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0월호 (통권 683호)
a0100z(대표 성상우)는 설립 이후 20년째 주택 작업에 치중해온 사무소다. 집이란 무엇이고 마당이란, 문턱이란, 바닥이란 무엇이며 당신은 누구인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건축가의 성정은 주택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시도로 가닿는다. 주택 설계를 의뢰받으면 건축주의 가족들과 여행부터 떠나고 집을 지은 뒤 꼭 사계절은 지낸 후에야 건축사진을 찍는다는 철칙은 그가 집을 대하는 태도를 유추하게 한다. 두창리 작은 마을에 손수 짓고 사는 건축가의 목조집에는 집을 지으며 친구가 된 사람들이 때마다 드나들며 안부를 나눈 흔적이 보였다. 이경아(서울대학교 교수)는 a0100z의 대전, 세종, 거창의 다섯 주택에서 내외부의 마당, 입식과 좌식 공간의 조합, 그리고 목구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실험을 읽어낸다.

영충재의 서재와 쪽마루가 달린 포치 공간. a0100z의 주택은 좌식 공간과 입식 공간이 여러 방식으로 섬세하게 조합되면서 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Lee Hanul

영충재의 안마당. 가운데 커다란 마당을 중심으로 건물이 둘러져 있다. 영충재와 청우당은 a0100z의 마당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해석을 보여준다. ©Lee Hanul
a0100z의 주택 다섯 곳은 우리 집에 대한 새로운 실험과 그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마당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그렇고, 서로 다른 공간의 뜻밖의 조합이 그렇고, 콘크리트의 시대에 행한 목조주택에 대한 실험이 그렇다. 주택은 그 특성상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실생활과 직접 연관되어 있기에 기존의 관성이 그대로 지속되기 쉽고, 따라서 주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a0100z는 변화에 보수적인 주택을 대상으로 새로운 집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안한다. 이번 글의 대상이 되는 다섯 주택은 대전 하기동의 온실(On Sill, 2022)과 품(2019), 대전 노은동의 영충재(盈沖齋, 2016), 세종 아름동의 상상락(想像樂, 2020), 거창 장팔리의 청우당(淸友堂, 2019)이다. 이 주택들을 관통하며 나타나는 a0100z 주택에서의 집에 대한 실험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상상락의 거실 겸 다이닝 룸. 2층 높이의 공간 위에 두꺼운 나무 보를 시원하게 가로질러 노출시켰다. ©Yoon Donggyu

