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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 보강 콘크리트, 어디까지 왔나?: 큐브

사진
스테판 그뢰셸(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헨
진행
한가람 기자

「SPACE(공간)」 2023년 7월호(통권 668호​)​

 

콘크리트는 지구상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재료로,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그러나 건축·건설 분야에서 콘크리트가 차지하는 긴 역사를 보면 다른 재료가 이를 대신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기성의 철근콘크리트보다 진보된 콘크리트는 없을까? 근년에 독일에서는 탄소섬유 보강 콘크리트(CFRC)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존에 CFRC가 교량이나 건축물 일부 부위에만 사용됐다면, 큐브(2022)를 지을 때는 전체 건물에 적용됐다. CFRC는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설계에 참여한 조반니 베티(헨 지속가능성 책임자)에게 물었다. 

 

큐브 전경 

 

탄소섬유 보강 콘크리트, 어디까지 왔나?: 큐브 


조반니 베티 헨 지속가능성 책임자 × 한가람 기자

 

한가람(한): 작년에 완공된 큐브는 CFRC로 지은 세계 최초 건물이자 협회 C3(Carbon Concrete Composite)의 연구 성과물이다. C3는 언제부터, 어떤 비전으로, 무엇을 연구하고 있나?

조반니 베티(베티): C3는 2014년 독일 드레스덴에 설립된 협회로, 매니징 디렉터 프랑크 슐라디츠(드레스덴 공과대학교 콘크리트 구조연구소 연구원) 주도로 운영된다. 철근콘크리트를 대신할 새로운 건축자재로 CFRC를 선도하고자 한다. CFRC의 연구·개발·단계적 적용을 위해 여러 연구 프로젝트를 실행해왔으며 신축과 리노베이션에서 CFRC와 관련된 건설 원리·생애주기 평가·재활용 과정을 알리고 있다. C3의 연구들은 독일 건설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한데, 약 7천만 유로의 지원금과 150개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다.

우리가 설계 파트너로 참여한 큐브는 만프레트 쿠르바흐(드레스덴 공과대학교 교수)와 그의 연구소(Institute for Solid Construction), 재료 성능 전문가, 비주얼라이저, 모형 제작자 사이의 협업으로 개발됐다.

 

한: CFRC란 무엇인가? 왜 이 재료가 저탄소시대에 철근콘크리트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알려 달라.

베티: 탄소섬유는 철근보다 네 배 가볍고 여섯 배 강한 고분자 복합재료다. CFRC는 철근 대신에 비금속 물질인 탄소섬유를 보강재로 이용해 기존의 콘크리트 보강 방법을 대체할 수 있다.

특장점은 자재를 50% 이상 절약한다는 점이다. 기성 콘크리트는 철근을 수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4cm 두께의 철근 피복이 필요했다. 반면에 CFRC는 비금속 보강재를 피복할 필요가 없어 콘크리트 소비를 절감한다. 이는 곧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물, 모래와 같은 자원 소비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탄소섬유는 철근보다 인장력이 뛰어나 콘크리트의 내구성과 복원력을 높인다. 이러한 면에서 CFRC는 탄소 발자국을 줄여 지속 가능한 건설 문화와 친환경 미래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다. 

한편 섬유 보강 콘크리트 중에는 CFRC 외에도 유리섬유 보강 콘크리트(GFRC)가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혼합물에 작고 불규칙한 유리섬유를 섞어 만든다. 반면 CFRC는 격자망이나 막대 형태의 탄소섬유를 이용해 구조를 보강하여 재료 성능을 최대한 활용한다. CFRC는 이렇게 GFRC보다 구조화된 방식으로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데 더 우수한 대안이 된다.

 

한: 그동안 CFRC는 건물의 구조 보강이나 입면과 같이 일부에만 적용됐다. 이번에 큐브를 통해 처음으로 건물의 주재료가 됐는데, 어떤 면에서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나?

베티: 과거에는 완전히 캡슐화된 탄소섬유의 결합력에 관한 이해도가 낮았다. 따라서 건축에서는 탄소섬유를 주로 건물을 보강하고 수선하는 데만 사용했다. 최근에는 재료 구성과 기계적 모델링 분야가 발전하며 탄소섬유는 실질적으로 철근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가 됐다. 탄소섬유의 발전은 CFRC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다양한 활용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탄소섬유 격자망을 보강재로 활용한 조립식 콘크리트 패널 제작 과정​

 

탄소섬유 격자망을 보강재로 활용한 현장타설 콘크리트 시공 과정

 

한: 건축 역사를 살펴보면 신소재의 등장은 건물 형태에 영향을 미쳐왔다. 큐브를 설계할 때도 자재 특성을 반영하고자 했을 것이다. 

베티: 새로운 재료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우리는 CFRC가 지닌 미지의 잠재성을 끌어내고 시연해보는 작업에 대단한 흥미를 느꼈다. 특히 직물과 거의 흡사한 탄소섬유 격자망은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얇고 가볍고 유연한 성질은 기존의 보강재인 철근과 완전히 대비된다. 우리는 이 자재를 가지고 실험할 때마다 강도와 유연성에 매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험을 아이디어 삼아 물리적 구조물에 적용하고자 했다. 맞물린 두 개의 셸 구조는 서로를 지지하기 위해 비틀리며 벽에서 지붕까지 연속되는 물결 형태를 이룬다. 길이가 약 40m에 달하는 두 셸은 CFRC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주는 모놀리식한 요소다. 만일 이 정도 길이를 철근콘크리트로 지었다면, 열팽창으로 인해 콘크리트에 여러 작은 균열이 생겼을 것이다. 이 균열은 구조 일체성에 직접 지장을 주지 않지만, 철근에 물이 침투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결국 구조체에 부식과 손상을 입힌다. 탄소섬유는 열팽창이 매우 적은 덕분에 균열이나 부식 관련 위험을 해소한다. 

