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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건축 큐레토리얼, 새로운 모색: CAC

SPACE 19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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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유경 기자

[19기 학생기자] 건축 큐레토리얼, 새로운 모색: CAC 

왼쪽부터 정성규, 김희정, 정다영 큐레이터 ​오도윤(19기 학생기자)

 

기존의 큐레이팅이 전통적인 전시기획 방법론이라면, 큐레토리얼은 이를 넘어서는 확장된 접근을 의미한다. 그간 축적된 이론적 기반 위에서 건축 큐레이팅 역시 더 유연하고 다층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CAC(Curating Architecture Collective)의 큐레토리얼 아래에서 건축 전시가 지닌 가능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전시기획이 건축 담론을 어떻게 확장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인터뷰 CAC(정다영,김희정,정성규) × 19기 SPACE 학생기자(김가연,오도윤,유효상,정구범)

 

CAC 이전에 ‘개인’

 

정다영, 분석을 기록하는 큐레이터

학생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번째 파빌리온 프로젝트인 〈​아트폴리 큐브릭〉​(2012)부터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2024)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건축 분야 학예연구사로서 다양한 형식의 건축전시를 기획하셨어요. 이들 중 큐레이터로서 기억에 남은 전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정다영: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큐레이터로 입사해서 지금까지 20여 개의 전시를 기획했어요. 모두 중요한 작업이었지만 그중 변곡점이 되었던 전시라면 3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제 첫 기획 전시인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예요. 외부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전시이기도 했고, 동시에 이 전시를 통해 건축 아카이브 전시의 형식을 알렸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2017)에서는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 전시와는 다른 아카이브 전시 형식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다양한 협력체 구성을 통해서 한국 건축사 공백 지점들을 구축한 전시라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2024)이에요. 제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로서 기획한 마지막 전시이고, 이제껏 제가 했던 것보다 조금은 느슨한 구성을 통해 관객들이 편안하게 전시를 볼 수 있도록 했어요.

 

학생기자: 현재 진행 중인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2024) 전시는 건축가들이 설계한 주택을 통해 한국 현대건축과 주거문화를 들여다보는 전시예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마지막 전시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정다영: 그간 제가 했던 전시들은 설계 도면을 미리 그리는 것처럼 계획된 내러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전시의 시작과 끝을 잘 만들어주고, 관객들이 전시장 안에서 전시를 조금 더 자유롭게 관람하고 해석하기 바랐어요. 또 전시에 담긴 이야기가 건축계 내부로 향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우리 삶의 문제를 건드려주길 원했죠. 

 

학생기자: 기획한 전시들과 관련해 도록을 비롯한 다양한 출판물이 제작됐어요. 특정 시간과 장소를 점유하는 ‘전시’와 언어에 입각한 기록물이라 할 수 있는 ‘출판’은 해석과 기획 모두에서 접근법이 다를 것 같아요. 그동안 전시와 출판을 어떻게 다뤄오셨는지 궁금해요.

정다영: 출판은 제게 전시기획의 무기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큐레이터인 동시에 에디터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늘 말해요. 『SPACE(공간)』에서 에디터로 일하면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전시기획에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책의 구조와 전시의 구조를 서로 교차시키면서 전시를 만드는 거죠. 저는 출판을 전시의 사후 결과가 아니라 전시기획을 정교화하는 방법론으로 활용해요. 책과 전시는 제한된 지면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는데, 저는 두 매체가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에요. 동시에 전시는 사라지지만 도록은 남기에, 그 책들이 배포되는 경로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간 제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했던 전시 도록들은 더 넓은 독자들에게 가닿기 위해 주로 전문 출판사와 함께 공동출판으로 제작해 유통했어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2024) 도록, 자료제공: 프론트도어

 

