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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 도구로서의 기하학, 전략적 중립성 | 구체적인, 현실적인, 설득적인: 에스티피엠제이

글
남상문
사진
배지훈
자료제공
에스티피엠제이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4년 12월호 (통권 685호)

 

 

 

보통집: 보편과 특수 

시골 나지막한 언덕 위에 칼로 정교하게 깎은 듯한 작은 하얀색 매스가 있다. 건물의 전체 윤곽은 좌우대칭의 삼각형이지만, 빗변이 계단식으로 떨어지고 1층 현관 필로티 공간에는 원통형 목재 매스가 끼워져 있어 조형적으로 풍부한 느낌을 준다. 이 건물은 대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주의 요구 조건과 예산 등을 고려해 설계가 먼저 이뤄졌다. 건물이 위치한 양평지역은 일반적으로 도심과 마찬가지로 건축 시장에서 일정 면적으로 분할된 정방형, 장방형 필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대지 조건이 대체로 유사하고, 우리나라는 도심과 전원을 구분하는 건축 유형도 모호해 가능했던 일이다. (중략)

 

 

Super-Normal (2021)​

 

메가 플로어: 생성원으로서의 평면 

메가 플로어(2024)는 멀리서 보면 단일 입방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기둥, 보, 바닥판 등의 건축 요소가 일관된 구성 원리에 의해 조합된 복잡한 기하학적 산물이다. 입면의 수직·수평 선은 매스를 면분할하고, 건축 요소 간 단차와 빛의 음영이 표면에 깊이를 주면서 고체의 견고함은 공허로 전환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을 향하여』(1923)에서 건축의 3요소를 볼륨, 표면, 평면으로 규정하고 단순한 기본 형태의 표면에 입체감을 주면 조각적 덩어리감이 줄어들어 표면이 볼륨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에게 건축은 공간이 아니라 빛 아래 드러나는 덩어리들의 장엄한 향연이었다. 하지만 표면을 요철 없이 매끈하게 처리했던 그의 초기 조형 언어는 브리즈 솔레이유 같은 차양이나 의장을 이용해 표면에 깊이를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갔고 초기 저작인 『건축을 향하여』도 「에스프리 누보」에 연재한 글들을 모은 책이라 상호 모순된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볼륨과 표면이 아니라 평면이다. 그는 평면이 볼륨과 표면을 결정하는 생성원 이라고 봤다. 그에 따르면 평면은 ‘목적’ 자체이고, 평면이 없으면 무질서와 자의성만 남는다. 이러한 견해는 당시 뒤랑과 줄리앙 가데로 대표되는 보자르 교육의 영향이었지만 파울 프랑클의 목적의지처럼 젊은 미술사가들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했다. (중략)​

 

 

메가 플로어(2024) 

 

몬타주 한남: 동적 시각을 표현하는 매스와 공간 

몬타주 한남(2021)은 광고 촬영 스튜디오 건물로 인간의 눈이 아닌 카메라 렌즈의 화각과 움직임을 기준으로 형태와 공간이 계획된 독특한 건물이다. 영상에서 시각적으로 풍부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여러 조형적 제스처가 고안됐고 휴먼스케일을 뛰어넘는 큰 볼륨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특수 조건은 엘 리시츠키의 네 가지 공간 개념을 소환한다. 그는 1925년 「A와 범기하학」이란 논문에서 공간을 평면기하 공간, 3차원 투시 공간, 시간이 개입된 비합리적 공간, 카메라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상적 공간으로구분했다. 평면기하 공간과 투시 공간은 관찰자의 위치가 고정된 정적 상태지만 비합리적 공간과 영상적 공간은 관찰자의 위치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하면서 생기는 동적 상태다. 이러한 구분은 19세기 말 아돌프 힐데브란트가 원거리의 정지 상태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순수 시각과 근거리에서 대상에 접근하며 연속적이고 3차원적 인상을 받게 되는 동적 시각을 구분하면서 시작됐는데, 건축에서 관찰자의 움직임과 동시성의 원리를 의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중략)​

 

 

몬타주 한남(2021) 

 

개념과 도구의 문제

에스티피엠제이(공동대표 이승택, 임미정)는 공간, 형태, 기능, 볼륨, 질서, 위계, 투명성 등 근현대 건축의 여러 기초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표준적으로 해석하며 능숙하게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뛰어난 건축가 그룹이다. 개념은 명료하고 구성은 짜임새 있고 표현은 절제되어 있으며 자신만의 고유한 작업 방식과 수단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일관성 있게 주어진 제약 조건으로부터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들의 작업은 좋은 의미에서 건축 교육의 표준 모델이 될 만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는 ‘제약 조건의 해석과 문제해결, 즉 건축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 항상 개념 구현을 위한 도구에 우선하는가?’이다. 이들이 ‘설득하고 주장하는 건축’을 중시하는 것은 실무 건축가로서 의뢰인을 설득해 동의를 얻어내야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근본적 제약과 건축이 사회문화적 배경과 환경에 개입해 작업해야 한다는 이중의 구속으로부터 발생한다.​ (하략) 



메가 플로어(2024) 남측 입면 ​

월간 「SPACE(공간)」 685호(2024년 1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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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문
남상문은 날곳건축사사무소 대표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거쳐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했다. 연세대학교, 아주대학교에 출강하며 「바람과 물」, 「건축과 사회」, 「더 라이브러리」 등 여러 매체에 건축 평론을 기고했다. 건축 인문 교양서 『지붕 없는 건축』을 썼고 기후위기 시대 도시·건축을 주제로 한 『새를 초대하는 방법』이 출간될 예정이다.
에스티피엠제이
에스티피엠제이(stpmj)는 서울과 뉴욕에 위치한 아이디어 기반의 설계사무소다. ‘도발적 현실주의’라는 비전 아래 일상에서의 근본적 아이디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주거, 문화, 상업 시설 등에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공공예술, 전시, 설치 작업을 통하여 건축의 경계를 탄력적으로 넓히는 실험을 하고 있다. 뉴욕건축가연맹에서 수여하는 젊은건축가상(2012), 뉴욕건축사협회에서 수여하는 신진건축가상(2016)을 비롯해 한국 젊은건축가상(2016), 김수근 프리뷰상(2016), 디자인 뱅가드상(2017), 건축문화대상(2019), AIA 뉴욕 디자인 어워드 대상(2020, 2019, 2017), 서울시 건축상(2021) 등을 수상했다. 이승택은 고려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GSD)에서, 임미정은 연세대학교,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RISD), 하버드대학교 GSD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각각 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겸임교수,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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