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4월호 (통권 665호)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42서울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 ⓒA-Axis Architects
인터뷰 소한철, 이동욱, 이지현 AAA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 윤예림 기자
부분집합이 아니라 교집합
윤예림: 사무실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전시 준비로 사무실이 복잡하다고 걱정하셨잖아요.
이동욱: 이번 주말에 텍사스에서 IVAAIU 시티(이하 IVAAIU)의 전시가 시작되거든요. 다른 멤버들은 이제 막 텍사스로 떠났어요.
윤예림: AAA 건축사사무소(이하 AAA)를 소개하기 이전에 IVAAIU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IVAAIU는 2013년 결성한 콜렉티브 그룹으로 현재는 이동욱, 소한철 소장님을 포함한 다섯 명의 멤버가 함께하고 있죠. IVAAIU와 AAA의 관계를 먼저 짚고 가볼까요?
소한철: IVAAIU가 미래도시 디자인, 건축 원형 프로토타이핑, 설치 예술,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등 하나의 학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학제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그룹이라면 AAA는 그중에서도 건축에 특화된 작업을 하죠. 건축은 종합예술이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과 제도가 따르는 분야잖아요. 2020년 말 제가 건축사자격증을 취득하면서 건축사사무소를 열게 됐어요.
윤예림: IVAAIU는 아이디어(idea)부터 어바니즘(urbanism)까지 여섯 단어의 머리글자를 나열한 이름이죠. 아이브이에이에이아이유 시티라 읽고요. 소장님끼리 대화할 때도 항상 그렇게 부르시나요?
이지현: 그럼요. 생각보다 발음이 잘 이어져요.
윤예림: 저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부를 때마다 긴장하고 있어요.
이동욱: 얼마 전 미팅을 하다가 들었는데, 현대자동차그룹에는 네이밍을 할 때 열 음절을 초과하면 안 되는 규칙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세어봤는데 IVAAIU는 딱 열 한 글자예요. 생각보다 길지 않죠?
윤예림: ‘시티’까지 열 세 글자인걸요. (웃음) 나열 순서에도 의미가 있나요?
이동욱: 우리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순서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생각(idea)에서 출발해 시각(visual), 청각(audio), 건축(architecture), 기반시설(infrastructure),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통합한 도시 환경(urbanism)까지 분절된 음절을 곱씹으면 여섯 개의 미디어를 쭉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어서 이 이름을 고집하고 있어요.

AAA 건축사사무소 사무실
윤예림: AAA는 여섯 개의 미디어 중 A, 건축에 집중하고 있고요.
이동욱: IVAAIU가 근간이 된 것은 맞지만 AAA가 IVAAIU에서 떨어져 나왔다기보다는 확장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A가 세 개로 확장됐네요. (웃음) AAA는 건축의 나란한 축(aligned axis)이면서 다른 축(another axis)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사회에 발맞춰가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IVAAIU와 연결되어 있지만 독립된 주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윤예림: 부분집합이 아니라 교집합으로 볼 수 있겠어요. 두 그룹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궁금해요.
이지현: 서로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도 연계되는 부분이 있으면 협력할 수 있죠.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모두 각자 분야에서 특장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구상 단계까지는 두 그룹이 같이 리서치를 하다가 기본설계나 실시설계 단계에서 AAA가 맡아 현실화하기도 하고요.
이동욱: 반면 설계공모 같은 경우는 AAA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자체적으로 멤버 구성을 짜고 있어요.
윤예림: IVAAIU 멤버가 아닌 이지현 소장님은 AAA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이지현: 저는 줄곧 영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설계를 하고 있었는데요. 이동욱 소장과는 휴학 중 잠시 한국에 머물렀을 때 나간 건축 동아리에서 알게 된 사이였어요. 둘 다 학생이었고 10년도 더 된 일이에요. 그런데 2019년에 팬데믹으로 서울에 돌아와 정착하게 됐을 때, 주변에서 아직까지 건축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이동욱 소장이었어요.
이동욱: 이지현 소장이 한국에 들어온 시기와 맞아떨어져서 자연스럽게 제안하게 됐어요. 이지현 소장은 영국 건축사이기도 해서 AAA의 기반을 서울과 영국 두 곳에 두고 활동해나갈 생각이에요.

42서울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프로토타이핑 / ⓒA-Axis Architects
다르면 다른 대로
윤예림: 42서울 리노베이션 프로젝트(2022)가 IVAAIU와 함께 구상한 프로젝트인가요? 공간의 조형과 조명 디자인을 보고 느꼈어요.