김희정, 전시를 설계하는 큐레이터

학생기자: 건축설계를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전시기획에 입문하게 되셨는지 계기가 궁금해요. 또 건축을 전공한 큐레이터로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김희정: 학부 때를 돌이켜보면 설계보다는 전시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전시의 대상을 상상하는 일이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이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디자인·건축 분야 수석 큐레이터였던 베리 버그돌(Barry bergdoll)의 국내 강연을 듣게 됐어요. (MoMA에서) 디자인·건축 분야가 보여주는 전문성과 베리 버그돌의 학자이자 큐레이터로서 갖는 입지와 영향력을 생각하게 되면서 직업으로서 건축전시 기획을 생각했죠. 당시에는 건축전시 기획자로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한정적이었어요. 그럼에도 어떤 자리를 찾기보다는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역할을 찾아내다 보니, 하고 싶은 일에 조금씩 가까이 가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서울시 문화본부 박물관 소속 학예연구사로 일하면서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건립과 학예 업무를 맡았어요. 건축을 전공한 큐레이터로서 미술관의 건립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학생기자: 미술관 건립 과정의 일들은 여타 큐레이터들의 업역과 꽤 다를 것 같아요.

김희정: 건립 과정에 놓인 미술관을 맡는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굉장히 긴 호흡으로 진행됐어요. 가령 미술관 건립만 5년에서 10년이 걸리는데 동시에 그 안에 들어가는 전시, 교육, 수집, 개관과 미술관 운영 계획 등 콘텐츠를 채워가는 일도 진행되죠. 건립 중인 기관들과 함께 건립 이전의 과정이나 내용을 전시나 워크숍 세미나 형태로 대중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홍보하는 일을 하기도 했어요.

 

학생기자: 〈​(불)완전한 미술관〉​(2021)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건립 과정을 일반 대중들과 공유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행사였어요. 과거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공공미술관의 건립 과정을 세미나의 형식으로 공유하고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어떤 지점에서 일반적인 전시기획과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김희정: 사실 건립 과정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가장 초기에 가지고 있던 기관의 정체성과 목표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아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적당히 타협을 하기도 하고, 정치적 배경과 이슈로 인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미술관의 탄생 과정은 많은 이해관계와 당위성을 설득하고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때문에 우리는 대중에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미술관을 만드는지 공유하고 공감과 이해를 얻어야만 했어요. 첫 번째 세미나였던 만큼 때문에 개론적인 이야기들이 필요했고 건축, 수집, 보존, 아카이브 등 미술관이 다루어야 하는 포괄적이고도 핵심적인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건립 세미나는 그런 이해를 요구하는 하나의 방식이었어요. 

 

학생기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바운더리리스 뮤지엄과 공동으로 기획했던 젊은건축가 포럼 전시 〈​어반 매니페스토 2024​(2014)도 벌써 10년이 지났어요. 10년 후 서울의 모습을 제안했던 옛 전시를, 2024년 현시점에서 기획자의 눈으로 돌아본다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요.

김희정: 도시, 건축 그리고 건축문화의 저변이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해온 것 같아요. 2014년 당시에 매니페스토를 외친 젊은 건축가들도 기성의 건축가로 자리를 잡기도 했고요. 지난 10년은 어떤 변화와 가능성에서도 희망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희망적인 미래보다는 대안적인 미래를 상상해야 하는 때인 것 같아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건립 세미나 (불)완전한 미술관(2021) 현장, 자료제공: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정성규, 조연과 주연 사이를 오가는 큐레이터

학생기자: 국립현대미술관과 베니스비엔날레 사무국에서 전시기획 실무를 경험하셨다고 들었어요. 전시기획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지,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전시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정성규: 정기용 건축가를 조망하는 두 개의 전시인 〈감응(感應)_정기용 건축전〉(2010)과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를 보면서 전시기획으로 방향성을 가지게 됐어요. 한 명의 건축가를 다르게 전시할 수 있다는 측면이 흥미로웠고 기획자의 역할이 매우 궁금했죠. 졸업 직후에 바로 미술관에서 일하기 위해 준비했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기획 보조로 정다영 학예사를 도와서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2017) 전시에 참여했어요. 처음으로 전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과정을 경험한 것도 의미 있었지만, 무엇보다 건축의 물질성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어요. 유약한 종이가 가진 힘이 당시 국내 현대건축에 어떤 사건을 만들었는지 알아가는 과정과 함께, 건축을 전시의 형식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경험한 전시였어요.

