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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의 의미를 묻다 01 | 건축가의 아틀리에

진행
김지아, 윤예림, 박지윤 기자

「SPACE(공간)」 2024년 6월호 (통권 679호) 

 

 

건축가의 작업 공간이 일반적인 사무실과 다른 지점이 있다면, 대부분 설계업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아틀리에는 문서 작업과 회의만이 아닌, 설계와 제작을 위한 도구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기능적 필요에 따라 각 사무소는 여러 작업 영역을 분리하거나 통합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팀원들 간 소통과 협업을 유도하는 배치를 꾀한다. 주목할 점은 설계업이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차별화한 작업 공간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 국내 아틀리에 20곳에게 각자 생각하는 건축가의 작업 공간과, 설계업의 변화에 따른 공간구성, 미처 실현하지 못한 시도와 앞으로의 작업 공간에 대한 바람을 물었다. 각 사무소의 작업 스타일만큼이나 다채롭고 또렷한 이들의 답변은, 아틀리에가 건축가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상기하게 한다. ​

 

Q1. 건축가의 작업 공간은 어떻게 다른가?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우리 회사의 경우 집중형이 아닌 분산형 구성으로, 구성원들이 자주 회사 안에서 이동하며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책상 위에는 딱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자료만 두고 그 외에는 지하 자료실 등에 보관하고 관리한다. 각종 생각과 데이터가 고여 있지 않고 항상 흐르고 있는 환경이 우리에게 맞다고 생각한다.

 에스케이엠 건축사사무소  사무실은 일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햇볕이 잘 들고 환기가 잘 되는 자연 친화적이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에스케이엠 오피스는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높은 층고와 직원들이 함께 쓸 수 있는 여유로운 면적을 갖추었다. 건축물은 유기체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가볍게 대하지 않고, 디테일이나 공간구성을 흐트러짐 없이 디자인하여 우리가 이곳에서 일할 때 모든 것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더_시스템 랩  이제는 건축가의 작업 방식 자체가 전통적인 설계사무실의 형식으로는 현대사회의 전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적 성향의 ‘작품’을 넘어서서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연함과 소통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도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만의 가능성을 향해 매몰되다시피 한 집중업무 스튜디오 영역으로부터 다양한 소통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사무실의 절반을 라운지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회의부터 세미나, 커피 브레이크, 식사, 해피아워 등을 수행하는 자유로운 공간이며,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 또는 예정된 접점을 만들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온건축사사무소  무엇보다 자유로운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자연을 바라보면서 사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어디서든 늘 자연을 관조할 수 있다. 설계에서 시공이 완성되기까지 평균적으로 최소 1년 6개월에서 3년이 걸리는데 이 과정 속에서 항상 직원들과의 소통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업무 공간은 하나의 영역으로 통합했다.

 TRU 건축사사무소  우리 사무소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디자인 업무 방식은 패스 플레이다. 화려한 개인기로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공의 위치를 알고 자신의 포지션을 조정한다. 그래서 공간에서는 서로의 목소리가 들려야 하고 동료의 표정으로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벽을 두지 않고 하나의 큰 공간, 큰 데스크를 마련한 이유다.

 에이앤디  지면에 접한 두 개 층에 작업 공간의 기능이 분리되어 있다. 아래층은 그림이나 모형 제작과 아카이브, 위층은 설계 및 회의 공간으로 나뉜다. 설계 업무는 책상에서 이뤄지지만, 모형 제작과 미팅은 야외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보내는 건축가에게 자연의 풍경과 야외 공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환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매스스터디스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개인들이 모인 집단이지만, 함께 일을 통해 그리고 굳이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연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매일 함께 밥을 먹는 공간을 생각했다. 각자 동시에 한자리에서 밥을 먹고 다들 뿔뿔이 나가 산책을 하고 들어온다. 또 일 년의 대부분을 절간처럼 지내지만 매년 창립 기념일 즈음에 큰 잔치를 벌이면서 일종의 집단 리추얼 같은 연중 행사를 해온 지가 꽤 되었다. 첫 해부터 일 년에 단 하루 절간에서 난장의 장소로 변화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얻고 에너지를 전환시킨다. 하나의 설계하는 집단으로서 독특한 문화가 정착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제이엠와이 아키텍츠  사무소가 추구하는 건축 공간 언어가 많이 표현되어 있을수록 교육과 소통에 유리하다. 현재 사무소에서 대부분의 소통은 바와 그 주변에서 이루어진다. 작업 테이블에서의 다소 경직된 자세와는 달리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자세, 어느 정도 허용되는 소음 그리고 간단한 음료 등과 함께 보다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고, 가끔 디테일한 작업이 필요할 때는 바 주변의 대형 모니터에 띄워 소통한다.

