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1월호 (통권 684호)

공공 문화 공간은 변화하는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노들 글로벌 예술섬, (가칭)서울 트윈아이, 문화의 다리 잠수교, 광화문광장 대형 국기 게양대 등은 지난 1~2년간 건축계 안팎에서 화제가 된 이름들이다. 모두 창의적 디자인, 랜드마크를 표방하는 공공의 문화 공간이나 구조물의 계획이지만, 프로젝트 자체의 공감대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미심쩍은 공모전 진행, 당선안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례로 「SPACE(공간)」는 2020년 2월호(통권 627호)에, ‘노들섬, 공공 공간 조성 실험의 역사’란 제목으로 2019년 9월 새롭게 개장한 노들섬 조성 과정의 공공적 의미를 묻는 특집을 수록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같은 자리에 새로운 계획이 수립됐다. 계획 또 계획, 어딘지 친숙하지 않는가. 한때 찬사나 논란 속에서 추진된 여러 공공 프로젝트들 가운데 여전히 우리의 일상 속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는 얼마나 되는가? 시민들의 기억에서 멀어질 즈음 슬그머니 원래의 계획이 무산되고 새로운 계획이 덧입혀지기도 한다. 이런 프로젝트의 추동 배경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문화 공간의 생산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더라도, 스펙터클한 건축물이나 스타 건축가의 명성에 힘입어 일종의 빌바오 효과를 가져오려는 접근이 여전히 유효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공공’은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개념이며, 복잡성이 증가하는 우리 도시에서 ‘문화 공간’은 과거와 같이 단일한 용도로 정의되기 어렵다. 또한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고려해야 할 주요 쟁점이다. 그렇다면 공공 문화 공간은 변화하는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SPACE」 창간 58주년 기념 특집 ‘아이코닉 아키텍처의 성공과 실패 사이’는 우리의 문화 공간 생산에 대해 성찰해보고자 마련됐다.
먼저 서울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 심소미에게 오늘날 좋은 공공 문화 공간이란 어떠해야 하며, 그 생산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원고를 요청했다. 심소미는 “프랑스의 공공 문화 공간을 바탕으로, 공공성에 필수적인 대화와 조율의 과정을 건축적으로 이끌어내는 방향”에 대해 논하며 서두를 연다.
이번 특집은 문화 공간의 생애를 ‘기획-생산-운영-변화’의 단계로 구분해, 국내 주요 프로젝트 네 개를 꼽고,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해외 프로젝트 네 개를 비교한다. ‘기획’ 단계에서는 11월호를 마감하고 있는 현재 (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 국제공모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송현동 부지를 꼽았다. 서울의 역사적인 땅에 미술관을 설계한다는 매력적인 기회에 건축계가 들썩였던 한편, 공모대상지가 송현동 부지 중 일부를 무 자르듯이 잘라내 대지 전체에 대한 창의적 해석을 제약한 배경에 대한 의구심, 심사위원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아 심사의 공정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그 모든 논의에 앞서 이 땅에 무엇을 지어야 하는가, 또는 짓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시민들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송현동 부지를 ‘기획’ 단계에서 다뤘다. 해외 프로젝트로는 폐쇄된 공항을 공원으로 전환해 시민들에게 개방한 독일의 템펠호프 공원을 소개한다. 템펠호프 공항 부지 역시 여전히 개발압력을 받고 있지만 시민단체의 주도로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유지하고 있어 송현동 부지 사례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구현)을 의미하는 ‘생산’ 단계에서는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독일 함부르크의 니더하펜 리버 프롬나드를 도시적 맥락과의 연결 관점에서 비교해본다. 인터뷰이 박은선(리슨투더시티 디렉터)은 “좋은 공공 건축물의 기준은 디자인도 있겠지만 을지로-동대문의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배제되는 이상 DDP는 현재의 폐쇄성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니더하펜 리버 프롬나드는 홍수 방지벽과 산책로를 결합한 공공 공간으로,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의 설계공모 당선안은 주변의 주요 건물들과 조화로운 시각적 관계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2011년 공사를 시작한 니더하펜 리버 프롬나드는 2019년이 되어야 완공되는데, “공사 기간 내내 산책로의 매력적인 경관과 접근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대체 경로를 확보해가며 공사했기 때문”이다. 같은 건축가가 작업한 두 작업의 결과가 확연히 다른 이유는 공공 공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모든 관련 주체가 시민에게 가치를 두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운영’ 단계에서는 MVRDV가 설계한 서울로7017과 MVRDV와 로테르담 다켄다겐(로테르담 옥상의 날)이 공동 설계한 로테르담 루프톱 워크를 함께 살펴봤다. 조성 당시의 디자인에 관한 비판적 시선은 차치하고, 서울로7017은 개발도시에서 보행도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며 서울의 여러 길로 연결될 때 의미를 가진다. 