 

학생기자: 티에이씨티(TACT)의 공동대표로서 현재 큐레이터이자 원예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떻게, 어떤 이유로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되셨는지요.

정성규: 전시장을 벗어나 큐레이팅 실천의 무대를 어디로 둘 것인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간을 기반으로 기획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일정 기간 동안 펼쳐졌다 사라지는 전시의 틀에서 벗어나, 전시와 여러 활동을 담을 공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장 내 손에 잡히는 작은 단위의 공간에서 시작해 그 공간을 채우는 다양한 사물을 탐구하는 TACT로 활동을 시작했죠. 지금은 안국동에 위치한 TACT의 공간에서 전시, 쇼룸, 팝업 등을 기획하면서 공간의 다양성을 실험하고 있어요. 원예가는 TACT 활동에 기반한 하나의 가지로, 식물을 살아있는 사물로써 접근하여 식물의 선과 조형에 집중해 작업하고 있어요. 식물이 성장하며 변하는 줄기의 단면선과 잎들을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보이는 조형성의 균형과 부조화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죠. 서로 다른 일이기보다는 공간을 기반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활동이라 보면 될 것 같아요.

 

학생기자: 살아있는 사물로 식물에 접근한다는 표현이 재미있어요. TACT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들을 다루나요? 

정성규: TACT는 쇼룸, 컨설팅, 판매 등 전반에 걸쳐서 가구, 식물, 화병, 오브제 등 다양한 사물이 공간 안에서 밸런스를 찾는 지점을 다루고 있어요. 동시에 건축, 공예와 디자인 분야의 전시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도예 작업을 하는 신다인 작가의 , 김민선 작가의 첫 개인전인 〈​펼쳐진 돌〉, TACT의 공동 운영자인 컬렉터 송태영의 세컨 핸드 가구 쇼룸이 그 사례예요.

 

학생기자: 〈​사각, 틈, 지붕과 이끼〉​(2022)에서는 기획자뿐 아니라 원예가로 직접 참여하셨어요. 그 외에도 딥커피로스터스(Deep Coffee Roasters), 태스티(tarsty) 등 다양한 곳에서 식물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 기획자일 때와 작가로 참여할 때 전시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나요?

정성규: 두 가지 역할은 평면이 아닌 특정 입체 내에서 발생하는 활동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구도가 달라요. 기획자는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의 균형을 만들어가며 작가와 작품의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반대로 원예가는 기획자보다 조금 더 앞에 서서 주연의 역할을 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사각, 틈, 지붕과 이끼>전에서 기획자로서 전시의 시작점인 삼청동의 공간과 작품의 선택, 배치와 조합의 구도를 만들어가며 전체 배경과 전시 형식에 집중했어요. 반면에 원예가로서는 신다인 작가의 도자에 식물을 작업하고, 작품과 배경이 조화를 이루도록 전시 공간을 무대 삼아 식물을 연출하기도 했죠. 저는 두 가지 활동의 상보적인 관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과 경계에 대해 이해하고 경험하고 있어요. 각자의 경계를 존중한 상태에서 때론 경계를 허물고, 오고 가면서 틈을 벌려 보기도, 이해관계를 재조정해 보기도 하고요.

​사각, 틈, 지붕과 이끼​(2022) 원예 작업, 자료제공: 김주영 

 

CAC라는 ‘그룹’

 

CAC의 시작

학생기자: 2024년 8월을 끝으로 CAC 리딩룸이 삼청동에서 서촌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됐어요. 서울의 여러 동네 중 서촌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정다영: CAC 리딩룸이 2025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사무 기능도 겸하게 되면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기회가 생겨서 그간 협업했던 곳들이 비교적 많은 서촌에 자리 잡게 되었죠.
김희정: 그뿐만 아니라 2014년도에 저희가 처음으로 같이 기획에 참여했던 <어반 매니페스토 2024>(2014) 전시가 서촌에서 열렸고, 그 외에도 CAC 이전에 함께했던 몇 개의 전시도 서촌과 관련이 있었죠. 나름 서촌이라는 동네에 저희 셋의 히스토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위) CAC 삼청동 리딩룸의 모습 (아래) 삼청동 리딩룸의 루프탑 개방 행사 ​오도윤(19기 학생기자)