 에이라운드건축  직원 각자의 자리를 자신이 정하고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자리를 바꾸고 있다. 사무실 내 직원의 변화가 생기는데 직원들 간의 관계는 자리 배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할 때는 각자의 자리에서 집중해서 일하되 모여 이야기할 때는 가운데 회의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회의실이 필요하거나 미팅 시에는 아래층을 사용해 일에 방해받지 않도록 분리하여 사용하고 있다.

 문도호제  별도의 직원을 두지 않고 개별 프로젝트에 맞춰 다른 팀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1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공간의 크기(5.5 × 12m 크기와 비례의 평면)나 배치, 가구 구성과 사용 방식 등이 이러한 사무실의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건축은 혼자보다는 함께가 유리한 것 같다. 목표를 향한 과정의 많은 변수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 많아야 하며 공간 또한 그런 업무 방식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개인의 업무, 회의, 모형 제작 등은 모두 성격이 다른 작업이지만 직원 간의 소통이 편리한 구조와 동선이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외부 환경에 관한 경험인데 최근 들어 특히 강조되는 외부 공간의 중요성은 생활로서 경험할 때와 피상적인 관념일 때 차이가 크다. 아파트나 빌딩과는 달리 계절, 날씨, 식생 등에 관한 매일의 체험을 만들어내는 공간과 만들어지는 공간의 경계에 있어 작업 자체를 더욱 섬세한 고민에 빠지도록 하는 것 같다.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공간과 도시를 상상하는 사람이 경험하는 일상의 풍경은 중요하다. 어느 것에도 편향되어 있지 않으면서 에너지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에 맞는 곳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구성원 간의 무의식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좋은 방법이다. 테헤란로의 커튼월 고층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연희동 궁동산 아래 작은 녹색 지붕집에서 일하는 사람과 같은 것을 상상할 수는 없지 않을까.

 김이홍 아키텍츠  온라인, 메타버스의 시대이지만,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서로 숨 쉬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작업 환경이라 생각한다. 건축물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만지고 듣고 피부와 감각으로 느끼는 장소특정적 체험의 산물이다. 그러한 결과물을 만드는 우리 역시 그런 상황 속에서 일하는 것이 맞다고 믿는다.

 신아키텍츠  현재의 작업 방식이 특별한 작업 공간을 요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향에 큰 창을 배치하고 조경 식재를 위한 큰 화단도 창을 따라 설치하여 시각적 안정감을 주는 풍경을 만들어 내려 했으나, 컴퓨터 화면 작업을 주로 하는 관계로 대부분 블라인드가 내려진 채 지내고 있다.

 삶것건축사사무소  각 직원의 개인 공간을 여유 있게 할애하고, 쾌적한 공용 공간과 시원한 한강 뷰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크지 않지만 구성원 모두가 좋아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사무실이 되기를 바랐다.

 

Q2. 사무소에서 그간 일하는 방식과 공간에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지하에 모형실이 있는데 갈수록 사용 빈도가 줄고 있다. 수작업 모형은 비용, 보관, 내용 전달 등 여러 면에서 이전보다 덜 효과적이다. 3D 모델링을 위주로 하고 3D 프린터로 보완한다. 다만 수작업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한국 건축가 대부분이 소위 ‘A3 건축가’이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디자인적으로 한계를 많이 느껴 요즘 A1 사용을 고려 중이다. 

