 가능하고 맥락에 적합한 해결법을 요한다. 둘 다 디테일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더불어 건축 기법과 실행 계획에 있어서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건축을 할 때 우리는 용도가 다른 작업일지라도 그 프로젝트에서 배운 교훈을 또 다른 삶의 영역에 적용하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두 유형이 상호 포괄적이라고 생각한다.

메이드스톤 박물관 이스트 윙 ©Hufton + Crow

메이드스톤 박물관 이스트 윙 ©Hufton + Crow

메이드스톤 박물관 이스트 윙 ©Hufton + C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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