학생기자: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CAC 이전에 큐레이터로서 개인 활동을 이어오시던 세 분이 어떻게 모이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세 분이서 CAC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김희정: 저희가 제일 처음 만났던 건 도코모모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장소의 재탄생>(2014)이라는 근대건축 전시였어요. 그때 정다영 큐레이터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사로 있었고, 정성규 큐레이터는…
정다영: 인턴!
김희정: 맞아요. 인턴이었고, 저는 도코모모 측에서 투입된 인원이었어요. 그 전시를 계기로 처음 만나게 됐고, 이후로는 <어반 매니페스토 2024>(2014)에서 서로 합을 맞추는 작업을 꽤 오랜 기간 해오면서 세 명이 모여서 뭔가를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했던 것 같아요.

학생기자: 세 분이 모여 CAC를 시작하게 되면서 개인 작업과 그룹 활동 사이에서 정해야 할 일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개인이 모인 집단으로서의 CAC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과정이 궁금해요.
정다영: 사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가 저희 세 명이 함께 본격적으로 밀도 있는 일을 하게 되는 프로젝트예요. 그전까지는 조금은 느슨하게 CAC 활동과 각자의 일을 겸해왔었고, 방금 김희정 큐레이터가 말한 대로 오랜 기간 동안 서로 합을 맞춰왔던 사이였기에 두터운 신뢰가 쌓여 있어서 오히려 부담감이 덜했던 것 같아요. 그룹 활동에서 각자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는 부분들을 각자 알아서 찾아내고 하는 일들이 큰 무리 없이 이어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네요. (웃음)

학생기자: 그렇다면 서로가 가진 장점을 한 단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김희정: (정다영 큐레이터를 가리키며) 엔진! 추진력.
정성규: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결국 전체가 움직이기 위해서 엔진이 중심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요. 김희정 큐레이터는 나아갈 방향을 계속 조타해주는 것 같아요.
김희정: 정성규 큐레이터는 저희가 앞만 보고 가다가 놓치게 되는 부분을 잡아주는 백미러 같은 존재예요. 엔진, 방향키, 백미러. 모아 보니 왠지 자동차 부품 같네요. (일동 웃음)

CAC의 여정
학생기자: CAC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건축스튜디오 바래(BARE)의 에어빔 파빌리온을 주제로 한 <어셈블리 오브 에어>(2021)였어요. 집단으로서 첫 전시인 만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CAC가 이 전시를 통해서 가장 먼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김희정: <어셈블리 오브 에어> 전시 이전에도 바래와 그들의 작업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다른 방식으로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마침 팬데믹 시기에 바래에서 음압병실 모듈을 계획하게 됐죠. 이를 계기로 바래가 지금껏 해왔던 유사한 형태의 다양한 작업들을 다시 분류화하면서 작가보다는 작업들 간의 연관성이 두드러질 수 있게 전시를 선보였어요. 전시기획 단계에서는 바래의 디자인 작업 프로세스들을 언어화시켜 키워드를 도출했고, 실제 전시장에서도 비치된 다양한 작업들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면서 전시가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게 했죠.

