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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1

이장환
자료제공
중소도시포럼
진행
윤예림 기자
데이터 시각화
이상현

「SPACE(공간)」 2024년 2월호 (통권 675호) 

 

급격한 인구 감소로 중소도시의 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건축계는 충분히 알고 있나? 중소도시의 재건을 위해서는 이제껏 답습해온 재생과 활성화의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시각이 필요하다. 중소도시포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공적 연구 대상에서 쉬이 배제되어온 수도권 밖의 현상을 주시하고, 위기를  대신할  도시·건축적 대안을  찾는다.

 

[Series]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1 수도권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02 도시 농도

03 도시 천공

04 소거 계획

05 덧대기 건축

06 세계적 중소도시

07 탄력적 중소도시

08 환상적 중소도시

09 중소도시의 밖 

 

지방이 소멸한다. 통계가 이를 명백히 예견한다. 위기에 직면한 중소도시는 대도시와 확연히 다른 변이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소도시포럼은 도시·건축계가 현상을 명확히 인식하고 대안을 찾을 때라고 말한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이들이 발견한 중소도시의 면면을 격월로 살펴볼 것이다. 그 출발선에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윤곽을 그려본다.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1975~2022). 추가적인 인구 유입이 없는 한 향후 중소도시의 인구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새로운 현실

1960년대부터 시작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이후에 실행된 국가 주도형 산업화·공업화 과정은 국가를 농촌에서 도시 중심의 체제로 빠르게 재편했다. 특히 1960년대 이전까지의 농업 중심 경제구조가 공업 중심 경제구조로 바뀌면서 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야기했고, 도시는 도시 밖 인구를 흡수하는 과정을 통해 급속히 팽창하게 된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흐름에 따른 신자유주의 체제로의 이행, 2000년대 이후  수도권 규제 완화  및 산업정책 변화, 고속철도  개통 및 고속도로 확대를 통한 국가 교통망의 재편 등은 국가 경제를 수도권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했다. 그 결과 현재 한국 전체 인구의 약 50%가 국토 면적의 11.8%에 해당하는 수도권 지역에 밀집하게 된다.

 

2024년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직면하고 있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 그리고 그에 따른 인구 감소가 그것이다. 현재 한국은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전체 인구의 약 18%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그리고 만약 지금 같은 저출산 기조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한국 전 인구 중 약 37%가 65세 이상인 사회로 진입하고, 총 인구는 약 233만 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 구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된 현재의 산업·인구 구조로 수도권역은 이러한 현상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렇지만 수도권 밖의 영역이 처한 상황은 이와 완전히 대조적이다. 이곳에서는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도시구조, 건축 형식, 프로그램, 교통체계, 산업구조 등 기존 도시체계 전반이 뒤흔들리고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상주, 제천, 정읍, 김제, 남원, 나주, 보령, 밀양, 사천, 공주, 영주, 문경, 논산, 태백, 삼척 등 수도권 밖에 위치한 대다수의 중소도시에서 급속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례로 전라북도 남원시의 경우 1975년대까지 도시 인구가 약  17만5천 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7만7천 명으로  최근 50년간 전체 인구의 약 57%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동일한 기준 아래에서 경상북도 상주시는 약 59%, 경상북도 경주시는 약 58%, 경상남도 밀양시는 약 43%, 강원도 태백시는 약 67%, 전라남도 나주시는 약 47%, 충청남도 논산시는 약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125쪽 도표 참고). 뿐만 아니라 이들 도시에서는 인구 고령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전라북도 남원시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41%가 60세 이상인 인구구조를 가진다. 그리고 그 밖의 도시들도 유사한 고령인구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인구 유입이 없는 한 향후 이 도시들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및 대도시 영역 밖 도시들의 인구 비율 변화. 자연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고령인구와 외국인 비율의 합계는 증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모델

