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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 미술관 돌보기: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사진
김주영
자료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3년 7월호(통권 668호​)​

 

‘젊은 모색’이 처음 개최된 후로 4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하 과천관)이 개관한 후로 37년이 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이 나이를 먹듯, 제도와 공간 또한 늙는다. 이 흐름 속에서 큐레이터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은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을 통해 큐레토리얼 맥락에서 제도를 매만지고 공간을 보살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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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박지윤 기자 

 

박지윤(박):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은 2021년에 열린 ‘젊은 모색’ 40주년 특별전 이후의 첫 전시다. 기존과 달리 건축, 디자인 영역으로 장르의 확장을 시도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정다영(정): ‘젊은 모색’은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시작한 국립현대미술관의 가장 오래된 정례전이다. ‘올해의 작가상’, ‘MMCA 현대차 시리즈’도 정례적으로 열리지만 후원사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시다. 미술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자체 정례전이라는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 전시는 이제 40년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제도 자체의 갱신이 필요했다. ‘젊은 모색’ 초반에는 현대적인 미술관 시설이 과천관 정도였고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이후에는 새로운 미술관과 대안 공간이 많이 등장했고 리움미술관의 ‘아트스펙트럼’과 같이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들도 여럿 생겼다.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미술계 상황이 급변하며 젊은 모색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미술관 내부적으로 하기도 했다.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 시기였다. 본래는 비엔날레 형식으로 2년마다 개최했는데 제도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서 5년 만에 개최하는 등 불규칙한 시기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내부 큐레이터와 작가가 함께 성장하는 토대인 ‘젊은 모색’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면서 2021년에 40주년 특별전을 열었다. 기존 방식처럼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면서 중앙홀에 40주년 특별 아카이브전을 선보였다. 40주년 전시에서 ‘젊은 모색’을 한차례 정리한 덕분에 제도 갱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같다. 사실 장르에 대한 실험은 이전에도 시도된 바 있다. 공예 작가로만, 한국화 작가로만 전시를 꾸린 적도 있다. 이번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 건축과 디자인으로 장르가 확장된 이유는 건축 큐레이터인 나의 특수성도 반영됐겠지만, 그간 ‘젊은 모색’에서 소외됐던 유일한 장르가 건축과 디자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소외된 장르를 호명함으로써 ‘젊은 모색’ 자체를 조금 더 새롭고 다양하게 보기를 기대했다. 

 

박: 전시의 주제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으로 작가들에게 미술관, 더 좁게는 과천관의 해석을 요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한 미술관과 과천관의 공간적 특징은 무엇이었나? 

정: 작가들에게 미술관과 과천관을 해석해 달라는 직접적인 요청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전시의 장소로부터 작업을 출발해 달라고 말했다. 미술관의 공간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을 요청한 것이다. 그 독자적인 시선이 각각의 작품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전에 큐레이터인 나의 시선에 의해 해석된 과천관의 공간 특성은 있었다. 첫 번째는 순환하는 동선이다. 램프코어 중심에 있는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매우 중요한 작품이지만 미술관 내부 시선의 흐름을 막기도 한다. 관객들은 입구에서 들어와 우측에 있는 장방형 전시장만 주로 이용하는데 사실 미술관 건물 좌측에는 옥상정원까지 이어지는 원형 동선이라는 공간의 형식이 존재한다. 두 번째는 깊이 있는 평면이다. 보통 한국 현대건축은 벽식 구조가 반복되는 깊이가 얇은 공간들이 중첩된 형태가 많은데 과천관은 서양식 건물처럼 배가 부르고 깊이가 두터운 공간 형태를 가지며, 그 공간을 지지하기 위한 많은 기둥이 있다. 이 두 가지 공간 특성을 작가들에게 자료로 전하기는 했다. 

 

입구의 ‘들어가며’ 전시 전경

 

출구의 ‘나가며’ 전시 전경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전시 전경 

 

전시 도면. 가벽 없이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배치해 기둥의 그리드 시스템을 드러내고자 했다. 