 원오원아키텍스  업무 방식은 규모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사회의 변화도 민감하게 반영해야 하지만, 보수적인 건축사무소의 속성상 사회의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오원아키텍스는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제공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더_시스탬 랩  매년 운영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왔다. 가장 중요한 변화로는, 5년 전부터 시행한 고정된 자리를 없앤 핫데스킹이 있다. 이로 인해 조직 내 위계상의 자리 배치를 없애 좀 더 자유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리고 4년 전부터 시행해온 디지털 핀업 시스템은 본인이 진행 중인 작업 내용을 매일 오전에 업무 시작과 함께 작성하여 클라우드에 포스팅하고 퇴근과 함께 클로징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각자의 작업을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타인의 작업 내용을 열람함으로써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 방식이다. 이 두 가지 시스템의 궁극적 목적은 흩어져 있어도 함께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다양하게 분화되는 사무실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미래적 상황에 대한 준비다. 현재는 클라우드 안의 내용들을 물리적 존재로 실체화하기 위해, 제작 기반과의 연계성을 분당 워크숍을 통해 실험 중이다.

 온건축사사무소  처음에는 10평이 조금 넘는 구획 없는 최소한의 공간에서 업무, 회의, 모형 제작, 휴식 등 모든 것이 가능해야 했다. 지금은 증축을 통해 업무와 회의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재료 실험실의 영역을 분리했다. 점점 컴퓨터가 업무의 주요 도구가 되어가는 설계업의 특성을 감안해 가능한 한 어디에서든지 자연과 접하는 영역을 만들었다.

 TRU 건축사사무소  공식적인 회의가 부드러운 대화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진짜 독특한 아이디어는 회의가 아니라 대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무실 위층에 라운지 형태의 대화 공간, ‘래빗홀’을 만든 이유다.

 도시공감협동조합건축사사무소  구성원 수의 변화가 가장 크다. 책상이 부족할 땐 레이아웃을 바꾸고, 심지어 주방 위치까지 바꿨다. 그런데 최근엔 다시 인원이 줄면서 좀 더 여유 있게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또 빈자리는 1인 창업을 한 청년 대표와 함께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에이앤디  서울에서 양평으로 사무실을 이동한 후 프로젝트와 직원 수를 줄였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시류에서 한발 물러서서 긴 호흡으로 독자적인 길을 찾는 과정에 있다. 아틀리에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순수예술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에이앤디의 건축 작업은 시각예술과의 시너지를 갖게 되었다. 건축가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자인이나 패브리케이션의 장점을 이용하면서도 회화적 표현의 자유와 추상성의 탐구 등을 통해 건축으로 발전되는 프로세스로 변화하고 있다.

 에이라운드건축  현재 1층과 2층을 사용하고 있다. 보통의 사무실과 같이 외부인은 우리와 연계된 사람이 아니라면 건물에 들어올 일이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건물에 관심을 가지고 내부를 궁금해 하기도 해서 작년부터 외부인도 들어올 수 있도록 1층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개방해 사용하고 있다. 1층에서는 회의나 미팅을 하기도 하지만, 카페 공간을 통해 에이라운드건축의 특성을 전달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전시나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과 이 공간에서 만나기도 하고 연결되기도 한다.

 문도호제  좋은 기회로 2020년 설계한 지금의 건물에 입주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혼자 집중하며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면서부터는 협업 관계가 훨씬 중요하게 되었고, 그에 맞춰 사무실의 사용 방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나란히 배치된 테이블들의 용도를 별도로 지정한다든가 스테이 손님과 공유하는 탕비실의 운영 또는 미팅이나 지역 모임 등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영역들이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있다.

 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작업 환경의 변화와는 무관하지만, 최근 들어 몇몇 성격이 다른 프로젝트에 한해 사내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책임자를 정한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각자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잠재된 개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함은 물론이고 의미 있는 토론과 비판을 통해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협업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한 사람이 주인공인 사무실에서 ‘모두가 주인공인 사무실’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한 실험적 과정이라 생각된다.

 신아키텍츠  모형을 더 이상 만들기 힘든 구조가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전에는 모형실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모형을 중요시했는데, 이제는 여러모로 힘든 일이 되었다. 만드는 재미와 손에 닿는 즐거움이 아직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란 건 확실하지만 디지털 작업의 효율성과 편의성에 비해 모형을 잘 만들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 것도, 그런 시간을 확보해내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월간 「SPACE(공간)」 679호(2024년 06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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