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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핑, 새로운 기준을 세우다: 글램트리 리조트

글
방유경
사진
신경섭(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건축공방
진행
김정은 편집장

밤나무 숲이 우거진 가평의 서리산 기슭에 올해 3월 ‘글램트리 리조트’가 들어섰다. 경사진 대지 위에 멤브레인 구조로 설계된 18동의 글램핑 파빌리온과 웰컴센터를 갖춘 4,000평 규모의 시설이다. 국내에서 글램핑 건축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건축공방이 선보인 네 번째 글램핑 파빌리온 프로젝트다. 레저시설을 문화 공간으로 접근하며 건축가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들을 만나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설계 과정, 글램핑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Chaironecreative​

 

 

 

글램핑, 새로운 영역의 개척

2013년부터 시작된 캠핑 열풍은 일상의 풍경을 바꾸었다. 주말이면 장비를 챙겨 교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고 관련 산업과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듯 캠핑의 형태도 다양해졌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글램핑(glamping)이다.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인 글램핑은 장비와 취사, 위생 시설 등 캠핑의 단점을 보완하고 실내에 편의시설을 갖추어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야영 시설이다. 건축공방이 글램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3년 개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한 양평 ‘생각속의 집’을 통해서다. 심희준(건축공방 공동대표)은 “시기적으로 운이 좋은 프로젝트였다. 캠핑이 유행하면서 글램핑 수요는 늘어나는데, 국내에는 이에 걸맞은 양질의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거의 없었다. 여러 상황이 (건축가가) 글램핑을 시도하기에 적정했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가볍고 실험적인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심희준과 생태와 친환경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박수정(건축공방 공동대표)은 시작부터 설전을 벌였다. 글램핑 구조물이 “건축인가 아닌가, 우리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면서 ‘최소의 구조물로 최상의 공간을 만드는 실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건축물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디자인, 기능, 안전 면에서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화두였다. 이를 구상하는 데에는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에서 건축을 배우고 실무를 익혔던 두 사람의 다양한 경험이 녹아들었다. 지형을 그대로 살리고 그 위에 모던한 형태의 멤브레인 구조를 올려 자연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능적인 공간을 구상했다. 수많은 스케치와 모형 스터디를 거쳐 완성된 첫 결실은 조약돌을 닮은 도넛형 파빌리온과 확장 가능한 유닛형 파빌리온이었다. 이들의 노력에 보답하듯 첫 프로젝트는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해외 유명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건축공방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이다. 곳곳에서 글램핑 설계 의뢰가 들어왔고 이들의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파트너십, 글램트리와의 팀워크

2018년 7월, 건축공방을 찾아온 두 명의 건축주는 각각 건축과 인테리어 업계에 종사했던 실무자들이었다. 캠핑과 레저스포츠에 관심사가 같았던 그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사업을 구상했다. 계곡이 흐르고, 서리산의 능선이 보이는 가평에 4,000평 대지를 계약했다. 이곳에서 글램핑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국내에 운영 중인 여러 시설을 답사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공방의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고 직접 수소문한 것이다. 첫 미팅 때 직접 구상한 설계 도면과 캐드 파일을 들고 올 만큼 열성적이었다. 건축공방은 평소 “건축주와 수평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특히 글램핑 프로젝트의 경우 “생각을 존중해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가 가능할 때”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작업을 마친 후에도 서로 만족도가 높다고.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팀워크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글램트리 리조트 건축주는 설계의 개념과 과정, 시공까지 두루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였다. 실제로 건축주가 시공에 직접 참여하여 현장 감독으로서 꼼꼼히 시공 과정을 챙겼다. 건축주는 그때를 회상하며 “너무 많이 전화해서 미안했다”고 말했지만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며 건축공방은 오히려 감사를 전했다. 탄탄한 신뢰가 아니라면 진행되기 어려운 프로세스였다.

 