품의 윗마당. 마당 쪽으로 쪽마루를 달아놓아 하늘과 나무를 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Lee Hanul
외부 마당의 재발견과 내부 마당의 실험
우선 a0100z의 주택들에서는 곳곳에 배치되어 제 몫을 하고 있는 마당이 눈에 띈다. 전통 한국 주택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마당’이다. 관상의 의미가 강해 정적인 느낌을 가지는 한자어 ‘정원(庭園)’과는 달리 마당은 여러 삶의 모습이 전제된 동적인 외부 공간을 지칭하는 고유어다. 하지만 근래 한국에서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단독주택에서조차 마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건폐율과 용적률을 가득 채우기 위해 건축면적을 최대화한 평면을 그대로 쌓아 올리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마당이 들어설 공간은 없다. a0100z는 갈수록 자취를 감춰가는 집 마당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재발견해내고 있다.
다섯 주택 중에서 마당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해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영충재와 청우당이다. 이들 두 주택은 마치 한국의 ㅁ자형 또는 ㅂ자형 한옥처럼 가운데 커다란 마당을 둔 뒤 주변으로 건물을 두르고 있다. 마당 덕분에 실 간에 적절한 거리가 확보되는 한편, 외부로부터 보호되는 가족들만의 아늑한 외부 공간이 만들어졌다. 한편, 품과 상상락에서는 마당에 여러 단 차이를 두며 분화시키기도 했다. 지형 차를 이용해 마당을 두 개 또는 세 개로 나누었는데, 각각의 마당은 쓰는 용도와 사용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바닥 마감이나 식재 또한 다르게 했다. 하지만 마당 전체는 통합되어 집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중심마당 외에도 주택 곳곳에는 작은 마당들이 숨겨져 있다. 어떤 마당 쪽으로는 쪽마루를 달아놓아 고즈넉하게 앉아 하늘과 나무를 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했고, 또 어떤 마당에서는 대나무를 길게 심어놓아 녹색 그림자가 방 안에 드리워지며 바람과 햇빛을 느끼도록 했다.
a0100z의 주택 중 마당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해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바로 대전 하기동에 지어진 주택 온실(On Sill)이다. ‘온실(溫室)’이라는 공간이 주택의 한가운데 배치되어 있는데, 이 공간은 완전한 내부 공간도 완전한 외부 공간도 아닌 내재화된 마당의 느낌이다. 온실(溫室)은 2층의 높이를 가지며 동-서, 위-아래 채를 나누면서도 또한 그 공간들을 묶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온실은 공간뿐 아니라 가족의 삶 또한 엮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족 구성원들은 이곳에 모여 책을 읽거나 놀이를 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면서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온실은 남-북으로 배치된 서로 다른 성격의 마당과 연결되며 더욱 확장되기도 한다. 콘크리트 캔틸레버 구조로 들어 올린 인공대지 남쪽 마당은 외부로부터 적절히 시야를 가려 가족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한편, 온실 공간 내부의 시선을 받아주며 아늑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북쪽 마당은 흙과 돌로 바닥 마감을 하고 가운데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두었는데, 집이 자리한 능선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뒷산의 녹음을 온실 안까지 깊숙이 들이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과 재료의 마당 세 개가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이어져 만들어진 긴 마당은 집의 축을 이루고, 그 중심에 바로 온실이 있다. 때로는 내부인 듯 외부이고, 열렸다가 때로는 닫히는 이 온실은, a0100z의 마당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시계 방향으로) 상상락, 품, 청우당, 온실 평면도
좌식 공간과 입식 공간의 다양한 조합
a0100z의 주택들은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을 다양하게 조합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 주택에서 신발을 신고 벗을지 여부, 바닥의 재질과 난방 방식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조정과 적응 과정을 거쳐 정착한 결과물로서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이다. 따라서 주택에서 좌식 공간과 입식 공간, 사적 공간과 반 공적 공간 등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을 어색하지 않게 연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a0100z의 주택들은 그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온실(On Sill)에서는 안주인의 피아노 레슨 공간이 대표적인 입식 공간이자 반 공적 공간으로 진입 부분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가운데 온실(溫室)은 가족들만의 사적 입식 공간, 그리고 1층의 다이닝 룸과 2층의 서재는 입식 공간이지만 바닥 난방을 하고 있는 중간 성격의 영역, 마지막으로 각 방에 이르면 모든 신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좌식 공간을 만나게 된다, 그야말로 입식의 공간이 집 안 깊숙이까지 들어오면서 단계별로 좌식의 공간과 만나도록 하고 있다.
품에서는 스플릿 플로어(split floor)를 활용하며 그 조합이 더욱 풍성해졌다. 1층 자수공방, 2층의 게스트룸과 테라스 공간은 1.5층과 2.5층의 일반적 주거 공간과 달리 외부인들이 들어올 수 있는 입식의 공간이기에 마당과 계단으로 구분을 했다. 이것은 일종의 ‘경계’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어디까지 집을 공개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공간은 어느 정도 머물 수 있으며, 어떤 용도로 사용될 것인가를 은근히 암시해주고 있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그 경계는 허물 수도 있고,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하나가 될 수도 있는 유연함을 갖추고 있다.
좌식 공간과 입식 공간을 섞는 시도는, 상상락과 같이 입식의 작업실과 손님방을 별채로 두면서 그 경계가 보다 명확히 나타나기도 하고, 또는 영충재와 청우당에서처럼 화학적 결합으로까지 진행되어 경계가 거의 사라진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좌식 공간과 입식 공간의 조합은 앞으로 우리 삶에서 더 다양하게 요구될 모습이기는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a0100z의 주택들은 좌식의 공간과 입식의 공간이 여러 방식으로 섬세하게 조합되면서 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Yoon Donggyu

