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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김광수부터 해학까지, 포월하는 2025년을 위한 용어사전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5년 1월호 (통권 686호) 

 

 

김광수부터 해학까지, 

포월하는 2025년을 위한 용어사전

 

2025년 첫 호의 서두를 열어야 하는 게 곤혹스럽다. 2024년 12월 계엄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모른 척하고 짐짓 새해에 기대를 걸기도 어렵고, 뭐라도 논하자니 시시각각 변하는 정국은 종이 뭉치 위 활자가 되어 독자들에게 도달할 때쯤이면 이미 달라져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고 정기용 건축가가 커미셔너를 맡았던 2004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방의 도시> 리플릿으로 눈길이 간다. 당시 37세의 젊은 건축가였던 김광수가 ‘방들의 가출’이란 작업으로 참여했던 전시다. 리플릿은 용어사전 형식으로 정리돼 있었는데, 20년의 시차가 현실을 통감하게 한다. 이를테면, ‘건축가’란 “신, 혹은 신의 아들/딸 혹은 그렇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자; 컴퓨터를 잘 못 쓰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 밤에 일어나고 아침에 잠드는 사람; 금연구역에서 혼자 담배 피는 사람.” 더 이상 건축가의 낙관적인 자기 인식을 찾아보기 어렵고 먹고사니즘이 팽배한 이 시점, 2025년 1월호를 경유하는 용어들을 정리해봤다.

 

ㄱ: 김광수

낮에 일어나고 새벽에 잠드는 건축가다. 그의 이런 생활 패턴은 저녁 무렵이면 집이 시끌시끌해지는 원가족으로부터 비롯됐다고. 「SPACE(공간)」 2025년 1월호 프레임의 건축가로 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이자 건축사사무소 커튼홀 공동대표다.

 

ㄴ: 내부성

김광수는 초연결사회, 투명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이제 외부에서 미지의 감각을 느끼고 경험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고 느낀다. 그래서 내부에 좀 더 천착하며 그 안에서 외부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원주 아트갤러리(조각갤러리)에서 몸을 육박하는 내밀한 공간감으로 발현된다.

 

ㄷ: 대화

이종건은 연속, 관계, 흐름이 아니라 끊김, 즉 단속되고 차별되고 고립될 때 비로소 대화가 이뤄진다고 성찰한다. 색이 안팎을 넘실거리며 범접할 수 없는 세계라고 외치는 오괴헌(음악 아티스트 레지던시)이 농촌 마을에서 섬처럼 고립될 것이라며 한 말.

 

ㅁ: 매너리즘

모더니즘 공간이 내부성을 제거하며 내외부의 대화를 단절시켰다고 진단한다면, 김광수가 말하는 내파(안쪽에서 터지는)는 어떻게 외부, 곧 미지의 감각을 만들어내는가. 김광수는 실제와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진실에 다가간다는 맥락에서 매너리즘 시기에 관심이 많다며 답을 이어갔다.

 

ㅂ: 부분

부여 ㅂ집의 부분들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이종건은 ㅂ집의 콜라주 형식에서 부분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하게 하는 아나키즘을 감각한다.

 

ㅅ: 색

무채색이 정전인 건축 세계에서 김광수는 화려한 색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그는 색이 생명력과 잠재성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한다. 양양하나 어린이집에서는 마치 색동저고리 같은 내부의 밝은 기운이 지붕으로 솟아오른다.

 

ㅇ: 엇

‘엇’은 스튜디오 케이웍스의 작업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제시됐다. 착각(錯覺)과 동음이의어인 착각(錯角)이 엇각의 옛말인 것은 흥미롭다. 김광수는 지금 세상에서 오류가 더 진실처럼 다가온다고도 고백한다.

 

ㅌ: 탄핵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 지금 탄핵이 필요한 대상은 정치인뿐일까. 무한순환하는 신자유주의 설국열차를 벗어날 방도는 무엇인가?


ㅍ: 포월(浦越)

철학자 김진석이 제시한 개념으로 기어서 넘어간다는 의미다. 현실을 뛰어넘는 이상을 상정하는 초월과 달리, 우리 몸에서부터, 구체적인 현실에서부터 사고하자는 개념이다. 김광수는 근대적 건축가처럼 사회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포월, 안아서 계속 끌고 가는 태도를 취한다.

 

ㅎ: 해학

김광수는 해학이 사회 구성원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해학은 건축에서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그는 모더니즘 건축의 이면을 가지고, 또는 한국적 상황에서 오류를 수용하고 실패를 감수하는 방식으로, 즉 현실을 끌어안음으로써 자유분방한 건축을 향해 나아간다. 2025년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해학과 포월의 태도가 필요한 곳은 건축만이 아닐 것이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5년 1월호 (통권 686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20  FRAME

엇-?: 스튜디오 케이웍스

eot-?: studio_K_works

 

024  FRAME: DIALOGUE

애매한 길, 육감적인 거리: 원주 아트갤러리(조각갤러리)

Ambiguous Paths, Sensuous Distances: Wonju Art Gallery (Sculpture Gallery)

 

038  FRAME: DIALOGUE

반가(班家) 벗 레드: 오괴헌(음악 아티스트 레지던시)

Banga(班家) but Red: Ogoeheon (Music Artist Residency)

 

050  FRAME: DIALOGUE

지붕 플레이: 하나양양 어린이집

Roof Play: Yangyang Hana Daycare Center

 

062  FRAME: DIALOGUE

매너리즘과 아나키즘: 유토피아적 상상의 실마리들_ 김광수 × 이종건

Mannerism and Anarchism: Clues to the Utopian Imagination_ Kim Kwangsoo × Lee Jongkeun

 

070  PROJECT

테라사 에코하우징 - 이자스쿤 친칠라 아키텍츠

Terrazza Ecohousing – Izaskun Chinchilla Architects

 

082  PROJECT

연안재 - 이성범건축사사무소

Yeonanjae – LSBA

 

094  PROJECT

청주수곡 행복주택 - 건축사사무소 오브 + 오후건축사사무소

Cheongju Sugok Public Rental Housing – AUBE architects + OHOO Architects

 

104  PROJECT

UWS 빌딩 - 조항만 + 탈건축사사무소

UWS Headquarter Building – Zo Hangman + TAAL Architects

 

112  VENICE BIENNALE INTERVIEW:

Interview on the 30th Anniversary of the Korean Pavilion at the Venice Biennale 1

초대 커미셔너, 강석원_ 강석원, 손진 × 김정은

First Commissioner, Kang Sukwon_ Kang Sukwon, Son Jean × Kim Jeoungeun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집요하게 더 굳건하게_ 김정섭, 김태연 × 김보경

Relentless, Steadfast_ Kim Jungseop, Kim Taeyoen × Kim Bok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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