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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년의 경험, 그리고 그다음

글
김지아 기자
자료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SPACE(공간)」 2024년 1월호 (통권 674호) 

 

1995년 개관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2025년이면 건립 30주년을 맞는다. 자르디니의 마지막 국가관으로 문을 연 한국관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을 겪어왔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한국관의 건립 배경과 설계 개념을 돌아보고, 개관 이래 현재까지 열린 미술전과 건축전을 한국관 공간에 집중해 조명한다. 이를 통해 한국관의 의미와 가능성을 짚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증개축 등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한국관 건립 초기 모습​ ©Mancuso E Serena Architetti Associati / Image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국가관을 향한 열망

1895년부터 시작된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이 처음 참여한 때는 1986년이다. 당시 독립된 국가관이 없던 한국관은 이탈리아관의 별관 일부를 배정받아 벽 한 켠에서 전시를 치른다. 1988년과 1990년, 1993년 세 회차의 참여도 국가관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한국 미술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 미술계는 국가관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자르디니 내에 남아 있는 부지가 없었을 뿐더러 중국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자국관 건립을 위해 대기 중인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1993년 독일관의 초빙작가로 비엔날레에 참여한 백남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뜻을 모아 한국관 건립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시작한다. 그는 남한과 북한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가관을 건립한다면 예술을 통해 정치적 긴장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요지의 서신을 당시 베니스 시장에게 전했고, 이는 1990년 독일 통일, 1991년 소련 붕괴 등 역사적 흐름과 맞물리며 한국관의 건립 허가를 받아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관 건물 상단에 ‘Corea del Sud(남한)’ 또는 ‘Repubblica di Corea(북한)’가 아닌 ‘Corea’로 표기된 점이 이러한 배경을 드러낸다.

 

​김석철과 프랑코 만쿠조가 당시 문화부 장관인 이민섭과 한국관의 설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Mancuso E Serena Architetti Associati / Image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유리 철골조의 건물

한국관의 설계를 맡은 김석철(전 아키반도시건축연구원 대표)과 프랑코 만쿠조(전 베니스 건축대학교 교수)는 자르디니에 빈 공간이 없는 점을 고려해 처음에는 지하에 국가관을 제안했다. 하지만 나무뿌리가 깊게 뻗어 있어 불가능한 계획안으로 반려되고, 최종적으로 일본관과 독일관 사이에 있던 관리사무소와 화장실로 쓰이던 자리에 한국관을 건립하게 된다. 기존 수목과 지형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조건하에, 두 건축가는 유리와 금속을 주재료로 사용해 좁은 부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기존 벽돌 건물을 유지하면서 원통형 유리 공간을 삽입해 외부로 열린 공간을 만들고, 옥상층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건축면적 244m2, 접지면적 235m2, 연면적 249m2에 달하는 한국관은 세 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됐다. 각각 직육면체와 정육면체, 반원형으로 구조와 형태를 달리해 일반적인 박스형 전시 공간과는 구분되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한국관의 공간적 특징은 개관 이후 전시를 진행한 예술감독과 작가들로부터 전시 공간으로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술전과 건축전을 거듭해 전시 경험이 점차 축적되면서 한국관의 특수한 공간을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구성과 실험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국관 초기 스케치 ©Mancuso E Serena Architetti Associati / Image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한국관 모형 ©Mancuso E Serena Architetti Associati / Image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전시 공간으로서의 기능

1995년부터 한국관은 격년으로 미술전과 건축전을 개최해오고 있으며, 2023년 기준으로 미술전은 14회, 건축전은 13회 진행됐다. 개관 직후 열린 1995년 미술전을 관람한 미술평론가 정준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관은 20세기 말 건축 현상이라 할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의 건축물로 미술 전시관이라는 1차적인 기능성을 무시한다면 외형적으로나 건축적으로나 매우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 한국관이 개관했다는 기쁨에 들떠 한국관의 전시관으로서의 기능성은 논외로 취급되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논의가 되어야 할 부분이라 여겨진다.”(「SPACE(공간)」 333호 참고) 또한 같은 해 전시에 참여한 작가 김인겸은 반원형 공간의 천장 높이가 2.25m 정도로 낮아 기존에 출품하려던 설치작의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관 개관 직후 초기의 전시들은 한국관이라는 독특한 전시 공간을 난감해하면서도, 베니스비엔날레라는 국제적인 미술의 장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식하고 당대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방법을 주되게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비선형적 공간에 대응하는 미술전

