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12월호 (통권 673호)

기존 대상지 풍경(2020. 5.)
[ESSAY]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건축
네이버와 데이터센터
네이버의 두 번째 데이터센터인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세종’(이하 각 세종)은 우리 것을 지켜나가고, 동시에 21세기 산업의 새로운 기회이자 이정표가 되리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어떤 언어가 잘 검색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활용될 수 없고 그 언어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그에 맞는 검색엔진이 필요하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는 네이버라는 고유의 검색엔진이 놓이는 곳이자, 네이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험하는 곳으로 기획됐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에 비유될 정도로 국가 경쟁력을 위한 미래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에 따라 국가와 개인이 생성한 데이터에 대해 소유권을 포함하여 언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데이터 주권’ 문제 역시 중요한 이슈다.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근본적인 역량 역시 국가의 데이터 주권에 속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금, 미국 회사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해오던 타 국가의 사용자들은 최근 자국의 데이터와 관련 산업의 매출을 미국 회사들이 독점하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제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로서 네이버에 주목하고 있다. 그에 발맞춰 네이버는 삶을 이루고 지속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비즈니스와 연결되도록 하는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 기술을 제공하고,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근미래의 삶을 공간에서 테스트하는 중이다. 이 모든 기록은 데이터화되어 서버에 저장되고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기 위한 좋은 재료가 된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는 국내 사용자를 넘어 전 세계 사용자들의 데이터 거점이자 그들의 일상이 놓일 초석이 될 것이다.

기존 대상지 풍경(2020. 5.)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이하 각 춘천)에 이은 두 번째 데이터센터는, 프로젝트는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해 20년치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됐다. 먼저 부지 선정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전을 통해 110개의 사이트를 제안받은 뒤 전기 용량, 용수 용량, 민원 해결, 비용 등의 선정 조건에 맞춰 세종시 외곽에 있는 현 대상지가 확정됐다. 각 춘천의 여섯 배에 육박하는 9만여 평의 땅에 놓일 각 세종은 네이버의 철학을 담는 공간인 만큼 건축적 태도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먼저 네이버의 지난 건축 프로젝트(그린팩토리, 각 춘천, 커넥트원)의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각(閣)’의 본질에 충실할 것, 기능을 위해 공간이 존재할 것, 생태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 이 세 가지를 프로젝트의 대전제로 삼았다. 물론 계획된 일정 안에 건물을 완성해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일이 1순위였지만, 동시에 우리는 먼저 주어진 환경 안에서 생활하게 될 다양한 주체들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대상지의 자연, 데이터센터의 서버, 서버를 운영하는 인간이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거대한 규모로 인해 인간이 자연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태가 스스로 복원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돕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우리의 지향점과 운영 방식을 효과적으로 구현해줄 적합한 협업자를 찾기 위해 2019년에서 2020년에 걸쳐 총 3단계 설계공모를 진행했다. 설계공모 초기부터 단순한 디자인 공모전이 아니라 팀빌딩과 기술 제안에 주안점을 둔 공모임을 피력하고, 단계별 개발을 통해 건축이 확장되는 방법을 주된 과제로 제시했다. 설계지침을 통해 구체적으로 기대한 요청은 세 가지였다. 건축의 모듈화 시스템 제안, 추후 다양한 지역에 만들어질 것을 고려해 어떤 대지에나 실행 가능한 경제성 제안, 서버실에서 사용하는 전기 및 기계 관련 설비에 대한 새로운 기술 제안이다. 하지만 막상 공모를 통해 들어온 제안들은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안이나 시대에 뒤처진 안들이 많아 큰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왼쪽) 부지 조성(2021. 1.) (오른쪽) 서버동 시공(2022. 9.)
각 세종의 생태 환경
각 세종 태스크포스(2nDC TF)를 꾸린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상지의 식생과 땅의 특성을 조사하는 작업이었다. 숲을 채우고 있는 나무부터 들풀까지 모두 기록하고 토양을 분석하며 땅속까지 조사했다. 계곡을 낀 산 중턱에 위치한 대상지는 지하 3~5m 지점부터 지반에서 화강암이 발견됐고 금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암반 위로 지표수가 흐르고 있어 지하수위도 높았다. 기존에 있던 계단식 경작지와 대상지를 관통하는 몇 갈래 중요한 물길도 발견됐다. 이런 경사지에 건축물을 세우려면 방대한 벌목 행위가 불가피하다. 우리는 물길과 숲길을 보존하고 가급적 지형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산이 옛 모습을 회복하게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대상지에서 참나무와 소나무, 밤나무, 버드나무와 다양한 여러해살이 들풀이 발견됐는데, 그 기록은 복원을 목표로 진행했던 환경설계의 중요한 데이터가 됐다. 우리는 개발 예정지에 자생하던 버드나무와 참나무의 일부를 이식했고 개발 부지에 여러해살이풀 20종의 씨앗을 심었다.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을 지나 겨울을 앞둔 지금, 이들이 각 세종 안에 건강하고 아름답게 안착된 것을 볼 수 있다.
마스터플랜, 기술과 환경
마스터플랜을 고민하면서 가장 큰 숙제는 ‘오랜 세월 존재했던 급경사의 산지에 각 세종을 어떻게 자리 잡게 하느냐’였다. 데이터센터 운영 조직에서는 ‘거대한 건축물이 드러나지 않게 해 달라’, ‘모든 구간은 수평 동선으로 연결해 달라’와 같은 어려운 과제를 주었다. 서버 운영을 위한 에너지 사용 외에 건물 유지관리에 소모되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축물의 배치를 안정적으로 잡고 자연 바람을 활용한 가용시간▼1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나갔다. 이 과정에서 자연환경을 데이터로 분석한 협력사인 에이치디알, 한미글로벌, 지에스이앤씨의 담당자들은 가장 안전하고 단단한 자리에 서버동과 전기실을 배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건물 매스는 서버실 랙의 기본 모듈 크기와 배치 방법이 정해지면서 점차 구체화됐다. 공간의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 패턴에 최적화된 내부의 기본 모듈로부터 전체 매스가 시작된 것이다. 각 세종에서 가장 중요한 사용자는 서버다. 우리는 기능보다 조형적인 아름다움이나 심미성을 우선한 나머지 사용자가 불편을 감내하는 건축을 지양하고자 했다. 건물의 사용자인 서버, 사람, 로봇, 그리고 생태 환경 모두 각자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대응하고 보호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왼쪽) 서버동 저층부 파사드(2022. 10.) (오른쪽) 서버동 옥상 파사드(2023. 1.)
데이터센터의 재료
건축에서 친환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만큼 어색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각 세종은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집중했다. 건축 영역에서는 모든 구간에 규격화된 기성 재료를 낭비(손실) 없이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료의 기준 규격을 1200×2400mm로 정했다. 재료 선택 역시 사용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최소한으로 가공한 재료, 물성이 단면에서 드러나는 재료, 화학 처리를 많이 하지 않은 재료, 시설 규모에 적합한 강성을 지닌 재료, 지속 가능한 재료 등이다. 특히 파사드 설계에 참여한 프론트와 함께 협업하면서 재료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건축 재료를 선정하기 위해 재료의 생산-가공-시공-운영 전 과정을 파악해야 했다. 생산 과정에 가공과 성형이 많이 들어가는 재료는 점차 많은 오염이 발생하고 추후 유지 보수를 위한 운영 리소스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아름답게 관리해야 하는 건축 재료는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의 업무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데이터센터라는 속성과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쓰임을 다한 뒤 재활용되거나 생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우면서 항공 운송되는 석재류나 플라스틱 성형 재료의 사용을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사용 조건에 부합하는 재료가 한정적이라 선택의 범위가 정말 좁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건강한 재료와 더불어 기능을 잘 살릴 수 있는 재료의 시공 디테일을 개발하는 일에 건축계의 노력이 시급함을 느꼈다.
정보설계
각 세종의 정보설계는 다른 건축 프로젝트보다 신속하게 진행됐다. ‘사이니지 디자인’으로 불리는 건축 정보설계 부분은 일반적으로 건축설계 후반이나 인테리어 설계 시점에 주로 발주한다. 하지만 각 세종에서는 공간과 공간을 둘러싼 환경,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로봇이라는 사용자들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파트너사인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크라픽과 협업해 이례적으로 일찍 사이니지 디자인에 착수했다. 건축설계와 시공이 환경-인간-로봇-서버를 총체적으로 고려하며 복잡하게 진행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이니지 역시 이 과정에서 긴밀하게 논의하고 따라가야 했다. ‘연결과 확장’이라는 콘셉트와 비주얼 모티브를 설정한 뒤, 최소한으로 가공한 재료를 쓴다는 방침에 따라 재료를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으로 통일해 프로젝트 전체의 콘셉트와 조화를 이루도록 정리했다.

