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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 티모스를 향하여 | 자연 속 휴식, 환대의 풍경을 그리다: 설해원과 조호건축사사무소

민현준
자료제공
조호건축사사무소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4년 8월호 (통권 681호)​ 

 

티모스▼1를 향하여

 

Image courtesy of Seolhaeone / ©Lee Cheolhee 

 

양극화 시대

도시에 부가 쌓이면서 공공과 민간 모두 조형 개념과 완성도가 높은 작가적 건축이 해외 건축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일까,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시작이 될까. 20세기 인류 사회에 있어 위대한 현상 중 하나는 중산층의 부상이다. 이를 ‘위대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인류 역사상 피지배층의 권리와 철학이 주체적인 역할을 한 최초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소위 근대건축 정신이라는 것도 이러한 사회 변화를 바탕으로 하는 시민 중심적 자부심을 건축과 도시 모습으로 그린다는 것에 있었다. 중산층은 우리의 경제 발전과 부의 확대를 이끌어왔다. 대체적으로 이들의 문화는 개별적 취향보다는 기능적 효율성과 공동적 보편성의 추구로 요약될 수 있었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은 거주자의 개성과 개별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정량적이고 보편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오늘날 아파트 중심의 도시 풍경이 형성된 것은 건축적 관점에서는 획일적이지만, 사회적 관점에서는 중산 계층의 양적 성과라고 평할 수 있다. 산업사회를 꽃피운 중산층의 영광을 지나 오늘날 우리의 사회구조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중산층이 발달했던 다이아몬드형 계층구조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래시계형 구조로 변화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도시 공간의 변화만 살펴보아도 두터워진 부유층의 문화와 취향이 세분화되고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빈곤층의 요구도 복잡해져, 서로 다른 관점에서 건축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양자 모두에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공간에 있어서도 소비적 여가 활동에 대한 소위 부유층의 요구와 개성은 뚜렷해졌다. 골프 클럽의 경우 존재와 접근성만으로도 만족을 느끼던 고객들이 이제는 라운딩만이 아니라 고급 취향을 반영한 아늑한 숙박 공간에 머물며 아름다운 풍광과 미식을 즐기고 힐링까지 추구하는 개인이 되었다. 

 

(중략)


 

티모스, 생산적 잉여

소셜미디어를 통해 건축 이미지들이 쉽게 공유되는 현상은 이 시대 건축디자인의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19세기 ‘절충주의’나 ‘무차별주의’로 명명되는 복고주의처럼 건축주의 취향에 따라 손쉽게 장식의 조합으로 파편화되고 소비되는 조형을 양산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관리 중심의 리조트들이 인스타그램의 이미지를 짜깁기하듯 절충적으로 소비되지만, 자신의 철학과 엔지니어링으로 무장한 건축가들의 작업은 건축주의 취향을 조율하여 생산적이고 구축적인 결과를 완성해낸다. 설해원의 작업은 건축의 본질적인 기술에서 건축적 통합을 이룰 뿐 아니라 그 어휘들이 건축인들만 이해하는 전문 어휘를 넘어, 일반 시민들과 공유되는 대중적 이미지로 저변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잉여의 시대, 이제는 르네상스의 메디치가와 같은 위대한 건축주를 기다리기보다는,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어떻게 문화를 견인하고 차별적인 정체성을 만들어내는가가 관건이며, 이는 미래 건축가의 역할에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건축 시장이 작고 폐쇄적인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 기술까지 건축가가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지만, 그럼에도 이를 개척해나가는 조호건축에서 우리 미래의 가능성을 본다. 그것이 우리가 이정훈의 작업에 기대하고 있는 바다. 

 

 

©ARCHFRAME 

 

1 티모스(thymos)는 영어로 ‘spiritedness’ 혹은 우리말로 ‘패기’, ‘자존심’, ‘인정욕구’ 등으로 번역되는 그리스어로, 플라톤이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의 저서 『국가』에서 공정한 도시의 본질을 이야기하면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전사의 특징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했다.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이 욕망, 이성 그리고 티모스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이후 많은 철학자에 의해 이 용어가 욕망과 이성으로 설명하기 힘든 인간의 속성을 표현할 때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헤겔은 변증법적 역사론의 근간이 되는 존엄성을 가진 인간을 플라톤의 티모스의 연장으로 설명했으며,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티모스를 진보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중요한 정신으로 보았다.

 

월간 「SPACE(공간)」 681호(2024년 0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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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이정훈은 건축과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낭시 건축대학교, 파리 라빌레트 건축대학교에서 건축재료학 석사학위 및 프랑스건축사를 취득했다. 이후 시게루 반 건축사사무소,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에서 근무했고, 2009년 서울에 조호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젊은건축가상, 디자인 뱅가드, 독일 프리츠 회거 건축상, 미국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 독일 아이코닉 건축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김종성 건축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받았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충청남도 수석 공공건축가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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