학생기자: 코로나 시대에 집에 대한 가치와 공간의 의미를 환기하는 CAC의 두 번째 전시인 <집의 대화: 조병수×최욱>(2021)도 전시 매체가 독특해요. 보통은 건축전시라 하면 모형이나 드로잉을 전시하기 마련인데, 디지털 자료(영상)만 사용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기존의 건축전시와 비교했을 때 기획 단계에서 접근법에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정성규: <집의 대화: 조병수×최욱>은 어떤 공간에서 전시하는지가 중요했어요. 해당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D-숲에서 진행됐어요. 전시가 주 목적이 아니어도 누구나 들어와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죠. 이곳에서 우리가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광장의 전광판을 떠올렸고, 이를 모티브 삼아 영상 작업을 시작했어요. 말씀해 주신 대로 기존의 건축전시에서는 영상이나 사진이 실물 전시의 부차적인 매체로 쓰였다면, 저희는 디지털 매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집중했어요. 요즘은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모형뿐 아니라 컴퓨터 기반의 그래픽들을 많이 제작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들을 하나의 아카이브로 본 거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실물 모형이나 드로잉이 전시 현장에 있어야 하는지 계속 타진하기도 했지만, 영상을 통한 전시가 건축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작동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위) <어셈블리 오브 에어>(2021) 자료제공: BARE ⓒ배한솔
(아래) <집의 대화: 조병수×최욱>(2021) 자료제공: VMSPACE ​김예람

학생기자: 2021년부터는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건축 큐레이팅 워크숍(CAW)에서 강연자이자 멘토로서 활동하셨어요. 학생, 실무자 및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시면서 그동안 CAC로서 해왔던 작업을 벗어나, 또 다른 수행과 실천의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이 있었나요?
정다영: 아직까지 국내에서 건축 큐레이팅에 대한 저변이 얕은 편이라 생각해요. 이론이나 지식의 차원에서 회자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현장에서 뛰고 있는 큐레이터로서 저희의 작업들을 이론화해서 기획하고 공유하는 데 목적이 있었죠. 물론 책을 쓰고 포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직접 경험했던 사례들을 정리해서 건축 큐레이팅을 전달 가능한 언어의 형태로 만드는 점이 중요했어요. 누군가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걸 전달해 주기 위해선 새로운 포맷이 필요하니까요. 

학생기자: 전시 말고도 담화자가 선정한 10권의 책을 돌아보는 ‘11번째 책’과 본인의 작업에 영향을 준 열 채의 건축물을 공유하는 ‘11번째 집’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계신데요. 강연에 기반하는 만큼 강한 실천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기획자와 담화자, 연구자와 청중이 리딩룸에서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가 CAC의 지향점과 어떻게 맞닿아 있나요?
김희정: 일단은 CAC 리딩룸의 성격을 정하는 데 있어서 책이 매개가 되어 만들어질 수 있는 이벤트들을 상상하면서 공간을 꾸렸어요. 책이라는 매체가 대중적으로도 밀접한 매체라고 생각했고요. 그런 맥락에서 첫 번째로 선보였던 프로젝트가 ‘11번째 책’이었죠. 그간 본인이 쓴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많았지만 영향을 받았던 책들을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지 않았어요. 또 리딩룸이 물리적으로 큰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청중과 발표자 사이의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는 프로그램이에요. ‘11번째 책’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11번째 집’이라는 프로그램도 생각하게 됐어요. ‘11번째 책’이 강연 후에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겨두는 반면, ‘11번째 집’ 같은 경우에는 건축가 본인이 영향을 받은 다른 건축가의 작업을 전달하는 방식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개인 연구자들은 연구 안에 갇히기 십상인데, 책과 집이라는 매체를 통해 리딩룸에서 연구자와 청중이 만나 발화할 수 있는 장소로써 기능하길 바랐죠.

학생기자: 어떻게 보면 개인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정다영: 완전히 개인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사이에서 개인으로서의 이야기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기자: 리딩룸이 서촌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공간의 크기가 훨씬 커질 텐데 추가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김희정: 아직은 프로그램의 종류를 늘리기보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11번째 책’이나 ‘갈피 프로젝트’에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은 사람들과 하고 싶었고, 공간의 규모 때문에 제약을 받는 아쉬움이 있었죠. 아마 서촌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성규: 건축 큐레이팅 워크숍(CAW)과 같이 외부에서 좋은 자리들을 많이 마련해 주시지만, 또 다른 방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와 그에 맞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작년부터 리딩룸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에 500분 정도 다녀가셨는데, 그분들의 피드백도 대개 비슷했죠. 다양한 가능성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서촌이라는 공간을 만나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어갈 예정이에요. 