한편, 2003년 김홍희가 커미셔너로 이끈 전시는 기존 전시들과 다른 접근을 보여주었다. 전시 제목인 ‘차이의 풍경들’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타 국가관과 차별화되면서 또 다른 차이를 만들어낼 한국관의 구조적, 공간적, 장소적 특성에서부터 전시의 기획이 시작됐다. 이전 전시들이 한국관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리벽을 코팅하거나 가벽을 세워 차단하는 등 내부 구조 일부를 개조해 사용했다면, 이 전시에서는 건물의 원형을 복구한 상태에서 한국관의 건축 공간을 새롭게 탐구한 신작들을 선보이며 한국관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런가 하면 2005년 김선정(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기획한 전시는 종래의 전시들이 (협소한 공간인 점을 고려해) 참여작가 2~4명을 선정해 그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던 방식과 달리,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양상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15명의 작가를 선정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로 화제를 모았다. 참여작가 최정화가 한국관 옥상에 붉은 소쿠리를 쌓아 거대한 성벽을 연출하고, 박기원이 외벽을 반투명 섬유강화 플라스틱(FRP)으로 둥글게 포장해 건물을 강조하는 등 건축 공간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2010년대 들어서는 2013년 커미셔너 김승덕이 김수자를 단독작가로 선정해 한국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보따리’의 개념으로 해석한 전시를 선보였다. 유리로 된 외벽을 반투명 필름으로 덮고, 내부의 빈 공간을 굴절되는 빛과 사운드만으로 채워 한국관의 공간을 온전히 체험하도록 했다. 2019년 독립 큐레이터 김현진이 예술감독으로 이끈 전시는 세 명의 여성 작가가 탈식민과 젠더를 주제로 한 영상 설치 작업을 한국관의 공간적 특성과 상응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이 전시의 경우 아르코미술관에서 귀국전이 열리기도 했는데, 한 인터뷰에서 김현진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귀국전에서는 구현하지 못했지만 본 전시에서는 모든 모니터가 다 사람의 스케일이었어요. 화장실이었던 공간을 사용했기 때문에 정사각형의 ㄷ자 형태로 전시가 이뤄졌어요. 관객이 그 방에 들어가는 순간 막 벌어지는 공연 현장에 포함되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죠. (…) 아르코미술관에서는 공간의 한계 때문에 베니스비엔날레처럼 관객이 공연에 함께한다는 감각을 주기가 어려워 아쉬워요.”▼1 이렇듯 초기에 화이트큐브가 아닌 전시 공간에 난색을 표하던 미술계는 여러 차례 전시를 거듭하며 한계를 수용하고 타개해나갈 방법을 자연스레 찾아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 증개축 계획안 ©Mancuso E Serena Architetti Associati / Image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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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위에 짓는 건축전

1996년부터 열린 건축전의 경우, 초기에는 ‘건축 전시’에 대한 담론이나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한국에서의 건축 작업을 모형이나 패널을 통해 소개하는 방식에 그쳤다. 1996년 커미셔너 강석원, 2000년 김석철을 거쳐 2002년 김종성이 이끈 전시는 당시로부터 10년 안에 한국이 통일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통일 이후 한국의 건축을 내다볼 수 있는 젊은 건축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선보였다. 한편 2004년 정기용이 기획한 전시는 더 이상 국내 건축 작업을 출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의 도시’를 주제로 참여작가 김광수(스튜디오케이웍스 대표), 송재호, 유석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이 노래방, 찜질방, PC방 등 한국의 도시 문화를 해석한 새로운 작업을 제시했다. 이러한 도시 현상에 대한 탐구는 2006년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 대표)이 감독한 전시에서도 이어졌다. 참여작가인 김승회(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찬중(더_시스템랩 대표), 김헌(스튜디오 어싸일럼 대표), 신혜원(로컬디자인 대표), 최욱(원오원아키텍스 대표) 등 다섯 명의 건축가는 서울로 대변되는 한국의 도시 상황을 관찰하고 해석한 결과물을 전시했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최욱은 “한국관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 특징과 전시 준비 과정에서 주어진 현실이 우리가 평소 느끼는 서울의 상황과 일치하는 것 같다”며, “굉장히 좋은 큐레이팅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관이 있다. 그런데 한국관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었던 미학적 현상도 있었을 것이다. 비판의 대상이 아닌 상황과 현실의 조건이 다른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SPACE」 467호 참고). 이처럼 건축전의 경우, 건축의 태도와 유사하게 한국관이라는 공간을 주어진 조건과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큐레이팅의 방식을 정립해가며 점차 차별화된 구성을 꾀했다.