이지현: 맞아요. 두 개의 제한된 공간을 학생, 직원을 위한 여러 위계의 공간으로 분배하는 것이 중요한 프로젝트였어요. 42서울의 자율학습을 강조하는 커리큘럼에 따라 정보 교류와 소통이 다양한 규모로 일어나는 환경이었거든요. IVAAIU와 AAA가 협업해 디자인한 모듈이 그런 요구를 공간적으로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됐죠.
이동욱: 조형은 새로운 공간을 디자인할 때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어휘라고 생각해요. 42서울은 프랑스의 교육 기관인 에콜42를 벤치마킹해 설립한 소프트웨어 교육 기관이에요. 정부 기관이지만 교육 방식이나 학생들의 생활 패턴이 일반적인 교육 기관과는 다른 점이 많았어요. 새로운 패턴에 맞는 공간을 만들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기존과는 다른 조형 어휘가 필요했고, 그게 42서울의 조형적인 아이덴티티와도 잘 맞아떨어졌어요.
소한철: 이전의 공간은 그런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일률적인 공간 형태에 표준화된 가구를 사용하고 있어 불편이 컸죠.
이동욱: 사실 그들만의 특별한 행동 패턴이 있어 보이는데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교생과 직원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3D 모형을 만들어서 원하는 형태로 직접 배치도 해보고 조명 컨트롤도 해보게끔 했죠. 수집된 데이터를 보니 ‘정말 하나도 몰랐구나’ 싶었어요.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이나 기기의 배치 패턴 같은 것이 완전히 새로웠고 그런 것들이 공간과 가구, 조명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가 됐어요.
윤예림: 설계공모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계시죠? 남양119안전센터 설계공모에 당선돼 한창 작업 중이시고요.
소한철: 119안전센터는 사용자가 명확하고, 안전에 관해 풀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보니 꼭 한번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 중 하나였어요. 사회적으로도 소방 안전이 중시되면서 경기도권의 많은 119안전센터가 확충되는 흐름이 있었죠. 119안전센터의 설계공모마다 도전한 끝에 세 번째에 당선이 됐어요. 주요한 당선 요인은 파사드 디자인 덕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지현 소장이 주도적으로 디자인했죠. 저는 내심 너무 파격적이지 않나 생각했거든요.
이동욱: 그 파사드 때문에 내일도 씨름하러 가야 해요. (웃음) 심사평을 들어 보니 파사드도 중요한 요소였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간결하게 짠 평면이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소한철: 사실 제 사촌 동생이 소방관이거든요. 세 번째 공모 때 동생에게 의견을 많이 물었어요. 실제 사용자에게 자문을 받은 셈이죠.
이지현: 같은 프로그램을 세 번 디자인하면서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나았고, 세 번째에는 훨씬 발전했다고 저희 스스로도 느꼈어요. 점점 불필요한 것들이 정리되고 핵심만 남았을 때 딱 당선이 된 거예요.
윤예림: 두 번의 낙선이 헛된 경험이 아니었네요.
소한철: 119안전센터에 제시되는 건축가이드라인이 있어요. 마감재는 무엇을 사용하고, 출입구의 이미지는 어때야 하는지 등을 권장해요. 이전에는 그 권장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설계했다면 이번에는 마음을 놓고 자유롭게 해보자고 했거든요. 그게 오히려 심사위원들에게 경기도의 119안전센터는 왜 계속 같은 이미지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이지현: AAA를 시작할 때 설계공모부터 열심히 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여러 번 도전해 보니 설계공모도 재미있고 자유로운 면이 있다고 느껴요. 재미없다고 생각했을 때는 실제로 당선에서 멀어지더라고요. 공모라고 해서 지침에만 맞추려 하기보다는 안 되도 한다라는 마음으로 우리의 것을 꾸준히 그리다 보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해보려고요.

로봇 건축 원형 프로젝트 ‘스팟-에코시스템’(2021) / ⓒIVAAIU City
자전하고 공전하는
윤예림: 그 밖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뭐가 있나요?
이동욱: 한국과 영국의 도시를 대상으로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건축 원형을 개발하고 있어요. IVAAIU는 몇 년 전부터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도시의 모습을 탐구하고 다각적으로 실험하고 있었는데요. 사실 꽤 먼 미래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작업이에요. 그런데 지금 개발하는 프로토타입은 실제로 특허등록까지 앞두고 있어요. 생각보다 빨리 실제 우리 생활에 로봇이 들어오고 있죠.