학생기자: 올해 초 ‘다공성 건축’을 주제로 한 강연은 퀴어성, 에콜로지, 페미니즘 등 그간 한국 건축계에서 크게 조명 받지 못한 화두를 논하는 자리였는데요. “단단하고 고정된 건축에 균열을 내는 주제들로 건축에 대한 담론을 확장하겠다”라는 목표가 인상 깊었어요. 그동안 CAC가 고민해온 것과 맞닿는 지점이 있었을까요?
정다영: 큐레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것들에 균열을 내고 재배치시켜서 새롭게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국 건축계가 그동안 이야기하지 못했던 부분이 퀴어성, 에콜로지, 페미니즘 등의 키워드였고, 다뤄야 할 필요성을 느꼈죠. 특히 성비의 균형에 신경을 썼는데요. 건축계는 주로 남성을 중심으로 포지셔닝이 되지만, 저희가 기획한 프로그램에서는 일대일로 똑같지는 않더라도 일부로 의식해서 성비 균형을 맞추려 했어요. 동시에 건축만 다루지는 않겠다는 목표도 있었기에 건축을 중심으로 공간 디자인, 시각 디자인 등의 다양한 분야로 확장했죠. 이러한 활동이 건축계에 큰 변형을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고 기억해 주면서 점차 저희의 의도가 확장될 거라고 봐요. 지금 인터뷰를 매개로 해당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요.

2025 베니스비엔날레를 향해
학생기자: 202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선정되셨는데요, 우선 축하드려요. 심사 총평을 보면 ‘세 명의 건축 전문 큐레이터로 구성된 협력체’인 점이 감독 선정에 크게 작용했어요. 건축가가 아닌 큐레이터 협력체가 비엔날레의 기획 주체를 맡았다는 측면에서 건축계 안팎으로 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꼈는데요, CAC 내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체감하고 계시나요?
정다영: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또 저희가 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로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제 경우에는 (지금은 퇴사를 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 건축 큐레이터 1호로 들어갔었고, 학생들이 제 전시를 보고 공부를 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돌이켜보면 2010년이 중요한 분기점이었다고 생각해요. 국립미술관이라는 공공 조직에서 건축 전시가 진행되고, 정림건축문화재단과 목천김정식문화재단도 그 무렵 설립됐죠. 그 당시 한국 건축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어떤 모멘텀의 순간에 있었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10년이 훨씬 지났으니 당연히 축적된 것이 있었을 거예요. 저희는 그 흐름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비엔날레의 경우에도 큐레이터로서 10년 이상 일을 해왔다면 우리의 이름으로 도전해 볼 수 있지 않겠냐 라는 의무감과 자신감이 있었어요. 베니스 비엔날레가 세계적으로나 전시 역사 속에서나 중요한 자리인데 우리가 이걸 남의 일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싶더라고요. 다행히 심사 결과도 좋게 나왔죠.
김희정: 덧붙이자면 국내에서는 CAC의 선정이 큰 이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해외의 다른 국가관들 같은 경우는 최근 10년간 건축가가 아닌 큐레이터나 콜렉티브, 비평가들이 감독을 맡는 현상이 굉장히 두드러지고 있어요. 특히 건축 베이스가 아닌 과학, 식물 등 테크니컬한 이슈의 전시를 꾸리는 주체가 최근 몇 년 동안 늘었어요. 올해의 전시가 집단지성과 같이, 여럿이서 만들어내는 힘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학생기자: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주목해서 <나무의 집>이라는 주제를 기획하셨어요. 주제에 담긴 의미와 기획 의도가 궁금해요. 
정성규: 팬데믹 이후로 짝수 연도가 건축이고 홀수 연도가 미술이었던 비엔날레의 순서가 바뀌게 되면서 한국관 건립 30주년에 맞춘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다뤘던 한국 내부의 이슈에서, 이제는 한국관과 얽힌 베니스비엔날레의 상황과 세계적 이슈 같은 것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작가 선정과 관련해서는 꾸준히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고 전시도 함께 진행하면서 ‘작가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느 관심사가 있구나’를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함께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 거죠.
정다영: <나무의 집>이라는 주제는 정성규 큐레이터가 말한 대로 30주년이라는 중차대한 시점을 저희가 제대로 한번 짚어줘야겠다고 생각한 거였어요. 한국관 자체가 자르디니 공원의 마지막 국가관이기도 하고 그 건립 과정이 되게 드라마틱 하거든요. 그간 한국관 건립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가 올해 미술 비엔날레에서 30주년 관련된 행사를 하면서 한국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어요. 점차 깊이 파고들고 있는 단계의 이야기로 한국관을 둘러싼 건축의 과정, 설립 계기 등이 나오고 있어서, 첫 번째로 다시 한번 건축의 입장에서 조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죠. 동시에 ‘과연 건축 전시회에서 파빌리온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한국관이라는 곳이 하나의 건축물이면서 전시를 위한 미디엄인데, 그 미디엄을 비엔날레의 역사에서부터 이어가고자 했어요. 한국 건축사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전시 제도의 역사 속에서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건축적 혹은 공간적인 의미에서 이 공간을 조명해야 하는지와 같은 확장된 질문들이 담겨 있어요. 이렇듯 <나무의 집>은 그 큰 이야기를 담는 하나의 틀이에요. 나무가 뿌리와 줄기, 열매로 구성돼 있는 것처럼 건립 30주년이라는 주제에서 뻗어나가는 이야기들을 담아내죠. 그런 이유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큰 전시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말하고 수행하는 생각의 토대 위에 작가들이 커미션 작업을 진행하고, 각자의 언어로 그것들을 시각화할 예정이에요.
한국관 건립 초기 모습 자료제공: VMSPACE / 원본출처: Image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Mancuso E Serena Architetti Associati

