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6월호 (통권 679호)

마당 같은 발코니를 가진 아파트를 만들 수는 없을까?
이 프로젝트의 대지는 제약 조건이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여러 법규 때문에 자유롭게 건물 형태를 만들 수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제약 조건은 일조사선제한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건물이 뒤로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테라스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것이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를 만들자고 건축주를 설득할 수 있는 좋은 핑계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코니는 당연히 확장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일조사선제한으로 건물이 고층으로 올라가면서 뒤로 밀려 만들어진 테라스는 확장이 어렵다. 이렇게 필연적으로 만들어진 테라스는 하늘로 열려 있어서 비도 맞고 햇볕도 쬘 수 있는 진짜 자연의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모든 세대에 폭이 2m가 넘는 발코니를 만들었다. 일조사선제한을 피해서 매스를 만들다 보니 모든 세대가 각기 다른 형태의 평면을 가지게 됐다. 덕분에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28세대 모두를 각각 개성 있는 집으로 만들 수 있었다. 발코니에는 토심을 확보해서 나무를 심을 수 있게 했다. 내가 꿈꾸던 ‘마당 같은 발코니를 가진 아파트’가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AA Archigroup (Hyundai Engineering & Construction CO.,LTD.)
이 프로젝트에서 중점을 두었던 또 한 가지는 ‘방에서 방을 볼 수 있는 창문’이다. 우리의 전통 한옥에서는 안방에서 창문을 열면 마당 건너편의 사랑방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마당을 사이에 두고 방과 방 사이 시각적 소통이 가능했다. 하지만 벽식구조로 만들어진 오늘날 아파트에는 한옥 마당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실을 향하는 창문이 없다. 이는 가족 구성원들끼리의 소통을 막는다. 이곳에서는 한옥과 같은 기둥식 구조를 적용해 평면의 가변성을 높였다. 가급적 방에서 방을 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을 만들어서 집도 넓어 보이게 할 뿐 아니라 가족 간의 소통을 선택적으로 늘릴 수 있게 유도했다.

©Roh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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