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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건축학과의 설계와 일상을 담는 공간, 설계실

글
18기 학생기자
사진
18기 학생기자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 학생기자]  건축학과의 설계와 일상을 담는 공간, 설계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집 다음으로 가까운 공간은 학교 설계실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건축학도들은 일주일에 12시간 정도를 설계 스튜디오를 준비하는 데 할애하는데, 이는 곧 설계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간’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설계실은 창작의 고민에 시달리는 장소임과 동시에 모든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셈이다. 서로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18기 학생기자 네 명은 각자 소속된 대학의 설계실을 현황을 살펴보고, 재학생들과 인터뷰를 통해 삶과 밀접하게 맞닿는 설계실 생활기와, 사용자로서 느끼는 팬데믹 전후 공간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환경에 대한 바람을 들어보았다.

 

세종대학교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설계실은 2020년까지 이당관이라는 건축학과 단독 건물을 사용하다 현재는 공과대학 건물 2층을 사용하고 있다. 본 건물은 충무관과 율곡관이 맞벽으로 붙어있는 ㄱ자 건물로, 벽을 뚫어 두 건물을 연결한 구조다. 충무관에는 교직원 연구실, 컴퓨터실, 출력실, 2~3학년 설계실이 있고, 율곡관에는 모형제작실과 강의실, 4~5학년 설계실이 있다. 스튜디오 별로 배정된 설계실 한 곳을 대략 12명이 함께 사용한다. 1,000X900mm 정도 규격의 넓은 책상이 인원 수마다 벽을 따라 배치되며, 그 중심에는 크리틱 때 사용하는 긴 책상 하나가 놓여 있다. 폭이 좁은 2~3학년 설계실과 달리, 4~5학년 설계실은 넓어서 섬처럼 두 책상을 중간에 놓은 독특한 배치를 띤다. 세종대학교 학생들은 장난삼아 그 두 자리를 유배지 혹은 사장님 자리라 부른다. 

인터뷰: 신효근(​18기 학생기자) ​X​ 나경찬(​2016년 입학​, 5학년 2학기)

 

​

신효근: 주로 설계를 하는 장소는?

나경찬: 그때그때 다르다. 오랜 시간 작업해야 하면 설계실을 이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가볍게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가서 작업한다. 모든 책상이 벽을 바라보고 있고 사람들과 등지고 앉아 작업하는 터라 답답한 느낌도 들지만, 무엇보다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ㄱ자로 옆 건물과 맞닿아 있는 5학년 스튜디오의 설계실 세 곳은 빛이 거의 들지 않고 옆 건물의 입면만 보인다. 그래서인지 나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종종 답답함을 못 이겨 카페나 집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신효근: 설계실에서 본인의 자리는 어디인가? 그 자리에 만족하는가?

나경찬:​ 매 학기 스튜디오 자리를 정할 때 제비뽑기로 1번부터 원하는 자리를 선정한다. 다른 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4학년 2학기에는 일명 ‘사장님 자리’에, 5학년 1학기에는 출입문 반대편의 가장 구석진 자리를 사용했다. 모든 좌석이 등지고 앉다 보니 교수님이 들어왔을 때 모니터가 바로 보이는 불편한 좌석도 있는데, 다행히 내가 사용했던 자리들은 작업물이 쉽게 노출되지 않아서 좋았다.


신효근:​ 건축과가 사용하는 시설, 공간 중에 용도가 계속 바뀌는 곳이 있나?

나경찬:​ 설계실과 복도가 아닐까. 설계실은 다른 학교가 그렇듯 작업실, 침실, 제작실, 주방 등 모든 기능을 수용하는 만능 공간이다. 심지어 누구는 기타를 가져와 연주하기도, 게임기를 가져와 공용 모니터와 연결해 놀기도 한다. 개별 책상에 개별 작업을 위주로 해서 설계실은 사적인 공간으로 생각되지만, 오히려 각자의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는 공공성 짙은 장소다. 특히 우리 학교 복도는 일반적인 건물의 복도에 비해 폭이 넓다. 지금까지는 복도를 지나다니는 용도로만 사용해 왔는데, 최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 같다. 중간 발표 작품을 벽면에 전시하거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아이소핑크를 잘라 루돌프를 만들기도 하더라. (웃음) 복도가 전시장이 된 모습을 보니 건축학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느낌이 나서 좋았다.