학생기자: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공동 큐레이터 및 보조 큐레이터로 참여하셨는데, 올해는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게 되셨어요. 역할의 변화에 따라 큐레토리얼의 영역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그동안 CAC가 축적해온 경험이 이번 예술감독 역할과 전시 기획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요.
김희정: 2018년도에 비엔날레에서 저희가 맡았던 역할이 내년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그 당시에 공동 큐레이터, 어소시에이터, 보조 큐레이터로 활동을 했지만, 기획부터 수행까지 많은 부분에 참여를 했었죠. 그 경험이 토대가 돼서 2025 베니스비엔날레 지원도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한정된 예산으로 베니스에서 전시를 해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미션인데, 2018년의 경험이 전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만들어냈죠. 역할 면에서는 예술감독이 내용과 전체를 더 컨트롤해야 돼요. 셋이 CAC로 활동을 하면서 분담했던 역할들과 그 기초 위에서 후원 및 예산에 관련된 부분, 국제 전시에 맞게 재조직화하는 과정들을 거칠 예정이에요. 
정다영: 전시는 전적으로 물리적인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이디어 이니셔티브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물질로 구현해 내는 단계까지 가는 게 중요하죠. 설계와 유사한데, 도면만 그리는 게 아니라 시공, 감리의 단계까지 계속 이걸 끌고 가는 힘. 그 힘을 저희는 2018년에 미리 경험을 했었고,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로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고 보는 거죠. 예술감독의 역할에는 전시를 잘 만든 것뿐만 아니라 예산을 잘 다루는 것도 포함돼요. 그동안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걸 가능하게끔 하는 외부적 요인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게 확실한 차이점인 것 같아요. 결국 물질화가 되려면 자본이 중요하기에 현실적이고 외부적인 요인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학생기자: 비엔날레 개막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어요. 현재 가장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사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또 베니스는 언제 방문하시는지, 작가님들과 회의는 어떻게 진행하시는지 궁금해요.
정성규: 10월 초에 작가분들과 베니스를 방문할 예정이에요. 가서 현장을 체크하고 관련된 분들을 인터뷰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고요. 그리고 현재 미술 비엔날레를 하고 있는 공간의 일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협의도 필요하죠. 그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일은 압축시켜서 진행하고, 또 어떤 일은 다시 펼쳐서, 세심하게 확인하며 그때(2018 베니스비엔날레) 챙기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하려 해요. 프로그램을 새로 만든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작가분들 하고는 저희가 예술감독으로 선정되고 난 이후로 2주에 한 번씩 매주 화요일 밤 9시에 회의를 하고 있어요. 리서치한 내용과 그 사이에 발전된 작업들을 공유하기도 하고, 뚜렷한 안건이 있지 않아도 회의를 통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필요한 경우에는 개별 작가와 따로 대면 회의를 하기도 하고요.