(왼쪽) 서버동 내부(2022. 11.) (오른쪽) 서버동 옥상(2022. 12.)
협업
각 세종에서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는 안전과 일정이었다. 밀도 있게 설계했던 것들 대부분이 시공 일정에 맞춰 완공됐다. 시공 기간에는 설계를 검증하고 건축과 토목의 시공 디테일을 정리하는 다양한 목업 테스트를 진행해 우리가 함께 고민한 형태를 증명해나갔다. 물론 협업 과정에는 여러 어려움과 장애물들이 곳곳에 산재했다. 공모전을 계기로 구성된 팀빌딩을 지속하지 못하면서 작게는 멤버가 바뀌고 크게는 협업사가 바뀌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을 하나하나 돌볼 여력이 없을 정도로 프로젝트는 급박하게 진행됐고,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도 계속 추가됐다.
프로젝트 초반 땅의 역사를 분석하고 마스터플랜의 기초를 세운 원오원아키텍스, 한국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웠지만 다양한 기술을 제안한 에이치디알, 긴 시간 안정적으로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한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파사드 컨설팅과 엔지니어링 설계를 담당한 프론트, 숙소동과 부속동 설계를 맡은 매스스터디스가 각 세종을 만드는 과정에 협력했다. 무엇보다 기존의 생태 환경을 연결하고 복원하는 것이 중요한 프로젝트였기에 외부 환경 기획 설계를 맡은 조경설계사인 조경설계 서안, 기본 및 실시 설계를 담당한 조경설계 비욘드, 시공을 맡은 다원 조경, 원형지를 잘 살리자는 방향성을 묵묵하게 지켜준 토목설계사 지에스이앤씨, 전 공정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관리해준 한미글로벌, 각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함께했기에 프로젝트가 무사히 완성될 수 있었다.
각 세종은 2023년 11월 현재 전체의 1/6이 시동을 건 상태다. 이후 가동 전인 나머지 5/6 규모의 서버동(추가 건설 예정 포함)이 순차적으로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양한 기업이 유사한 건축 환경을 조성할 때 우리의 도전과 실행, 실패의 기록, 오픈된 정보를 활용해 보다 나은 삶의 플랫폼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나아가 각 세종이 데이터센터에 국한되지 않고 건축의 미래를 위한 중간 과정으로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왼쪽) 숙소동 지붕(2023. 1.) (오른쪽) 숙소동 시공(2023. 3.)
1. 자연 바람은 24도 전후의 깨끗한 공기가 활용성이 높다. 그보다 높거나 낮으면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에너지가 소요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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