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2월호 (통권 685호)
여의도 글래드 호텔(2014), 리플레이스한남(2016), 광화문 디타워(2016), 사운즈한남(2018). 박상준(제이어드바이저리 대표)의 포트폴리오는 꽤나 묵직하다. 건축설계에서 시작해 공간 기획을 거쳐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로 활동 영역을 넓힌 도전의 결과물이다. 이 목록에 최근 퍼블릭가산(2023)이 추가됐다. 그가 독립해 설립한 제이어드바이저리의 첫 완공작인 퍼블릭가산은 시장 논리에 철저하게 속박된 지식산업센터의 한계를 실험한다. 기획부터 운영까지 건축설계 전후의 전체 과정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공간이 사용자에게 가닿는 마지막 순간의 경험까지 고민하는 일. 퍼블릭가산에 응축된 지난 십여 년의 경험을 토대로 도시 건축의 외연 확장을 기대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퍼블릭가산 전경. 대지 바깥쪽으로 주요 건물을 배치해 빛이 부지 안으로 유입되도록 했다. 도로와 면한 경계에는 넓은 녹지를 조성하고, 건물 상층부에는 3개 층마다 계단식 테라스를 두어 옥상정원을 만들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퍼블릭가산. 전작인 사운즈한남의 경험을 확장해, 저층부 중앙의 공용 공간을 중심으로 작은 건물들이 집합을 이룬 상업 공간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인터뷰 박상준 제이어드바이저리 대표 × 방유경 기자
건축설계에서 공간 기획으로,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로
방유경(방): 건축설계사무소에 근무하다 2010년 공간 기획과 브랜딩을 겸한 제이오에이치(이하 JOH)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이 일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이었나?
박상준(박): JOH를 설립한 조수용 대표와는 2009년 판교 단독주택의 건축주와 설계 담당자로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나는 당시 아틀리에 실무 3년 차였는데, 건축주인 조 대표와 매주 두세 번씩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브랜딩 전문가인 그와 건축가인 나의 시각차가 크다는 걸 실감했다. 공급자와 사용자의 차이라고 할까? 설계사무소에서는 대지 상황을 파악한 뒤 매스를 잡는 큰 결정에서 세부 사항으로 설계가 구체화되는 반면, 이 주택에서는 정반대의 프로세스를 밟았다. 화분은 어디에 놓을지, 벽난로 주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집의 주말 풍경을 상상하는 것이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면서 배치, 동선부터 가구, 조명, 콘센트 디자인을 정했다. 이전에 경험했던 건축판과는 너무 다른 세계라고 느꼈는데 ‘건축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였던 것 같다. 당시 고민 끝에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조수용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다. 퇴사 후 건축과 브랜딩을 결합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니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이전과 다른 건축 일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10년 함께 JOH를 시작하게 됐다.
방: 조직 구성부터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 과정에도 일반적인 설계사무소와는 큰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JOH 안에서 스스로 느낀 변화와 가능성은 무엇이었나?
