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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도구로서의 사진: ‘문서의 삶—프로젝트로서의 사진’

자료제공
캐나다 건축센터
진행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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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7월호(통권 668호​)​

 

도면이 건축적 사고를 증명하고, 출판물이 건축 이론과 비평을 전파한다면 사진은 건축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또 다른 틀이 되어준다. 캐나다 건축센터(CCA)는 1974년부터 수집한 사진 컬렉션을 바탕으로, 예술 작품이자 기록으로서의 사진이 건축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 연구 프로젝트 ‘문서의 삶—프로젝트로서의 사진’을 선보인다. CCA의 책임 디렉터 지오바나 보라시가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CCA 창립 50주년인 2029년까지 총 3부작(2023- 2026-2029)으로 진행된다. 3부작은 각기 다른 게스트 큐레이터에 의해 기획되며, 새로운 관점으로 컬렉션을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첫 번째 게스트 큐레이터로 초청된 바스 프린센과 스테파노 그라치아니는 지난 10여 년간 CCA와 협업해온 건축 사진가다.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공동 기획해 첫선을 보인 이번 프로젝트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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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의 삶—프로젝트로서의 사진〉 전시 전경​

 

인터뷰 바스 프린센, 스테파노 그라치아니 건축 사진가 × 김지아 기자 

 

김지아(김): ‘문서의 삶—프로젝트로서의 사진’은 CCA가 1974년부터 현재까지 수집한 약 6만 5천 장의 사진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관점으로 컬렉션을 조명하나? 

스테파노 그라치아니(그라치아니): 2015년 CCA가 주최한 ‘건축과 사진을 위한 다학제 연구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학자와 실무자 간 연구 협력에 참여하면서 CCA의 사진 컬렉션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CCA의 사진 컬렉션은 건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많은 작품이 ‘건물’과는 관련이 없다. 그보다는 사회, 자연, 건축 환경 간 관계를 조명하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발견은 건축 사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확장시켰다. 사진가들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을 기록하기 위해 시선을 정립하는 방식과 사진 매체를 사용하는 방법론적 관점에 집중해 이를 역사적이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추적하고자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CCA의 컬렉션을 재조명하고 오늘날 사진 매체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촉발하고자 한다.

 

​김: CCA의 사진 컬렉션은 낱장의 사진뿐 아니라 사진집, 포트폴리오, 영상, 대규모 디지털 사진 등을 아우른다. 또한 시대별 주요 작가의 사진, 유명 건축가의 포트폴리오, CCA가 커미션한 시리즈 등으로 규모와 주제 면에서 방대하다. CCA 사진 컬렉션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바스 프린센(프린센): CCA가 수집한 사진 컬렉션은 이 기관의 방향성에 따라 필연적으로 건축과 결부되어 있다. CCA 설립자인 필리스 램버트는 드로잉, 모형, 텍스트를 비롯해 사진을 건축 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사진 매체가 발명된 1839년의 다게레오타이프 컬렉션부터 19세기 영국,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중동 및 아시아에서 활동한 주요 작가들의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에는 도시 재개발, 토목, 철도 개발, 건설 현장을 포착한 대규모 커미션 프로젝트와 지형을 기록한 사진집 등 건축적으로 유의미한 작품 그룹이 있다. 현대건축가나 기관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로는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 알버트 칸, 안도 다다오 등의 프로젝트 사진이 두드러진다. 이외에도 저마다의 시선으로 건축을 기록하는 데 천착해온 제프리 제임스, 로버트 벌리, 귀도 귀디 등 주요 작가의 현대사진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에 사용된 리서치 테이블은 크리스토퍼 디빅과 막스 카렌의 디자인 

 

​김: 이번 프로젝트에서 대상으로 하는 작가와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나?