콘텍스트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

대지를 답사한 후 건축공방은 두 가지 큰 결정을 내렸다. 경사진 땅과 수명이 70년이 넘는 울창한 나무들을 훼손하지 않는 것. 대지를 둘러싼 계곡과 밤나무 숲, 서리산 풍광을 건축이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다. 박수정은 “리조트의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위적인 공간이 아닌, 자연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도록 입구에서부터 걸어가는 동선을 처음부터 생각했다”고 전했다. 첫 미팅 후 두 달 만에 가진 콘셉트 회의에서 건축공방은 지형을 그대로 살린 마스터플랜을 제안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글램핑과 트리(tree)를 합친 ‘글램트리’다. 글램핑을 하면서 자연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는 ‘이야기가 있는 문화 공간’의 구상이었다. 리조트의 핵심시설인 웰컴센터와 글램핑 파빌리온은 하나의 기둥에서 여러 갈래 가지로 뻗어나가는 나무의 형상을 따라 배치했다. 웰컴센터에서 오솔길 언덕을 따라 글램핑 파빌리온으로 가는 사이에는 재미있는 형태의 체험시설(네이처스튜디오, 트리하우스)을 배치해 각 공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공간의 특성에 맞게 콘크리트, 나무와 스틸, 멤브레인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단단한 물성과 유연한 물성이 리조트 안에 공존하면서 풍요로운 건축적 경험이 가능해졌다. 이렇듯 각기 다른 기능과 형태를 가진 개별 공간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리조트의 성격과 운영 방향을 결정짓는 총체적인 기획이자 제안이었다.





자연 속 파빌리온에 대한 실험

건축공방은 간결하게 정리된 마스터플랜 속에 많은 이야기를 녹였다.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 리조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위가 자연을 느끼며 이야기가 있는 여정이 되도록 기획한 것. 이 두 가지 문제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근본적인 질문을 상기시킨다. “건축가가 만든 글램핑은 기존 글램핑과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글램트리 리조트의 건축주가 건축공방을 찾아온 이유일 것이다. 사람들이 오도록 만들어야 성공을 거두는 레저시설에서 중요한 것은 생존, 경쟁력이다. 건축공방은 여기에 두 가지 건축적 제스처로 답한다.먼저 디자인과 공간의 질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글램핑 파빌리온을 설계하는 것이다. 건축공방이 프로젝트마다 자연과 조우하는 방식을 달리 실험하며 파빌리온 디자인을 변형하고 발전시켜가는 과정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는 조형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공간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다. 글램트리 리조트에서는 기존에 선보였던 서클 형태의 파빌리온과 함께 리프(leaf) 형태의 파빌리온을 새롭게 제안했다. 대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 울창한 나무 사이로 땅 위에 내려앉은 나뭇잎에 영감을 받아 부채꼴 형태의 파빌리온을 디자인했다. 원형 파빌리온이 상대적으로 내향적이었다면, 리프 유형은 부채꼴로 휘어진 면 전체에 창호를 설치하여, 자연을 향해 활짝 열리도록 개방감을 더했다.


©Chaironecreative​

 

©Chaironecreative​

 

계획과 기획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작업

담으로 둘러싸인 주차장을 따라 올라가면 웰컴센터 입구와 함께 중앙의 잔디광장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이를 중심으로, 경사지 위쪽으로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서클형과 리프형 두 가지 타입의 글램핑 파빌리온이 있다. 계곡에 면한 대지 아래쪽으로는 웰컴센터와 공용시설을 두었다. V자 형태로 꺾인 웰컴센터의 북쪽에는 리셉션라운지, 카페, 사우나 등 편의시설이 있고, 남쪽에는 운영 및 관리자 시설을 배치했다. 두 동 사이 공간은 지형을 살려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식 테라스를 만들었고, 두 동의 상부를 연결해 브리지 형태의 인피니티풀을 만들었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이 자연체험과 예술체험을 할 수 있도록 실험적인 형태의 트리하우스와 네이처스튜디오를 곳곳에 배치했다. 건축공방의 마스터플랜을 보면 이들이 제안하는 또 하나의 제스처를 읽을 수 있다. 레저시설을 문화 공간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들의 드로잉에서는 글램핑을 통해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지는 풍요로운 문화적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기존의 글램핑 시설에는 마스터플랜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먹고, 자고, 이동하는 개별 활동은 있을지언정, 공간과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개념과 건축적 장치들이 부재했다. 건축공방은 대지가 가진 가능성을 활용하여 다양한 부대시설들이 하나의 풍요로운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적화된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찾아올 만큼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한,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전 프로젝트인 ‘캠프통 아일랜드’에서 제안한 오픈스페이스와 미술관 공간처럼, 예술 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건축공방의 작업은 건축주와 미팅을 거치면서 ‘계획’에서 ‘기획’과 ‘컨설팅’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각 단계별로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어떤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는지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글램트리 리조트에서 시도한 트리하우스와 네이처스튜디오는 설계를 마치고 시공을 앞두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동시에 완공되지는 못했지만, 자연과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실험적인 형태의 파빌리온들이 서서히 공간을 채울수록 글램핑의 경험은 다채로워질 것이고, 자연을 향해 열린 공간은 구석구석 이야기가 있는 시나리오로 완성될 것이다.