박: 창업 후 조수용 대표를 중심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합류해 다섯 개 영역(브랜딩, 건축설계, 시각디자인, 프로덕트디자인, 미디어), 여섯 명의 담당자로 조직이 꾸려졌다. 나는 건축설계 부문을 맡았는데 여섯 명의 디렉터들이 ‘따로 또 같이’ 일했다.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을 처음 경험하다 보니 생경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일의 성격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간팀, 브랜딩팀, 미디어팀으로 정리가 됐다. 개인적으로 느낀 큰 변화는 사고의 전환과 집단지성의 힘이었다. JOH는 기존 설계 프로세스와는 반대로 사용자의 관점과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즉 사용과 운영에 대해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설계사무소의 역할은 건물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되며, 완공 후 공간이 사용되고 작동되는 단계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업무 범위나 계약 관계에서 그런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대개 공간을 만드는 일은 건축설계부터 시작되지만 운영은 나중에 결정되기 때문에 재설계, 재시공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틀리에를 다니면서 이런 부분에 회의를 많이 느꼈다. 업계에서도 근린생활시설의 경우에는 “실내 석고보드 첫 번째 장(1P)까지가 건축, 두 번째 장(2P)부터는 인테리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지 않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축가 역시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정반대에 있는 발주처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 규모가 클수록 인테리어, 조경, 마케팅, 브랜딩 등의 업무를 (경우에 따라 임대, 분양까지) 따로 발주하기 때문에 오너가 여러 주체들을 통합적으로 제어하기 어렵다. 프로젝트 초반에 수립한 좋은 기획과 지향점이 최종 사용자에게 닿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초기 개념이 운영 단계까지 구현되기 위해서는 사업 전반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이하 PM)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축에서 PM은 인허가 진행, 효율적인 시공 관리에 업무가 집중,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 전반의 지향점과 가치, 더 나아가 향후 가치 상승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이 약할 수밖에 없다. JOH는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해 건축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대형 공사의 ‘턴키’ 방식을 넘어 토지 선정 및 기획, 설계뿐 아니라 운영까지 직접 해보자는 취지였다. 창업 초기, 논현동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직원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소규모 식당이 필요하다고 느껴 같은 건물 1층에 ‘일호식’이란 브랜드를 론칭해 직접 운영했다. 이후 우리가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한 공간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공간 브랜딩’, ‘공간 기획’이란 용어도 범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 개인과 회사 차원에서 이런 변화를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방: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작들을 통해 “개발 사업이 지역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경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
박: 한남동에 지어진 JOH의 초기 작업인 리플레이스한남(2016)은 이런 관점을 가지게 한 중요한 계기였다. 단국대학교 캠퍼스가 용인으로 이전하면서 대학 주변에 밀집했던 자취방, 식당, 카페, 당구장 등 생활권이 일순간에 활기를 잃었다. 폐허처럼 변한 동네를 바꾸기 위해 2010년 초반 대림산업과 손잡고 소규모 개발을 시작했다. 가로변 전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띄엄띄엄 위치한 다섯 동을 각각 매입해 동네 분위기에 어울리는 규모의 벽돌 건물로 신축했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자 한 것이다. 그중 한 건물을 JOH가 전체 임대해 사옥으로 쓰면서 1층에 일호식 한남점을 열었다. 이어 양식당인 세컨드 키친, 주스 바인 트라이바를 차례로 오픈했는데, 유명세를 얻어 사람들이 모여들자 동네 풍경도 바뀌기 시작했다. 개발 사업의 부정적 효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항상 언급되는데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했던 것이다. 사운즈한남(2018)은 여기에서 파생된 결과물이다. 건물 안에 전면 도로와 후면 도로를 빠르게 연결하는 골목을 만들고 누구나 거쳐갈 수 있는 기분 좋은 외부 공간을 만들자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었다. 우리 작업 방향과 철학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한 프로젝트였다.

광화문 디타워 저층부 내부 전경.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계단식으로 조성된 상업 공간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JOH
방: 역할이 분절된 업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설계의 앞과 뒤 전체를 통합된 하나의 프로젝트로 접근하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실하게 구축한 것 같다.
