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3월호 (통권 676호)
2023년 11월 24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아자부다이 힐스가 개장했다. 일본 도심 개발의 대표 격인 롯폰기 힐스, 오모테산도 힐스, 도라노몬 힐스에 이어 도심 지역을 재생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일본을 중심으로 대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부동산 개발 업체 모리빌딩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도시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 출산율 저하, 고령화, 기후위기 등 오늘날 도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 주거, 문화, 휴식 등 다양한 기능이 통합된 콤팩트 시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모리빌딩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아자부다이 힐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국제도시를 향한 개발의 움직임
모리빌딩의 도시개발 프로젝트는 대부분 도쿄 미나토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미나토구는 도심에 위치하면서 녹음이 우거진 환경으로 대사관과 호텔, 외국계 기업 다수가 밀집해 있다. 이러한 특성이 국제 도시로서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하에 주거와 오피스, 대사관, 문화시설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지역으로 개발하기에 이른다. 일본 최초로 민간에 의해 진행된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인 아크 힐스(1986)부터 문화 도시를 콘셉트로 다양한 기능을 복합한 콤팩트 시티의 시초 롯폰기 힐스(2003), 오모테산도의 경관을 살려 상업지구로 계획한 오모테산도 힐스(2006), 글로벌 비즈니스 시설을 집적한 업무지구 도라노몬 힐스(2023)에 이르기까지, 모리빌딩은 미나토구를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고자 개발을 거듭해왔다.
아크 힐스에 인접해 롯폰기 힐스와 도라노몬 힐스 사이에 자리한 아자부다이 힐스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그러나 아자부다이 지역은 좁은 골목과 언덕이 많은 지형으로, 부지에는 노후화된 소규모 주택과 건물 200여 개가 밀집해 있었다. 미나토구 내에서 비교적 낙후된 지역에 속했던 이곳은 1989년 모리빌딩이 주축이 되어 도시 재개발 사업에 착수한다. 약 8만 1,000m2 규모의 도시 블록을 재정비하는 데는 꼬박 34년이 소요됐는데, 그 과정에는 300여 명의 토지 소유주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협의가 수반됐다. 2017년 9월 도시계획이 승인되면서 사업에 박차를 가해 2019년 8월 착공, 약 4년에 걸쳐 2023년 완공에 이른다.

(왼쪽) Image courtesy of Mori Building Co., Ltd.,
(오른쪽) 아자부다이 힐스는 주거와 업무, 문화가 공존하는 복합단지로 개발됐다. 세 개의 고층 빌딩과 저층부의 가든 플라자는 연면적 86만 1,700m2를 아우른다. / Image courtesy of Mori Building Co., Ltd.
고층 빌딩과 녹지가 어우러진 도시
아자부다이 힐스는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고층 빌딩 세 개가 배치된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설계됐다. 동쪽은 상업지역, 남쪽은 업무지역, 그리고 서쪽은 주거지역으로 계획됐다. 높이 330m에 달하는 모리JP타워와 두 동의 레지던스 건물은 펠리 클라크 앤드 파트너스가, 저층부의 가든 플라자는 헤더윅 스튜디오가 설계를 맡았다. 두 팀의 건축가와 협업해 마스터플랜을 총괄한 모리빌딩은 “건물을 먼저 배치한 후에 나머지 공간을 녹지로 채우는 전통적 접근 방식과 달리, 광장을 중심으로 경관을 구상하고 녹지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위치를 고려해 타워를 배치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부지에서 녹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약 2만 4,000m2다. 롯폰기 힐스가 부지 면적 11만 6,000m2에 녹지 면적 1만 9,000m2로 약 10분의 1만이 녹지에 할애됐다면, 아자부다이 힐스는 부지의 3분의 1이 녹지에 해당하는 셈이다.
모리빌딩의 개발 방식은 세분화된 토지를 집적해 건물을 고층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동시에 지상층과 지하층을 활용한 오픈 스페이스를 조성, 입체적 도시를 구현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아자부다이 힐스도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그간의 프로젝트와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면 녹지를 전면에 내세워 고층 빌딩이 늘어선 빌딩숲 이상의 경관을 구현했다는 것. 이 일대를 단순히 지나쳐 가는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녹지로 된 광장을 조성하고 이를 개발의 주요 어휘로 삼았다.