프린센: 총 30명의 작가를 선별했는데 크게 세 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CCA 컬렉션에 포함된 작가, 컬렉션에 포함될 수 있었지만 제외된 작가, 앞으로의 컬렉션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다. 세 그룹을 비중 있게 선별했다. 첫 번째 그룹이 우리가 그간 보아온 익숙한 방식으로 사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면, 두 번째 그룹은 CCA의 컬렉션이 미처 놓친 부분을 보완한다. 세 번째 그룹은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묘사하는 스트레이트 사진을 추구하는 작가들로, 기록물로서의 사진을 통해 연구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강조됐다. 

그라치아니: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작가, 즉 CCA 컬렉션에 속해 있는 작가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사진을 살펴보며 1960~1970년대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시기는 사진 매체가 예술로서 자율성을 획득한 시기로,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많은 작가들이 활발한 기록을 남겼다. 사진가들이 매체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고 저마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언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 시기이기에, 변화하는 건축 환경 속에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시각적 주장을 하는지 살펴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각 작가의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관심사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사진가의 주관적인 세계관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었다. 

 

테이블에 전시된 사진집과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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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시는 CCA 컬렉션의 방법론을 따라 최대한 포괄적으로 자료를 제시해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시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프린센: 전시에서는 사진의 구상부터 제작까지 다양한 단계에 걸친 사진가들의 작업 방식과 프로세스, 방법론을 탐구해 그들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제시되고 재현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는 사진을 연구 도구로 활용하는 관점으로, 벽에 걸린 작품만이 사진 매체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강조한다. 출판물이나 건축가의 포트폴리오로 인화된 문서 자료로서의 사진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사진 매체가 존재하고 활용되는 다양한 방식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라치아니: 전시는 총 일곱 개의 갤러리에 프로젝트별로 구성돼 있다. 주로 리서치 테이블에 사진이 배치되어 있고, 일부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별도의 동선을 계획하지 않고 비선형적인 전시 디자인을 구상해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며 질문을 던지고 사고를 확장해갈 수 있도록 했다. 전시에 포함된 사진집 등 출판물의 경우, 출판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출판사와 함께 만든 책, 소량으로 인쇄한 독립 출판 잡지 등 여러 형태를 만날 수 있다. 귀도 귀디, 마리안 뮬러, 라라 알마르세기, 게르트 얀 코켄 등의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에디션을 제작하기도 했다. 

 

우시오다 투코토의 스튜디오

 

우시오다 투코토의 스튜디오에서 본 사진 

 

​김: 생존 작가의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해 사진에 접근하는 작업 방식과 연구 방법 등을 주제로 대화하고 이를 영상과 출판물로 담았다. 구술사를 연구 방법론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인가?

프린센: 건축을 이야기할 때는 건축가의 아이디어나 공법, 구현 과정 등을 총체적으로 살피지만, 사진을 이해하거나 논의하는 방식은 그렇지 않다. 과정보다는 완성된 작품에 한해 단편적으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했다. 컬렉션의 분류나 학자들이 작품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작가의 의도와 아이디어를 고려하려 했다. 이를 위해 작가들을 만났고, 작업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러한 방문을 통해 그들이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것을 담기 위해 체득한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많은 작가들이 발표를 통해 알리지 않았을 뿐 과거 작품의 연장선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낱장의 사진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던 프로젝트가 시대와 저자의 삶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었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1990년대 도시 풍경을 기록한 ‘In Between Cities 1993–1996’ 시리즈를 선보인 귀도 귀디는 특정 시기에 국한하지 않고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었다. 이러한 구술사는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전시 기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형식이 된다.

 

​김: 사진가들은 저마다의 시각적 관점을 통해 도시와 풍경에 대해 주장하고, 건축의 영역을 넓히는 일에 참여한다. 이와 관련해 연구 과정에서 만난 작가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들려 달라. 

