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7월호(통권 668호)

어떤 혁명
이 시대에 ‘혁명’이란 단어가 어울릴까.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말이다. 권력에서 자유로운 외부란 존재하지 않고, 이미 자본주의와 한 몸이 된 우리는 피아의 식별조차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단단한 구조를, 그것도 급격하게 바꾸는 일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면 순진한 몽상가 취급만 돌아올 뿐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냉소적인 태도를 장착하고 세상과 불화하던지, 적극적으로 몸을 던져 그 힘을 역이용해보려 한다. 어느 쪽이든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여기 천천히, 익숙한 관행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을 질적으로 새롭게 바꾸는 작은 혁명을 이어가는 건축가가 있다.
2020년 5월, 「SPACE(공간)」 630호는 ‘공존 그리고 독존’이란 제목으로 푸하하하프렌즈의 작업을 다뤘다. 그리고 3년이 흘러 이들을 다시 만났다. 여전히 독자적으로 작업하지만 함께인 이 친구들은 윤한진, 한승재, 한양규라는 단편소설을 모아 푸하하하프렌즈라는 장편소설을 완성하겠다며 그 첫 주인공으로 한양규의 등을 떠밀었다. 융통성 있어 보이는(?) 한승재와 윤한진과는 달리 다소 베일에 싸여 있던 한양규는 이번 소설에 타자(비평가)를 들이는 대신 자신을 제일 잘 아는 나머지 둘의 시선을 담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뜻밖의 제안(고집)에 걱정이 많았던 편집장은 ‘어디 보자’는 심산으로 당장 원고를 내놓으라 요청했다. 그렇게 며칠 만에 반듯하고 정직한 건축으로 세상을 구하고 싶어 하는 한양규란 인물을 묘사한 윤한진의 프롤로그가 도착했다. 글자에 약하다던 한양규는 화답하듯 건물의 구성과 체계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장하거나 숨기려는 시도 없이 아주 솔직하게 드러내고 평하는 글이 푸하하하프렌즈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다가왔기에 우리는 이 색다른 구성을 지지하기로 했다. 그렇게 자유로운 전개와 비속어가 자연스럽게 안착한 일종의 자전적 에세이 혹은 비평적 자서전이 완성돼갔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굳이 모여 다짐하거나 역할을 분담하지 않아도 각자의 성향대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푸하하하프렌즈 내부의 일하는 방식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번 프레임에서는 한양규의 세 작업, 후암동의 추억, 면목동 클로버, 터101 빌딩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세 건물 모두 연면적 30~60평 정도의 작은 규모의 임대형 근린생활시설, 다가구주택 겸 근린생활시설, 사옥이다. 그는 도무지 건물을 세울 수 없을 것 같은 작고 복잡한 대지에서도 쓸만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것이 한승재가 말하듯 한양규가 자신 있게 구하려는 세상이다. 그에게 입면이나 형태는 관심사가 아니다. 이 세 건물과 이번에 소개되지 않은 바온하우스까지, 한양규의 건물에서는 늘 계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위 공용공간이 많아서, 계단과 얽혀 있는 공간이 궁금해서 점점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넓고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려는 관점에서 볼 때 불합리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양규는 ‘공용’이란 이름으로 층을 이동하는 기능 이외에 버리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계단을 각자가 내 것이라 생각하고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계단을 만든다. 이렇게 건물을 ‘반듯하게’ 세우기 위해 한양규는 수십 군데의 시공사에서 거절당하거나, 오랜 시공 기간을 감수한다. 이 역시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와 산업의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한양규의 신념의 발로이자 혁명 방식이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3년 7월호(통권 668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22 PROJECT
반곡 주택 ‐ KKKL 건축사사무소
Bangok House ‒ KKKL
030 PROJECT
백 오브 더 하우스 ‐ 방콕 프로젝트 스튜디오
Back of the House ‒ Bangkok Project Studio
040 PROJECT
하이브리드 목조 적층 오피스 ‐ 살하우스
The Multistory Office of Steel and Timber ‒ SALHAUS
050 FRAME
유용한 혁명가를 꿈꾸는: 푸하하하프렌즈
Dreaming of Being a Useful Revolutionary: FHHH FRIENDS
052 FRAME: PROLOGUE
건축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_ 윤한진
Can Architecture Save the World?_ Yoon Hanjin
056 FRAME: ESSAY
건축은 건물인가 작품인가?_ 한양규
Is Architecture a Construction or an Art Form?_ Han Yangkyu
062 FRAME: PROJECT
후암동의 추억
Memories of Huam-dong
070 FRAME: PROJECT
면목동 클로버
MMD Clover
076 FRAME: PROJECT
터101 빌딩
Teo 101 Building
082 FRAME: CRITIQUE
그럼 어떡혀_ 한승재
What Else Can I Do?_ Han Seungjae
088 LIFE
전시와 미술관 돌보기: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_ 정다영 × 박지윤
Caring for Exhibitions and Art Museum: ‘Young Korean Artists 2023: Annotating the Museum’_ Chung Dahyoung × Park Jiyoun
096 LIFE
모으고, 나누고, 배우는 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_ 정유진, 김성한, 이희원, 정은주 × 김지아
An Art Museum Collaborating, Exchanging, and Learning: Art Archives Seoul Museum of Art_ Jung Yujin, Kim Sunghan, Lee Heewon, Jeong Eunju × Kim Jia
104 LIFE
연구 도구로서의 사진: ‘문서의 삶―프로젝트로서의 사진’_ 바스 프린센, 스테파노 그라치아니 × 김지아
Photography as a Research Tool: ‘The Lives of Documents―Photography as Project’_ Bas Princen, Stefano Graziani × Kim Jia
112 REPORT
탄소섬유 보강 콘크리트, 어디까지 왔나?: 큐브_ 조반니 베티 × 한가람
How Far Has Carbon Fiber Reinforced Concrete Come?: CUBE_ Giovanni Betti × Han Garam
118 REPORT
대안적 비엔날레의 가능성을 보다: 양림골목비엔날레_ 조경진
New Possibilities for an Alternative Biennale: Yangnim Alleyway Biennale_ Zoh Kyungjin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맥락과 근원을 파고드는_ 서자민 × 윤예림
Delving into Contexts and Origins_ Seo Jamin × Youn Yaelim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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