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5월호 (통권 678호)
“건축에서 일관성은 추구해야 할 가치인가. 자연 재료의 빛깔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페인트로 색을 만드는 것보다 고결한 일인가.
완전함은 좋은가. 불완전함은 좋은가. 치우침은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균형은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 건축사사무소 김남, 2021 젊은건축가상 지원 에세이 중에서

쿼드(2019)
비판적이다 못해 도발적이기까지 한 이 질문은 내게 신선함을 넘어 왠지 모를 통쾌함으로 다가왔다. 일관된 작가성과 물성에 대한 숭배는 젊은건축가상을 타기 위해선 그간 불문율에 가까웠기에 그 당돌함이야말로 젊은 건축가 그 자체였다. 많은 수의 지원자들이 형이상학적 개념에 물성을 드러내는 (시공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했다고 과시하고 있을 때, 김진휴와 남호진(건축사사무소 김남 공동대표, 이하 김남)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남들 같았으면 숨기고 싶어 할 만한 시장통 내 락 볼링장의 알록달록한 인테리어 도장 공사가 한창인 몽환적인 사진을 당당히 보여주며 현실을 뛰어넘어버렸고(빛은 색보다 가볍다, 2020), 오염을 우려해 현장 공사의 극단적 제약이 있었던 고작 0.6평의 성형외과 인테리어(미모사, 2020)를, 현장 상황을 세심하게 배려한 하지틀과 분해조립을 감안한 패널 단부의 요철 디테일을 보여주며 순진해 보일 정도로 진지하게 그리고 의심스러울 정도로 겸허하게 설명했다. 김남의 진면목은 설계공모에서 낙선한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리모델링 프로젝트(관리의 관리, 2020)에서 드러났는데 이는 그들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도 그들은 현학적인 수사 없이 낡아가는 시설들이 보수될 때 기존에 부분적으로 교체된 타일과 새것들이 어울리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색의 패널을 조합하고 이를 고정하는 볼트를 솔직하게 드러냈다. 얼핏 볼 때 이러한 태도는 작은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응당 나타나는 ‘유지관리’ 정도로만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일 수 있는데(그들이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아니라 ‘건축가’임을 상기해야 한다), 그 이면에는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상황 그 자체를 인정하고 끌어안는 동시에 우리 건축계의 순결한 형태 욕망에 대해 조용히 반기를 드는 행위가 내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지관리는 건축가를 떠나 관리자, 사용자의 몫인 데다 한참 후의 일이므로 많은 건축가들에게는 디자인 심기를 건드리는 불편한 존재가 된다. 눈에 보이는 데만 치장하기도 바쁜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심지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지레짐작 예측하여 반영하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며, 게다가 유지관리를 고려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건물은 순수한 추상성을 잃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남은 단열, 방수는 물론 각종 환기구와 연도, 거터와 선홈통 그리고 오염과 하자로 직결되는 플래싱과 물끊기 등을 숨기거나 생략하지 않고, 지붕에는 지붕재를, 천장에는 천장재를 사용함으로써 스스로 조각난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조화보다는 부조화에, 전체보다는 부분에, 형태보다는 요소에 관심을 둠으로써 감각적 미학을 향하지 않으며 이성적 윤리를 실천한다. 그리고 우리의 척박한 현실을 뛰어넘는 ‘더 나은 것’ 혹은 현실을 계도하는 ‘더 옳은 것’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필요한 것’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섣불리 앞서 나가지도 그렇다고 뒤쳐지지도 않으며 현실과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다. 그러나 그 걸음은 걸음마하는 어린아이에 발맞춰 꾸부정하게 걸어야 하는 어른의 노고처럼 고된 과정이 된다. 그리고 김남은 2021 젊은건축가상에서 낙방했다.
(하략)
※기사 원문은 월간 「SPACE(공간)」 678호(2024년 0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쿼드(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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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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