신효근:​ 자신이 속한 설계실 외에 다른 설계실도 방문해 보았는지?

나경찬:​ 아주 가끔이다. 들어가고 싶어도 쉽게 못 들어간다. 스튜디오별로 설계실이 전부 분리되어 있고, 실제 내부를 볼 수 있는 건 문에 난 작은 세로창이 전부다. 누가 있는지 알고 들어가야 하는데, 몇몇 스튜디오는 이 창을 이면지로 가려 놓아서 누가 있는지, 수업 중인지 알 수 없다. 한번은 창 너머로 교수님이 보이지 않길래 힘껏 문을 박차고 들어갔는데, 구석진 곳에서 크리틱하고 있는 교수님과 눈이 마주쳤던 적이 있다. 모두가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웃음)

 

신효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설계실을 모두 경험한 학년(2016년도 입학)이다. 코로나19 전후로 학생들이 설계실을 사용하는 데 나타난 변화가 있다면?

나경찬:​ 설계실에서 설계하는 학생들이 현저히 줄었다. 코로나19 시기와 겹쳐 설계실을 제대로 사용해보지 못한 저학년은 지금도 설계실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이전에 설계실을 사용했던 친구들이 현재도 똑같이 설계실을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이당관을 사용할 때에는 2~5학년 모두 같은 건물에서, 같은 층을 공유했다. 선배들이 모두 설계실에서 작업하니, 자연스럽게 저학년도 설계실에 상주했다. 각 학년 두 명씩 여덟 명이 한 팀을 이뤄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가해야 하는 규정도 있어서 서로 친해질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프로그램이 거의 없고, 코로나19 때문에 친해질 기회도 줄어들어 과제 역시 ‘개인 플레이’가 됐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현재 설계실 자체가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 하나둘 설계하러 다른 장소로 떠나는 것 같다.

 

신효근:​ 더 나은 설계를 위해 설계실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나경찬:​ 설계실의 전체적인 환경이다. 설계는 혼자보다 여럿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면 시너지가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열 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지내는 건데, 환경이 좋지 못하니,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오래 있으면 먼지 때문에 목 아픔을 느끼고, 빛도 잘 들지 않아 2층임에도 반지하 같은 일부 설계실도 있다. 집이나 작업실이나 공장이나 공간의 용도와 상관없이 어찌 되었든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쾌적한 컨디션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학과 시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도에 놓인 아이소핑크로 제작된 루돌프 ⓒ신효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설계실  ⓒ신효근​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공학관 6층에는 건축공학과 학생들의 설계실이 모여 있다. 설계 스튜디오 수업이 있는 날에는 정문을 지나 공학관 쪽으로 난 샛길을 통해 설계실로 들어간다. 설계실로 들어가는 길에는 모형 제작 등에 필요한 스프레이실, 플로터실, DFL(Digital Fabrication Lab) 시설이 보인다. 플로터실과 DFL의 레이저 커팅기, 로봇 팔 등이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설이라면, 스프레이실은 건강을 위해 (화학공학과 교수님들의 강력한 어필로 만들어진) 환기 시설을 갖춘 공간이다. 설계실은 일반 강의실처럼 생겼지만 강단이 없는 유형과 넓은 공간을 가벽으로 나눈 두 가지 유형이 있다. 1.7m 높이의 가벽은 공간을 나누는 수단이지만, 위로 넘나드는 소리와 시선까지는 막지 않는다. 특별히 핀업을 하고 크리틱을 하는 날에는 가벽과 복도벽은 핀업 공간이 된다. 설계실 안은 개인 책상으로 공간이 구획되어 있다. 

인터뷰: 라해린(​18기 학생기자) X 이준호(2017년 입학, 4학년 2학기)

라해린​: 주로 설계를 하는 장소는?