 

 

박: 세부적으로는 공간, 전시, 경험 총 세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공간에 대한 주석’에서는 ‘일련의 기둥’ 시리즈, ‘드랙 뮤지엄’, ‘범위의 확장(‘확장’, ‘변화’, ‘해체’)’ 등 유독 기둥에 주목한 작품이 많았다.

정: 사진가 김경태, 이다미(플로라앤파우나 대표), 김현종(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 대표)은 예전부터 기둥을 탐구해온 작가다. 큐레이터의 정보와 작가의 기존 탐구 영역이 일치한 결과물인 것이다. 기둥이 미술관 공간의 물리적인 지지체이지 않나. 이 지점은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라는 전시 개념과도 맥이 닿는다. 

 

박: ‘전시에 대한 주석’은 포스터, 브로슈어, 캡션, 도면 등을 다루는 섹션이다. 전시에서 부차적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을 전시의 작품으로 불러냄으로써 기대한 바는 무엇이었나? 

정: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미술관과 협업할 때 직능에 따라 만들어내는 생산물이 주로 도면, 포스터, 브로슈어 등이다. 하지만 그 기능이 있는 대상을 전시장에 설치하고 좌대 위에 올려놓으면 달라 보인다. 정보로 읽혔던 대상을 작품으로 다뤄 낯설게 보기를 시도한 것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오혜진의 ‘전시 기간’, ‘관람 시간’, ‘찾아오시는 길’ 등을 포함한 ‘미술관 읽기’는 전시장에서 관습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들을 새로운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들은 전시를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 다양한 탐색 거리를 던져주었다. ‘찾아오시는 길’은 미술관에 도달하는 여정을 사운드와 영상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기능이 있는 사물을 기능 없는 상태로 전환해 전시했는데, 다시 이 작품을 기능적인 영역으로 끌고 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디바이스에 브로슈어 정보를 텍스트뿐만 아니라 영상, 사운드로 담아내 전시장 도착 전 미술관에 관련된 경험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박: ‘경험에 대한 주석’은 미술관에서의 경험을 어떠한 방식으로 탐색하는가? 

정: 세부적으로는 관계에 주목한다. 영화감독 백종관의 ‘섬아연광’은 미술관의 공간과 관객의 발걸음의 관계를, 박희찬(스튜디오히치 대표)의 ‘리추얼 머신’은 미술관의 경로와 그 경로를 쫓아가는 관객과의 관계를, 미디어 작가 추미림의 ‘횃불과 경사로’, ‘패스파인더’, ‘열매와 시냇물’은 장소를 바라보는 중첩된 시선과 대상의 관계를 다룬다. 장소를 멀리서도 보고, 잘라서도 보는 거다. 단순히 나의 의지로 장소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장소가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하는 감각을 조명하는 작품들이다. 

 

김현종의 ‘변화’ 설치 전경 

 

이다미의 ‘드랙 뮤지엄’ 일부 

 

오혜진의 ‘찾아오시는 길’ 설치 전경 

 

박: 입구에는 시인들의 시가, 출구에는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이 자리한다. 전시 시퀀스를 구성하며 관람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랐나? 

정: 이번 전시는 작가의 커미션 작업으로 꾸려졌기 때문에 작가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럼에도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의 의지와 욕망을 버릴 수는 없는데, 이 부분을 전시 시퀀스에서 드러내고자 했다. 먼저 전시장의 가장 강한 건축적 조건인 기둥으로 이뤄진 그리드 체계를 온전히 드러내고자 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전시를 위한 가벽을 세우지 않았다. 기둥이 일종의 모듈로 작동해 작가들의 작품이 기둥 사이사이에 유기적으로 배치된다. 또한 전시의 문을 어떻게 열고 닫을 것인가는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주제다. 작가의 작업들이 시각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그것과 충돌하지 않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전시장 입구의 ‘들어가며’에서는 ‘젊은 모색’에서 ‘모색’의 대상인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건네고 싶었다. 염두한 조건은 기존 작품과는 다른 매체를 사용할 것, 보여주는 방식이 강제적이지 않을 것, 우아할 것, 이렇게 세 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입체적인 작품과 대응하는 납작한 형태인 글을 시인들의 언어로 전하게 됐다. 전시장 출구의 ‘나가며’에서는 ‘젊은 모색’의 기존 틀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젊은 모색’은 동시대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작가들이 누구인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어떤 매체로 작업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인터뷰 영상과 작가들의 이전 프로젝트를 다루었다. 