박: 현재 제이어드바이저리(이하 JAD)는 프로젝트 초기에 기획과 설계를 강화해 지향점을 구체화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준공 이후 가치 상승을 고려하는 우리의 역할을 차별화하고자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이하 CPM)라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는 본격적인 기획에 앞서 클라이언트에게 최소한 한두 달 정도 공부할 시간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하는 편이다. 이 기간 동안 직원들과 국내외 답사를 다니며 리서치를 통해 기획 방향을 확정한다. 그리고 테넌팅, 조경, 조명, 아트 등 적합한 파트너사를 선정해 협업 구도를 조직하고 설계 방향을 구체화한다. 프로세스 앞단에서 운영에 대한 제반 사항을 어느 정도 결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도시, 건축설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관례와 비교하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착수 직후 가시적인 결과물은 없는 상태에서 파트너사와의 계약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손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후반에 발행할 변수(설계변경, 재시공 등)를 줄이기 때문에 비용이나 시간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다. 덕분에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효용성을 이해하는 클라이언트와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방: 이런 프로세스가 지닌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리인으로서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기 때문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파트너사들도 사전에 결정된 기획 방향 안에서 통합된 전략을 수립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보고, 컨펌 과정을 생략하고 우리(CPM)를 거쳐 발주처와 원만하게 소통하다 보니 협업의 시너지도 극대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건축업의 PM과 다른 점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끝까지 관철할 부분과, 과감히 포기할 부분에 대해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완공된 퍼블릭가산(2023)의 경우, 조경이 중요한 프로젝트였는데 효율을 중시하는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에서 녹지 비율을 높이고 조경의 질을 확보하기란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건축 공사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 실행되고, 경제성 검토(value engineering) 단계에서 가장 먼저 조정되는 것이 조경이지 않나. 당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재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비용이 계속 상승하는 와중에도, 클라이언트를 설득해 다른 부분의 비용을 절감하되 조경만큼은 기존 계획대로 관철시켰다. 우리가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장하는 CPM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쪽 대로에서 건물로 진입하는 부분의 공개 공지에 넓은 공원을 만들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벤치를 두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선큰 공원.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개방된 공간감을 가지고 있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시각적으로 연결된 상업 공간의 모습. 곳곳에 공용 벤치와 테이블을 배치했다.
녹지 중심의 지식산업센터: 공공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방: 퍼블릭가산은 가산디지털단지 안에 들어선 지산으로, JAD 창업 6년 만에 완성한 첫 작업이다. 지산은 ‘디벨로퍼의 영역’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어떤 차별성을 추구했는지 궁금하다.
박: 퍼블릭가산은 용도의 한계가 분명한 프로젝트였다. 지산은 법적으로 지식기반 산업, 정보통신 산업 등 특정 업종이 제한적으로 입주할 수 있으며, 기숙사 형태의 주거 용도를 겸한 대규모 복합시설이다. 대기업 클라이언트가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분양 건축물’로서 임대율, 분양률 등 시장 논리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 잘 만드는 것에 앞서 잘 팔려야 하는 건축이란 뜻이다. 우리는 전작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좋은 콘텐츠들이 집결되고, 공간의 질과 가치 또한 상승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전략이 일반 분양 시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지 실험하고 확인하고 싶었다. 먼저 지산이 ‘일과 삶이 공존하는 장소’라는 데 집중했다. 직원들과 현장을 찾아 하루 종일 주변을 답사하고 사람들을 관찰했다. 파티션으로 구분된 칙칙한 사무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하나 걸러 꺼져 있는 형광등, 어두운 로비. 지인이 찾아와도 함께 갈 만한 변변한 식당이나 카페도 없었다. 가산디지털단지 인근 지산에 근무하는 분들을 인터뷰해 보니 상당수가 하나같이 ‘빨리 돈 벌어서 이 동네를 떠나는 게 목표’라고 말하더라. 활력을 잃은 도시에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결론은 녹지였다. 금천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녹지 비율이 당시 뒤에서 2~3위를 오갈 정도로 녹지가 부족한 지역이었다.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기분 좋게 산책하며 쉴 수 있는 녹지를 제공해 자체 상주인구의 만족도를 높이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의 유입과 체류 시간을 높이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었다. 그 결과 안정적인 분양 성과를 거두는 동시에 좋은 테넌트도 확보할 수 있었다.
방: 실제로 개방된 저층부에 넓은 공개 공지를 확보해 녹지 공간 조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공공도 아닌 민간 프로젝트에서 ‘녹지가 중심’이라고 제안했을 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수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설득했나?