이준호: ​설계실부터 작업실, 집, 카페 등 다양한 곳에서 설계를 시도해봤다. 집은 조용하지만 침대가 있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계획한 만큼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4학년 초에는 2개월 정도 짧게 작업실을 사용했는데, 10명 남짓하게 조용히 작업하는 곳이라 잘 맞지 않아서 금방 나왔다. 다양한 시도 후,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잘 집중하는 편이라는 걸 깨닫고 지금은 학교 주변의 24시 카페나 설계실에서 주로 설계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라해린​: 설계에 필요한 물품 중, 학교에서 대여 혹은 제공하는 것이 있다면?

이준호:​ 설계실에 있는 너비가 120cm 정도 되는 개인 책상과 의자가 제공된다. 개인용 책상은 벽을 바라보는 식으로 배열되어 있고, 제비뽑기로 학생들끼리 자리를 정해서 사용한다. 공간 가운데는 단체 크리틱이나 지형 모형(일명 콘타)을 올려두는 용도의 8인용 책상이 있다. 설계실마다 필요에 따라 빔프로젝터나 이동식 TV를 두고 발표할 수 있게 되어있는 구조다. 스튜디오에 따라서는 학기마다 플로터를 대여해서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 열선커터기 같은 물건들을 빌릴 수 있지만 관리가 잘되지 않는 실정이다.


라해린​: 설계하지 않을 때도 설계실을 오나?

이준호:​ 월요일, 목요일이 설계 수업일이다 보니 직전 시간이나 전날에는 사람들이 좀 있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는 설계실에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럴 때는 대형 모니터에 노트북을 연결해서 다 같이 모여 스포츠 경기를 보기도 하고, 배달 음식을 시켜서 중앙의 대형 테이블에 놓고 함께 식사하기도 한다. 다른 학과와 달리 개인 책상이 있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보니 공강 시간이나 개인마다 필요할 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라해린​: 설계실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나? 휴식할 때는 어느 곳을 이용하나?

이준호:​ 공간 분리용으로 둔 가벽 공간을 주로 핀업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가끔 핀업 양이 많으면 복도까지 사용해서 핀업을 한다. 졸업 설계 기간에는 복도에서 모형을 만들거나 보관하기도 한다. 따로 정해진 휴식 공간은 없다. 복도는 서 있기에 머쓱한 너비라 바깥 바람을 쐬려면 1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졸릴 때는 설계실에 아이소핑크를 깔고 눕거나 침낭을 덮고 엎드려 잔다. 작업하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설계실에 머무는 시간이 긴 만큼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벽에 핀업한 모습 ⓒ​라해린

 


라해린​; 코로나19 전후로 학생들이 설계실을 사용하는 데 나타난 변화가 있다면?

이준호: 사실 코로나19 전에 설계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전후나 특정 사건을 계기로 설계실 사용에 변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괄적인 변화가 있었다기보다 학기나 스튜디오에 따른 영향이 더 큰 듯하다. 지금도 다 같이 모여서 설계실에서 단체로 하는 스튜디오가 있고, 설계 수업 직전까지도 잘 모이지 않는 스튜디오가 있다.


라해린​: 더 나은 설계를 위해 설계실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준호: 기존에 쓰던 조립식 책상의 내구성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상 크기가 더 커지면 좋겠다. 여러 용도로 쓰다 보니 책상에 물건들이 많이 쌓이기도 하고 모형을 만들다 보면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A1이나 A0 사이즈의 이미지를 인쇄하면 둘 곳이 없다. 마찬가지로 핀업 공간도 부족하다. 보통 책상 앞 벽에 핀업을 하는데 A3 이미지를 여러 장 붙이기에는 공간이 좁다. 창문 앞에 앉는 학생들은 애초에 붙이는 게 불가능하다. 핀업 공간이 따로 마련되면 좋겠다.