하이테크로 구현한 로테크

맥락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축공방의 시선은 어떻게 하면 인위적인 개입 없이 자연을 더 온전히 느끼는 공간을 만드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심희준은 “자연 속에 지어지는 프로젝트에서는 주변 환경의 아름다운 모습만 바라보게 해도 그 안에 풍성한 요소들이 이미 있다. 인위적인 건축 요소들이 자연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건축의 디테일이나 형태적인 것도 다이내믹함은 주지만,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주변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도록, 조인트 부분이나 설비 등이 보이지 않게 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램트리 리조트 내외부 공간에는 특별한 디테일이 느껴지지 않는다. “좋은 디테일은 디테일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신념을 읽을 수 있다. 이들의 표현을 빌려 “하이테크로 구현한 로테크한” 건축이다. 심희준은 파빌리온을 “매번 숍드로잉까지 직접 다 그린다. 현장에서 조립할 때 조금이라도 수평이 맞지 않거나, 체결 부위에 5mm의 격차만 발생해도 (시공을) 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함을 요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실험을 거듭하여 체결 방식을 단순화하고 디테일도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하면서 실내 공간에서 시각적으로나 활동에 불편한 요소들을 제거했다. 단순해 보이는 멤브레인은 이중막 구조로 막과 막 사이에 공기층을 두어 방음과 단열 효과를 높였고, 불에 타지 않도록 방염처리를 하여 안전성을 높였다.건축공방의 이러한 노력은 웰컴센터에서도 발견된다. 박수정은 “자연을 투과하면서 공중에 떠있는 느낌을 주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고객들이 사용하는 공용 공간은 외벽을 유리로 마감하여 어디서든 숲이 보이도록 시야를 개방했다. 천장의 나무 마감재도 유리벽을 통과하여 외장재로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처리했다. 건물 지붕은 떠있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비스듬하게 처리했고, 반짝이는 아노다이징패널로 마감하여 존재감을 약화하고 자연 풍경이 반사되도록 했다. 건물에 사용된 다양한 재료들이 만나는 경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눈에 띄지 않도록 매끄럽게 처리했음을 알 수 있다. 건축공방이 처음 한국에서 이런 작업을 시도할 때에는 구조를 계산하고 설계에 맞게 시공할 업체를 찾는 것부터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고 경험이 쌓이면서 함께하는 팀의 전문성이 높아졌고, 이제는 성숙한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공간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작은 요인들은 이러한 디테일에 있다”고 말한 건축공방의 노력은 자연을 향해 열린 건축으로 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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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예술의 중간 지대

건축공방은 2019년 젊은건축가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독보적으로 넓고 다양한 분야를 거침없이 오가는”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심사위원이었던 김헌(스튜디오 어싸일럼 대표)은 총평에서 “현저하게 확장된 직능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7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건축공방이 선보인 프로젝트는 주거, 상업, 공공 건축, 예술 작업 등 넓은 영역에 걸쳐있다. 그리고 이 영역을 건축공방은 스스로 ‘건축물’, ‘파빌리온’, ‘예술 작업’ 세 가지로 구분했다. 분류상 가운데 위치한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조형성과 건축다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건축과 예술 중간 지대의 작업인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 늘어나고 있는 레저 프로젝트는 콘크리트 건물과 글램핑을 둘 다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 대지 안에 압축력을 견디는 건물이 있고, 인장재를 활용하여 형태적 자유로움을 가진 건물이 공존한다. 그런 면에서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일종의 실험실이다. 하나의 디자인이 나오기 위해서 수십 가지를 디자인 하고 그중 하나를 선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십 개의 의장과 특허 등록을 했다.”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엄청난 레퍼런스들이 쌓인다고 말하는 건축공방의 이야기는 이들이 어떤 도전과 노력을 통해 건축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 될 듯하다. “일상에서 더 나은 공간을 경험하도록 삶의 질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건축공방이 도전할 다음 목적지가 벌써 궁금하다​. (글 방유경 / 진행 김정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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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PACE(공간)」 633호(2020년 0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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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방
건축공방은 심희준, 박수정 두 건축가가 2013년 설립했다. ‘건축공방’은 ‘공예가의 작업실(workshop)’과 ‘토론(discussion)’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일상의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건축, 도시, 예술, 조경, 리노베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레드닷디자인 어워드, 아이에프디자인 어워드, 아이코닉 어워드, 독일디자인 어워드, 아키타이저 어워드, 디자인 포 아시아 어워드, K-디자인 어워드, 디진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으며, 2019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방유경
방유경은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대학원에서 건축이론과 비평을 전공했다. 건축 에디터로 시작하여,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로 건축과 전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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