이지현: 설명하자면 런던의 오래된 주택 유형을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도시에 맞게 변형시키는 거예요. 재미있는 건 이 주택 유형이 역사적으로 마구간으로 쓰이다가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한 차례 변화를 겪었다는 거예요. 여기서 한 번 더 나아가서 이제 인간과 로봇의 공간이 되는 미래가 올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소한철: 마찬가지의 관점으로 국내에서는 한옥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어요. 한옥의 마당이 로봇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윤예림: 건축가가 이런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지현: 10년 전, 건축학도였을 때부터 테크놀로지를 사용한 건축을 이야기해왔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막연하게 상상했어요. 그런데 벌써 많은 것이 현실이 되고 있어요. 건축은 아주 오래전부터 발전해왔지만 빠르게 변하는 학문은 아니었잖아요. 하지만 현대사회는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요. 테크놀로지의 발전 주기가 성큼성큼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기술과 건축의 간극을 메울 수 없는 때가 올 지도 몰라요. 그에 어울리는 건축이나 도시를 제안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죠. 당장의 현실과 괴리가 조금 있더라도 계속 기술과 건축을 접목하면서 연구하는 이유예요.
이동욱: 새로운 것을 가장 빨리 흡수하는 장르가 소설이라고들 말하죠. 그것이 시각화되고, 음악이 되고, 영상이 되고 나면 건축이 되고, 기반시설의 형태로 도시에 남게 되는 수순이에요. 시간적인 선상에서 본다면 IVAAIU는 아직 건축의 형태로 다듬어지기 이전의 아이디어를 탐구하기 때문에 AAA보다 몇 걸음 앞서 있어요. AAA는 현재의 시점에서 건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하죠. 그런데 요즘은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먼 미래라고 상상했던 작업이 훨씬 이르게 현실에 닿아버리고 있어요. 로봇도 마찬가지예요. 로봇이 기존의 운송 시스템과 다른 점은 도로에서 끝나지 않고 문턱을 넘어 생활공간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이에요. 따라서 건축이 여기에 대응하고 있지 않으면 분명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따를 거예요. 그렇다면 건축가는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해야겠죠. 로봇 공학 분야와 건축이 양쪽에서 고민해야 실제로 작동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태양광 모듈 프로젝트 프로토타입 SSALT_IN ‘ESC 1’(2023) / ⓒIVAAIU City
윤예림: 하지만 현재를 내버려두고 미래 지향적인 연구만 할 수는 없잖아요. 두 시점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 나가시는지 궁금해요.
이지현: 현재의 실현 가능한 건축과 미래 지향적 주제가 같은 시점에 서는 때가 언젠가 오겠죠. 하지만 아직 우리가 사는 시대는 실험 단계에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우리의 실험을 건축에 어느 선까지 가져와야 할지, 현실의 건축이 이것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항상 고민이에요. 현시점에 필요한 것을 보는 것이 당연한 클라이언트에게,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미래의 가치를 바라보도록 주입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10년 전 상상했던 것이 빠르게 현실이 되었듯 지금의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도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 거예요. 언젠가는 답을 찾겠죠?
소한철: 현재의 건축에만 초점을 맞추면 많은 변화들을 놓치게 돼요. 예를 들어 이번에 IVAAIU가 텍사스의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동형 태양광 기술은 알고 보면 이미 현실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고, 충분히 건축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거든요. 이처럼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변화들에 촉각을 세우려고 해요.
소한철, 이동욱, 이지현은 2023년 6월호에서 김기준(아뜰리에 김기준 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월간 「SPACE(공간)」 665호(2023년 04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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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철
소한철은 국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뉴미디어 크리에이터스 그룹 IVAAIU 시티에 합류했다. 2020년 건축의 본질을 깊게 탐구하기 위해 AAA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으며 새로운 또 하나의 건축 매니페스토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사무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동욱
이동욱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도시계획 대학원 졸업 후, 2013년 뉴미디어 크리에이터스 그룹 IVAAIU 시티를 설립했다. 현재는 소한철, 박성수, 히로토 타케우치, 윤지인과 함께 IVAAIU 시티를 꾸려가고 있다. 2020년부터 AAA 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로 근무하고 있으며 다양한 학제와 타임라인을 오가며 새로운 시대 안에서의 도시, 건축, 예술에 대한 정의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이지현
이지현은 영국의 AA 스쿨 졸업 후, 7년간 런던의 스콰이어 앤드 파트너스에서 근무했다. 2018년 영국 건축사(ARB, RIBA)를 취득한 후 자신만의 디자인을 하고자 2019년 귀국, 현재 AAA 건축사사무소에서 디자인 및 설계를 하고 있다. 2023년 AAA 건축사사무소의 런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