 

가벽으로 분리된 설계실 ⓒ​라해린​

 

 

 

충북대학교

1학년만 다른 동 건물을 사용하고, 2학년은 제 2 공학관 2층을, 3~5학년은 3층을 사용한다. 1~4학년 설계실(스튜디오)은 학년 당 하나씩 총 네 곳이 있으며 하나의 설계실을 반별로 샌드위치 패널로 구분해 3개 반이 함께 쓰고 있다. 각 설계실은 홀과 복도를 통해 연결된다. 5학년 설계실은 3개 반이 완전히 벽으로 분리되어 각반이 개별 스튜디오를 사용한다. 설계실 내부는 반별로 원하는 방식으로 개인 작업 책상을 배치하며 가운데 공용 책상을 모아 회의나 모형 작업, 크리틱용 책상을 두는 식으로 구성된다. 학교에서는 반마다 대형 모니터, 개인 작업 책상, 개인 의자를 제공한다.   

인터뷰: 강원희(18기 ​학생기자) ​X 한승주(2018년 입학​, 4학년 2학기​)

 

강원희​: 주로 설계를 하는 장소는?

한승주​: 거의 무조건 설계실을 사용한다. 건축 설계는 작업을 같이 하며 서로 영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작업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디벨롭 과정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을뿐더러 설계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야 전체 학년의 수준 또한 올라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코로나 19 이전에는 다같이 설계실을 쓰는 분위기였다. 12명 정도 인원이 북적북적하게 작업하다 보니까 공유도 되고 같이 진도를 맞춰 나갈 수 있다거나 “이 친구는 이렇게 하니까 나는 다르게 해봐야겠다”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강원희​:​ 코로나 19 전후로 설계실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한승주​:​ 원래 스튜디오 칸막이가 이동식 파티션이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 건축학 인증이나 전시 때문에 샌드위치 패널로 고정해서 쓰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필요에 따라 공간을 터놓고 쓰기도 했는데 샌드위치 샌드위치 패널로 고정하면서 유동성이 줄었다. 과거에 모 교수님이 자유롭게 참여자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3학년 스튜디오를 다 터놓고 작업실로 사용했다. 한쪽은 사무실처럼 책상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한쪽은 모형 작업실을 만들어서 모델링을 하면 옆에서 모형을 바로 만들어서 크리틱을 받기도 하고, 드로잉을 하면 그것을 바로 캐드화하거나 모형을 만들며 작업하기도 했다. 모형은 거대하게 대여섯 개를 만들었다. 학교 기자재를 다 모아서 복사기와 복합기 몇 대를 가져다가 진짜 사무소처럼 작업했다. 당시 한 달 반 동안 나름 체계적으로 재미있게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설계실에 유동성이 있으니 할 수 있었던 작업이다.


강원희​:​ 설계실 공간 변화가 개인의 작업 공간이나 교류에 미친 영향은?

​한승주​:​ 탁 트인 공간에 유동적인 파티션을 두고 개인 자리를 만들어 사용했던 예전과, 반마다 가벽으로 분리해 개인 공간이 개방되어 있는 지금을 비교하면, 과거에 더 교류가 활발했던 것 같다. 개인 자리에서 작업을 하다가도 유동성이 있어 어느 정도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개인 영역을 구분해 공용 작업 공간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다 보니 공용 책상에 와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설계자 입장에서 보면 설계 공간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중요했던 것 같다. 일부러 개인 자리를 막거나, 작업물로 자연스럽게 개인 공간이 막히는 경우도 있는데 공간이 나뉘기는 해도 분리되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개인 자리가 강제로 오픈되어 책상만 있다 보니까 오히려 작업을 폐쇄적으로 하는 분위기다. 적당한 경계가 있어야 더 자연스러운 흐름이 나타나는 것 같다.