로테르담 루프톱 워크 역시 도시의 지붕을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의 일환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양한 주체의 협력을 일시적인 이벤트를 통해 실험하고 축적한다는 측면에서 철거 논의가 불거지기 시작한 서울로7017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화’ 단계에서는 지난 5월 헤더윅 스튜디오가 설계공모에서 당선되기도 한 노들섬과 역시 헤더윅 스튜디오에서 설계한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를 운영 주체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2019년 개장했던 노들섬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다가 현재는 공공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리틀 아일랜드는 공원 조성, 예술 프로그램 기획부터 공원 관리까지 민간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운영 주체가 민간이냐 공공이냐 사이에서 정답은 없지만 ‘선 기획・운영, 후 설계・공간조성’이라는 모델을 제시하며 문을 열었던 노들꿈섬은 지난 실험의 공과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또다른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오피니언난에서는 건축물의 생애 주기 전반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설계공모를 중심으로 건축 관련 전문가 13명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 의견은 근본적인 성찰부터, 구체적 사례를 모두 아우른다. 더불어 이러한 난제 속에서 건축가의 역할 또한 묻고자 했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4년 11월호 (통권 684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20 LIFE
회랑과 의자가 만드는 나의 공원: 오목공원 리노베이션_ 김정은
‘My’ Park of Benches and Corridors: Omok Park Renovation_ Kim Jeoungeun
028 FRAME
건축의 새로운 생을 향한 여정: BCHO 파트너스
Journey Towards a New Life for Architecture: BCHO Partners
034 FRAME: PROLOGUE
만드는 사람, 조병수_ 김정은
Cho Byoungsoo, Maker_ Kim Jeoungeun
038 FRAME: DIALOGUE
건축이 되기까지, BCHO 파트너스의 재생건축
_ 조병수 × 김정은
_ 김서연, 김미주, 고소미, 장미영, 전용성, 홍경진, 정경일, 육심원, 김그린 × 김정은, 방유경
Architecture in the Making, Re-born Architecture by BCHO Partners
_ Cho Byoungsoo × Kim Jeoungeun
_ Kim Seoyeon, Kim Miju, Ko Somi, Miyoung von Platen, Jeon Yongseung, Hong Kyungjin, Jung Kyungil, Youk Shimwon, Kim Green × Kim Jeoungeun, Bang Yukyung
072 FRAME: DATA & DRAWING
파란곳간, 아유 스페이스, 박태준기념관(임랑문화공원), 유스퀘이크, 막 프로젝트 스페이스, 온그라운드 갤러리/카페
Blue Barn, AYU SPACE, Park Taejun Memorial (Imrang Culture Park), YOUTHQUAKE, Mak Project Space, Onground Gallery/Café
084 FEATURE
아이코닉 아키텍처의 성공과 실패 사이: 도시의 문화 공간 생산에 관한 성찰
The Successes and Failures of Iconic Architecture: Reflecting on the Production of Urban Cultural Space
086 FEATURE: ESSAY
좋은 공공 문화 공간이란 무엇인가?: 건축의 공공 개입과 문화적 도전_ 심소미
What Is the Good Public Cultural Space?: Public Interventions and Cultural Challenges in Architecture_ Sim Somi
092 FEATURE: PHASE 1: PLANNING
개발압력 : 시민
송현동 부지 : 템펠호프 공원
_ 박지윤
Development Pressure : Citizen
Songhyeon-dong site : Tempelhof Feld
_ Park Jiyoun
100 FEATURE: PHASE 2: DESIGN & CONSTRUCTION
고립 : 연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니더하펜 리버 프롬나드 -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_ 박은선 × 윤예림, 윤예림
Isolation : Connection
Dongdaemun Design Plaza : Niederhafen River Promenade – Zaha Hadid Architects
_ Park Eunseon × Youn Yaelim, Youn Yaelim
110 FEATURE: PHASE 3: OPERATION
영구 : 임시
서울로7017 : 로테르담 루프톱 워크 - MVRDV
_ 양근보 × 윤예림, 윤예림
Permanent : Temporary
Seoullo 7017 : Rotterdam Rooftop Walk – MVRDV
_ Yang Keunbo × Youn Yaelim, Youn Yaelim
120 FEATURE: PHASE 4: ALTERATION
공공 : 민간
노들섬 : 리틀 아일랜드 - 헤더윅 스튜디오
_ 김보경
Public : Private
Nodeul Island : Little Island – Heatherwick Studio
_ Kim Bokyoung
130 FEATURE: OPINION
오피니언: 공공 문화 공간을 생산하는 방식으로서 설계공모
_ 김아연, 김현수, 남상문, 맹필수, 윤근주, 이정훈, 이치훈, 임동우, 임성훈, 조남호, 조재원, 조항만, 황두진
Opinion: Design Competition as a Means of Producing Public Cultural Spaces
_ Kim Ahyeon, Kim Hyunsu, Nam Sangmoon, Maing Pilsoo, Yoon Geunju, Lee Jeonghoon, Lee Chihoon, Yim Dongwoo, Lim Sunghun, Cho Namho, Cho Jaewon, Zo Hangman, Hwang Doojin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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