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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대기 건축과 새로운 층위 |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6

글
이장환
자료제공
중소도시포럼
진행
윤예림 기자
데이터
이상현

「SPACE(공간)」 2024년 12월호 (통권 685호) 

 

급격한 인구 감소로 중소도시의 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건축계는 충분히 알고 있나? 중소도시의 재건을 위해서는 이제껏 답습해온 재생과 활성화의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시각이 필요하다. 중소도시포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공적 연구 대상에서 쉬이 배제되어온 수도권 밖의 현상을 주시하고, 위기를 대신할 도시·건축적 대안을 찾는다. 

 

[Series]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1 수도권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02 도시 농도

03 도시 천공

04 소거 계획

05 덧대기 건축 1

06 덧대기 건축 2

07 세계적 중소도시​

08 탄력적 중소도시​

09 환상적 중소도시​

10 중소도시의 밖​​​

 

중소도시포럼은 ‘덧대기 건축’을 쇠퇴하는 중소도시에 변화를 점화할 동인으로 포섭한다. 일반적 건축과 사뭇 다른 어법으로 구축되는 덧대기 건축은 오히려 그 얇고 가벼운 속성 덕택에 ‘생산적 소멸’을 도모하는 중소도시 블록에 최적화된 도구가 된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중소도시의 현상과 이론 위에 덧대기 건축을 접목한 실제적 해법을 제시한다. 이들이 상상하는 중소도시의 이상적 풍경이 어떤 것인지, 우리의 머릿속에도 그려볼 차례다. 

 

 

중소도시의 덧대기 건축과 새로운 켜 

 

사라짐과 누적의 동시성

쇠퇴하는 중소도시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관찰된다. 한쪽에서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사라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누적된다. 소멸압력은 빈집의 철거로 이어져 도시 공간에 구멍을 내는 ‘천공현상’(「SPACE(공간)」 680호 참고)을 일으키고, 소멸하지 않고 남아있는 건물들은 노후화된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덧댐의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한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사라짐’이, 다른 한쪽에서는 ‘누적’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상은 쇠퇴하는 우리나라 중소도시의 보편적 특성이다. 이러한 특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화될 것이다. 고령인구의 사망 비율이 높아질수록 천공현상이 확대되고, 남아있는 건축물의 노후화도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어 누적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인구가 다시 늘어나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정해진 미래다. 따라서 우리는 이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앞으로 발생할 천공과 누적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가 중소도시 전반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도시 두꺼운 블록의 새로운 켜 형성 시나리오. 새롭게 덧붙여진 켜는 처음에는 개별 건물의 작은 요소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점적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선으로 드러나게 된다. 

 

사라짐의 수요

지금까지 천공현상으로 생겨난 공지의 상당 부분은 주차 공간으로 활용되었고, 일부만이 텃밭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도시 내 인구 감소로 인구밀도가 옅어지면서 대중교통 체계가 약화되고, 그 반작용으로 자가용 이동이 증가해 주차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주차 수요를 다른 곳으로 유도해 효율적으로 집적시킨다면, 새롭게 생겨난 공지를 매개로 도시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공지가 개발 수요의 부재로 인해 생겨났기 때문에, 건축물과 같은 물리적 고형물로 다시 채워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채우지 않으면서도 그 공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시 말해, 중심을 비우고 그 주변으로 새로운 수요를 지원하는 서비스 공간을 배치할 때 ‘생산적 소멸’을 기대할 수 있다. 

 

공지를 채우지 않음을 전제로 할 때, 이 영역의 활용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지금까지 일부에서만 이루어진 텃밭 조성을 공지 전반으로 확장해 도시 내 농업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텃밭 면적이 증가하면 도시는 점차 농업 비중이 큰 생산 도시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도시에서 농업 비중의 증가는 생산 기능의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서비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소비 중심의 도시에서 생산과 소비가 공존하는 도시로의 변화를 뜻한다. 도시 내 농업 비중의 증가는 고령화된 지역사회에 대안적 경제활동을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 경제활동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많은 고령자들이 자신의 신체적 조건에 맞게 노동하고 생산하며, 이를 소비하는 자족적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농작물은 파종과 수확철에 공동의 일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립된 노인 간의 교류와 유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공지를 농지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활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용도가 기능하기 위한 보조 공간이 필요하다. 즉 빈집이 소멸해 농지가 되면, 농지 주변에 농업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추가적인 공간이 요구된다. 

 

둘째는 공지를 자연의 상태로 되돌리는 시나리오다. 적극적인 식재 계획을 통해 자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 식재만으로 자연이 알아서 성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아름다운 숲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며, 일정 수준의 비용과 관리가 요구된다. 그러나 쇠퇴하는 중소도시에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이제까지 터부시되었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령 대표적인 님비시설인 교도소는 중소도시에서 더 이상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교도관과 그 가족을 통해 정주 인구를 늘리고, 수감자 면회객의 방문으로 지역 소비를 증대시키는 등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는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24년 신규 교도소 건립의 유치 경쟁에 경상북도 청송군을 비롯한 강원도, 전라남도의 여러 지자체가 뛰어든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허창덕은 한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 소멸 위기로 인해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사회적 공공시설 유치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1990년대의 님비 현상이 이제는 지방 소멸이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대체됐다”고 설명한다.▼1 (하략) 

 

중소도시 공지의 주차 수요를 효율적으로 집적한다면, 새롭게 생겨난 공지를 매개로 도시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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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PACE(공간)」 685호(2024년 1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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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환, 이상현
이장환과 이상현이 결성한 중소도시포럼은 대도시권역 밖의 변화를 관찰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 그룹이다. 이장환은 어반오퍼레이션즈 대표로 도시, 문화, 건축 전반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서울건축학교(SA)를 졸업했고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우수 졸업했다. OMA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며 카타르 국립중앙도서관 설계와 더불어 다수의 아시아, 유럽, 중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상현은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과 주무관이자 독립 도시연구가이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와 델프트 공과대학교 도시대학원을 졸업했고, 이후 팜보트 어반 랜드스케이프에서 도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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