이렇듯 다가올 미래가 충분히 예측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정책들이 지역을 활성화하고 인구를 늘리려는 인구 증가의 패러다임 안에서 기획되고 있다. 전국 지방자지단체의 향후 인구 예측치를 살펴보라. 앞으로 20~30년간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경상남도의 경우 계획인구를 향후 144만 명 증가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으며, 경상북도는 104만 명, 충청북도는 54만 명, 충청남도는 93만 명, 전라남도는 66만  명, 전라북도는  58만  명, 강원도는  69만  명, 제주도는 32만 명이 증가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들 인구 예측치를 전부 더해보면 향후 20~30년 내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약 62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온다(129쪽 도표 참고). 이러한 인구 예측은 지방자치단체의 중장기 도시계획 수립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지방 중소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많은 수의 중소도시가 1990년대 이후 신규 택지개발을 통해 도시 외곽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계획한 것도 이러한 인구 예측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이곳의 많은 부분이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고, 그중 상당수가 동네 주민들이 임시로 가꾸는 텃밭 정도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인구가 감소하는 현재의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대안적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 인구구조의 변화가 어떠한 현상을 유발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리서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수도권 밖 영역에서는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우리가 대도시에서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젊은 노동 인력이 빠져나가 도시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그 빈틈을 국적을 알 수 없는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자동화된 기계장치가 메우고 있다. 또한 도시 내 인구 농도가 옅어짐에 따라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가로의 활력은 사라지고, 기존 대중교통 체계가 무력화되면서 자가용 문화가 일반화되고 있다. 나아가 개발압력이 낮기 때문에 노후화된 건물이 더 이상 재건축의 프로세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으면서 개발압력과 반대되는 소멸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양상들은 인구가 집중되고 밀도가 높아지는 도시화의 패러다임이기보다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반도시화의 패러다임에 가깝다. 

 

수도권과 수도권 밖의 인구 추이(1970~2020). 도시가 팽창하면서 한국 전체 인구의 약 50%가 수도권 지역에 밀집하게 된다. (데이터 시각화_이상현)

 

 

어떻게 볼 것인가

중소도시포럼에서는 수도권역 밖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변화의 양상과 그것이 야기하는 다양한 변이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변화하는 현재의 양상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 그것이 갖는 잠재성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이를 통해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새롭게 정의내림으로써 대안적 도시·건축 언어를 찾고자 한다.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수도권 밖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수도권 밖 영역에서 현재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이러한 양상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패턴으로 전개되는지, 나아가 그것을 도시·건축적 언어로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야기할 여덟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 주제는 도시 내 인구밀도가 옅어지는 ‘옅어짐 현상’에 관한 내용이다. 1990년대 이후 중소도시는 대규모 신규 택지개발을 통해 도시 면적이 양적으로 팽창한다. 도시 면적의 팽창은 이후 발생한 인구 감소 현상과 결부되면서 도시 전반에서 인구밀도가 옅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이 중소도시 내의 삶의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두 번째 주제는 중소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천공현상’에 관한  내용이다. 중소도시 내 인구 감소는 빈집현상을 넘어 빈집이 철거되면서 도시 공간에 구멍을 내는 천공현상을 유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구 감소로 인해 쇠퇴압력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중소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의 인구 전망을 볼 때 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천공현상이 어떠한 패턴으로 진행되고, 앞으로 구도심 도시 공간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살펴본다.

 

세 번째 주제는 쇠퇴압력을 이용하는 ‘소거계획(erasing plan)’에 관한 내용이다. 쇠퇴압력으로 인해 중소도시에서 발생하는 천공현상을 계획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이를 통해 이전의 도시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도시 모델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소거계획은 도시를 만드는 지금까지의 도시계획 문법을 역전시킨 방법론으로 어디를 구축할지보다 어디를 지울지를 먼저 계획하는 방법론이다. 이러한 소거계획을 통한 새로운 도시모델의 가능성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전략에 대해서 살펴본다.

 

주요 중소도시(인구 5만~20만 명)의 계획인구 및 현재 인구

 

 

수도권 및 대도시를 제외한 광역자치단체(도 단위)의 계획인구 및 현재 인구. 예측치를 합산하면 향후 20~30년 내 수도권 및 대도시 영역 밖에서 약 62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네 번째 주제는 중소도시에 만연해 있는 ‘덧대기 건축’에 관한 내용이다. 중소도시는 개발압력이 낮기 때문에 건물이 노후화되더라도 철거와 신축의 과정이 진행되기보다, 덧붙이는 방식을 통해 기능을 보완하는 식으로 노후 건물의 생명을 연장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두 도시에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그 속도도 대단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주목하여, 덧대기 건축의 요소별 특성과 그것이 도시에서 갖는 유형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국적인 상점과 간판들로 이루어진 중소도시 길거리 풍경. 중소도시의 노동력 공백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다. 