박: 클라이언트는 사운즈한남을 방문해 중정 공간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생각에 금새 수긍했다. (웃음) 퍼블릭가산은 두 필지를 합해 대지가 1만 평에 가까운 대형 프로젝트다. 이중 (옥상정원을 포함한) 녹지 비율은 대지면적의 40%를 상회하는 4,000여 평에 달한다. 이 비율을 적절히 조정해 1층뿐 아니라 지하, 지상, 상층부 테라스 등 여러 공간에 나누어 배치했다. 공공성을 높이면 사업성이 저하된다고 생각하는 게 통상적인 업계의 시각이지만, 우리는 역으로 공원 같은 규모의 녹지에 둘러싸인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의 가치가 훨씬 높을 거라고 판단했다.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지자체에서도 공개 공지를 조성하거나 기부채납을 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등 공공성을 담으라고 유도하지 않나. 덕분에 인허가 과정도 굉장히 신속하게 처리됐다. 재미있는 점은 발주처에서 분양할 때 광고를 냈는데 메인 카피가 “녹지가 자본이다”였다. (웃음) 실제로 비슷한 시기 분양한 인근 지산에 비해 빠른 속도로 분양이 이뤄졌다. 공공성과 상업성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고 생각한다.

리플레이스한남 1층에 문을 연 식당 일호식 ©JOH

업무시설 저층부를 관통해 남북 방향으로 이어지는 보행로. 녹지와 야외 가구, 상업시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보행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방: 대지는 폭 80m, 길이 300m에 이르는 좁고 긴 ㄴ자 형태의 땅이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리적 한계를 다양한 진입부, 입체적인 보행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시도했다. 지하로 이어지는 공용부를 작게 분동해 위요감을 형성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과 벤치를 곳곳에 둔 것도 열린 공간을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는 생각이 든다.
박: 부지 내 공원을 가로질러 24시간 관통하는 동선을 만들기 위해 크게 십자형으로 길을 냈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이 길을 통해 사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 상상하면서. 여기서 특이한 점은 지하 1층을 1층처럼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상업시설은 1층을 제외하면 지하나 상층부로 갈수록 임대료의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작인 광화문 디타워(2016)에서는 저층부 상업 공간을 아트리움처럼 하나의 공간으로 만든 다음 계단식으로 배치했다. 입구로 들어온 사람들은 바로 앞에 놓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가 개별 점포들을 한눈에 훑으며 1층으로 내려오게 된다. 자연스러운 동선 유도로 사업성을 꾀한 것이다. 반면, 퍼블릭가산은 주 진입로에 에스컬레이터 4대를 배치하여 지하 1층으로 내려가도록 유도했다.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선큰이나 천창을 통해 자연 채광을 유입하고 개방된 녹지와 공용 공간 주변으로 벤치를 배치하는 등 설계에도 공을 들였다. 상업시설을 분동해 마을처럼 배치한 것 역시 휴먼스케일에 맞춰 적절한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는 아늑한 공간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의도가 마지막까지 구현되도록 하기 위해 실시설계와 인허가를 맡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도 긴밀하게 협의했다. 그 결과 1층보다 지하 1층이 먼저 임대되기 시작했고 둘 사이 임대료에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열린 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줄어든 사업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환수한 우리만의 전략이다.
방: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보면 궁극적으로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생각하는 건축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박: 앞서 언급했지만 퍼블릭가산 이전에는 많은 디벨로퍼들이 공공성을 높이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공공성이 사업성을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또 증명하고 싶었다. 공공성은 무겁고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누구든 ‘환대받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가 시간 제약 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공간을 법으로 정한 것이 ‘공개 공지’인데, 우리 도시에서 공공성을 잘못 해석한 대표적인 공간이 아닌가 싶다. 내 건물에 못 들어오게 막는, 억지로 떼어준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나. 공개 공지를 매개로 건물과 도시가 연결되면 ‘걷기 좋은 도시’도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미래에는 단일 용도의 건물로는 활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힘들어질 것이라 예측한다. 주거, 업무, 문화, 상업시설 등 용도가 복합돼야 24시간 사람들이 활동하고 머무는 도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복합 용도 건물에 주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직원들에게 ‘일본의 모리빌딩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하곤 하는데, 건축가로서 업역의 확장을 꾀하면서 공공성과 상업성 모두를 겸비한 좋은 도시 공간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사운즈한남 전경 ©JOH

사운즈한남 내부 중정 모습 ©JOH

업무시설과 기숙사동 사이 외부 공간. 보행로 주변으로 배치한 낮은 상업시설과 녹지 공간이 높은 건물이 주는 위압감을 상쇄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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