프린센: 많은 사진가들이 자신이 속한 환경, 즉 오늘날 세계화된 도시를 묘사하는 데 비판적인 관점을 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입장이 극단적으로 비관적이거나, 대안으로서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마주한 세계를 묘사하지만, 그 안에서 보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한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속한 환경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 적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조명하는 사진들은 우리 자신과 주변 환경, 즉 세계를 인식하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 

그라치아니: 몇몇 사진가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지역이나 개인적으로 잘 아는 장소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었다. 2011년 쓰나미로 파괴된 고향 리쿠젠타카타에 기반한 하타케야마 나오야의 작업이나 루이스 발츠의 어바인 인근 신산업단지를 촬영한 작품 등이 그 예다. 근접성과 시선의 관계는 흥미로운데, 대부분의 작가가 사물이나 장소에 따라 자신의 시선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기록한 사진일지라도 보는 이는 그 시선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풍경 사진 섹션 전경

 

​김: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재현하는 다큐멘터리로서의 기능을 지니지만 동시에 주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매체가 연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면 어떤 지점을 고려해야 할까?

프린센: 사진가가 묘사할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보는 사람으로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진부하게 들릴지라도 오늘날 너무 많은 이미지에 둘러싸인 우리는 사진을 단지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술 이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라치아니: 사진을 연구 도구로 활용할 때는 우리가 보는 모든 것과 보는 방식에 내재된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관점을 견지한다면 작품과 연구에 대한 일말의 맥락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사진가로서 우리는 어떤 맥락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를 토대로 연구를 발전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다른 이와 겹칠 수도, 겹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들이 의뢰를 받아 진행한 커미션 프로젝트와 개인 프로젝트가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두 프로젝트에 차별을 두지는 않았다. 이들의 작업은 사진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개인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김: 사진은 인간의 인식에 깊이 관여해왔다. 기술 발전에 따라 매체가 다변화되는 시대에 사진 매체의 힘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가?

프린센: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을 묘사할 수 있는 매체는 어디에나 있다. 일상화된 사진 촬영 행위뿐 아니라 광고나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이미지도 삶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점점 더 움직이는 이미지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면서 멈춘 이미지, 고전적인 사진이 남용되는 경우는 줄고 영상(영화)이 가진 서사적 측면과 구분되는 특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움직임 없이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사진 매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손으로 쥘 수 있는 형태로 남고, 문서로 활용될 수 있으며 그런 존재 방식을 유지하는 한 멈춰 있음에도 침묵하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라치아니: 사진 매체와 관련된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은 예술적 측면보다 사회적 측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일부 작품은 풍경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연구와 사진 자체에 대한 상징성을 담고 있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사진의 존재 방식이 변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루이지 기리의 ‘아틀란테’(1973)나 더글러스 휴블러의 가변 작품 #70 ‘모두 살아있는 사람’(1971)에서 일찍이 반복적으로 등장한 바 있다. 사진가들은 항상 진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진도 어떤 방식으로든 진화할 것이다. 루이스 발츠의 말처럼 ‘로큰롤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말은, 아마 사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문서의 삶—프로젝트로서의 사진〉 전시 전경​

 

월간 「SPACE(공간)」 668호(2023년 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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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 프린센
바스 프린센은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에서 공공 공간 디자이너로, 베를라게 인스티튜트에서 건축가로 교육받았다. 1998년부터 예술가이자 사진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젊은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샬롯 콜러 상을 수상했으며, 2010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오피스 거스턴 기어스 다비드 반 세베렌과의 협업으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스테파노 그라치아니
스테파노 그라치아니는 사진, 미술, 건축의 교차점에서 작업한다. 그의 작품은 베니스비엔날레, 마니페스타, 프라다 재단 등에서 국제적으로 전시됐으며, CCA(몬트리올), 프라다 재단(밀라노), 무포코(시니셀로 발사모), MAXXI(로마), 포토그라피아 재단(모데나), ICCD(로마) 등의 공공 및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 거주하며 베니스의 IUAV, 밀라노의 나바, 우르비노의 ISIA에서 사진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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