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Prologue | 만드는 사람, 조병수 | 건축의 새로운 생을 향한 여정: BCHO 파트너스

글
김정은 편집장
사진
황우섭(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BCHO 파트너스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4년 11월호 (통권 684호) 

 

©BCHO Partners 

 

조병수는 할 말이 많은 건축가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다. 거기에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그의 건축을 스스로 규정하려는 말들이 포함된다. 이를테면, 1957년생 조병수에게 각인된 어린 시절의 마당, 미국의 서부와 동부 그리고 유럽에서 경험한 상반된 건축적 태도, 노자의 『도덕경』과 막사발의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미학, 땅과의 관계 등.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은 일종의 원형처럼 되풀이된다. 달라지는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것들이다. 만들어낸 것들이 불어나면서 이야기는 갱신되고 연결되고 확장된다. 

재생건축은 조병수의 건축을 이해하기에 유용한 사례다. 그는 대학원 시절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하면, 신축을 하라는 지도 교수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려 땅속으로 들어가거나(루가노 도시발전사 기념관, 1990),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잘라내어(보스턴 열린극장: 완벽한 혼돈, 1990/몬트리올 해양박물관, 1989) 역사의 흔적을 드러내고 새로운 공간감을 제시하려 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했던 첫 번째 작업인 성북동 스튜디오 주택(1996) 역시 일본식 가옥을 건축사무소로 개조하면서 불필요한 구조물을 잘라내고 공간의 틈새를 만들어 시간의 자국을 드러낸 재생건축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속적으로 바라보려는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금 그가 펼치는 재생건축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는 일화들이다. 



©FRITZ HANSEN KOREA

조병수가 과거의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듣다 보면, 자전적 소설로 유명한 아니 에르노의 말이 떠오른다. 그녀는 인터뷰집 『진정한 장소(Le Vrai Lieu)』(2019, 1984Books)에서 부모와의 문화적 격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부모님과 문화적으로 분리된 자식들의 고통은 부모들이 자식들이 (…) ‘그들보다 더 나아지는 것’을 (…) 최고로 바라면서 동시에 그들이 알고 있던 아이 그대로 남아주기를, 그들과 같은 것에 웃을 수 있기를, 그들과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나오죠. 아이들을 도중에 잃지 않기를 바라는 거예요.” 조병수가 성큼성큼 변해가는 농촌 경관에 대해 안타까움을 품거나, 오래된 건물의 흔적을 애써 남기는 이유는, 나와 다음 세대가 함께 바라보며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남겨두려는 노력이며, 그 가운데서 더 나은 것들을 찾아가려는 의지다. 그렇다고 조병수가 향수에 젖은 이상주의자란 말은 아니다. ”건축은 만들기”라고 말하는 그는 대단히 현실적이고 즉물적이다.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은 『BCHO 파트너스 – 조병수』(2024, 공간서가)에서 조병수가 좋아하는 것들을 실천하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 ”조병수는 이 첨단기술의 시대에 거침의 미학을 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 프로젝트의 예산이 극도로 적을 때나, 아주 여유로울 때나, 그는 막을 구현하는 일관된 행보를 보였다. (…) 그가 구현하는 ‘거친 즉흥’은 정성과 기율이 필요하다.” 그는 일상적인 재료에서 공들여 개발한 재료까지, 손쉬운 시공 방식부터 대단히 정교한 디테일까지 노련하게 오가며 자연스럽지만 세련된 미감을 보여준다. 벽을 뚫고 비닐 커튼을 둘둘 말아올리는 등의 과감함은 ‘견고함’이나 ‘기밀성’ 같은 건물의 고정관념을 손쉽게 뛰어넘는 듯 보이는데, 만들기에 대한 그의 감각은 신뢰할 수밖에 없다.

©Bang Yukyung

그간 조병수가 작업해온 재생건축은 그 규모나 성격이 다양하다. 역사적 문화재의 리모델링(오일팔 민주평화교류원, 2015), 산업유산의 재활용(F1963, 2016), 한옥이나 일본식 가옥의 리모델링 등. 그 가운데 이번 프레임에서 소개하는 프로젝트들은 일상적인 건축물들의 보존과 진화를 보여준다. 농촌의 오래된 창고를 재생한 부안의 파란곳간(2024), 도시 근교의 오래된 한옥과 양옥을 신축 카페와 엮어 새 삶을 불어넣은 남양주 아유 스페이스(2023), 서촌의 가로 풍경을 바꾼 통의동 유스퀘이크(2023, 2024), 온그라운드 갤러리/카페(2013, 2018, 2020), 막 프로젝트 스페이스(2021) 그리고 옛 주택들을 재활용한 기장의 박태준기념관(2017) 등. 모두 복합적인 조건 속에 놓인 여러 건물들이 보존과 개축, 신축을 오가며 건물과 동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프레임은 완성된 결과를 비평하는 형식이 아니라 건축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사유와 제작 또는 상상과 구현의 과정을 담고자 했다. 답사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답사 현장에서, 또 조병수의 작업실에서 며칠에 걸쳐 이뤄진 대화를 갈무리했다. 더불어 건축주와 여러 참여자들을 함께 인터뷰해 입체적인 이야기를 완성하고자 했다. 이는 각 프로젝트를 독립된 결과물로 보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연결된 세계로 이해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월간 「SPACE(공간)」 684호(2024년 1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병수
조병수는 미국 몬태나 주립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와 도시설계학 석사를 받았다. 1994년 건축연구소를 개소한 이후, ‘경험과 인식’, ‘존재하는 것, 존재했던 것’, ‘ㅡ자집과 ㄱ자집’, ‘현대적 버내큘라’, ‘유기성과 추상성’ 등의 테마를 가지고 활발히 활동해왔다. 하버드대학교, 독일국립대학교(카이저스라우테른)와 연세대학교, 몬태나 주립대학교 등을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설계와 이론을 가르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덴마크 오르후스 건축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조병수는 김수근 문화상과 다수의 한국건축가협회상, 미국건축가협회상, 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2023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서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란 주제를 화두로 내세우며 도시와 건축에서의 땅에 대한 고려의 중요성과 방법 등을 실험, 제시했다. 2019년을 전후로 합류한 윤자윤, 이지현, 홍경진 파트너 소장들은 BCHO 파트너스에 좀 더 유연하고, 생태적이고, 부드러운 건축에 기여하며 새로운 건축의 방향 탐색에 기여해나가고 있다.

댓글