큐레이팅에 관하여
학생기자: CAC가 건축과 전시가 교차하는 영역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이 분야를 꿈꾸고 있는, 혹은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려요.
정성규: 이건 각자가 되게 다를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CAW를 하면서 이야기한 내용은 ‘모두가 건축 큐레이팅을 배워서 건축 큐레이터가 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설계 파트에 가서도 건축 큐레이팅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콘텐츠를 재편집하고 재배치하는 일이다 보니 그런 것들이 부분적으로 녹아들어요.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제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원예 작업을 통해 다른 분야와 링크를 맺는 것 같아요. 이것과 저것을 어떻게 연결시켜서 큐레이팅을 나의 실천적인 언어로 계속 끌고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죠. 
김희정: 과거만 해도 건축 회사가 아니면 대안이 없었기에 건축 큐레이팅 같은 분야는 힘들게 찾아내야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그런 분야를 빠르게 찾고 다양하게 경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학교생활을 할 때 뮤지엄 설계를 많이 하고 좋아했는데, 관심사를 맞춰가다 보니 전시 기획에 대한 고민들을 하게 됐죠. 그 당시에는 사실 국내 선언자가 여기 한 분밖에 안 계셨는데…
정다영: 너무 조상 같잖아요. (웃음)
김희정: 나이 차이는 별로 안 나지만, 정다영 큐레이터가 있던 그 자리가 유일한 자리이자 유일한 선언자였어요. 저는 건축 큐레이팅을 할 기회를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던 것 같아요.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큐레이터라는 직업에서 건축이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 보니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게 큰 모험이었죠. 국립현대미술관의 코디네이터, 작은 전시들, 또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건축 전공자로서 사진미술관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기회도 훨씬 많아졌고 관심 가지는 사람들도 늘어서 반드시 기관에 소속되지 않아도 해낼 수 있는 영역이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정다영: 건축 큐레이팅, 건축 전시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유용한가에 대한 답을 한다면 큐레이터가 되지 않겠다 하더라도 이 분야의 공부는 건축가와 같은 디벨로퍼 직군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큐레이팅은 지금처럼 수많은 데이터와 선택의 문제 그리고 복잡한 과정에서 필요한 방법론이거든요. 큐레이팅을 알고 모르고는 앞으로 모든 문화산업과 건축, 건설 영역까지 포함해서 영향을 미칠 거예요. 물론 그 영역을 넘어서 전문 큐레이터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많고 그런 종류의 상담을 많이 받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이 분야를 제대로 키워낼 수 있는 기관이 없어요. 그럼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문을 두드리는 게 중요해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다 보면 어떤 현장에서 겹치게 되고 저희가 그분들을 동료로 생각하게 되거든요. 관심과 의지를 계속 표출하고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모든 일의 출발인 것 같아요.

인터뷰 현장 ​오도윤(19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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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영
정다영은 국립현대미술관 건축 분야 학예연구사로서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2017)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2024)를 마지막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나와 CAC와 2025 베니스 비엔날레 준비에 여념이다.
김희정
김희정은 서울시 문화본부 박물관과 학예연구사와 CAC 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어반 니페스토2024〉(2014),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2015), 2018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의 부 큐레이터를 거쳐 서울시립 사진 미술관 건립 세미나 〈(불)완전한 미술관〉(2021)을 기획했다.
정성규
정성규는 2018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CAC의 멤버이자 원예가이다. 또한 독립 큐레이터로서 김기석, 송태영과 함께 TACT라는 사물, 공간 및 전시 기획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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