강원희​:​ 설계실 외에 홀, 복도 등 학교 내 다른 공간에서 사용상 변화가 있었나? 이는 작업이나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한승주​:​ 코로나19 전 홀은 이벤트가 많은 가변적인 공간이었고 모든 크리틱은 무조건 홀에서 진행됐다. 다른 학년의 작업물을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점이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하는데, 언제부턴가 그렇게 안 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마감 날이면 홀에서 학생들이 전지를 벽에 붙여 놓고 빔 프로젝트를 쏘거나 텔레비전을 갖다 놓고 크리틱 공간을 만들었다. 책상, 모형, 의자를 배치하고 본인 작업을 갖다 놓으면 교수님들이 둘러 앉아 발표를 한다. 그럼 다른 교수님이 지나가다 사진도 찍고 질문도 하고 가시고 자유롭게 크리틱이 이뤄졌고 학생들도 이런 분위기를 되게 재밌어 했다. 교수님들이 “오늘 몇 학년 마감이라던데 지나가면서 보라”고 권하기도 해서 지나는 길에 앉아 작업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자기 학년이 어떻게 하는지도 보여주고 서로 피드백이 이뤄지려면 홀에서 크리틱하는 게 더 바람직한 것 같다. 그게 우리 공간이지 않나.

 

설계실 모습​ ⓒ​강원희

 

원래 텅 빈 공간이었던 복도도 지금은 창고가 돼버린 느낌이다. 현재 복도에 있는 책상은 원래 홀에 모여 있었다. 학생들이 지나가다 거기서 밥도 먹고 모형 작업도 많이 했다. 복도가 비어 있던 시절, 마감 철에 도우미(일명 시다)를 부르면 공용 책상을 복도로 빼 거기서 작업하는 게 마감 철 풍경이었다. 하지만 모형을 만들 수 있는 큰 공간이 사라지면서 이전 만큼 모형을 만들지 않게 됐다. 1학년 때 내가 도왔던 선배의 모형은 크기가 3m여서 나흘 동안 밤을 새가면서 만들었다. 틈틈이 모형을 만들면서 배운 것도 많고 모형 재료에 대한 스터디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지형 모형(일명 콘타)을 만들며 스프레이를 분사해 스티로폼을 녹여서 암석 질감을 내거나, 양초를 녹여 밀랍이나 석고로 만들거나,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자른 콘타도 만들어봤다. 교수님이 알려주지 않아도 선배 옆에서 보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교육인데 지금 그런 게 없다. 교수님들 역시 학생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시기도 한다.

 

강원희​:​ 더 나은 설계를 위해 설계실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한승주​:​​ 설계실이 좀 좁다. 공간이 넓어질 수 없다면 사용하는 인원을 줄이면 좋겠고 공간에 유동성이 있으면 좋겠다. 반별로 구역이 정해지고 많은 인원을 수용하면서 설계실을 쓰지 않는 학생의 책상도 놓다 보면 낭비되는 공간이 크다. 유동성을 가지고 작업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아쉬운 것 같다. 또한 스튜디오 수업 때 개인 자리에서 작업하고 교수님이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크리틱을 하면 좋겠다. 개인들이 작업하는 과정을 날 것으로 보여드릴 수 있으면 크리틱이 얼마나 생생할까. 자꾸 뭔가 정리해서 보여주고 발표하다 보니 과정 자체에 대한 생생한 크리틱을 받을 수가 없다. 물론 장단점은 있겠지만 설계실에서 크리틱하는 맛은 그런 게 아닐까.

2019년도 건축학과 홀의 크리틱 모습​ ⓒ​강원희​

 

한국예술종학학교

건축과가 위치한 미술원 건물은 중정이 있는 직사각형 형태의 건물이다. 그중 2층의 긴 축과 짧은 축 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설계실은 작업실과 크리틱을 받는 스튜디오 방(이하 스방)으로 나뉜다. 작업실은 계단실을 기준으로 ‘다운타운’과 ‘업타운’으로 나뉜다. 다운타운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60명 정도가 사용하고, 업타운은 3학년 일부와 4~5학년 40명 정도가 사용한다. 다운타운 작업실 맞은편으로는 유리창으로 된 스방이 쭉 늘어서 있다. 작업실의 개인 책상은 길이 150cm, 깊이 80cm 정도이고, 업타운의 책상들은 120cm 높이의 나무 파티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밖에 건축과 시설로는 컴퓨터 작업과 플로팅을 위한 캐드실, 3D 프린터실, 촬영실이 있다. 지하의 건축과 목공실에는 최근에 로봇암이 설치됐다. 또한 미술원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송추동에 목공, 철공방이 있고 그곳에서 레이저 커터를 사용할 수 있다. 복도에서는 부서별 워크숍의 결과물을 전시하거나 수업 결과물을 발표하고 그대로 일정 기간 전시한다. 