 

2014년 커미셔너로 선정된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표)이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과 안창모(경기대학교 교수)를 큐레이터로 섭외해 이끈 <한반도 오감도>전은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한국관 전시 역사에 유의미한 궤적을 남겼다. 이 전시의 의미는 큐레이팅 방식을 비롯해 여러 각도에서 논할 수 있겠지만, 형식적 측면에 한해 들여다보자면 남한과 북한의 건축을 주제로 참여작가 29명의 작업을 전체 구조 내에 혼성적으로 배치함으로써 한국관의 공간적 열세를 딛고 그 전략적 균형점을 잘 찾아냈다는 평을 받았다(「SPACE」 560호 참고). 이후에는 2016년 김성홍(서울시립대학교 교수), 2018년 박성태(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 2021년 신혜원, 2023년 정소익(도시매개프로젝트 대표)·박경(샌디에이고 대학교 교수)이 예술감독으로 동시대 한국 건축 담론의 연장선에서 각기 다른 주제로 전시를 선보이며, 한국관에서의 건축 전시를 지속적으로 실험해나가고 있다(「SPACE」, 669호 참고). 

 

기존 수목과 지형을 거스르지 않는 한국관의 배치 ©Mancuso E Serena Architetti Associati / Image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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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축과 남겨진 과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관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건립 30주년을 향해 가고 있다. 다양한 전시 경험을 통해 한국관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진 점은 유의미한 성취일 것이다. 하지만 완공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한국관의 공간적 특성을 논하는 일 외에도 유지 보수의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건축물의 노후는 물론이고, 비엔날레라는 전시 특성상 매 전시마다 새롭게 공간을 조성하는 시도들이 이어지면서 개보수 작업이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또한 전시를 하기에도 부족한 면적의 공간이기에, 전시 기물을 비롯한 각종 부대시설을 보관할 공간이 없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한국관의 운영을 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이러한 요구 사항을 반영해 2018년 한국관 증축 계획을 발표했다. 공동 설계자인 김석철이 2016년 작고했기에 프랑코 만쿠조가 주축이 되어 증개축안을 설계했다. 베니스 시 도시 세부계획에 따르면 대규모 증축은 불가했기에 현재로서는 부족한 사무 공간과 창고 공간을 확대하고, 전시 공간을 연결하는 28m2 규모의 계획안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2023년 10월 25일 아르코미술관에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새로운 미래 설계를 위한 현안과 가능성’을 주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예술위 측은 증개축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SPACE」 673호 참고). 이에 따르면, 2018년 9월 베니스 도시 시청과에 계획안 승인을 신청했으나, 증축안이 현재 시행법에서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시의회를 열어 도시법을 개정해야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어 2023년 11월 30일 한국관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예술위가 주최한 대국민공청회에서 임근혜(아르코미술관 관장)는 2025년까지 증축안 승인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며, 이외에도 재원 확보, 아카이브 구축 및 활성화를 과제로 커미셔너로서 역할을 재정비하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관의 미래는 단순히 공간을 개선하는 일에만 달려 있지 않다. 베니스비엔날레라는 국제적인 무대에서 지난 30년간 한국관이 그려온 궤적을 짚어보고, 운영과 실행 측면에서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지점을 개선할 때에야 비로소 한국관의 다음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관 내부 전경 ©Mancuso E Serena Architetti Associati / Image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1. 신지예, ‘한국 대표 페미니즘 미술 작가 정은영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여성신문」, 2020년 6월 13일. ​​

월간 「SPACE(공간)」 674호(2024년 0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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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김석철과 프랑코 만쿠조에 의해 설계되어 1995년 개관했다. 개관 이후 한국관은 격년으로 미술전과 건축전을 개최해오고 있으며, 2023년 기준으로 미술전은 14회, 건축전은 13회 진행됐다. 1995년 전수천, 1997년 강익중, 1997년 이불이 특별상을, 2014년 조민석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024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열리는 미술전은 야콥 파브리시우스(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와 이설희(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큐레이터)가 공동감독을 맡아 이끌며, 2024년 베니스 내 별도 장소에서 30주년 특별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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