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9월호 (통권 682호)

사사로움이 빛나는, 비유에스 성장사
양평 최고기온 33.2도인 7월의 어느 날, 5인승 세단에 다섯 명이 채워 앉았다. 이번 호 프레임에서 소개할 비유에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이하 비유에스)의 양평-남양주 작업을 답사하는 날이었다. 서울 충정로2가에서 출발해 양평 회현리 주택, 도장리의 이우집을 경유해 남양주의 별내 토라진 집에 도달하는 여정이었다. 사실 이번 프레임의 초반 전략은, 2013년 대학을 졸업한 뒤 일 년 만에 비유에스를 개소하고, 2020년 젊은건축가상 수상에 더해 ‘올해의 주목할 팀’으로 지목받으며 현재에 이른 박지현과 조성학이 ‘현장에서 체득한 지혜’를 집중 조명해보자는 것이었다. 최근 젊은 건축가들의 개소 시기가 빨라지는 현상은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이들은 거의 맨몸(?)으로 현장에 뛰어들어 오늘날의 완성도를 만들어낸 감탄스러운 사례의 주인공 아닌가.
그런데 승용차 천장 손잡이에 매달리듯 앉아 있던 박지현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현장에서 얻는 배움이야 모든 건축가들에게 마찬가지일 텐데, 본인들 건축 언어는 그들이 그간 살며 일해온 집들이 씨줄을, 대학에서 만나 함께 사무실을 꾸리고 이제는 나란히 집을 지어 이웃이 된 두 사람의 관계가 날줄을 이뤄 만들어졌다고. 박지현과 조성학의 거주 역사는 각각 삼천포와 광주에서 시작해서 두 사람이 동거하며 사무실로 운영했던 체부동 한옥으로, 건축수도원이라 불렀던 후아미로, 지금은 두 가족이 살아가는 이우집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설계한 집들은 “처마, 툇마루, 대청마루, 서까래 등 오래 축적된 기억에서 꺼낸 좋았던 경험의 집합체다.” 여전히 두 소장은 설계 와중에 스케일이 모호할 때면, 한때 몸으로 부대끼며 공간을 익힌 체부동 한옥의 도면을 겹쳐보며 가늠해보곤 한다.
“내일은 아주 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오전 6시 10분 서울역 매표소 앞에서 뵙겠습니다!” 두 번째 답사는 광주, 남해, 경북 김천을 돌아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강행군이었다. 답사에 앞서, 조정구(구가도시건축 대표)에게 비평을 수락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비유에스 작업들이 대체로 ‘마당집’이라는 점을 우선 꼽았다. 과연, 첫 목적지였던 광주의 낮은 공방과 높은 주방의 집은 마당과 내부 공간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보여준다. 박지현과 조성학이 몸으로 공간감을 익혔듯이, 답사하는 우리도 두 건축가가 글과 그림으로 열심히 설명하고자 했던 스케일과 시선의 편안한 흐름을 몸으로 감각할 수 있었다. 자로 잰 듯 딱 떨어지는 마당이 아니라 집주인의 취향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마당이다. 조정구는 마당집을 관조하는 마당이 아니라 삶의 중심에 마당이 있는 집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비유에스를 비롯해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성장한 건축가들이 이러한 실체적 마당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경향을 짚어낸다. 마지막 답사지였던 김천 주택은 기묘한 인상을 풍긴다. 현관과 거실 사이에 자리한 아틀리에 공간은 집안에서의 위계나 공적-사적 영역의 흐름으로 성격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모호함이 어떤 어휘로 발전해갈지 기대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긴 생각의 꼬리를 남긴다.
오랜만에 『가가묘묘-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박민지・박지현・조성학 지음, 2021)을 들춰봤다. 체부동 한옥에서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사연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고양이를 두고도 사소한 단서를 사사롭게 나누며 공간을 매만지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집주인이 사람이든 고양이든 쉼 없는 대화와 현장에서의 조율을 통해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비유에스의 태도가 곧 건축 방법론인 셈. 생각해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1980년대생 건축가그룹이 나타나다’ 특집(「SPACE(공간) 612호 참고), 묘각형주택 프로젝트(「SPACE」 650호 참고) 등 우리가 만든 여러 책에 흩어져 있었지만, 이제야 그 조각들이 짜맞춰져 비유에스라는 실체가 그려지는 듯하다. 한 편의 성장서사가 완성되었으니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후속편을 기다린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4년 9월호 (통권 682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24 FRAME
매일같이 사소하게: 비유에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Everyday Triviality: bus architects
026 FRAME: ESSAY
사소하고 사사로운 것으로부터_ 박지현, 조성학
From Trivial and Personal Matters_ Park Jihyeon, Cho Seonghak
034 FRAME: PROJECT
낮은 공방과 높은 주방의 집
low atelier, high house
040 FRAME: PROJECT
김천 주택
gimcheon house
046 FRAME: PROJECT
남해 여여담
namhae yeoyeo-dam
052 FRAME: PROJECT
회현리 주택
hoehyeonri house
056 FRAME: PROJECT
별내 토라진 집
byeollae torajin house
060 FRAME: CRITIQUE
유쾌한 ‘bus’의 진솔한 운행_ 조정구
Taking the Cheerful ‘bus’_ Cho Junggoo
068 PROJECT
시몬 베유 브리지 - OMA_ 박지윤
Simone Veil Bridge - OMA_ Park Jiyoun
080 PROJECT
돔홈 - EME157
DOMEHOME - EME157
090 PROJECT
경리계단길 - 요앞 건축사사무소
Gyeongni Stair Street - YOAP architects
098 PROJECT
서울시립대학교 시대융합관 - 건축사사무소오드투에이
Future Convergence Building of University of Seoul - ODETO.A
108 REPORT
일상을 포용한 2024 파리 올림픽_ 노성자
Paris 2024 Olympics: Embracing the Everyday_ Ro Seongja
118 REPORT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대안적 주거의 가능성을 찾다: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국민평수>_ 김보경
Finding Alternative Housing Possibilities that Exist Between the Ideal and Reality: ‘Performative Home: Architecture for Alternative Living’ and ‘Investigating the Archetypal Korean Apartment Layout’_ Kim Bokyoung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자연을 자유로이 거닐고자_ 이진혁 × 김보경
To Wander Freely in Nature_ Lee Jinhyuk × Kim Bokyoung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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