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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 | 다이얼로그 속 열두 가지 키워드 | 김광수 × 정이삭, 홍진표

사진
심소미(별도표기 외)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 2024년 10월호 (통권 683호) 

 

 

 

‘노란 평상’(2016)

 

김광수(김): 2013년 개소한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이하 에이코랩)에 2021년 홍진표가 합류했다. 협업 후의 작업과 이전의 작업 간에 차이가 있나? 

 

정이삭(정): 초기의 작업 대부분은 건축물이 아니었다. 전형적인 아틀리에에서 수련하지도 않아서 혼자 좌충우돌하며 사무소 시스템을 만들었고, 군대에서 설계장교와 공사감독관을 한 경험이 커 디테일도 시공을 기반으로 계획했다. 어떤 작업이든 내 생각만 잘 표현되면 그만이라 여겼지만, 한편으론 답답함과 갈증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홍진표와 만났다. 설계의 지향점은 유사한데 일하는 성향은 달라 서로를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에는 비교적 단순하고 규모가 작은 리모델링 혹은 인테리어를 주로 다뤘다면 홍진표가 합류한 지금은 건축물을 다루는 단계로 넘어간 것 같다. 

 

홍진표(홍): 2018년도에 1인 사무소를 차려 2~3년 정도 운영했다. 나는 사람을 대할 때 서툰 면이 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걸 알지만, 설계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정이삭과 협업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여러 일들을 분담하게 됐다. 

 

김: 정이삭은 과거 ‘나머지론’이라는 개념으로 자신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홍진표도 이에 공감하고 있는가? 

 

홍: 그렇다. 특히, 기획 단계에서 공통의 지향점을 기반에 놓고서 대화를 많이 나눈다. 

 

정: 둘이 앉아 나머지론에 대해 논하지는 않는다. 그건 좀 이상하다. (웃음) 그것보다는 훨씬 풀어진 방식으로 대화한다. 함께 사무소를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 공모전(2021)에 지명됐다. 이 작업의 콘셉트와 우리의 건축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 셔틀버스 정류장이 현실계에서 미술계로 전이 시켜주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재료에 관성적이지 않은 기술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 것이 일상에서 예술로 전이되는 시설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건축 태도와도 연관되는 “값싸고 흔한 재료에 정성을 들여 기존과 차이를 가지는 보편적 가치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 아트 프로젝트에는 유독 평상과 같은 스트리트 퍼니처의 감각들이 많이 등장하고, N작가 주택(2024)에서는 평상이 구조체와 결합하며 대청마루의 감각으로도 확장돼 흥미롭게 다가온다. 평상이 에이코랩에게 각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 독립 큐레이터 심소미가 기획한 <마이크로 시티 랩>에 참여해 작업했던 ‘노란 평상’(2016)이 시작이었다. 공공적 개입을 하는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작업을 전시하는 기획이었는데 당시에는 큰 개입을 하는 작업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의미도 찾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개입으로 공공의 가치를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평상을 발견했다. 평상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에 있고, 전문가들이 작업하지 않아 덜컹거리고 평평하지 않은 불완전한 모습을 띠고 있다. 이런 스트리트 퍼니처야말로 공공의 자본과 관심이 필요한 분야라 생각했다. 당시 건축계에서는 파빌리온 작업이 성행하던 때였다.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광장에 멋들어진 것만 만드는 건축 내 경향에  강한 비판의식이 있었고 이 목소리를 세게 드러내고 싶었다. 이후 평상은 점진적으로 에이코랩의 건축 언어로 자리 잡았다. ‘노란 평상’에서 중요했던 건 사용자들이 언제든 스스로 짓고 고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즉 적정 기술로 작업하는 것이었다. 사이딩이나 우드 패널보다 더욱 간편하게 조달할 수 있고 쉽게 쓸 수 있는 재료가 비닐 장판이었기 때문에 그간 비닐 장판이 사용돼왔을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검증을 거친 재료들에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가치가 충분히 녹아들어 있기에, 우리 또한 같은 재료를 사용했다. 이후 평상과 관련한 또 다른 작업인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 제안에서는 오방색 차광막이라는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기도 했다. 

 

<2017 서울 포커스 25.7> (2017)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Seoul Museum of Art

 

 

복원적 태도와 수행성

 

김: N작가 주택에 관해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다. 원래 집의 벽돌과 유사한 벽돌을 근처 재개발 현장에서 애써 찾아 리모델링했는데, 꽤나 복원적인 태도로 보인다. 그런데 원래 1층 전면부는 화강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철거하고 벽돌로 마감했다. 또한 조적 건물의 내부 벽체를 완전 철거했고 철골 기둥과 철골보로 보강했으며 공간 가운데에는 또 달리 목조 기둥을 세웠다. 이는 복원적 태도와는 또 다른 과감한 변신의 태도다. 결과적으로는 훌륭해 보이지만 이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하략) 


월간 「SPACE(공간)」 683호(2024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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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김광수는 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이며 건축사사무소 커튼홀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2004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방들의 가출’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아파트와 방 문화 현상을 조사해 전시한 바 있다. 핀란드 국립미술관(2007), 아트선재센터(2012),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2013), 독일 에데스 건축갤러리(2014), 문화역서울284(2012, 2016) 등에도 초대되어 전시를 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부천아트벙커 B39, DMZ 철새타운, 삼덕사옥, 신촌문화발전소, 판교케이브하우스, 광주시민회관 재조성 사업 등이 있으며, 『제주현상』, 『철새협동조합』, 『느림의 도시_순천』, 『독일-한국 퍼블릭스페이스포럼』 등의 집필과 편집에 참여했다.
정이삭
정이삭은 2013년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으며, 동양대학교 교수다. 폭넓은 건축 작업을 하며, 건축 및 현대 미술 전시에 작가나 기획자로 참여해왔다. 2016 베니스비엔날레(한국관 큐레이터 및 작가), 2016 베이징디자인위크(한국관 큐레이터), <캠프 2020>(예술감독)에 더해 ‘서울은 미술관’, ‘한강예술공원’ 등 여러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의 작업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 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에 전시된 바 있다. 저서로는 『더 서울, 예술이 말하는 도시미시사』(공저, 2016) 등이 있다.
홍진표
홍진표는 2018년 도트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으며, 2021년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에 합류했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아뜰리에17과 황두진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했다. 아뜰리에17에서는 단독주택부터 공연장,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격과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황두진건축사사무소에서는 한식 목구조 및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축소된 스케일의 도상적 설계 작업과 현장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보다 나은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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