 

박: 전시 자체를 넘어 전시 전후를 기획하는 것 또한 큐레이터의 역할이다. 작가들이 인터뷰 영상에서 건축가 김태수가 설계한 초기 도면, 미술관 밤 투어 등을 언급했는데, 사전 프로그램과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정: 작가의 절반 정도가 건축가와 디자이너인데 그들은 순수 미술 작가에 비해 미술관 경험이 적다. 더불어 건축가가 커미션 작업으로 전시할 때 본인 작업의 맥락을 지우고 아티스트로 선회하려 하거나 혹은 문제 해결사의 역할만 수행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자주 봤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업과 연결되면서도 주제와 닿은 작품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작가가 주제에 관해 생각할 만한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 미술관 밤 투어 또한 그 일환이었다. 주목할 것은 건축물을 밤에 본다는 점이다. 불이 다 켜져 있으면 공간의 질감, 사이니지 등이 얽혀 공간이 복잡하게 보이지만, 밤에 핸드폰 불빛으로 보면 공간의 순수한 경로와 골조에 집중할 수 있다. 엑스레이를 보듯이 미술관 내부를 보는 것이다. 더불어 큐레이터와 작가, 작가와 작가 간의 다양한 대화의 창구도 만들었다. 사실 건축가들이 전시 경험은 많지만 큐레이터와의 협업 경험은 많지 않다. 건축 전시는 건축가가 기획자이자 공간 디자이너, 작가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장점도 있지만 전시가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대상을 객관화하고 서로 간에 비평적 거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 투어, 강연 같은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서로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이번 작품을 기존에 해왔던 실천의 연장선에서 완성해주기를 꾸준히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신작에서 작가가 지속해온 작업 태도가 연상된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박: 전시 이후에는 앤솔러지 출판이 예정되어 있다. 최춘웅(서울대학교 교수), 최성민(슬기와 민 공동대표), 독립 큐레이터 심소미 등 참여 작가가 아닌 다른 인물을 초대해 전시 도록과 구분했다. 엔솔러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 전시는 ‘젊은 모색’이라는 틀 아래 작가의 신작에 집중한다면 앤솔러지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라는 주제를 조금 더 확장한다. 미술관 공간의 가치, 미술관 돌봄, 그리고 여기에 개입하는 건축과 디자인의 역할과 같은 논의를 앤솔러지에서 다룬다. 

 

박: 과천관은 도심과의 먼 거리, 자연과 닿은 야외 공간에 주목해 건축가와 함께 버스정류장, 옥상 야외 공간에 정체성을 심는 ‘과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 또한 미술관을 주제로 삼아 과천관이라는 공간에 대해 말한다. 과천관을 꾸준히 맥락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 과천관은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노화되면서 재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기능적으로는 보수가 필요했고, 오래된 미술관이 가진 공간의 속성은 현대미술이라는 매체와 계속 부딪히고 있었다. 과천관 재생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큐레토리얼 작업으로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연관된다. 다르게 말하면 큐레이터가 오래된 미술관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침술 전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벡터를 하나씩 건드리는 방법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공간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큐레토리얼 맥락에서 전시, 프로그램, 작가와의 협업 등을 활용해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기존 공간을 다시 보게 하고, 전략적으로 바꾸기도 하고, 전시 대상으로 삼기도 하면서 미술관을 돌보고 있다.

 

 

박희찬의 ‘리추얼 머신’ 일부 

 

백종관의 ‘섬아연광’ 설치 전경 

 

월간 「SPACE(공간)」 668호(2023년 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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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영
정다영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건축과 디자인 분야 전시 기획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 기획한 주요 전시로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2014), <아키토피아의 실험>(2015),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2017), <김중업 다이얼로그>(2018),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2020) 등이 있다.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2015), 『건축, 전시, 큐레이팅』(2019) 등 여러 책을 기획하고 공저자로 참여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큐레이터(2018),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겸임교수(2019~2021)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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