 

다섯 번째 주제는 중소도시에서 나타나는 ‘이질성’에 관한 내용이다. 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고령화는 지역의 노동력 공백을 발생시키는데, 그 공백을 현재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증가는 중소도시의 거리 풍경을 바꾸고 있다. 중소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이젠 어렵지 않게 길거리에서 외국인들과 마주치게 되고, 이국적인 상점과 간판들로 이루어진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초국적 상태로 변해가고 있는 중소도시의 풍경과 그것이 쇠퇴하는 도시에서 갖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여섯 번째 주제는 중소도시에서 나타나는 ‘탄력성’에 관한 내용이다. 관광산업과 같이 대규모 인구 유입을 유발하는 산업에 의존하는 중소도시는 특정 시기가 되면 거주 인구수 대비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하는 외부 인구가 유입된다. 이 도시들은 특정 시기에만 활성화되고, 그 외에는 비활성화된 채로 남아 있기 때문에 외부 인구가 몰려올 때를 대비한 탄력적인 프로그램 운용이 요구된다. 이러한 도시가 피크 타임 때의 노동 인력을 감당하기 위해 활용하는 변칙적인 운용 전략들에 대해 살펴본다.

 

수도권 및 대도시 영역과 그 밖의 인구밀도

 

 

일곱 번째 주제는 대도시에 기생하는 ‘B급 중소도시’에 관한 내용이다. 중소도시 중 일부는 모도시와의 연관선상에서 자신의 역할을 규정한다. 이 도시들은 모도시보다 낮은 생활물가, 낮은 임대료, 높은 가성비 등의 경제적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다양한 영세산업과 하위문화를 유치한다. 이곳에는 도로변 아울렛 상가, 2차·3차 하청공장, 무인 모텔, 유흥시설, 원룸촌 등을 형성하면서 도시의 생존을 도모한다. 이러한 B급 중소도시가 생존을 위해 모도시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면서 도시의 성격을 변화시켜 나가는지 살펴본다.

 

마지막 주제는 중소도시의 밖 ‘전원지역’에 관한 내용이다. 이곳에서는 중소도시와는 또 다른 차원의 급진적 변화들이 목격되고 있다. 전원지역의 인구는 더욱 희박해지고 있고, 인간의 손길을 필요치 않는 기계화·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전원지역은 대규모 태양광 패널과 거대한 물류센터 그리고 자동화된 온실하우스가 만들어내는 경관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처럼 무인지대화되고 있는 전원지역의 특성과 그곳에 잠재하는 새로운 가능성들에 대해 살펴본다. 

 

이와 같은 여덟 개의 주제를 통해 수도권 밖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개괄적 윤곽을 그려볼 것이다. 그렇지만 전 국토 면적의 88.2%를 차지하는 이 광활한 영역에는 이것 외에도 다양한 이슈들이 있을 것이다. 중소도시포럼은 앞으로 수도권과 대도시권 밖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그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한 대안적 모델들을 고민할 예정이다.​

 

1990년대 이후 중소도시의 신규 택지개발 영역. 인구가 증가할 것이란 예측에서 비롯됐지만 많은 부분이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다.

월간 「SPACE(공간)」 675호(2024년 0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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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환, 이상현
이장환과 이상현이 결성한 중소도시포럼은 대도시권역 밖의 변화를 관찰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 그룹이다. 이장환은 어반오퍼레이션즈 대표로 도시, 문화, 건축 전반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서울건축학교(SA)를 졸업했고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우수 졸업했다. OMA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며 카타르 국립중앙도서관 설계와 더불어 다수의 아시아, 유럽, 중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상현은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과 주무관이자 독립 도시연구가이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와 델프트 공과대학교 도시대학원을 졸업했고, 이후 팜보트 어반 랜드스케이프에서 도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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