청우당. 구조는 서양식 목조이지만 전통적인 한옥을 연상시키는 깊이와 칸살잡기를 채택했다. 입면에는 가족들이 집을 짓는 단계에서부터 직접 탄화시킨 나무를 사용했다. ©Yoon Donggyu
나무 집의 소환과 그 의미
a0100z의 주택들은 모두 목조로 되어 있다. 경량목구조를 기반으로 중목조와 일부 결합하거나, 아예 중목조 기반의 주택을 짓는 등 그 선택은 다르지만, 오랫동안 소외되었던 목조를 다시 소환해내어 여러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온실에서처럼 주택 전체에 중목조를 완전히 노출시켜 나무의 색과 재질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도록 한 사례도 있으나, 나머지 집들에서는 거실이나 다이닝 룸, 부엌과 같은 집 안의 가장 큰 일부 공간들에서만 중목조를 노출시킴으로써 이 집이 목조 주택임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주택이 바로 상상락인데, 2층 높이의 거실 겸 다이닝 룸과 부엌 위에 두꺼운 보를 시원하게 가로질러 노출시켰다. 마치 한옥 대청에서 느끼는 대들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나무 보 덕분에 위아래, 좌우로 커다랗게 뚫려 허전할 수 있는 공간이, 칸막이 없이 느슨하게 나뉘면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경량목구조의 채택으로 인해 규모가 큰 지붕을 잇는 것이 가능해졌음에도 공간 구성은 전통적인 한옥을 연상시키는 깊이와 칸살잡기를 채택한 사례들도 있다. 영충재와 청우당이 그러한데, 이 집은 그야말로 역사상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한국인의 건축 유전자처럼, 구조는 서양식 목조이지만 전통 목조로 지어진 한옥의 느낌과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a0100z의 주택들에서 나무는 구조에만 쓰인 것이 아니다. 집의 내외부 입면에도 나무가 적극적으로 쓰였는데, 덕분에 해당 집의 가족들은 계속해서 집에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된다. 청우당의 가족들은 집을 짓는 단계에서부터 직접 탄화시킨 나무를 입면에 사용했고, 영충재와 온실 가족들은 기둥과 나무에 칠을 새로이 하면서 서서히 나이 들어가는 집과 정이 들어가고 있다. 만약 나무가 아닌 다른 재료의 집이었다면 이렇듯 집을 가꾸어가는 정성과 즐거움을 알 수 있었을까. a0100z의 주택들과 그 안에 사는 가족들의 집에 대한 태도는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이처럼 a0100z의 주택들은 곳곳에서 기존의 통념을 깨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과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a0100z의 건축가 성상우가 주택이란 삶과 가장 가까워야 하는 건축이라 생각하며, 건축주의 인생 궤적과 삶의 지향점을 깊이 들여다본 뒤에야 설계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사는 젊은 부부, 아프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중년 부부, 그리고 이제는 다 큰 자녀들을 외지로 떠나 보낸 뒤 둘만 남은 노년 부부. 그 각각의 다른 삶들을 이해하고자, 이전의 집과 앞으로 살아갈 집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들의 답을 이끌어낸다. 그렇게 함께 묻고 답한 시간 속에 쌓인 믿음들은 고유한 형태의 a0100z 주택들로 표현된다.
a0100z의 집에 대한 하이브리드 실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방향은 한결같을 텐데, 지켜야 할 집의 궁극적인 가치는 지켜가면서도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풀어나가면서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집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는 쪽일 것이다.
품(왼쪽)과 상상락(오른쪽)의 마당. 지형 차를 이용해 마당을 두 개 또는 세 개로 나누었는데, 각각의 마당은 쓰는 용도와 사용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바닥 마감이나 식재 또한 다르게 했다. (왼쪽) ©Lee Hanul, (오른쪽) ©Yoon Donggyu



마당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해 보여주고 있는 주택 온실(On Sill). 한가운데 배치된 온실(溫室)은 완전한 내부 공간도 완전한 외부 공간도 아닌 내재화된 마당의 느낌이다. 콘크리트 캔틸레버 구조로 들어 올린 남쪽 마당은 외부로부터 시야를 가려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한편 온실 내부의 시선을 받아주며 아늑함을 만들어내고, 흙과 돌로 마감된 북쪽 마당은 뒷산의 녹음을 온실 안까지 깊숙이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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