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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유이화, 땅에 발붙인 시적 건축을 향해

글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4년 1월호 (통권 674호)  ​ 

 

 

 

유이화, 땅에 발붙인 시적 건축을 향해

 

흔히 ‘2세’란 말은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 산은 태산 같은 업적을 남긴 앞세대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는 선대와의 비교나 유명세로 손쉽게 프로젝트를 얻었다는 편견을 뜻하기도 한다. 유이화(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대표)에게 재일교포 2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 1937~2011)의 딸이라는 수식어는 넘어야 할 산이었을까, 아니면 기름진 토양이었을까? 짐작건대 양쪽 모두 건축가 유이화의 고유성을 만들어가는 데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배경을 밀쳐두고 그와 그의 건축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웹사이트의 첫 페이지에는 “2002년 출발하여 ‘그 땅에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이의 삶과 융합된 건축을 만드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라는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을 물려받아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타미 준의 건축을 계승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내환경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건축학과를 졸업한 유이화는 미국에서 실무를 하다 2001년 귀국해 이듬해 ITM건축연구소의 서울지사를 설립하면서 이타미 준과 수, 풍, 석 미술관(2006), 방주교회(2009) 등 여러 작업을 함께 했다. 그런데 2011년 이타미 준이 갑작스럽게 작고하면서, 유이화는 그간의 모든 경력이 ‘무(無)’가 되는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대부분 멈추는 혼란기를 거쳐 그가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했던 작업 중 하나가 합정동의 이노이즈 사옥(2014, 「SPACE(공간)」 564호 참고)이다. 유이화는 여러 건축가들이 작은 작업으로 시작해 점점 큰 작업을 만나는 과정을 거치는 반면, 자신은 그 반대의 경로를 걷게 된 거 같다며 웃는다. 예전에는 작은 인테리어 작업을 하더라도 ‘유이화’라는 이름으로 매체에 발표하곤 했다던 그는 한동안 건축을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2019)가 개봉할 무렵, 그리고 유동룡미술관(2022, 「SPACE」 665호 참고)을 개관할 때를 제외하고 건축 지면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웠다.

 

이런 그가 「SPACE」 2024년 1월호 프레임 지면에서 세 개의 근작을 소개한다. 칠곡의 아름다운 분지에 편안하게 안겨 있는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 시호재(2023), 한동대학교 캠퍼스 내 작은 언덕에 십자가 형상으로 새겨진 기도실 하늘소리(2023), 양재 꽃시장 인근 주택단지에 자리 잡은 신원동 근린생활시설 & 단독주택(2021). 이타미 준의 영향으로 “대지를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그 땅이 가진 조건과 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려 한다”는 유이화는 오랜 훈련과 정교한 표현을 통해 ‘시적 순간’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장용순(홍익대학교 교수)은 “이타미 준이 둔탁한 덩어리 건축이라면, 유이화는 예리한 선의 건축을 구사한다”, “이타미 준이 정적인 중심성을 추구했다면 유이화는 동적인 균형을 추구한다”며, 두 사람의 건축이 만나고 갈라지는 지점을 짚어낸다.

 

여담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유이화는 과거 수, 풍, 석 미술관이나 두손 미술관(2006) 등을 취재할 때와는 다른 단단함이 느껴졌다. 홀로서기 한 이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이나 오해일 수 있지만 몸을 낮추며 단련하는 이가 풍기는 갑옷 같은 단단함이었다. 소위 ‘어른이 되는 과정’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가치관과 충돌하고 도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감히 그의 여정과 건축이 한 편의 성장 영화 같다는 단상이 들었다. 다음 만남에서는 그가 자신을 둘러싼 수식어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모습이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4년 1월호 (통권 674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24  PROJECT

75.9 - 오메르 아르벨 오피스

75.9 – Omer Arbel Office

 

034  PROJECT

인제기적의도서관 - 이상윤 + 지안건축

Inje Miracle Library – Lee Sang Yun + Zian architects

 

044  PROJECT

제기 - 어반에이전시 + 에이제이건축사사무소

Jaegi – Urban Agency + AJ Architects

 

054  PROJECT

산안마을 공동체주택 -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사무소 도리건축

Sanan Community Housing – IDR Architects + Dorie Architects

 

062  FRAME

존재에서 흐름으로: 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From Existence to Flow: ITM YOOEHWA ARCHITECTS

 

064  FRAME: ESSAY

인간, 환경, 시대와 호흡하는 건축_ 유이화

Architecture That Breathes Alongside Humans, Nature, and the Era_ Yoo Ehwa

 

068  FRAME: PROJECT

시호재

Sihojae

 

076  FRAME: PROJECT

하늘소리

Voice of Heaven

 

082  FRAME: PROJECT

신원동 근린생활시설 & 단독주택

Sinwondong Office & Residence

 

088  FRAME: CRITIQUE

물의 건축: 스며드는 흐름과 회전하는 균형_ 장용순

The Architecture of Water: Permeating Flow and Spinning Balance_ Chang Yongsoon

 

094  LIFE

여성과 환경을 탐구하는 건축: 이자스쿤 친칠라 아키텍츠_ 이자스쿤 친칠라 × 김지아

Architecture That Contemplates Women and the Environment: Izaskun Chinchilla Architects_ Izaskun Chinchilla × Kim Jia

 

102  REPORT

근생의 논리를 조작하다: 트리플릿 코드 이문, 신사, 상수_ 임동우

Manipulating the Logic of Neighbourhood Living Facilities: Triplet Code in Imun, Sinsa, Sangsoo_ Yim Dongwoo

 

116  REPORT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년의 경험, 그리고 그다음_ 김지아

30 Years of the Korean Pavilion at the Venice Biennale and Beyond_ Kim Jia

 

122  REPORT

몰입형 도시 체험: <라 메르세 데 피카소>_ 다니엘 오

An Immersive Urban Experience: ‘La Mercé de Picasso’_ Daniel Oh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시선과 시선이 만나_ 최수희, 권보준 × 김지아

When Two Worlds Meet_ Choi Sylvia Soohee, Kwon Bojune × Kim Jia

 

월간 「SPACE(공간)」 674호(2024년 0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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