비틀린 벽은 건물 외벽을 넘어 뻗어나가기도 한다. 연장된 벽은 소란스러운 인접 도로에서부터 정원과 건물을 보호하는 방어벽이 된다. 지지대 없이 독립적으로 서 있으며 7m에 가까운 높이지만 두께는 겨우 5cm에 불과하다. 극적으로 가느다란 구조는 철근콘크리트로는 절대 구상할 수 없는 설계다.

 

한: 건물은 두 가지 방법으로 시공됐는데 이에 관해 설명해 달라. 또한 시공법에 차이를 둔 이유는 무엇인가?

베티: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틀린 셸은 현장타설 콘크리트로 지었다. 합판 거푸집 위에 탄소섬유 격자망을 덧씌우고 숏크리트를 분사했다. 이는 CFRC가 표현력이 뛰어나고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음을 잘 드러낸다. 

반면, 좀 더 짙은 회색의 사각형 볼륨은 조립식 CFRC 패널로 구성됐다. 비틀린 셸이 재료의 표현성을 입증한다면, 조립식 요소는 이 소재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두 시공 방법을 통해 재료의 다양한 활용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큐브 외관 ©Stefan Müller

 

큐브 내부. 셸 구조는 현장타설 콘크리트로, 사각형 볼륨은 조립식 콘크리트 패널로 만들었다. ©Stefan Müller

​

한: 드레스덴 공과대학교 캠퍼스 내에 자리한 큐브는 어떤 역할을 하나?

베티: 연구실과 이벤트실로 구성된 243m2의 실험적 건물은 드레스덴 공과대학교의 건축·구조 부분의 혁신성을 대표한다. 이곳은 CFRC에 관한 연구를 가속화하고 그것의 적용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구자, 산업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CFRC를 논하고 홍보하는 만남의 장소로 기능한다. 실제로 완공 이후 큐브는 CFRC 시공 방식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이용 기간 동안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쓰였다. 운영 및 생애주기 비용을 조사하고, 구조와 건물의 정역학적 측면과 관련한 장기적 적합성을 연구했다.

 

한: 탄소의 전도성을 활용해 건물에 기능을 더했다고 들었다.

베티: CFRC의 잠재성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 고 전도성과 비자성을 비롯한 탄소섬유의 고유 성질로 인해 CFRC 벽은 흥미로운 활용 가능성을 품는다. 그중 하나는 CFRC 벽을 대형 터치용 화면으로 쓰는 것이다. 탄소섬유가 지닌 전도성 덕에 벽은 촉각적 입력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매체로 변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건축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직관적이고 몰입감 있는 사용자 경험을 가능케 한다.

또한 CFRC 벽은 자가 점검 구조체가 될 수도 있다. 탄소섬유의 전도성을 활용해 벽에 센서를 설치하고 구조 일체성을 지속 관찰하여 건물 상태에 관한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식의 사전 점검은 안전을 보장하고 시기적절한 유지보수를 도와 구조의 수명과 내구성에 기여한다. 

그 외 추가 기능으로는 실내 온도조절이 있다. CFRC의 보강 요소를 발열체로 이용하면 온도 조절을 효율적으로 맞춤 설정할 수 있다. 또한 CFRC는 탄소섬유의 전기 비축 성능을 구조체에 통합할 수 있기에 분산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해결책이 된다.

 

한: 큐브의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CFRC의 미래를 어떻게 진단하나? 상용화를 위해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베티: CFRC의 미래는 유망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단기간 내에 해결돼야 하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주요 걸림돌은 CFRC에 특화된 건축 법규나 표준이 없다는 점이다. 큐브 같은 경우, 시범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엄격한 독일 건축법에서 특별한 예외 사항으로 구분돼 지어졌다. 이 프로젝트로부터 기세를 이어받아 2023년 말 안에는 독일 정부가 CFRC에 대한 기술 허가를 내릴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들려온다. 이 승인은 CFRC가 널리 활용되도록 해줄 중요한 사건이며 향후 제정될 다른 법 조항의 지침이 될 것이다. 

건축 법규와 표준이 설립됨에 따라, 높은 생산 비용이나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한 문제도 차차 해결되리라 예상된다. 더 많은 프로젝트에서 CFRC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규모의 경제 원리에 따라 자재를 생산하는 비용 효율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CFRC가 더 널리 쓰이면서 재료를 다루는 숙련 노동자와 전문가 수도 많아질 것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큐브 

 

월간 「SPACE(공간)」 668호(2023년 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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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베티
조반니 베티는 건축가이자 헨의 지속가능성 책임자, 베를린 예술대학교의 초빙교수다. 그는 15년간 국제적인 경력을 쌓았고, 그의 연구와 작업은 영국의 왕립 미술 아카데미와 베니스비엔날레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출판 및 전시됐다. 그는 또한 세계 각 지역의 기후에 적합한 건물을 설계하는 오픈소스 웹 애플리케이션 ‘CBE Clima’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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