인터뷰: 김민형(18기 학생기자​) X 유성민(가명, 2017년 입학, 4학년 2학기)



김민형: 주로 설계하는 공간은?

유성민: 집에서 많이 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다들 설계실에서 작업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작업실 사용이 금지된 영향인지 점차 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시 학교에 사람이 많지 않아 리모델링도 이루어졌는데 작업 환경은 오히려 안 좋아져서 집에 정착하게 됐다. 아무래도 모형을 만들 때에는 설계실에서 작업한다.

 

김민형​: 설계실의 업타운과 다운타운 구성이 다른데, 이는 작업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영향을 많이 준다. 개인적으로는 업타운이 조금 더 잘 맞는다. 다운타운은 작업 분위기가 좋지만 공간이 트여 있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항상 노출되는 것이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반면 업타운은 조금 고립되어 있기는 하지만 집중도가 훨씬 올라간다. 저학년 때에는 동기들과 열정을 나누는 게 소중한 경험이어서 좋았고, 고학년이 될수록 각자 스타일과 갈 길을 찾기 때문에 업타운이 좀 더 잘 맞는 것 같다.

다운타운 전체를 바라본 모습. 오른 편에 스방이 연이어 위치해있다. ⓒ​김민형 

 

김민형​: 코로나19 전후로 학생들이 작업하는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는지?

유성민​: 올해 신입생(23학번)들은 대학 생활 중 코로나19를 전혀 겪지 않은 친구들인데도 내가 1학년 때(2020)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동기들이 다 학교에 나와서 같이 밤을 새며 작업하는 분위기 말이다. 오히려 코로나19 동안 입학한 중간 학번 학생들의 경우에는 설계실에서 다 같이 밤을 새는 분위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작업실 구조상 학교에 나오면 지나다니다 대부분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인사하고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누기 마련인데, 해당 학번들은 함께 모이는 자리가 별로 없다 보니 친분을 쌓을 기회도 없어 서로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김민형​: 학교에서 제공되는 물품과 각자 필요해서 가져오는 물품은 무엇이 있나?

유성민​: 학교에서 개인 책상, 의자, 캐비넷, 서랍장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라디에이터, 접이식 침대, 스텐드, 이케아 철제장, 책상용 수납장, 발 받침대, 식물 등을 가져다 놓는다. 목공 수업 때 사이드테이블이나 스툴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고학년의 1/3 정도가 개인 데스크톱을 사용한다.


김민형​: 설계실에 변화가 일어나는 공간이 있는지?

유성민​: 평소에 변화를 주면서 사용하는 공간은 강의실을 꼽을 수 있다. 건축과에서 주로 쓰는 강의실 세 개가 나란히 있는데 천장에 매달린 슬라이딩 패널(가벽)로 나뉘어 있어서 이를 모두 개방하면 한 공간으로 쓸 수 있다. 개강 파티나 큰 강연이 있을 때 이 가벽을 열어서 사용한다. 슬라이드 가벽이기 때문에 음향 성능이 좋지 않아서 수업할 때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민형​: 더 나은 설계를 위해 설계실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유성민​: 공간이 더 넓으면 좋겠다. 최근 외부 작업실의 필요를 느끼고 있는데 생활 공간과 작업하는 공간이 분리되지 않는 이유가 크다. 설계실에도 분리된 공간이 더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들이 오래 머무는 공간이니 환경적인 부분에서 고려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또 지금 학생들의 휴게 공간은 개인이 가져온 소파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학교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학생들끼리는 쓰레기 분리 배출, 공용 공간 관리 등 시스템이 정리되면 좋겠다. 쾌적한 공간에서 훨씬 좋은 작업이 나오지 않을까.

업타운 왼쪽 절반을 바라본 모습. 단차가 있어 바닥 레벨이 높아진다. ⓒ​김민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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