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12월호 (통권 673호)

데이터센터라는 건축의 의미
인간 중심적으로 말하자면 세계는 오직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째, 세계를 인식하는 주체인 인간. 둘째, 인식의 대상이자 객체로서의 모든 사물과 사건. 셋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각기관으로 감지하여 인간의 뇌 속에서 재구축된 세계.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은 이런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인간은 진짜 세계를 결코 알 수 없다. 캄캄한 해골 속, 그리 썩 좋은 상태가 아닌 뇌로 재구성한 세계를 실재라 믿으며 살아가는 인간은 그 존재 자체가 역설이다.
한편, 세계가 지속하는 한 필연적으로 데이터는 발생한다. 머지않은 미래, 지구상의 모든 정보는 어떤 곳으로 모이고 저장되고 처리되고, 다시 발신되어 소비될 것이다. 그곳이 바로 데이터센터다. ‘세계의 재구성’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데이터센터는 인간의 뇌와 유사한 위상을 점유한다. 대부분의 다른 건축물과 달리 데이터센터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서버라는 사물을 위한 집’이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물류창고, 자동화 공장 등 사물을 위한 건축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매우 새로운 유형의 건축인 데이터센터, 그 안에서 인간은 공간의 주인이 아니라 로봇처럼 지원, 관리 기능의 보조자이다. 또한 이것은 하나의 큰 냉장 공간으로 서버들(좀 더 정확하게 말해 서버 속의 데이터들)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창고이자 세상의 모든 연결이 시발되는 정보의 발신 원점이다.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한 세계를 뉴런의 입체적인 연결과 전기신호로 재구축하고 있지만 세계와는 철저히 단절되어 있는 단단한 두개골 속의 뇌처럼, 디지털로 또 다른 세상을 구축하고 그 안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서버를 안전하고 단단하게 보호하는 데이터센터도 역설의 건축일 수밖에 없다.
패러독스의 건축
의미뿐만 아니라 물리적 건축 자체와 그 존재 방식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매우 역설적이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로 이루어진 또 다른 우주를 담는 건축물이지만 현상학적 세계에서 아날로그로 존재한다. 세상 모든 것들의 초연결(hyper-connect)을 위한 것이지만 데이터센터는 누구의 눈에도 띌 필요가 없다. 최적 성능의 건축 유형이 되려면 오랜 역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계속되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데이터센터는 당시 에너지원과 서버 형식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 그 유형은 항상 일시적이다. 서버와 랙 모듈을 최대로 담으려면 정형적 형태가 이상적이지만 에너지 효율을 위해 데이터센터의 매스는 자연과 환경 조건에 순응해야 한다. 전례가 드문 복잡한 건축물은 설계와 시공 단계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진행해야 하지만, 하루가 멀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의 양 때문에 현실의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패스트 트랙 방식으로 세워진다. 미래 수요를 예측해 기획하고 건설한다 해도 데이터센터의 용량 부족은 예측보다 언제나 먼저 찾아온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춘천(이하 각 춘천)은 15년 이상을 바라보고 기획되고 건설됐지만 운영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네이버는 두 번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모든 상황은 역설적이다.

네이버의 건축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navigate + ~er)이라는 뜻의 이름 NAVER.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IT기업 네이버는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모토 아래 건축에서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행보를 보여왔다. 첫 사옥 그린팩토리(2010)부터 기업의 첫 데이터센터 각 춘천과 연수원인 커넥트 원(2015), 그리고 두 번째 사옥1784(2021)와 각 세종(2023)까지 저마다의 이슈를 가진 양질의 독특한 건축물을 완성했다. 닮은 듯 다른 다섯 개 네이버 건축에는 보이지 않는 일관된 특징들이 있다. 첫 번째는 강력한 조형 콘셉트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외형보다는 내실을, 외부 맥락보다는 내부 논리를 택했다는 반증이며, 건축의 사회적 위상보다 기업의 비즈니스를 위한 간결하고 유용한 도구로서 건축을 바라보았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필요한 건축물 성능 구현을 위해 최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점, 세 번째는 현재 요구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정확히 구현하면서도 항상 미래 비즈니스의 시험장으로 만든다는 점, 네 번째는 환경에 대한 민감성을 보여준다는 점, 다섯 번째는 비용이 우선순위를 갖지는 않는다는 점, 마지막으로 보통의 발주자와 다른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이 여섯 가지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업에게 필요한 건축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스스로 반드시 구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각 세종의 탄생
시작되는 단계의 건축 유형이라 안전한 선택이었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IT전문가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존중하여 그들이 만드는 시스템에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건축가들의 창의성과 전문성이 좀 더 발휘됐다면 저 연속적 기념비는 지금 어떤 양태로 존재하고 있을지 궁금함을 떨칠 수 없다. 건축가로서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건축에 대한 지식, 경험, 전문성, 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건축’의 탄생에 필요한 상부구조(super structure)가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발주자)의 의지와 태도일 수 있다는 것, 각 세종의 실현이 우리에게 발신하고 있는 메시지다.
이 글의 제목은 1969년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쿤스트할레 베른에서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1933~2005)이 기획했던 전시의 제목 <네 머릿속에 거하라: 태도가 형식이 될 때>에서 영감을 받았다. 비물질적이고 언어가 중심이 되는 작품들을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선보인 이 전시는 전통적인 전시와 예술의 틀과 규칙에서 벗어나 현대미술 전시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받았다. 미술가이자 작가인 박보나 또한 자신의 저서 『태도가 작품이 될 때』(2019)에서 이 전시의 제목을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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