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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그렇게 건축가가 된다

글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3년 4월호 (통권 665호) 

 

 


그렇게 건축가가 된다

 

2018년, 「SPACE(공간)」는 특집 ‘1980년대생 건축가그룹이 나타나다’를 통해 열일곱 팀을 불러냈다(「SPACE」 612호 참고). 공동대표 체제 사무실을 운영하는 1980년대생 건축가들에게 이름을 붙였을 때는 그들의 개별성이나 특수성을 아우르는 공통된 기조를 찾아 시대를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당시 이종건은 ‘지속 가능한 건축가의 삶’을 도모하는 일이 우선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건축적 특이성’을 ‘일상의 건축’으로 요약했다. 그리고 “숭고하거나 아름다운 건축이 아니라 감각에 맞는 건축을, 우발적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능적인 공간을, 텍토닉이 아니라 이미지를 … ‘지금 여기’에서 이론적 탐구 없이 찾을 수 있는 색다르고 경쾌한 일시적 장미를 쫓는다”고 해설했다. 그러한 총평으로 개별 건축가들을 모두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 특집의 전반적 방향은 이제 막 등장한(당시 대부분 개소한 지 5년 안팎이었다) 건축가들의 건축적 성취를 재단하기보다는 존재/생존 방식과 태도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보편적 상황을 전제로 한 기획 이후의 단계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개별성을 추적하는 일이었다. 흥미롭게도 선배들에 비해 일찍 독립한 이들은 ‘혼자서는 약하기 때문에 집단으로 개소’했는데, 그 사이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기도,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방식을 정착시키기도, 흩어지기도 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15년 김대일(리소건축사사무소 대표), 김한중(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 이주한(피그건축사사무소 대표)이 의기투합해 개소한 피그건축사사무소(이하 피그)는 이제 이주한이 단독으로 이끌고 있다. 4월호 프레임은 홀로 선 이후 이주한의 작업인 비원(2021), 삼형전자 사옥(2021), 단단 기숙사(2020)를 다룬다. 그리고 오랜만에 세 사람이 모여 함께했던 작업부터 이주한의 근작까지를 살펴보는, 그리고 건축가로서 각자의 고민을 나누는 밀도 있는 자리를 가졌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인지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초반부터 “건축가들이 개소하며 만들게 되는 틀은 다들 비슷할 거 같은데 찢어지는 과정은 모두 다를 거”라며 거침없는 대화를 예고했고, 동석한 나와 담당 기자는 의자를 끌어당기며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대담 초반에는 여느 공동대표 체제 사무실에서든 개소 직후 겪을 법한 논쟁이 회고되다가, 작업이 하나씩 도마에 오를수록 이 세 사람이 얼마나 다른 지향을 가진 건축가인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김대일은 김한중이 디테일에서 시작해서 전체를 만들 수 있는 성향이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이주한은 기업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명쾌한 논리를 큰 그림으로 제시하는 건축가라고 하는데, 이는 “하나의 제스처로 오브제를 만들고 맥락에 대응하는 설계 방법”을 구사하며,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면서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큰 규모의 건축을 설계하는 데 어울리는 솜씨를 지녔다”는 조성익의 분석과도 유사하다. 초기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방식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 또는 클라이언트와의 명료한 소통 문제와도 연결된다. 김대일과 김한중이 입을 모아 이주한이 피그를 규모 있는 설계사무소로 키울 수 있다고 예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한편에는 스타 건축가의 아틀리에와 대형 설계사무소, 또 다른 극단에는 소위 허가방 건축사사무소 등으로 분화된 건축 생태계에서 새로운 모델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피그가 선배들의 유산을 딛고 자신만의 색깔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3년 4월호 (통권 665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22  PROJECT

시드니 모던 뮤지엄 ‐ 사나

Sydney Modern Museum ‒ SANAA

 

032  PROJECT

티쿠릴라 교회와 주택 ‐ 오페아

Tikkurila Church and Housing ‒ OOPEAA

 

042  PROJECT

브릭 하우스 ‐ 더 퍼플 잉크 스튜디오

Brick House ‒ The Purple Ink Studio

 

050  PROJECT

결구헌 ‐ 안수인 건축사사무소

Gyeolgu Heon ‒ An architect

 

058  FRAME

맥락에서 답을 찾는: 피그건축사사무소

Finding Answers in Context: fig.architects

 

060  FRAME: DIALOGUE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_ 김대일 × 김한중 × 이주한

A Way of Finding Solutions_ Kim Daeil × Kim Hanjoong × Lee Juhan

 

068  FRAME: PROJECT

비원

Be One

 

074  FRAME: PROJECT

삼형전자 사옥

SAMHYUNG ELECTRONICS HQ

 

080  FRAME: PROJECT

단단 기숙사

Dan Dan Dormitory

 

086  FRAME: CRITIQUE

맥락에서 온 오브제 건축_ 조성익

Objet Architecture Derived from a Context_ Cho Sungik

 

092  LIFE

건축의 일생을 추적하는: 정지현_ 정지현 × 윤예림

Tracing the Life of Architecture: Jihyun Jung_ Jihyun Jung × Youn Yaelim

 

100  LIFE

도면 속 식물을 꺼내어 심는: 안마당더랩_ 오현주, 이범수 × 박지윤

Planting Outside of the Plan: Anmadang The Lab_ Oh Hyunju, Lee Bumsoo × Park Jiyoun

 

108  REPORT

이타미 준의 인생을 담은: 유동룡미술관_ 유이화 × 한가람

A Vessel to Hold the Life of Itami Jun: ITAMI JUN Museum_ Yoo Ehwa × Han Garam

 

116  REPORT

가상공간과 건축, 공공성에 대하여: 〈스페이스 파퓰러: 서치 히스토리〉_ 라라 레스메스, 프레드리크 헬베리 × 윤예림

On Virtual Space, Architecture, and Publicity: ‘Space Popular: Search History’_ Lara Lesmes, Fredrik Hellberg × Youn Yaelim

 

122  REPORT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을 위한 열쇠: 국제 심포지엄 ‘순환성’_ 한가람

The Key to Sustainable Culture and Arts: International Symposium ‘Circularity’_ Han Garam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두 개의 원을 그리는_ 소한철, 이동욱, 이지현 × 윤예림

Drawing Two Different Circles_ So Hancheol, Lee Agos Donguk, Lee Jihyun × Youn Yae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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