©Kenji Masunaga
도시 속의 도시
아자부다이 힐스 역시 주거와 업무, 문화가 공존하는 복합단지로 개발됐다. 다시 말해 모리빌딩이 표방하는 다양한 도시 기능이 도보권 내에 집약된 ‘도시 속의 도시(콤팩트 시티)’의 연장선에 있다. 각각 54층(레지던스 A), 64층(모리JP타워, 레지던스 B)에 달하는 세 개 고층 빌딩과 가든 플라자는 연면적 86만 1,700m2를 아우르는데, 여기에 21만 4,500m2의 오피스와 1,400세대의 주거 공간, 122개 실 호텔을 비롯해 리테일, 종합병원, 국제학교, 미술관 등의 시설이 자리 잡았다. 모리빌딩 측은 이 복합단지가 약 2만 명의 직원과 거주자 3,5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연간 방문객 3,000만 명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자부다이 힐스의 개장으로 기존에 흐름이 끊겼던 도로와 교통망이 정비되면서 주변 지역과의 순환도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단지 내 모든 건물이 지하로 연결되면서 롯폰기 잇초메역에서 가미야초역을 잇는 지하보도가 건설됐다.

(왼쪽) 저층부 건물에는 계단식 녹지를 조성해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자연과 접할 수 있게 했다., (오른쪽) 헤더윅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곡선 지붕의 캐노피 ‘더 클라우드’는 중앙 광장의 이벤트 공간으로 조성됐다.
지형을 살린 연결
아자부다이 힐스의 설계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지점은 고층 빌딩이 들어선 고지대와 상업시설이 계획된 저지대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였다. 구릉지 지형을 살려 가파른 언덕을 유지한 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후, 저층부의 설계를 담당한 헤더윅 스튜디오는 이러한 지형적 특성을 강조하는 곡선의 건물을 제안했다. 덩굴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한 구조물인 퍼걸러에서 영감을 받아, 대지 내 고저 차를 완만하게 연결하면서도 녹지를 수용할 수 있는 유기적 형태의 디자인을 고안한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구조 실험을 거친 뒤,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격자 모양의 그리드를 적용했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내진 설계 기준을 충족시킬 만큼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유연함을 갖춘 형태를 의도했다”고 말했다. 구조체를 지지하는 약 1.5m 길이의 강철 빔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으로 구현됐고, 조약돌과 같은 촉감을 자아내는 석재로 마감했다.

기존에 우체국이 자리하던 부지에는 도심 최대 규모의 국제학교인 ‘브리티시 스쿨 인 도쿄’가 들어섰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지역과의 조화를 고려해 외장을 벽돌 타일로 마감했다.
환경과 문화의 조성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조경 작업은 헤더윅 스튜디오와 현지 원예가가 협업했다. 단지 내 어디서나 조경을 마주할 수 있도록 연속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6,000m2 규모의 중앙 광장은 도시의 공원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었다. 또한 군데군데 수공간을 조성해 작은 정원을 연출했다. 저층부 건물에는 계단식 녹지를 조성해 지역주민이 일상적으로 자연과 접할 수 있게 했다. 일부 건물에는 옥상정원이 마련됐으며, 이곳에서 블루베리, 레몬, 복숭아, 허브, 식용 식물 등 총 열한 종의 과수를 재배할 수 있다. 나무는 도시환경을 고려해 관개시설이 거의 필요하지 않고 기후 회복력이 강한 수종을 택했고, 상록수와 낙엽수 등 열 종을 비롯해 320종의 다양한 식물을 배치했다.
조경과 더불어 문화예술도 아자부다이 힐스에서 눈여겨볼 지점이다. 거리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일상 속 예술을 접할 기회를 늘리겠다는 목표로 약 9,300m2 면적을 미술관과 갤러리, 로비와 광장의 공공미술에 할애했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정원의 랜드마크 조각품과 몰입형 설치물, 도구이자 오브제로 기능하는 벤치 등을 디자인했다. 그런가 하면 가든 플라자 지하 1층에는 디지털 아트 뮤지엄 팀랩 보더리스가 자리 잡았고, 저층부에는 오는 10월 소우 후지모토가 설계한 페이스 갤러리 도쿄가 개관할 예정이다.
이렇듯 아자부다이 힐스는 도쿄라는 메가시티의 중심부에 새로운 도시경관을 형성했다. 한동안 침체되었던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전해지는 아자부다이 힐스가 도시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 아크 힐스, 롯폰기 힐스, 도라노몬 힐스, 그리고 아자부다이 힐스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도시개발이 도시에 어떤 변화를 견인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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